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8. 13:02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밖으로 나가면 어디든 여행하기 힘들겠지만...


그 중에서도 남미국가들은 신체적 위협이 높은 나라로 분류되어 있다.


칼 든 강도, 권총 강도, 택시 강도 등등등, 참 많은 강도들이 남미에는 살고 있는거 같다.


그런 남미에서도 악명 높은 곳 중 하나인 리마.


그 곳에 우리가 왔다.





밤새 달려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기는건 택시기사처럼 생긴 낚시꾼들.


다들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부르면서 우리를 낚기 시작한다.


리마의 악명은 익히 들어서 초장부터 조심했다.


하지만 조심이라는게 끝이 없는거고... 그러다보면 택시 하나 타기도 힘들어지므로,


대충 타협해서 택시를 탔다.


(원래대로면 택시번호가 차 사방에 붙어 있는지... 택시기사 목걸이를 착용했는지... 그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봐야 하지만...


우리가 탄 택시는 목걸이와 차량 번호가 다르긴 했지만 그냥 타고 왔다.)





대신 숙소는 리마에서 안전한 미라 플로레스쪽에 잡았다.


덕분에 가격대가 후덜덜했다. 더블룸이 32달러.... 


리마는 이스터섬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에 불과했으므로 그냥 자기로 했다.


방값에서의 출혈을 만회하기 위하여 점심은 저렇게 슈퍼에서 파는 빵쪼가리...


처음에는 백설기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샌드위치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 HQ빌라인데 엄청 큰 대저택을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바꾼 곳이다.


시설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호텔급이라서 그런지 서비스도 좋았다.





미라 플로레스는 리마에서도 가장 잘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집이며 상점이며 모두 삐까번쩍했다.


남미에 와서 본 아웃도어 매장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TROCHA라는 매장. 우리나라 말로 송어라는 뜻이다.


사고 싶은거 투성이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ㅠ





페루의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인 Bembos.


우리는 보통 어느 도시에 도착하든지 첫 식사는 푸짐하게 먹는 편이라서 고급 패스트푸드 점에 왔다.


장거리 이동하느라 지친 육신을 달래주는 햄버거의 맛은 일품이었으나,


가격대비 성능비는 별로였다.





미라 플로레스에는 이렇게 커다란 멀티플렉스 건물도 있고,


사람들도 부유해보이고... 매장들도 고급스럽고... 안전해 보이는 지역이었다.


물론 아무리 안전하다 그래도 남미라는 점을 감안하여 밤 늦게는 안 나갔다.





중심가쪽에서 WONG이라는 마켓을 발견했다. 중국계 마켓이길래 싸보여 들어갔더니...


킁. 완전 고급 마켓이었다.


중국계라서 그런지 한국음식도 많이 파는 편이었다. 짜파게티부터 시작해서 각종 과자도 다 판다.


대신 가격은 어메이징함. 짜파게티가 대략 2500원임.





이렇게 돈 많아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스터섬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왠만한 먹을거리는 다 싸들고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리마에서 보낸 3일은 전부 쇼핑하는데 보낸거 같다.



리마에서 2박3일을 보냈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도시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나름 안전하고 물건 구하기도 쉽고 교통편이 편리해서 좋았던거 같다.


어느 곳을 가든지 호불호는 갈리기 마련이므로... 언제나 판단은 각자가.ㅎㅎ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8. 12:28

나스카에 온 단 하나의 목적.


나스카라는 마을 자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바로 나스카 라인 때문이다.


원래 황량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는데 나스카 라인 덕분에 전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도 그 중의 하나.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다른 페루 도시에 비해 물가가 쎈 편이었다.


나스카 라인 하나 보려고 교통비로만 십만원을 넘게 쓴 우리는 그냥 길거리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근데 길거리 음식 먹는 이유가 싸게 먹으려고 하는건데...


우리는 원체 많이 먹어서 길거리에서 먹나 레스토랑에서 먹나 그게 그거다.


이 날도 저기 사진에 보이는 모든 종류의 빵을 하나씩 다 먹었다.





나스카 라인을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빙 둘러보는 방법.


        장점 : 모든 나스카 라인을 다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편하다.

        단점 : 한 사람당 10만원정도의 비용이 들고 멀리서 보는거라 잘 안 보임.


