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예상치 못한 스케쥴에 둘은 뻗어버렸다.

 

자기 전에 진희가 리카로드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준. 내가 더 기뻐. 그리고 내일 아침 9시에 오뎃이 너희집으로 갈꺼야."

 

꾸엑. 늦잠 자기는 글렀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뎃의 집을 쓸고 닦고 정리하고 오뎃을 맞이했다.

 

 

   

 

오뎃은 아레빠와 무슨 다른 빵을 사왔다.

 

리카르도가 없었으므로 우리의 대화는 100% 스파니쉬만을 사용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스파니쉬 대화 덕분에 우리는 급피곤해졌다.

 

그나마 구글신이 계셔서 다행이었다. 구글 번역기는 노벨상 감이다.

 

 

   

 

오랜만의 스파니쉬 폭격 덕분에 나는 뻗어서 낮잠을 잤고, 진희는 뭐 했는지 모르겠다.

 

뭐 잘 놀았겠죠.

 

그렇게 낮잠을 자고나서 밖으로 향했다. 어제 실패한 보테로 미술관을 보기 위하여.

 

콜롬비아는 1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잘사는 사람은 한국보다 잘 살았고, 못 사는 사람은 인도보다 못 살았다.

 

 

   

 

콜롬비아 곳곳에는 저렇게 MINUTOS 100이나 150, 200이라고 써있는 노점들이 있는데,

 

저건 휴대폰을 빌려주는 상점이다. 저기 가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그 시간만큼 돈을 지불하면 된다.

 

우리나라 공중전화와 같은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리카르도가 따로 개통한 휴대폰을 줘서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LU6200에 콜롬비아 TIGO의 USIM칩을 꼈더니 정상동작한다… 우왕ㅋ굳ㅋ

 

출국 전 LGU+에 LU6200 컨트리락 풀려있냐고 문의했더니 안 풀려있다고 못 쓴다 그랬는데.. 그 직원 누군지 궁금하다.

 

 

   


보테로 미술관 입구에 있는 손바닥 동상.

 

보테로는 모든 사물을 저런식으로 뚱뚱하게 표현한다… 사실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지만 다들 대단하다니까 대단하구나 싶다.

 

 

   

 

오른쪽이 보테로가 만든 살찐 고양이고, 왼쪽이 진희다.

 

아니다. 오른쪽이 진희인가.

 

 

   

 

보테로 미술관은 화폐박물관이랑 현대미술관인가.. 그렇게 3개가 이어져 있는데,

 

박물관이나 예술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보테로 미술관만 보고 나왔다. (3개 모두 무료임)

 

나오자마자 왼쪽길로 쭉 가면 볼리바르 광장이 나온다.

 

 

   

 

저번에 오뎃과 단 둘이 오는 바람에,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스케이트를 탈뻔 한 볼리바르 광장이다.

 

1년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비둘기가 엄청 많이 늘었다는거 정도?

 

그리고 어제 시위대가 물감을 던져대서 광장 주변이 온통 물감범벅이 되어 있다는거 정도.

 

 

   

 

어디 학교에서 소풍 온거 같았는데,

 

이놈들은 볼리바르 광장을 온건지 동물원을 온건지, 자꾸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원숭이 처음 보나.

 

 

   

 

배가 고파 밥집을 찾아 헤매던 중 군바리들이 보였다.

 

시간이 5시쯤인걸 보니 국기계양식을 하러 가는 거 같았다.

 

군악대, 근위병, 군인 등 온갖 사람들이 저렇게 행진을 해서 대통령궁까지 들어간다. 대략 300미터정도 행진하는 듯.

 

뜻하지 않은 볼거리에 우리는 잠시 구경했다.

 

 

   

 

동원이 끝난 예비군의 위엄.

 

이 몸은 이제 군번도 기억이 안 나는 짬이 넘치는 예비군임.

 

 

   

 

국기 계양식을 보고나니 더 배가 고파져서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대충 보면 Hoy(오늘의 메뉴)라고 써있고 아래에 쭉 뭐가 써있다.

 

종류를 고르는 거 같은데 스페인어를 몰라서 주인장의 도움을 받았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서 코를 손가락으로 들고 꿀꿀 거렸다.

