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1. 10:56

우리가 와라스에서 가고자 하는 곳은 바로 69호수.


대략 해발 4600미터쯤에 위치한 호수인데, 난이도가 상당하다.


가장 중요한건 시간제가 있다는점.... 대략 5시간 내로 완주해야지 집에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가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하다기에, 이날 동네뒷산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아침은 든든하게 고기!!!


근데 이건 8솔짜리(대충 4천원) 진희꺼였다... 나는 나름 6솔(3천원)짜리 저렴한걸 시켰는데...





망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고수범벅 볶음밥이 나와버렸다.


옛날부터 해외 나가면 고수범벅인 음식들이 싫었는데... 제대로 걸려버렸다.


그래도 배가 고팠기에 먹을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동네 뒷산 전망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같이 지내게 된 동생분이 추천하길래 같이 따라갔다.


방에만 있어도 딱히 할건 없고.. 그냥 고산에 적응할겸 따라갔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꽃시장이 펼쳐져 있길래,


여긴 뭐하는 곳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공동묘지 앞이었다...;;;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갖가지 묘비들이 가득했다.


주로 성모 마리아상과 십자가가 주를 이뤘지만, 음침하다기보다는 이쁜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지옥의 오르막길.


제기랄. 택시가 안 올라가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경사도 가파르고... 완전 땡볕이었다.





중간쯤 올라갔을때 이미 사진과 같은 시내 전경이 펼쳐졌다.


이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었으나... 더 올라가면 더 이쁜 전경이 펼쳐질거 같아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남미에서는 계속해서 고지대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고산병이나 체력적인 한계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바지 아님. 긴바지인데 더워서 걷어올리고 걸어가는거임.


여행하면서 보면, 클라이밍 팬츠를 입은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다.


외국애들은 상의는 아웃도어를 입어도.. 팬츠 같은 경우는 그냥 카고바지 종류로 입고 다닌다.


하지만 클라이밍 팬츠 짱임. 장시간 버스 탈때도.. 많이 걸어다닐때도.. 엄청 편하다.


종로 광장시장에서 14000원 주고 주워온 바지였는데도 꽤 괜찮았다.


물론 빨래하면 시커먼 물이 빠진다.





딱 보기에도 시내가 작아 보인다.


차도 별로 없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고...


이상하게 짓다만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이때만 해도 페루 느낌이 인도랑 비슷했고, 우리나라보다 한참 못 산다고 생각했는데.


페루의 수도. 리마에 와서 보니까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거 같다.


궁금해서 인터넷 뒤져봤는데 GDP나 GNP같은게 우리나라랑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드디어 정상.


정말 이게 끝이다. 그냥 커다란 십자가 하나가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흰색이라 그러고... 어떤 사람은 파란색이라 그랬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노란색으로 변신한 후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저 노란 십자가가 끝이다.





주변에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많아서, 시내에서도 멀리 설산이 보인다.


네팔의 포카라와 비슷한 느낌의 동네다.


시원하고 한적한 동네에.. 주변에 만년설이 둘러싸고 있는 그런 느낌.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없는 정상에 실망한채 다시 하산했다.


내가 고산지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공기가 맑고 깨끗하고 서늘하고 풍경이 멋져서.


바닷가 동네는 놀기 좋고 술마시기는 좋은데.. 습하고 덥고 짜증나고 빡치고 아오.





진희랑 둘이서 돌아다니다가 먹은 꼬치구이.


이것저것 파는데 뭔지 몰라서. 하나를 정한뒤 까르네? 까르네? 이렇게 물어봤다. (소고기임? 소고기임?)


근데 아줌마가 까르네 어쩌고 한다. 소고기가 맞는거 같다.


넬름 집어먹었더니... 


엄마가 어릴적에 눈에 좋다면서 반강제로 섭취하게 했던 소간이었다....


아오. 비려. 그래도 돈 주고 사먹은 것이므로 다 먹어야 했다.





다시 동생분을 만나서 가게 된 CHIFA.


우리나라에서 중국집을 짱깨라고 부르듯이... 얘네는 치파 라고 부른다.