둘째, 택시를 빌려서 3개의 전망대에서 보는 방법.

  

        장점 : 대부분의 나스카 라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단점 : 택시를 하루 대여해야 하는데 흥정이 쉽지 않다.


셋째, 버스타고 가서 1개의 전망대에서 보는 방법.


        장점 : 위의 2가지 방법에 비하면 돈이 안 든다고 보면 된다.

        단점 : 단 두개의 나스카 라인밖에 못 본다.





나스카 라인은 30여개가 있는데... 크기 자체도 큰 편인데다 넓게 퍼져 있어서 걸어서는 못 본다.


특히 땅에 서서 보면, 가장 작은 그림도 이게 뭔 그림인지 도저히 모르기 때문에,


3개의 전망대를 이용해야 한다. (비행기를 안 타면.)


좀 높은 언덕인 자연 전망대, 나스카 라인을 평생 연구한 마리아 레히체가 세운 전망대. 그리고 나중에 세운 또 하나의 전망대가 있단다.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전망대는 마리아 레히체가 세운 전망대뿐이라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냥 전망대 옆 땅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지금 보는 땅이 나무를 그려놓은 나스카 라인이다.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안 보인다.





근데 전망대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사진을 잘 보면 알겠지만, 나스카 라인은 돌이나 뭐를 이용해서 그린게 아니고 그냥 땅을 판거다.


뭘로 팠는지는 모르겠지만, 땅을 파서 안에 있는 흰색흙이 보이도록 만든게 나스카 라인이다.


이 동네는 비도 잘 안오고 바람도 잘 안 불고해서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유지가 되고 있단다...


근데 이걸 고속도로 낸다고 잘라먹다니.ㅋㅋㅋㅋ





이건 나무 옆에 그려진 손.


사실 나스카 라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외계인이 그렸다는 얘기도 있고, 그냥 천문학적 의미라는 얘기도 있고, 달리기 경주로라는 얘기도 있고..


그 중에 평생을 나스카 라인 연구에 바친 마리아 레히체가 세운 가설인 천문학적 의미라는 게 가장 유력하다.



그래서 위의 그림도 손이라 부르는 사람, 개구리가 부르는 사람... 여러가지다.


난 개인적으로 병아리 같은데....





전망대에 와서 우리와 같이 멘붕에 빠진 외국인.


망할 이 2개의 나스카 라인을 볼라고 이렇게 고생해서 왔단 말인가...


정말 그냥 이거 딱 두개다.


뭐 얽힌 전설도 없고 알려진 것도 없으니... 그냥 땅에 그려진 그림일 뿐이다.





전망대에서 보면 저렇게 손 모양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나무가 보이고.


그리고는 끝.





이렇게 끝없는 판아메리카라는 고속도로가 뚫려있다.


예전에 나스카 라인의 존재를 모를때(1930년대에 비행기가 날다가 발견했다고 하니까....)


그냥 사람들이 왔다갔다 거리는 길이 이 길이었는데... 그 길 따라서 고속도로를 뚫어버린거 같다.


쩌어기 고속도로 끝에서 오른쪽에 보면 정말 작은 언덕이 있는데... 그게 자연 전망대다.





전망대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늘도 없다.


기념품 파는 사람들이 3~4명정도 있는데... 그것도 한군데 빼면 다 땡볕에 앉아있다.


가끔 택시나 투어버스를 타고 와서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늘을 바라보면 저렇게 경비행기들이 쉴새 없이 날아다닌다.


30분정도 되는 시간동안 30개의 나스카 라인을 보는데...


그게 오른쪽, 왼쪽 앉은 사람 다 보여주는 거니까... 대충 그림 하나 당 30초도 못 본다고 생각하면 되고.


또한 오른쪽, 왼쪽으로 엄청난 급회전을 하기 때문에...


다들 토하고 난리란다.





지금 보이는 사진에 거미랑 플라맹고랑 앵무새랑 그려져 있다는데...


난 도저히 모르겠더라... 찾으시면 알려주세욤.





그렇게 전망대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서 수박 하나 사먹었다.


저렇게 잘려진 수박이 대충 500원. 맛은 최고다.





