우리는 세계일주 루트를 정할 때,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중 어디를 갈 것인지부터 정했다.

 

그 다음에 그 나라들을 이어가면서 중간에 있는 나라들을 방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진희가 정한 나라는, 미국, 볼리비아, 페루, 남아공, 프랑스 등이었고.

 

나는 단 4개. 영국, 남극, 북극, 콜롬비아. 였다.

 

영국은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생각해서 가고 싶었고, 남극, 북극은 원래부터 가고 싶었고.

 

콜롬비아는 순전히 리카르도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집어넣었다.

 

사실 콜롬비아는 별로 볼게 없다. 집어서 말하자면 보고타는 별로 볼게 없다.

 

도시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고… 자연풍경은 개인적으로 인도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진희도 알아보더니 별로 볼게 없단다. 하지만 본인을 위해서 친히 콜롬비아에 동행해 주셨다.

 

 

   

 

오뎃의 집이다. 햇빛도 잘 들어오고 깔끔하다.

 

대신 문제는 차도 바로 앞이라서 아침 7시만 되면 자동으로 잠에서 깬다. 너무 시끄러워서…

 

 

   

 

오뎃이 우리의 아기는 콜롬비아에서 생겼으면 좋겠다고 스페인어로 말했고,

 

리카르도는 그 내용을 우리에게 영어로 말했고,

 

나는 오늘밤 최선을 다하겠다고 영어로 말했고,

 

진희는 나에게 까불지 말라고 한국말로 말했다.

 

 

   

 

1년하고도 3개월만에 만난 리카르도.

 

리카르도는 아침부터 센스 있게 그루폰을 들고 나타났다. 여자친구가 준거란다. 센스 있는 여자친구 좀 보고 싶다.

 

 

   

 

내가 저번에 왔을 때 오뎃이랑 같이 먹고는 깜딱 놀란 Presto다.

 

그 엄청난 크기를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뉴욕에서 만난 치의느님께서 남미를 돌며 사업 아이템을 하나씩 적고 계시다 그랬는데,

 

나도 이거 하나 적어가야겠다.

 

크라제버거보다 맛있고 롯데리아보다 저렴하고 버거킹보다 크다.

 

 

   

 

예전에 리카르도, 리나랑 같이 들렀던 falabella라는 쇼핑몰이다.

 

오뎃의 집 바로 앞에 있었다.. 아직도 뉴아이패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우리를 위하여 친히 데려가주었다.

 

 

   

 

그리고 보게 된 뉴아이패드. 16기가 Wi-Fi모델의 재고가 있단다.

 

우리는 이날부터 약 3일간에 거쳐 콜롬비아 TAX BACK제도에 대하여 심도있게 공부하였고,

 

지금은 콜롬비아 회계사 자격증을 따도 될 정도다.

 

 

   

 

멕시코서부터 쿠바를 거치며 우리는 제대로 된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리카르도에게 후안 발데스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사실 할 얘기가 이거밖에 없었다.

 

뭐라도 입에 자꾸 넣어야지 안 어색하지.ㅎㅎ

 

 

   


리카르도는 현재 직업이 없다…. 아오 슬퍼. 하기에는 나와 진희도 직업이 없으니 스킵.

 

리카르도는 친구와 함께 인도네시아쪽이랑 무역업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고 그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갔다.

 

(리카르도는 원래 집에 살고 있고, 우리가 있는 동안은 오뎃도 그 집에 가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할 일 없는 우리는 동네 마실을 나갔고, 다시 한번 falabella로 향했고, 다시 한번 뉴아이패드를 봤고, 다시 한번 울었고.

 

 

   

 

오뎃의 집에 오뎃이 사다준 엄청난 먹을거리들이 있었지만, 남의 것을 주워먹기에는 너무 죄송해서,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좀 샀다.

 

예전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오뎃과 리카르도는 우리 걱정을 너무 많이 해줘서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해만 지면 집으로 와서 피씨방처럼 열심히 뉴스를 보고 있다.

 

 

오늘은 한국 날짜로 5월 3일이다.

 

갤럭시S3가 런던에서 발표를 했고, 네이트의 랭킹뉴스 상위 5개는 모두 삼성의 기사로 도배 되었다.

 

갤럭시S3는 정말 대단한 기기였고, 리플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뉴아이패드를 샀다. 삼성 꺼졍.

Posted by v멍군v


작년 1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5개월 전쯤에.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내 한달 월급이 넘는 거금을 들여서 콜롬비아만 즐기고 돌아갔다.

 

사실, 마지막 공항에서 엄청나게 울었다.

 

다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다시 콜롬비아에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울었던 거 같다.

 

내가 울자, 리카르도와 오뎃이 말했다.

 

"준. 울지마. 너가 원하면 언제든 콜롬비아로 와. 우리 집은 너희 집이나 마찬가지야. 언제든 환영할게."

 

그래서 난 다시 갔다. 리카르도는 지금쯤 후회하고 있겠지.