로컬식당만큼이나 치파가 많이 눈에 띄는데...


특이사항은 저렴한 가격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느끼한 음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렇게 1리터짜리 병콜라를 같이 마셔야지만 식사가 가능하다.





같이 간 동생분이 그토록 찾아해매던 탕수육을 여기서 찾았다.


물론 우리나라 탕수육이랑은 많이 달랐지만 2%정도 비슷한 맛이었다.


소스가 엄청나게 달고 불량식품맛이 강하게 났다.


마치 데미소다를 졸여서 만든 소스같았다.


가격은 아름답게도 9솔(4천원정도).





우리가 원하는 단 하나. 69호수를 가기 위해서는 투어신청이 필요했다.


원래는 공공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으나.. 그럴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되는데다가,


오후 4시까지 하산하지 못하면 마을로 못 돌아온단다. 그래서 포기.


그렇다고 끝까지 우리를 기다려주는 택시를 빌리려니까 150솔(대충 7천원?)..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 안하지만 돈 아까워서 포기.


그래서 결국 투어버스를 이용했다.


공공버스랑 똑같지만, 숙소까지 데리러 와주고...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69호수 트래킹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가격이 쎈편이라 망설였는데... 스페인어 잘하시는 분께서 깍고 깍고 또 깍아서 40솔(대충 2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었다.




와라스에서 만난 스페인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을 보니, 스페인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게다가 공부의 신. 배진희님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손짓발짓으로 해결하기에는 힘든 일들이 너무나 많기에 계속해서 스페인어 공부중이다.


비록 영어도 제대로 못하긴 하지만.. 영어 50점. 스페인어 50점. 이렇게 되면 합이 100점이니 뭐라도 되겠지.


이렇게 2일간 와라스에 적응기간을 가지고 드디어 내일 대망의 69호수에 도전한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5. 31. 23:07

국토의 70%가 산으로 되어있다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상당히 좋아하는거 같다.


등산용품 판매량을 봐도 그렇고... 제주 올레길에 사람이 몰리는 것만 봐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지, 트래킹이 유명한 도시에 가면 항상 많은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대충 36시간동안 버스만 타고 돌아다니면 저런 몰골이 된다.


이젠 모르겠다. 


그냥 되는대로 살아야겠다. 저 티셔츠는 콜롬비아에서 샀는데 왜 뉴욕이 적혀있는거지.


가이드북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한국사람들이 추천한 숙소로 갔더니...


역시나 한국사람들이 많았다. 


피우라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동생분부터.. 전세계를 돌아다니신 두분이 그곳에 계셨다.





트래킹이 유명한 동네. 와라스에서 나는 여행중 가장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모두들 산 타러 왔다고 했다.


원래 나는 관심도 없는 동네였는데.. 진희가 꼭 봐야 될 호수가 있다고 해서 끌려왔다.


참고로 이날은 어린이날 비슷한거라서 축하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었다.


분명 어린이를 위한 날인데, 어린이들이 전통복장을 하고 땡볕에 아스팔트를 걷고 있었다. 불쌍해라.





배고파서 먹은 깔도 데 까지냐?... 뭐 그런이름. 대충 뜻은 치킨스프.


눈에 보이는게 전부인 정직한 음식이다.


닭고기 하나랑 스파게티면을 넣고 끓여서 만든 음식이다.





이게 그 유명한 페루의 잉카콜라.


페루인들은 코카콜라보다 잉카콜라를 더 많이 마신다.


이름이 콜라라서 그렇지, 맛은 전혀 콜라스럽지 않고... 뭐랄까.. 약간 데미소다 맛이 나면서 더 강한 불량식품 맛이 난다.


여하튼 난 코카콜라가 더 맛있더라.





길거리에서 사먹은 레몬쥬스.


저렇게 전통복장을 하신 분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신기한건 모자의 높이.


저정도는 낮은거고.. 높은 사람은 일부러 웃기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모자가 높이 솟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햇빛이 강해서 모자는 써야겠는데... 높이가 낮으면 더우니까 높이 올린게 아닐까 싶다.


