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예상치 못한 스케쥴에 둘은 뻗어버렸다.

 

자기 전에 진희가 리카로드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준. 내가 더 기뻐. 그리고 내일 아침 9시에 오뎃이 너희집으로 갈꺼야."

 

꾸엑. 늦잠 자기는 글렀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뎃의 집을 쓸고 닦고 정리하고 오뎃을 맞이했다.

 

 

   

 

오뎃은 아레빠와 무슨 다른 빵을 사왔다.

 

리카르도가 없었으므로 우리의 대화는 100% 스파니쉬만을 사용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스파니쉬 대화 덕분에 우리는 급피곤해졌다.

 

그나마 구글신이 계셔서 다행이었다. 구글 번역기는 노벨상 감이다.

 

 

   

 

오랜만의 스파니쉬 폭격 덕분에 나는 뻗어서 낮잠을 잤고, 진희는 뭐 했는지 모르겠다.

 

뭐 잘 놀았겠죠.

 

그렇게 낮잠을 자고나서 밖으로 향했다. 어제 실패한 보테로 미술관을 보기 위하여.

 

콜롬비아는 1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잘사는 사람은 한국보다 잘 살았고, 못 사는 사람은 인도보다 못 살았다.

 

 

   

 

콜롬비아 곳곳에는 저렇게 MINUTOS 100이나 150, 200이라고 써있는 노점들이 있는데,

 

저건 휴대폰을 빌려주는 상점이다. 저기 가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그 시간만큼 돈을 지불하면 된다.

 

우리나라 공중전화와 같은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리카르도가 따로 개통한 휴대폰을 줘서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LU6200에 콜롬비아 TIGO의 USIM칩을 꼈더니 정상동작한다… 우왕ㅋ굳ㅋ

 

출국 전 LGU+에 LU6200 컨트리락 풀려있냐고 문의했더니 안 풀려있다고 못 쓴다 그랬는데.. 그 직원 누군지 궁금하다.

 

 

   


보테로 미술관 입구에 있는 손바닥 동상.

 

보테로는 모든 사물을 저런식으로 뚱뚱하게 표현한다… 사실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지만 다들 대단하다니까 대단하구나 싶다.

 

 

   

 

오른쪽이 보테로가 만든 살찐 고양이고, 왼쪽이 진희다.

 

아니다. 오른쪽이 진희인가.

 

 

   

 

보테로 미술관은 화폐박물관이랑 현대미술관인가.. 그렇게 3개가 이어져 있는데,

 

박물관이나 예술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보테로 미술관만 보고 나왔다. (3개 모두 무료임)

 

나오자마자 왼쪽길로 쭉 가면 볼리바르 광장이 나온다.

 

 

   

 

저번에 오뎃과 단 둘이 오는 바람에,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스케이트를 탈뻔 한 볼리바르 광장이다.

 

1년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비둘기가 엄청 많이 늘었다는거 정도?

 

그리고 어제 시위대가 물감을 던져대서 광장 주변이 온통 물감범벅이 되어 있다는거 정도.

 

 

   

 

어디 학교에서 소풍 온거 같았는데,

 

이놈들은 볼리바르 광장을 온건지 동물원을 온건지, 자꾸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원숭이 처음 보나.

 

 

   

 

배가 고파 밥집을 찾아 헤매던 중 군바리들이 보였다.

 

시간이 5시쯤인걸 보니 국기계양식을 하러 가는 거 같았다.

 

군악대, 근위병, 군인 등 온갖 사람들이 저렇게 행진을 해서 대통령궁까지 들어간다. 대략 300미터정도 행진하는 듯.

 

뜻하지 않은 볼거리에 우리는 잠시 구경했다.

 

 

   

 

동원이 끝난 예비군의 위엄.

 

이 몸은 이제 군번도 기억이 안 나는 짬이 넘치는 예비군임.

 

 

   

 

국기 계양식을 보고나니 더 배가 고파져서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대충 보면 Hoy(오늘의 메뉴)라고 써있고 아래에 쭉 뭐가 써있다.

 

종류를 고르는 거 같은데 스페인어를 몰라서 주인장의 도움을 받았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서 코를 손가락으로 들고 꿀꿀 거렸다.

 

그러자 주인장이 Pollo란다. 흠. 이게 돼지인가 보구만. 그걸로 시켰다.

 

 

   

 

코가 들리고 돼지 소리를 내는 닭다리가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돼지는 쎄르도, 소는 까르네, 닭은 뽀죠라고 부른단다… 잉긱.

 

망할 주인장. 닭이 많이 남아서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줬을꺼야...

 

 

   

 

밥을 다 먹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뭔지 모를 시장을 발견했다.

 

분위기가 기념품을 도매로 파는 시장 같았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사고 그냥 둘러보기만 했다.

 

 

   

 

기념품 도매시장 반대편에도 꽤 큰 시장이 있었는데…

 

전자제품, 옷, 조명 등등 안 파는게 없었다.. 배낭 풀커버를 사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대답은 모두 없단다…

 

우리는 배낭이 아니라 배낭을 전부 덮는 배낭커버(레인커버 아님)를 사려고 했는데…

 

스페인어를 몰라서 온갖 손짓발짓으로 찾아 헤맸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커버는 코헤르 라고 부르는 거 같다.. 근데 여행용 풀커버는 이 나라에 없는 거 같다…

 

 

 

이렇게 콜롬비아에 와서 여행자다운 하루를 마쳤다.

 

미술관을 보고 박물관을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고…

 

콜롬비아에는 밤사진이 별로 없는데.. 이유는 오뎃이랑 리카르도가 해가 지면 절대 나가지 말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우리는 항상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서 히끼코모리처럼 지낸다.

 

콜롬비아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는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안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현지인인 오뎃, 리카르도 그리고 백화점 점원들도 위험하다고 하는거 보니 내가 모르는 뭔가 위험이 있는 거 같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준은 안전 이므로… 괜히 모험하지 않기로 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