밤버스를 타고 리마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략 10시간 정도 시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위의 사진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서 먹게 된 세비체라는 음식.


우린 다른거까지 2개를 시켰는데 그냥 이거 하나 갖다주고 끝났다.ㅠ





우리가 리마로 타고 가게 될 팔로미노 버스.


2층버스인데도 저렴한 가격이길래 덮썩 물었는데... 싼게 비지떡이었다.


11시 45분 출발인가 그랬는데... 11시 45분이 지나도 아무 말도 없다.


게다가 기다리는 사람들도 전부 티비만 보고 있지, 카운터에 항의를 안한다.


물어봤더니 10분만 기다리란다. 


현지인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계속 티비만 본다.


아니, 느긋한건 좋은데 버스시간이 다 됐는데도 버스가 안오면 물어보기라도 해야 되는거 아닌가.


정말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결국 우리는 이 냄새 나는 지옥의 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리마로 달렸다.


나스카 라인은 생각보다는 별로였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안 봤다면 아마 계속해서 후회했을테니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나을테니까.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2. 11:28

리마행 버스를 타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리마였다.


리마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상황인데다 아침에 잠을 안 깨서 성격이 날카로웠다.


택시기사가 자꾸 와서 뭐라 그러는데 뭐라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왠지 사기 칠라 그러는거 같고.. 아오 빡쳐.


이럴 땐 잠 깰때까지 기다리면서 가이드북 보는게 최고.





우리의 배낭커버가 점점 찢어져 간다.


버스 트렁크에서 무슨 일이 있는건지 자꾸 찢어져간다.


결국 리마에서 배낭커버 2차수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배낭이 수억 쓰는구만.





나스카행 버스로 갈아탔다.


이스터섬 비행기표가 6월 3일짜라... 시간이 좀 남아서 나스카를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택시기사가 Soyuz라는 회사 버스가 가격도 싸고 나스카를 간다고 한다.


우리가 원래 알던 회사와 달랐지만 싸다길래 그냥 택시타고 질렀다.


가서 봤더니 망할. 나스카 안 간단다. 


택시기사한테 낚였다. 결국에는 우리가 원래 알아본 회사로 다시 가느라 택시비와 시간만 날렸다.





나스카로 향하는 길에는 끝없는 사막이 펼쳐졌다.


중간중간에 저렇게 이상야릇한 집들이 눈에 띄였는데.. 사람이 사는건지 뭔지 모르겠다.


사람이 산다고 하기에는 너무 조그맣고 아무것도 없고.... 뭐 다른 용도라고 생각하기에는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가 탄 버스는 고급버스인 "크루즈 델 수르" 


2층 버스인데 승무원도 있고 간식도 주고, 짐 검사도 하고 비행기와 흡사하다.


버스도 쾌적하고 담요도 준다. 


담요 가져올라 그랬는데.... 마지막에 담요를 다 걷어간다..;;;





나스카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시내를 한바퀴 돌다가 발견한 나스카라인.


대략 30여개의 나스카라인이 존재한단다. 기원전에 만들어졌으니... 대략 200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비도 잘 안오고, 바람도 잘 안 부는 이 지역 특유의 기후 때문에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단다.


하늘에서 보지 않으면 거의 형체를 모르는 까닭에 1920년대에 들어서야 발견됐다고 한다.


지금도 잘 보려면 경비행기 투어를 해야지만 볼 수 있다.


발견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멍청하게도 나스카라인 중간으로 고속도로를 내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희한한건 고속도로 내느라 잘라버린 그림이.... 도마뱀의 꼬리 부분이다...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ㅡ_ㅡ


내 위로 보이는 점선이 고속도로가 뚫린 위치다.





진희가 꼭 가보자고 한 나스카의 리꼬 뽀죠. 맛난 닭집 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다.


반마리 시켰는데.. 닭이 저정도 나오고... 그 2배쯤 되는 감자튀김이 나왔다.


하지만 페루에서 가장 즐겨먹는 음식은. 역시 1리터짜리 병콜라. 짱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지...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배달도 하는거 같았는데, 주소 설명을 스페인어로 할 자신이 없는 우리는 그냥 가서 먹었다.




나스카는 정말 나스카 라인 하나만 존재하는 동네다.