어때? 그럴싸하지?





한국분들이 밤에 고기를 구워드신다길래 같이 따라나섰다.


피우라에서 만난 동생도 그렇고, 숙소에 계시던 분중 한분이 스페인어를 엄청 잘하셨다.


덕분에 그분들과 같이 다니는 동안 아무 문제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스페인어를 잘하니까 투어비용도 더 깍아주고.. 물건도 쉽게 사고.. 여러모로 편했다.





정육시장에서 소고기를 사는 모습.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마치고 놀러온 동생분은 소고기의 질이 별로라 하셨지만...


나랑 진희는 싸구려입맛이라 그저 맛있었다.



와라스에는 수많은 트래킹 코스뿐 아니라, 빙벽등반부터 빙하투어 등등...


별별 산에 관련된 투어가 많이 존재한다.


그 중 유명한건 3박4일간 텐트에서 자면서 돌아다니는 산타크루즈 트래킹.


그리고 당일치기로 극한의 경험을 할 수 있는 69호수 투어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스카 문양 하나만을 보기 위하여 나스카를 찾듯이...


우리는 69호수 하나만을 위하여 와라스로 왔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5. 31. 11:00

누군가 말했다. 남미여행 일정의 절반은 이동시간이라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돈 없는게 죄라고.


두개가 합쳐진 우리는. 닥치고 야간버스.


남미의 야간버스는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안 타고는 여행할 방법이 없었다.


비행기가 최적이긴 하지만.. 남미는 비행기표가 이상하리만큼 비싸다.


독점인 지역이 많아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여하튼 우리는 야간버스를 탔다.





꾸엔까에서 탄 버스가 새벽 1시가 좀 지나서.. 갑자기 멈춘다.


버스를 갈아타야 되는거 같길래 내려서 짐을 앞버스로 옮겼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잘 안 알려준다. 이럴땐 눈치껏 행동해야 된다.


잽싸게 앞버스로 짐 옮기고 자리를 맡고보니 출국사무소인거 같다...


운전기사에서 출국사무소냐고 도장 찍어야 되냐고... 손짓+발짓+마임으로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출국사무소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에콰도르쪽 출국 + 입국을 담당하는 사무소였는데...


이상하게 줄이 안 줄어든다.


물어봤더니 시스템이 고장나서 기다려야 된단다.


언제까지?


그런게 어딨나. 여기는 남미. 느긋하다. 낙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일이 발생했으면 지금쯤 외교부장관 불러내라고 난리를 쳤을텐데...


여기는 남미. 그냥 기다린다. 될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여기서 새벽 5시까지... 4시간정도 기다린거 같다.


하지만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공무원 하기 좋은 나라다.





겨우겨우 출국도장을 받고 버스를 갈아타고 페루로 넘어왔다.


어디가 국경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페루쪽 입국사무소에 내렸다.


이번에는 어떤 아저씨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다 알려준다.


입국카드에는 뭘 적으라는등.. 볼펜도 빌려주고 길도 안내해주고...


오... 페루 공무원은 친절하구만. 뭔가 달러.


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팁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약간 호구처럼 보이는 외국인에게 접근해서 펜 빌려주고 줄 세워준 다음에 팁을 요구한다.


누군가 볼펜 빌려준다 그러면 됐다고 하는게 돈 아끼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정말 큰 팁 하나.



페루랑 에콰도르 국경지역에는 귀뚜라미인지 매뚜기인지 모를 괴생명체가 엄청나게 많다.


정말 줄 서있다보면 검지손가락만한 곤충들이 마구마구 날아다니고 머리에 붙고 몸에 붙고 다리에 붙고 난리다...


곤충 싫어하시는 분은 대비 좀 하고 가는게 좋을듯.





겨우겨우 피우라에 도착했다. 


우리의 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는 다시 뜨루히요를 통해 와라스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우리는 페루돈이 없었다. (페루는 솔이라는 단위의 돈을 씀)


버스터미널에서 물어봤더니, 갑자기 택시기사 한명을 소개 시켜준다.