 

 

   

 

집에서는 잘 안 먹던 아침도, 여행 다니면 무조건 챙겨먹는다. 특히 공짜 아침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어 역시 데싸쥬노~ 아침이라는 뜻이다.


이 날 아침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점심을 조금밖에 못 먹었다… 결국 콜롬비아 도착할 때쯤에는 배가 고팠다.

 

 

   

낮에 보이는 쿠바의 바다. 환상적이다.

 

게다가 물이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수영하기에 딱 좋은 바닷물이다.

 

 

   

 

비행기 시간이 너무 많이 변경되어서 리카르도가 맞춰서 나오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급한 마음에 10분에 천원이 넘는 인터넷을 사용해서 리카르도에게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쿠바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국가에서 발행한 카드를 사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가격은 대략 10분에 천원. 게다가 속도는 천리안 수준으로 나온다.

 

Facebook 접속하는데 정확히 20분이 걸렸다.

 

리카르도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대략 내용은 데리러 갔는데 비행기 스케쥴이 변경되어서 다시 집으로 왔다. 내일 확인해보고 딱 맞춰 가겠다.

 

그리고 우리집은 형네 사무실로 바뀌어서 너를 재워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 좋은 호스텔을 추천해주마.

 

였다.

 

절망적이었다.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지고 재미도 없고 입맛도 없고…

 

콜롬비아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리카르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실 콜롬비아는 다른 남미나라에 비해서 그다지 볼게 없다.

 

호스텔에 묵게 되면 아무래도 리카르도 가족을 적게 만날 수밖에 없고.. 그 사실이 슬펐다.

 

 

   

 

게다가 맥주인줄 알고 4개나 사온 이게… 무알콜 음료수였다.

 

아 빡쳐. 아오. 아오. 되는 일이 없네.

 

 

   

 

리카르도네 집에서 못 잔다고 생각하니 급 우울증에 빠져 무기력해졌다.

 

호텔 로비에서 남들이 사진을 찍든 쳐다보든 그냥 무시하고 저러고 잤다. 2시간쯤 잔 거 같다.

 

 

   

 

게다가 쿠바는 무조건 출국세를 내야만 한단다.(비행기표에 포함되거나 그런거 없음. 무조건 현금으로 그자리에서 내야 됨)

 

둘이 합쳐 50페소.. 우리나라돈으로 대략 5~6만원…..

 

우리 비행기표에 출국세가 포함되어 있을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무참히 깨뜨렸다.

 

그래서 ATM기 가서 돈을 더 뽑으려고 했는데… fail… 스페인어를 선택해도 안된다… 뭐다냐.. 왜 안되지.

 

어쩔 수 없이 비상금중 100달러를 깨서 환전하려고 하는데, 카드도 된단다.

 

오…. 기쁘기보다는 첫날 환전해버린 유로가 아까웠다.. 카드 되는걸 진작 알았더라면.. 아…

 

 

   

 

입국심사도 아닌 출국심사하는 곳의 사진이다.

 

정말 느릿느릿한 속도로 한명씩 세세하게 출국심사를 거쳤다.

 

출국세 때문에 환전소에서 시간을 많이 뺏긴 우리는 결국 사무실로 달려가서는 우리 비행기 시간 다됐는데 줄이 너무 길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그러길래 왜 늦게 왔냐. 우린 너희를 도와줄 수 없다."

 

이 새킈들이 우리 가카께서 민영화 한번 시켜줘야 아.. 우리가 서비스 정신이 부족했구나 싶을끼야…

 

뭐 어쩔 도리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우리를 착한 흑형 한명이 데려다가 익스프레스로 통과시켜 주었다.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난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공항 나가자마자 손을 흔드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보였다.

 

마구 달려가서 키스를 퍼부어주지는 않았지만 너무 반가웠다.

 

오뎃도 같이 나왔다.

 

중간에 있었던 일을 간단요약 하자면.

 

  1. 리카르도, 오뎃이 친히 차를 끌고 마중 나옴.
  2. 생각치 못한 마중에 놀라 내가 말하는게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한국말인지도 헷갈릴 정도였음.
  3. 오뎃에게 우리가 묵을 숙소의 주소를 알려주었음.
  4. 오뎃이 그 동네는 너무 위험하다면서 안된다고 함. 우선 오늘은 늦었으니 우리집에서 자고 밤에 인터넷으로 다시 알아보라고 함.
  5. 생각이 바뀌셨는지 그냥 보고타에 있는 동안 오뎃의 집에서 머물라고 해주심.
  6. 현재 오뎃은 따로 나와 살고, 리카르도는 원래 집에 살고 있음.
  7. 오뎃이 원래 집으로 가서 리카르도랑 같이 지내고, 나랑 진희에게 집 한채를 통째로 빌려주심.
  8. 결론 : 지금 오뎃의 집에 머물고 있으며, 리카르도가 휴대폰까지 만들어줬음.
  9. 진희 앞에서 목에 힘을 너무 줬더니 어깨가 결림.
  10. 이상.

 

 

    

 

앞으로 보고타에 있는 동안 쓰게 될 오뎃의 집에 대한 설명을 듣는 진희.