 

그러자 주인장이 Pollo란다. 흠. 이게 돼지인가 보구만. 그걸로 시켰다.

 

 

   

 

코가 들리고 돼지 소리를 내는 닭다리가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돼지는 쎄르도, 소는 까르네, 닭은 뽀죠라고 부른단다… 잉긱.

 

망할 주인장. 닭이 많이 남아서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줬을꺼야...

 

 

   

 

밥을 다 먹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뭔지 모를 시장을 발견했다.

 

분위기가 기념품을 도매로 파는 시장 같았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사고 그냥 둘러보기만 했다.

 

 

   

 

기념품 도매시장 반대편에도 꽤 큰 시장이 있었는데…

 

전자제품, 옷, 조명 등등 안 파는게 없었다.. 배낭 풀커버를 사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대답은 모두 없단다…

 

우리는 배낭이 아니라 배낭을 전부 덮는 배낭커버(레인커버 아님)를 사려고 했는데…

 

스페인어를 몰라서 온갖 손짓발짓으로 찾아 헤맸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커버는 코헤르 라고 부르는 거 같다.. 근데 여행용 풀커버는 이 나라에 없는 거 같다…

 

 

 

이렇게 콜롬비아에 와서 여행자다운 하루를 마쳤다.

 

미술관을 보고 박물관을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고…

 

콜롬비아에는 밤사진이 별로 없는데.. 이유는 오뎃이랑 리카르도가 해가 지면 절대 나가지 말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우리는 항상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서 히끼코모리처럼 지낸다.

 

콜롬비아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는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안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현지인인 오뎃, 리카르도 그리고 백화점 점원들도 위험하다고 하는거 보니 내가 모르는 뭔가 위험이 있는 거 같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준은 안전 이므로… 괜히 모험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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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뎃의 집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대로변에 있는 집인지라 아침 8시만 되면 차들의 경적 소리에 바로 잠을 깬다.

 

어제 오뎃에서 집안 사용 설명을 받은 진희가 아침을 차려줬다.

 

 

   

 

어제 오뎃이 집에 오면서 장을 봐줬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사다주셨다.

 

빵이랑 우유 같은 경우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셨다.

 

딱딱한 빵, 밀가루빵, 호밀빵, 그냥 우유, 뭔가 맛이 다른 우유 등등등

 

 

   

 

그렇게 푸짐한 아침을 먹고 우리는 센트로로 향했다.

 

1년만에 다시 탄 택시의 요즘체계는 여전했다.

 

미터기에 찍힌 숫자만큼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테이블을 이용하여 미터기 숫자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면 된다.

 

거기에 추가 요금이 붙는데,

 

밤 8시 이후에는 +얼마, 공항까지 가면 +3400페소 등등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우리가 밖으로 나온 5월 1일은 전세계 노동절이라서 휴일 추가요금이 붙었다.

 

 

   

 

우리 나라 노동절 때 밖을 안 나가봐서 그런지 색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바로 노동절 기념 시가지 행진이다.

 

택시기사가 센트로로 못 들어간다고 좀 멀리서 세워주고는 뭐라고 설명해줬지만, 우리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이 형은 오리지널 한국인이므로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른다.

 

 

   

 

그냥 기념 행진인줄 알고 구경하는데, 점점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더니 복면을 쓴 시위대도 등장한다… 헐… 뭐지.. 페스티벌이 아닌가 데모인가..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댔다.

 

잠시 후 각목을 든 시위대도 등장한다.. 뭐지… 우리는 광주에 온건가.. 시위대가 우리를 원숭이 보듯 쳐다본다..

 

방송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더니 스페인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뭔가 인터뷰를 시도 하는거 같다.

 

하지만 우리는 "노 아블로 에스빠뇰". 우리는 스페인어 못한다고 말했더니 바로 가버린다..

 

복면에 각목이라… 우리의 간은 그리 크지 않았으므로 바로 카메라를 집어넣고 우리의 목적지. 보테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콜롬비아가 배출한 유명한 화가. 모든 사물을 뚱뚱하게 그리기로 유명한 보테로.

 

근데 이 날은 공휴일이라 미술관 문을 닫았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휴일을 칼같이 지키다니... 돈을 벌겠다는거여 말겠다는거여...