환전소까지 가는거 + 뜨루히요 가는 버스 터미널 가는거. 해서 6솔에 해준단다.(대략 3천원)


피우라는 정말 더웠다. 콜롬비아부터 고지대에 있던 우리는.. 갑자기 내려온 저지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너무 더워서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너무 급하게 일이 진행되는게 불안해서 찍어둔 택시사진.


택시기사가 보는데 찍은 이유는.


"누구든 나를 건들면 아주 그냥 뭐된다는 경고의 메세지"였다.


근데 택시강도보다 더 쇼킹한 일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바로


위조지폐.





우리가 에콰도르에서 목숨 걸고 뽑은 돈중에 위조지폐가 섞여있었다.


분명히 은행 ATM기를 통해서 뽑았는데... 그 중 한장이 위조지폐였다.


환전소에서 안 바꿔주길래... 왜 안 바꿔주나 해서 다른곳에서 시도해봤더니... 위조지폐란다.


헐.. 님하. 왜 이러세요. 저는 호구가 아닙니다. 장난은 이제 그만.


그리고는 은행으로 가서 쿨하게 바꿔달라 했더니. 기계까지 동원해서 위조지폐임을 확인시켜준다.


.........


28년간 살아오면서 난생 처음으로 위조지폐를 봤다.


원래 같으면 은행에서 신고해야 되지만... 내가 기념품으로 갖게 달라고 했다.


남자직원이 조용히 하고 그냥 가져 가라고 해서 입 다물고 기념품 삼아 가져왔다.


20달러짜리 위조지폐.... 위조지폐라고 듣고난 다음에 보니 진짜 위조지폐 같았지만...


그냥 얼핏 보면 절대 구분하지 못할만큼 정교했다.





멘붕에 빠진 우리를 구해준 도시락.


돈이 없는 관계로 길거리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다가 버스터미널에서 먹었다.


페루는 이상하게 공용터미널이 없고....


그냥 버스회사마다 터미널을 따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버스회사마다 가는 도시, 시간이 다 다르므로.... 버스 이용하는데 좀 불편함이 따른다.





우리가 이용한 버스는 LINEA버스.


고급스럽고 안전한 버스다.


이런 버스회사가 10개도 넘게 도시 곳곳에 깔려있다.


보통 한군데에 모여있기는 하지만... 몇개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여하튼 버스 타기 전에 항상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은 필수다.





멘붕에 빠진 모습.


정말 위조지폐의 충격은 오래 갔다.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ATM기에서 위조지폐가 나왔다는 사람이 또 있었다.


더 놀라운건 그 사람의 위조지폐는 크기 자체가 달랐단다.


에콰도르의 ATM기는 무슨 기준으로 위조지폐를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아예 판단하지 않는거 같다)





남미에서 고급버스는 보통 2층버스다.


우리는 2층의 가장 앞자리에 탔는데... 덕분에 이렇게 전망이 좋다.


영국에서 2층버스 탔을때처럼 왕이 된 듯한 그런 기분.





으잉.


내가 아는 페루의 이미지는 정글이었다.


캄보디아 같이 정글을 헤치다보면 돌무더기가 나오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졌다.


아랍사막 같은 고운모래는 아니었고... 애리조나 사막 같은 그런 터프한 사막이었다.





지옥의 까하스 국립공원에서 만신창이가 된 신발을 말리는 모습.


나는 그나마 겉에만 빨았는데.. 진희는 완전 다 빨아서 이렇게 말릴 수 밖에 없었다.





뜨루히요 갈때 지나치는 치클라요라는 도시.


어제 밤에 출발해서.. 오늘 하루종일 버스에만 앉아 있는 셈이다.


이제는 멜론100곡도 지겹고... 게임도 지겹고... 책 읽는것도 지겹다.


엉엉... 가장 싫은건 몸에서 군내가 난다는 것.


나름 신혼인데.. 서로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있다.





뜨루히요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이었다.


이제 여기서 다시 와라스 버스를 타고 내일아침까지 달려야겠지. 