모든 것이 나스카 라인을 보러 온 관광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나스카 라인을 전부 보기위한 경비행기 투어는 대략 한사람당 10만원.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건, 진희가 멀미가 심해서 경비행기를 탈 엄두가 안 난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그냥 전망대에 가서 보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점점 훼손되어 결국 못 볼꺼 같은 곳. 나스카 라인.


그것을 보러 왔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2. 11:02

와라스에서 죽음의 69호수를 다녀온 다음날.


3명 모두 뻗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갓 전역한 동생분께서는 바로 산타크루즈 트래킹을 떠나셨다.


나도 한때 저렇게 열정적일 때가 있었었었었더랬지....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한국인들의 엄청난 추천에 힘입어,


매일매일 한국인들로 북적대는 우리의 호스텔. El Jakal에서 보는 전망이다.


앞쪽에 있는 산이 설산이었다면 더 좋았을텐지만...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무엇보다 옥상이 있어서 빨래가 엄청 빨리 마른다.





방이 없어서 3명이서 같이 보낸 우리 방.


방별로 돈을 받는 인도와는 다르게, 남미는 사람수대로 돈을 받기 때문에 혼자 다니나 여럿이 다니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원래 이방은 한사람당 20이지만... 스페인어 잘하는 동생분이 깍아서 15씩 내고 지냈다.





체크아웃을 하고 또다시 밤버스 시간까지 할일 없이 동네에서 죽치고 있어야 된다.


와라스 시내는 작은 편이라서 돌아다니다 보면 거기가 거기고 여기가 여기다.





어제 밤에 만난 한국분들이 추천해준 페루음식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음식이 나온다.


가끔 이렇게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훌륭한 맛집을 찾을때마다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위치는 CIAL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와라스의 신호등은 신기한 시스템이다.


신호등 위에 남은 시간이 나오는 시스템 대신, 이렇게 사람이 뛰어다닌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마지막이 될수록 점점 빨리 뛴다.


재미난 신호등.





와라스 시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장.


여느 남미 도시처럼 큰 성당이 있고 바로 앞에 광장이 있고.. 그곳에서부터 마을이 시작된다.


멀리 설산이 보이는게 매력적이다.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왠지 아라마스 광장일꺼 같다.


페루에는 각 도시마다 아라마스 광장이 하나씩은 다 있는거 같다.


아라마스가 뭔지 모르겠다만 추측해보면 분명 독립영웅일것이다.


쿠바의 호세 마르티스, 콜롬비아의 시몬 볼리바르 같은 사람일테지.





버스 타기 직전에 먹은 CHIFA.


우리나라 말로 짱깨집이다. 앞쪽에 있는 음식이 Aeropuerto de Pollo. 번역하면 치킨의 공항이다.


이름을 특이하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짱깨집을 가도 이 메뉴가 항상 있고, 가장 인기 메뉴다.


치킨 공항이라.... 볶음밥에 숙주나물이 들어간게 특징이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물론 1리터짜리 병콜라는 필수.





왼쪽이 맛난 짱깨집. 오른쪽이 맛난 페루음식점이다.


CIAL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와라스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씩 들러보시기를.




남미에서 지옥으로 손꼽히는 도시 중 하나인 리마.


그 악명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강도, 소매치기, 사기 등등...


안 좋은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세계일주 계획을 짜면서 진희가 꼭 가야하는 곳으로 꼽은 이스터섬.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리마를 꼭 거쳐야 하기에, 리마로 떠난다.


벌써 6월이다. 곧 여행을 떠난지 2개월이 되고, 곧 반년이 되고, 곧 1년이 되겠지.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7-Peru2012. 6. 1. 15:22

벌써 3번째 얘기하지만, 우리가 와라스라는 조그만 마을에 오게 된건 100% 69호수 때문이었다.


69호수. 


이름이 왜 69호수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있지만.. 내가 봤을때 가장 유력한건 69번째 호수라서 69호수라는 점이다.


와라스 주변에는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많다보니.. 중간중간에 많은 호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호수가 너무 많아서 번호로 관리하다보니.... 69번째 호수. 69호수가 생겼단다.


믿거나 말거나.





아침 6시에 우리 숙소 앞으로 투어차량이 도착했다.


KOICA단원 2분을 포함해서 한국인은 총 6명. 