 

 

   

 

어쩔 수 없이 보테로 미술관 앞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리카르도에게 전화가 온다.

 

에두아르도(리카르도 형) 식구가 우리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면서 지금 자기네 집으로 택시타고 오란다.

 

센트로가 봉쇄되어 이리저리 해매다가 겨우 택시를 타고 리카르도 집으로 향했다.

 

5월의 콜롬비아는 겨울이란다. (사실 콜롬비아는 1년 내내 똑 같은 계절이지만 겨울에는 비가 좀 자주 온단다…)

 

비가 부슬부슬 온다..

 

아. 눈물이 다 난다.

 

 

   

 

저번에 왔을 때 내가 묵었던 리카르도의 방은 사무실로 변해있었다.

 

현재 리카르도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인도네시아와 무역을 준비 중이란다.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씩 동업자인 친구와 함께 어떤 물품을 수입하고 수출할지 아이디어 회의를 한단다.

 

그래서인지 사무실에는 인도네시아 관련 서류, 물품이 많이 있었다.

 

 

   

 

1년 전 불고기를 만들고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에두아르도의 집이다.

 

그때 잠시나마 콜롬비아에 한국 음식점을 차리는 것을 생각해보았으나,

 

본인의 할머님을 모셔오기에는 콜롬비아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한달 전쯤 결혼한 에두아르도(1년 전에는 그냥 동거중이었음. 약혼이었나…)의 결혼식 사진도 보고,

 

우리나라 결혼식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에두아르도는 사업이 잘 되서 그런지 집이 더욱 럭셔리 해졌으며 들어본 바로는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갔다왔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했단다.. 총 1달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단다..

 

에두아르도와 동갑인 진희는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의 신혼여행은 1년이므로 우리가 이겼음. 정신승리 중.

 

 

   

 

뒤에 더욱 젊어진 에두아르도가 보인다.

 

오뎃도 그렇고 에두아르도도 그렇고 1년 전보다 더욱 젊어진 거 같다.

 

에두아르도 침대 옆에는 1년 전 내가 선물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셋트가 놓여져 있다.

 

비록 메이드 인 짱깨 제품이지만 뿌듯하다.

 

 

   

 

보고타 외곽까지 차를 몰고 나가서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맛집이었다.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바로 한명 내려서 줄 서있고 나머지가 주차하고 뛰어왔겠지만,

 

얘네는 라틴이니까, 그냥 천천히 주차하고 천천히 다른 차 기다리고 천천히 가서 천천히 느긋하게 기다린다.

 

아오 속터져.

 

 

   

 

뭘 파는지도 잘 모르는 식당이라 에두아르도와 식구들이 메뉴를 정해준다.

 

왼쪽부터 에두아르도, 이름 모를 청년(에두아르도 부인인 죠한나의 남동생), 그리고 죠한나.

 

 

   

 

그리고 오른쪽부터 오뎃, 그리고 리카르도의 새로운 여자친구인 리한나 이다.

 

디한나인지 리한나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 부르면 된다.

 

리한나는 무슨 산업관리자? 뭐 그런거라는데 자차 보유자다… 그것도 외제차… 뿌잉뿌잉.

 

(이 글 올릴때쯤 안 사실인데 리한나가 아니라 디안나 란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랑 똑같은 이름임.)


 

   

 

이 가게의 시스템은 대략, 메뉴를 정해 왼쪽에서 주문하고 오른쪽에서 받는 시스템이다.

 

각종 고기를 파는 음식점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고기만 판다.

 

샐러드나 뭐 사이드메뉴 이런 거 없다. 순수 고기만 판다.

 

 

   

 

소, 돼지, 닭, 플라타노(바나나 비스무리한거), 아레빠(옥수수 빵), 노란감자(콜롬비아에서만 맛 볼수 있단다) 등을 저렇게 바로 구워서 준다.

 

우리나라 순대와 똑 같은 음식도 있었고, 곱창도 구워서 준다.

 

 

   

 

그러면 저렇게 말도 안되는 메뉴가 탄생한다.

 

보면 알겠지만 죄다 고기다. 고기가 아닌거라고는 옥수수와 감자, 아레빠 뿐…

 

소스도 별거 없다. 저걸 그냥 손으로 집어서 먹는다.