나름 고급버스라서 화물도 이렇게 공항처럼 내려준다.


근데 우리의 야심작. 배낭커버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새로 이어붙인 부분은 튼튼한데...


원래 가방에 달려있던 커버가 레인커버 수준이라서 조금만 잡아당기면 다 찢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청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



얘기를 들어보면, 아르헨티나에 가면 55시간 버스도 타야 된다 그러고, 2박3일 버스도 있다 그러고... 뭐 별 얘기가 다있지만,


확실한건 남미에서 육로이동을 하다보면 엄청난 이동시간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건.


아무리 버스시간이 길고 힘들다 해도... 인도 북부 버스에 비하면 천국이라는 점.


그래서 그런지 난 아무런 불평도 없고 의자가 뒤로 젖혀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타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감사한줄 안다고 본다.




지금은 나스카. 좀 있다가 리마로 간다.


오늘밤도 야간버스다.

Posted by v멍군v

여행하기 쉬운 국가는 어딜까. 그리고 어려운 국가는 어딜까.


내 경우에는. 그냥 물가가 싸면 여행하기 쉽고. 비싸면 여행하기 어렵다.


물가가 싸면 이것저것 잘 먹고 택시타고 투어버스 타고 돌아다니면 되는거고...


비싸면 물도 못 사마시고 수돗물 마시고 투어버스는 커녕 걸어서 돌아다녀야 되니까.....


그래서 결론은.


에콰도르 쨔응.





그간 정들었던 꾸엔까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남미국가는 희한하게 체크아웃 시간이 좀 이른 편이라.. 이 날도 10시쯤에 체크아웃을 했다.


문제점은 남미에서는 주로 야간버스를 타기 때문에 밤까지 할게 없다는 점...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방을 빼고나서 거실 같은곳에 머무는 것은 허락하는 거 같은데...


거기서 하루종일 뻐길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방을 빼고 꾸엔까 시내에 있다는 잉카 유적을 찾아 나섰다.


잉카인지 아즈텍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방치된 유적이 있단다.


걸어가는 도중에 찍은 희한한 다리...


잘 보면 다리 마지막에 막혀있다... 전망대 용도도 아닌데... 뭔 목적으로 지은지 모르겠네.





이게 바로 시내 중간에 있는 유적지.


무슨 유적지인지 설명도 없고.. 유적지인지 아닌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대충 사진 왼쪽에 4개의 칸이 있는걸로 봐서는.... 화장실인가?





너무 할일이 없길래 꾸엔까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보통 아침에 체크아웃 하고나서는 와이파이가 되는 커피숍에 가서 시간을 떼우는 편이다.


가까운 곳 투어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그러면 땀나고.. 땀나면 10시간이 넘는 버스에서 계속해서 찝찝하니까...


그냥 동네에서 죽치고 앉아있는다.





시간이 안 가길래... 저번에 슈퍼 찾다가 발견한 큰 쇼핑몰에 갔다.


1층은 상점, 2층은 음식점인 이 희한한 쇼핑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가격표를 보면 대충 물가가 짐작이 된다.


에콰도르는 미국달러를 쓰기 때문에 저기에다 1200원 곱하면 가격이 나온다.


경제위기로 인해 자국의 화폐를 포기한 에콰도르.... 왠지 불쌍하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인지... 동전은 자기나라꺼도 쓴다... 미국꺼 자기나라꺼 다 쓴다.





1층의 상점들은 나름 고급상점들이었다.


우리가 살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시원하고 와이파이 되고 커피 팔면 그곳이 천국임.





이제 슬슬 버스터미널로 향할 시간이 되었다.


길 가다 중간에 빵집에 들러서 버스에서 먹을 빵을 샀다.


에콰도르 꾸엔까에서 페루의 와라즈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6시간.


다시 말해서 하루 넘게 걸린다.


에콰도르 꾸엔까 - 에콰도르 우아낄라스 - 페루 피우라 - 페루 뜨루히요 - 페루 와라스.


이렇게 버스를 갈아타야 된다...


상세한 과정은 다음 포스트로 넘긴다.





