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엔까에서 굳이 볼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까하스 국립공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국립공원이다.. 


트래킹 코스로도 유명한데... 짧게는 2시간짜리부터.. 길게는 일주일짜리까지 있단다..


진희랑 나 둘다 그다지 트래킹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짧게 2시간정도만 걷다 오고자 까하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오길래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더이상 숙소에 있다간 몸에 곰팡이가 쓸꺼 같아서 출발했다.


근데 출발하지 말았어야 됐다. 그냥 곰팡이가 될때까지 숙소에 있을껄... 


우리가 가는 곳이 국립공원이 아닌 지옥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꾸엔까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대충 1~2시간정도 가다보면 까하스 국립공원이 나온다.


외국인 찬스를 사용하여. 버스 안내원에게 "까하스 까하스!!!"라고 말해주면 내릴때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느 남미버스와 마찬가지로... 우선 승차부터 한 다음에 앉아서 자고 있으면 와서 돈 내라고 알려준다.





까하스 국립공원의 초입부 모습이다.


커다란 호수가 있고... 엄청나게 넓은 평야와.. 산들로 가득했다.


까하스 국립공원 자체가 고산지대라서... 이 사진을 찍은 곳이 3500미터정도 됐고...


트래킹을 하다보면 4천미터~5천미터 언저리에서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 하게된다.


다시 말해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정도의 고도에서 계속 걸어다닌다고 보면 된다.





옛날에는 입장료가 10달러(만2천원)하다가.. 장사가 잘 안되는지 2달러(2400원)으로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근데 막상 가서 보니까 공짜다.


아직까지도 공짜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여하튼 우리는 돈을 안 냈다.





가뜩이나 고산지대라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데.. 날씨까지도 거지 같았다.


비가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말지.. 자꾸 부슬부슬 내렸다.





우리는 빨랑 한바퀴만 구경하고 가려고 2시간 코스를 걸었다.


2시간 코스는 그냥 바로 앞에 있는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도는거였는데...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비도 오고... 호숫가 바로 옆이라 길이 질퍽질퍽 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저러고 걸어다녔다.


정상적으로 걸어다니기에는 길 자체가 너무 질퍽거렸고... 나의 신발은 소중했으며...


중간쯤 가니까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2시간 코스 말고 다른 코스들은 전부 가이드를 동행해야지만 트래킹이 가능하단다... 안 그러면 길 잃어버리기 쉽상임)





내가 2시간 내내 본 모습...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따윈 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바로 아래 내 발 닿는 곳 찾기도 버거웠다..





계속 땅만 보고 걷다보니... 내가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걸어다니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서 2초만에 사진 한장 찍고... 다시 걸었다.


날씨 좋을때 트래킹 하면 좋을거 같긴 한데...


얘기를 들어보니.. 고산지대라 그런지 하루에 한번정도씩은 꼭 비가 온단다.





2시간짜리 짧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호수를 등지고 바라보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뭐.. 사실 걸어가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보는걸로 만족했다.





아.. 보기만 해도 다시 짜증이 밀려온다.


까하스 국립공원 덕분에 우리의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가려면 꼭 날씨 좋은 날 가시기를....





길도 정확히 표시가 안되어있어서... 2시간 가량 걸으면서 2번정도 길을 잃은거 같다.


걷다보면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 가면 좋을거 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동물이나 곤충은 하나도 못 봤음. (동물은 마지막에 하나 봄)





지금 사진 보니까 쥬라기 공원 세트장처럼 생겼네....


저 당시에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따윈 없어서.. 그저 땅만 보고 전진했다.





약간 높은 지대로 걸어올라온 후에 찍은 사진.


이렇게 끝없는 늪지대와 평야와 산들이 펼쳐진다..


하루 넘게 트래킹 하시는 분들은 중간중간에 텐트를 치고 잔다는데....


우리가 간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깨끗했다.


여기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추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냥 다녀올만 했다. 정도?





사진으로 보면 잘 안 보이는데.... 꽤나 높은 절벽 끝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다.


이 날 까하스 국립공원 돌면서 진희랑 같이 한 욕이 2천단어 이상쯤 되는거 같다.


아오. 빡쳐.




그렇게 막 돌아다니다가 막바지에 다다르니까...


갑자기 저것들이 나타났다.... 라마인지 알파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얌전히 풀을 뜯어먹고 있길래... 가까이 가서 사진 한번 찍을라고 하는데..


저 놈이 고개를 쳐들고 날 노려본다.


목이 길어서 그런지 풀 뜯다가 고개를 들어올리면 꽤나 위협적이다.


초식동물한테도 저렇게 쪼는데.... 나중에 아프리카 가면 기절할듯.





그렇게 지옥훈련을 끝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까하스 국립공원을 쳐다봤다.


욕밖에 안 나왔다.


여행이라는 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진희랑 같이 갔으니 한바퀴라도 돌았지... 혼자 갔으면 분명 이 정류장에 앉아서 1시간정도 놀다가 그냥 숙소로 왔을꺼 같다.





집에 돌아와서 분노의 저녁식사.


어제 만든 닭요리가 맛있었지만... 하나씩 굽기 귀찮아서 이번에는 그냥 통째로 넣고 삶았다.


나름 먹을만 했다.


왼쪽의 계란요리는... 온갖 남은 재료들을 넣고 만든 계란요리가 되겠다.




꾸엔까는 그냥 쉬기에 좋은 도시인거 같다.


까하스 국립공원의 경우... 자연을 좋아하고 걷는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좋아할만한 곳인거 같다.


물론 나같이 만사가 귀찮고 산이면 다 똑같은 산이고, 물이면 다 똑같은 물처럼 느끼는 사람이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