 

정말 엄청나게 많이 시키고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 난 이래서 콜롬비아가 좋다. 고기가 고기가 아니다. 질리게 먹을 수 있다.

 

 

   

 

그렇게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고기를 먹었다.

 

나와 진희는 계속해서 "무이 제뇨"(너무 배 불러요.)를 외쳤으나, 오뎃은 말했다. "노".. 뭐가 아니라는거여.. 내가 배 부르다는데…

 

군대 100일 휴가 복귀 날 아침 내키지 않았지만 어거지로 먹었던 짜장탕수육 셋트가 생각난다.

 

콜롬비아나(콜롬비아 음료수)+맥주로 만든 음료수를 마시고 고기를 먹고 다시 음료수 마시고 고기 먹고 무한 반복.

 

그리고는 우리를 위해 전망이 좋은 술집으로 향했다.

 

 

   

 

뒤로 보이는 게 보고타 시내다.

 

콜롬비아 친구를 둔 덕분에 콜롬비아에서는 여행자로써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다 해본다.

 

고급 음식점도 가보고 이렇게 차타고 나가야 하는 로컬 맛집도 가보고…

 

게다가 진희가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해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다들 좋아한다. 다행이다.

 

물론 진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술집이지만 다들 차를 가지고 온 관계로, 간단하게 커피,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먹는다.

 

후식을 먹으면서 내가 진희에게 만들어 준 동영상(1년 전 콜롬비아에 녹화 해 간, 파울로, 리카르도, 리나, 오뎃의 영상)을 보여줬다.

 

물론 리카르도의 전 여친이 나오는 관계로 리카르도의 새여친이 없을 때 빠르게 보여줬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하고나서 이 자리에서 헤어졌다.

 

다들 진희를 좋아했고, 진희 또한 그들을 좋아했다.

 

콜롬비아에 와서는 이방인이 아닌 손님이 되는 기분이다.

 

언제나 기분 좋고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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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일주 루트를 정할 때,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중 어디를 갈 것인지부터 정했다.

 

그 다음에 그 나라들을 이어가면서 중간에 있는 나라들을 방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진희가 정한 나라는, 미국, 볼리비아, 페루, 남아공, 프랑스 등이었고.

 

나는 단 4개. 영국, 남극, 북극, 콜롬비아. 였다.

 

영국은 개인적으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생각해서 가고 싶었고, 남극, 북극은 원래부터 가고 싶었고.

 

콜롬비아는 순전히 리카르도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집어넣었다.

 

사실 콜롬비아는 별로 볼게 없다. 집어서 말하자면 보고타는 별로 볼게 없다.

 

도시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고… 자연풍경은 개인적으로 인도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진희도 알아보더니 별로 볼게 없단다. 하지만 본인을 위해서 친히 콜롬비아에 동행해 주셨다.

 

 

   

 

오뎃의 집이다. 햇빛도 잘 들어오고 깔끔하다.

 

대신 문제는 차도 바로 앞이라서 아침 7시만 되면 자동으로 잠에서 깬다. 너무 시끄러워서…

 

 

   

 

오뎃이 우리의 아기는 콜롬비아에서 생겼으면 좋겠다고 스페인어로 말했고,

 

리카르도는 그 내용을 우리에게 영어로 말했고,

 

나는 오늘밤 최선을 다하겠다고 영어로 말했고,

 

진희는 나에게 까불지 말라고 한국말로 말했다.

 

 

   

 

1년하고도 3개월만에 만난 리카르도.

 

리카르도는 아침부터 센스 있게 그루폰을 들고 나타났다. 여자친구가 준거란다. 센스 있는 여자친구 좀 보고 싶다.

 

 

   

 

내가 저번에 왔을 때 오뎃이랑 같이 먹고는 깜딱 놀란 Presto다.

 

그 엄청난 크기를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뉴욕에서 만난 치의느님께서 남미를 돌며 사업 아이템을 하나씩 적고 계시다 그랬는데,

 

나도 이거 하나 적어가야겠다.

 

크라제버거보다 맛있고 롯데리아보다 저렴하고 버거킹보다 크다.