택시 타기 직전에 찍은 우리 숙소 풍경.


택시를 잡고 있는데... 어떤 한 택시가 바로 앞에 서더니 타라고 했다.


조수석에 이상한 남자가 타고 있길래... 머뭇거렸더니..


운전기사가 자기 아들이라고 걱정하지 말고 타란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탔겠지만.. 우리의 가방에는 소중한 아이패드가 있는 관계로 그냥 보내버렸다.


택시강도 만났다는 사람을 여럿 봐서 그런지.. 항상 조심하게 되는 남미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빵과 콜라를 마신다.


남미는 상대적으로 콜라가 싼편이다.. 그래서 거의 하루종일 콜라를 마시고 있다.


특히 1리터짜리 병콜라(페트병이 아닌 병콜라인데 1리터임. 1.25리터짜리 병콜라도 있음)는 맛나다.


콜라 외길인생 25년에 접어드는 본인이 평가하기로는... 1리터짜리 병콜라가 가장 맛난다.





터미널에서 할게 없어서 계속 멍때리고 있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꺼내기에는 우리의 염통은 너무 소심했으며,


그렇다고 자려고 하니 추워서 잠도 안왔다.





우리가 타게 될 풀만 수크레 버스.


간판에 보면 써있는데... 이게 시스템이 희한하다.


우선 에콰도르니까... 풀만 수크레 버스를 타고 에콰도르 국경지역까지 간 다음에....


출국사무소 앞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페루 버스로 갈아탄다.


그 다음에 페루 버스를 타고 입국사무소로 가서 입국도장을 찍고는 피우라라는 도시까지 가는 시스템이다.


거기서 우리가 가려는 와라스까지 가려면... 다시 버스를 타고 뜨루히요로 갔다가 다시 와라스까지 갈아타야 된다.



에콰도르랑 페루는 최근까지도 국경분쟁이 심해서 그런지,


출국사무소랑 입국사무소가 꽤 멀리 떨어져있다. (대충 차타고 10분정도...)


그리고 이 국경지역이 우범지대라서... 항상 조심하는게 좋을듯 싶다.


직접 만난 한국인중에 이 지역을 택시 타고 건너다가 강도를 만나신 분도 있다.




남미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이 바로 페루.


나스카 문양과 마추픽추가 있는 곳이 바로 페루다.


여기 발음으로는 빼루.


그럼 빼루에서 봅시다.

Posted by v멍군v

꾸엔까에서 굳이 볼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까하스 국립공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국립공원이다.. 


트래킹 코스로도 유명한데... 짧게는 2시간짜리부터.. 길게는 일주일짜리까지 있단다..


진희랑 나 둘다 그다지 트래킹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짧게 2시간정도만 걷다 오고자 까하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오길래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더이상 숙소에 있다간 몸에 곰팡이가 쓸꺼 같아서 출발했다.


근데 출발하지 말았어야 됐다. 그냥 곰팡이가 될때까지 숙소에 있을껄... 


우리가 가는 곳이 국립공원이 아닌 지옥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꾸엔까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대충 1~2시간정도 가다보면 까하스 국립공원이 나온다.


외국인 찬스를 사용하여. 버스 안내원에게 "까하스 까하스!!!"라고 말해주면 내릴때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느 남미버스와 마찬가지로... 우선 승차부터 한 다음에 앉아서 자고 있으면 와서 돈 내라고 알려준다.





까하스 국립공원의 초입부 모습이다.


커다란 호수가 있고... 엄청나게 넓은 평야와.. 산들로 가득했다.


까하스 국립공원 자체가 고산지대라서... 이 사진을 찍은 곳이 3500미터정도 됐고...


트래킹을 하다보면 4천미터~5천미터 언저리에서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 하게된다.


다시 말해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정도의 고도에서 계속 걸어다닌다고 보면 된다.





옛날에는 입장료가 10달러(만2천원)하다가.. 장사가 잘 안되는지 2달러(2400원)으로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근데 막상 가서 보니까 공짜다.


아직까지도 공짜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여하튼 우리는 돈을 안 냈다.