 

지금 난 저기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놀고 있다.

Posted by v멍군v
Mung2012. 5. 5. 16:27

난 콜롬비아에 있고.

올때마다 온 정성을 다해 나랑 놀아주는 리카르도가 있고.

말도 안 통하지만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오뎃이 있고.

처음 보는 콜롬비아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진희가 있다.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앞으로의 일정을 짜고 진희와 싸우고 돈 걱정을 하고 취업 걱정을 해도 괜찮다.


분명 내일 아침 일어나면 기억도 안 날 행복이지만.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

Posted by v멍군v
Mung2012. 5. 2. 15:32

잠이 안와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스페인어가 들린다.

아...정릉이 아니구나.

깨닫는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4-Cuba2012. 5. 2. 10:31

콜롬비아 보고타행 비행기 시간은 아침 8시 15분.

 

쿠바나 항공은 3시간 전까지 탑승수속을 밟으라고 얘기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일찍 해야되나.. 싶어서 우리는 6시까지 가기로 했다.

 

전날 까사 주인 아줌마에게 부탁해서 콜택시를 불렀다. 5시 반까지 불러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택시기사분이 부지런하신건지 중간에 전달이 잘못된건지.. 5시에 기사분이 도착하셨다.

 

결국 우리는 잠도 덜 깬채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콜택시는 무조건 정부가 정한 요금인 25페소를 받는다.(대략 2만5천원)

 

 

   

 

공항에 도착했는데..흠… 전광판에 우리 비행기가 안 나타난다..

 

너무 일찍 왔나.. 좀 더 기다렸는데도 우리 비행기는 안 나타난다.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쿠바나 항공사 직원을 찾았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몰려있다..

 

직원 찾다가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내 비행기 어찌됐음? 물었더니 저녁 6시로 연기 됐단다.

 

현재 시각. 새벽 6시. 12시간이 딜레이 됐단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그냥 웃었다.. 인포메이션 직원이 나보고 어디로 갈꺼냐고 묻길래 갈 곳이 없다고 여기에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노숙모드.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우리는 아무 의자나 잡고 둘다 침낭을 뒤집어 쓴채 자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잠이 잘 왔다.. 그렇게 3시간정도 자고 일어났다.

 

 

   

 

분명 잘때만 해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 사라졌다.

 

흠. 다들 어디 갔지. 라고 생각이 들기도 전에 너무 추웠다. 한참 자고 일어났는데도 비행기 시간까지 9시간 남았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게다가 쿠바인들이 나를 불쌍하게 쳐다 보는게 더 두려웠다.

 

곧 이어 진희가 일어났다.

 

할 게 없으니 우리 비행기표에 출국세가 포함되어 있는지 한번 물어보고 오겠단다.

 

 

   

 

진희가 다시 오더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호텔로 갔단다.

 

으잌? 무슨 말씀이세요.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직원이 여기서 뭐하냐고. 아까 7시에 방송해서 호텔로 다들 보냈는데 왜 니네는 여기 남았냐고 짜증을 낸단다.

 

분명 우린 6시에 공항에 왔고, 인포메이션 직원에게 아무 말도 못 들었다. 라고 해도 안 믿는 눈치다.

 

우선 10시까지 기다려보란다. 호텔측과 연락해 보겠다고…

 

 

   

 

결과는 굿잡.

 

우린 따로 택시까지 불러줘서 호텔로 데려다줬다.

 

5성급 호텔은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묵을 수 없을 것 같은 호텔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호텔 수영장 바로 옆에 이렇게 바다로 만든 수영장이 있다.

 

수심이 상당해서 사진처럼 저렇게 수영은 못해보고 앞에서만 살짝 놀아봤는데 최고였다.

 

바닷 안에 물고기들이 그대로 다 보인다.

 

열대어처럼 생긴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우선 가장 시급한 식사 해결.

 

일찍 일어난데다 아침까지 못 먹어서 너무 배가 고팠다.

 

아침, 저녁은 부페식으로 나오고 점심은 저렇게 코스 요리가 나온다. 비록 뭐 맛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료니까 맛나게 먹는다.

 

 

   

 

진심으로, 비행기가 몇 일만 더 연기됐으면 했다.

 

방은 깨끗하고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티비도 나오고, 수영장도 있고 세끼 다 주고, 저녁엔 연주도 해주고… 우왕ㅋ굳ㅋ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다.

 

이 정도 거리에서 봐도 바다 안까지 다 보인다. 호텔 이름은 Copacabana. 여행사인 쿠바나칸과 연계되어 있는 호텔인 거 같다.

 

위치는 대략 베다도 지역보다 더 서쪽에 있다.

 

싱글인지 더블인지가 66페소(대충 6만6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유가 좀 있는 여행자라면 추천할 만한 숙소였다.

 

 

아. 그리고 이 날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를 가는 고대생을 만나서

 

맥주 한잔 하면서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남미를 찾는 한국인은 많았고 재미나게 사는 사람 또한 많았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