 

 

   

 

예전에 리카르도, 리나랑 같이 들렀던 falabella라는 쇼핑몰이다.

 

오뎃의 집 바로 앞에 있었다.. 아직도 뉴아이패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우리를 위하여 친히 데려가주었다.

 

 

   

 

그리고 보게 된 뉴아이패드. 16기가 Wi-Fi모델의 재고가 있단다.

 

우리는 이날부터 약 3일간에 거쳐 콜롬비아 TAX BACK제도에 대하여 심도있게 공부하였고,

 

지금은 콜롬비아 회계사 자격증을 따도 될 정도다.

 

 

   

 

멕시코서부터 쿠바를 거치며 우리는 제대로 된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리카르도에게 후안 발데스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사실 할 얘기가 이거밖에 없었다.

 

뭐라도 입에 자꾸 넣어야지 안 어색하지.ㅎㅎ

 

 

   


리카르도는 현재 직업이 없다…. 아오 슬퍼. 하기에는 나와 진희도 직업이 없으니 스킵.

 

리카르도는 친구와 함께 인도네시아쪽이랑 무역업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고 그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갔다.

 

(리카르도는 원래 집에 살고 있고, 우리가 있는 동안은 오뎃도 그 집에 가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할 일 없는 우리는 동네 마실을 나갔고, 다시 한번 falabella로 향했고, 다시 한번 뉴아이패드를 봤고, 다시 한번 울었고.

 

 

   

 

오뎃의 집에 오뎃이 사다준 엄청난 먹을거리들이 있었지만, 남의 것을 주워먹기에는 너무 죄송해서,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좀 샀다.

 

예전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오뎃과 리카르도는 우리 걱정을 너무 많이 해줘서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해만 지면 집으로 와서 피씨방처럼 열심히 뉴스를 보고 있다.

 

 

오늘은 한국 날짜로 5월 3일이다.

 

갤럭시S3가 런던에서 발표를 했고, 네이트의 랭킹뉴스 상위 5개는 모두 삼성의 기사로 도배 되었다.

 

갤럭시S3는 정말 대단한 기기였고, 리플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뉴아이패드를 샀다. 삼성 꺼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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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5개월 전쯤에.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내 한달 월급이 넘는 거금을 들여서 콜롬비아만 즐기고 돌아갔다.

 

사실, 마지막 공항에서 엄청나게 울었다.

 

다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다시 콜롬비아에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울었던 거 같다.

 

내가 울자, 리카르도와 오뎃이 말했다.

 

"준. 울지마. 너가 원하면 언제든 콜롬비아로 와. 우리 집은 너희 집이나 마찬가지야. 언제든 환영할게."

 

그래서 난 다시 갔다. 리카르도는 지금쯤 후회하고 있겠지.

 

 

   

 

집에서는 잘 안 먹던 아침도, 여행 다니면 무조건 챙겨먹는다. 특히 공짜 아침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어 역시 데싸쥬노~ 아침이라는 뜻이다.


이 날 아침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점심을 조금밖에 못 먹었다… 결국 콜롬비아 도착할 때쯤에는 배가 고팠다.

 

 

   

낮에 보이는 쿠바의 바다. 환상적이다.

 

게다가 물이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수영하기에 딱 좋은 바닷물이다.

 

 

   

 

비행기 시간이 너무 많이 변경되어서 리카르도가 맞춰서 나오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급한 마음에 10분에 천원이 넘는 인터넷을 사용해서 리카르도에게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쿠바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국가에서 발행한 카드를 사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가격은 대략 10분에 천원. 게다가 속도는 천리안 수준으로 나온다.

 

Facebook 접속하는데 정확히 20분이 걸렸다.

 

리카르도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대략 내용은 데리러 갔는데 비행기 스케쥴이 변경되어서 다시 집으로 왔다. 내일 확인해보고 딱 맞춰 가겠다.

 

그리고 우리집은 형네 사무실로 바뀌어서 너를 재워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 좋은 호스텔을 추천해주마.

 

였다.

 

절망적이었다.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지고 재미도 없고 입맛도 없고…

 

콜롬비아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리카르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실 콜롬비아는 다른 남미나라에 비해서 그다지 볼게 없다.