가뜩이나 고산지대라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데.. 날씨까지도 거지 같았다.


비가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말지.. 자꾸 부슬부슬 내렸다.





우리는 빨랑 한바퀴만 구경하고 가려고 2시간 코스를 걸었다.


2시간 코스는 그냥 바로 앞에 있는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도는거였는데...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비도 오고... 호숫가 바로 옆이라 길이 질퍽질퍽 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저러고 걸어다녔다.


정상적으로 걸어다니기에는 길 자체가 너무 질퍽거렸고... 나의 신발은 소중했으며...


중간쯤 가니까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2시간 코스 말고 다른 코스들은 전부 가이드를 동행해야지만 트래킹이 가능하단다... 안 그러면 길 잃어버리기 쉽상임)





내가 2시간 내내 본 모습...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따윈 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바로 아래 내 발 닿는 곳 찾기도 버거웠다..





계속 땅만 보고 걷다보니... 내가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걸어다니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서 2초만에 사진 한장 찍고... 다시 걸었다.


날씨 좋을때 트래킹 하면 좋을거 같긴 한데...


얘기를 들어보니.. 고산지대라 그런지 하루에 한번정도씩은 꼭 비가 온단다.





2시간짜리 짧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호수를 등지고 바라보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뭐.. 사실 걸어가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보는걸로 만족했다.





아.. 보기만 해도 다시 짜증이 밀려온다.


까하스 국립공원 덕분에 우리의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가려면 꼭 날씨 좋은 날 가시기를....





길도 정확히 표시가 안되어있어서... 2시간 가량 걸으면서 2번정도 길을 잃은거 같다.


걷다보면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 가면 좋을거 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동물이나 곤충은 하나도 못 봤음. (동물은 마지막에 하나 봄)





지금 사진 보니까 쥬라기 공원 세트장처럼 생겼네....


저 당시에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따윈 없어서.. 그저 땅만 보고 전진했다.





약간 높은 지대로 걸어올라온 후에 찍은 사진.


이렇게 끝없는 늪지대와 평야와 산들이 펼쳐진다..


하루 넘게 트래킹 하시는 분들은 중간중간에 텐트를 치고 잔다는데....


우리가 간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깨끗했다.


여기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추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냥 다녀올만 했다. 정도?





사진으로 보면 잘 안 보이는데.... 꽤나 높은 절벽 끝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다.


이 날 까하스 국립공원 돌면서 진희랑 같이 한 욕이 2천단어 이상쯤 되는거 같다.


아오. 빡쳐.




그렇게 막 돌아다니다가 막바지에 다다르니까...


갑자기 저것들이 나타났다.... 라마인지 알파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얌전히 풀을 뜯어먹고 있길래... 가까이 가서 사진 한번 찍을라고 하는데..


저 놈이 고개를 쳐들고 날 노려본다.


목이 길어서 그런지 풀 뜯다가 고개를 들어올리면 꽤나 위협적이다.


초식동물한테도 저렇게 쪼는데.... 나중에 아프리카 가면 기절할듯.





그렇게 지옥훈련을 끝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까하스 국립공원을 쳐다봤다.


욕밖에 안 나왔다.


여행이라는 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진희랑 같이 갔으니 한바퀴라도 돌았지... 혼자 갔으면 분명 이 정류장에 앉아서 1시간정도 놀다가 그냥 숙소로 왔을꺼 같다.





집에 돌아와서 분노의 저녁식사.


어제 만든 닭요리가 맛있었지만... 하나씩 굽기 귀찮아서 이번에는 그냥 통째로 넣고 삶았다.


나름 먹을만 했다.


왼쪽의 계란요리는... 온갖 남은 재료들을 넣고 만든 계란요리가 되겠다.




꾸엔까는 그냥 쉬기에 좋은 도시인거 같다.


까하스 국립공원의 경우... 자연을 좋아하고 걷는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좋아할만한 곳인거 같다.


물론 나같이 만사가 귀찮고 산이면 다 똑같은 산이고, 물이면 다 똑같은 물처럼 느끼는 사람이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