 

호스텔에 묵게 되면 아무래도 리카르도 가족을 적게 만날 수밖에 없고.. 그 사실이 슬펐다.

 

 

   

 

게다가 맥주인줄 알고 4개나 사온 이게… 무알콜 음료수였다.

 

아 빡쳐. 아오. 아오. 되는 일이 없네.

 

 

   

 

리카르도네 집에서 못 잔다고 생각하니 급 우울증에 빠져 무기력해졌다.

 

호텔 로비에서 남들이 사진을 찍든 쳐다보든 그냥 무시하고 저러고 잤다. 2시간쯤 잔 거 같다.

 

 

   

 

게다가 쿠바는 무조건 출국세를 내야만 한단다.(비행기표에 포함되거나 그런거 없음. 무조건 현금으로 그자리에서 내야 됨)

 

둘이 합쳐 50페소.. 우리나라돈으로 대략 5~6만원…..

 

우리 비행기표에 출국세가 포함되어 있을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무참히 깨뜨렸다.

 

그래서 ATM기 가서 돈을 더 뽑으려고 했는데… fail… 스페인어를 선택해도 안된다… 뭐다냐.. 왜 안되지.

 

어쩔 수 없이 비상금중 100달러를 깨서 환전하려고 하는데, 카드도 된단다.

 

오…. 기쁘기보다는 첫날 환전해버린 유로가 아까웠다.. 카드 되는걸 진작 알았더라면.. 아…

 

 

   

 

입국심사도 아닌 출국심사하는 곳의 사진이다.

 

정말 느릿느릿한 속도로 한명씩 세세하게 출국심사를 거쳤다.

 

출국세 때문에 환전소에서 시간을 많이 뺏긴 우리는 결국 사무실로 달려가서는 우리 비행기 시간 다됐는데 줄이 너무 길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그러길래 왜 늦게 왔냐. 우린 너희를 도와줄 수 없다."

 

이 새킈들이 우리 가카께서 민영화 한번 시켜줘야 아.. 우리가 서비스 정신이 부족했구나 싶을끼야…

 

뭐 어쩔 도리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우리를 착한 흑형 한명이 데려다가 익스프레스로 통과시켜 주었다.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난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공항 나가자마자 손을 흔드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보였다.

 

마구 달려가서 키스를 퍼부어주지는 않았지만 너무 반가웠다.

 

오뎃도 같이 나왔다.

 

중간에 있었던 일을 간단요약 하자면.

 

  1. 리카르도, 오뎃이 친히 차를 끌고 마중 나옴.
  2. 생각치 못한 마중에 놀라 내가 말하는게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한국말인지도 헷갈릴 정도였음.
  3. 오뎃에게 우리가 묵을 숙소의 주소를 알려주었음.
  4. 오뎃이 그 동네는 너무 위험하다면서 안된다고 함. 우선 오늘은 늦었으니 우리집에서 자고 밤에 인터넷으로 다시 알아보라고 함.
  5. 생각이 바뀌셨는지 그냥 보고타에 있는 동안 오뎃의 집에서 머물라고 해주심.
  6. 현재 오뎃은 따로 나와 살고, 리카르도는 원래 집에 살고 있음.
  7. 오뎃이 원래 집으로 가서 리카르도랑 같이 지내고, 나랑 진희에게 집 한채를 통째로 빌려주심.
  8. 결론 : 지금 오뎃의 집에 머물고 있으며, 리카르도가 휴대폰까지 만들어줬음.
  9. 진희 앞에서 목에 힘을 너무 줬더니 어깨가 결림.
  10. 이상.

 

 

    

 

앞으로 보고타에 있는 동안 쓰게 될 오뎃의 집에 대한 설명을 듣는 진희.

 

지금 난 저기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놀고 있다.

Posted by v멍군v
Mung2012. 5. 5. 16:27

난 콜롬비아에 있고.

올때마다 온 정성을 다해 나랑 놀아주는 리카르도가 있고.

말도 안 통하지만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오뎃이 있고.

처음 보는 콜롬비아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진희가 있다.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앞으로의 일정을 짜고 진희와 싸우고 돈 걱정을 하고 취업 걱정을 해도 괜찮다.


분명 내일 아침 일어나면 기억도 안 날 행복이지만.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