역시 한국인은 산을 좀 좋아하는듯.



와라스에는 산타크루즈 트래킹이라고... 혹자는 남미 3대 트래킹 코스 중 하나라고 말하던데...


3박4일간 텐트 치고 온갖 군데를 돌아다니는 트래킹이 있다.


그거를 하는 사람들도 같이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침 일찍 이동하다보니 사진처럼 중간에 밥 먹으라고 세워준다.


물론 비싸므로, 우리는 빵만 먹었음.





아침 6시에 차를 탔는데, 중간에 밥 먹고 산타크루즈 3박4일 트래킹을 위한 짐도 싣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9시가 넘어간다.





가는 길에 맛뵈기로 보여주는 얀카누코 호수다.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물색깔이 저렇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더 이쁜 파란색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호수중에는 가장 이쁘지 않을까 싶다.





얀가누코 호수가 주목적지가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5분정도밖에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인증샷만 빨랑 찍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라는 가이드님의 배려가 돋보인다.





이렇게 작은 봉고에 사람을 가득 싣고 69호수로 향했다.


69호수 올라가는 길이 워낙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다들 긴장상태.


코스가 힘든것도 있지만...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든거 같다.


투어버스도 그렇고, 공공버스도 그렇고... 와라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4시 안으로 내려와야 된단다.


분명 어제 여행사에서는 다 내려올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랬는데.... 


같이 간 가이드가 무조건 3시 반까지 내려오란다...





9시에 입구에 도착해서.. 3시간 등반. 1시간 휴식. 2시간 하산. 을 생각했는데..


10시가 다되서야 입구에 내려준다.


중간에 휴식따윈 용납할 수 없는 시간. 


여행사 직원이 말하기를.. 페루 사람들은 1시간이면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코스라 했다.


직접 걸어본 이상. 1시간은 좀 오버고.... 쉘파 정도 되는 등산실력을 가지면 2시간이면 갈꺼 같긴 했다.





69호수로 올라가는 길은. 총 3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평지 - 오르막 - 평지 - 오르막 - 평지 - 죽음의 오르막.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위의 사진은 가장 처음에 나오는 평지.


여기서 슬슬 긴장의 끈을 풀어놓으며... 앞으로 다가올 오르막은 까맣게 잊고 희희락락 거리면서 사진을 찍는다.





앞에도 산이 있고 뒤에도 산이 있고...


주변에 소가 많아서 소똥만 많은거 빼면 다 좋았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게 아니고... 그냥 계속 오르막과 평지만 있다.


오르막은 여느 산길처럼 갈지(之)자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냥 계속해서 한길로만 걸어가면 된다.





앞에 보이는 놈들은 이스라엘 놈들이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가던 한놈이 이상한길로 올라간다.


딱 봐도 之자 길을 무시하고 정상쪽으로 일자로 올라가는 지름길....


빠르긴 하겠지만 내 허벅지가 터져버리겠지.



하지만 이스라엘놈이 도발을 했고, 비록 동원 훈련은 끝났지만 예비군 훈련이 남은 본인의 개구리 마크가 꿈틀거려서


배틀이 붙었다.


이스라엘 예비군과 대한민국 예비군은 둘다 지름길 끝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숨 차고 + 허벅지 아프고 해서... 다른 일행들 올때까지 앉아서 쉬었는데도 숨이 가빴다.





사진 중간 왼쪽에 보이는건 폭포다.


저 위에 있는 만년설들이 녹아서 호수로 내려오고... 그 호수에서 나오는 물들이 저렇게 폭포를 만든다.


이게 아마 두번째 오르막에서 찍은 사진 같다.





올라갈때는 이게 몇번째 오르막인지 모르고 막 올라갔는데...


올라가서 보니까 이런 호수가 하나 있었다.


아무리 봐도 69호수는 아닌거 같은 이 호수는... 페이크용 호수다.


여기서 힘이 빠져서 더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펼쳐지는 평지.


왼쪽으로 가면 69호수고... 오른쪽으로 가면 다른 호수가 나타난다.


생각보다 진희가 잘 걸어서 깜짝 놀랐다.





69호수는 해발 4600미터인가.. 4900미터인가에 자리잡고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3시간 넘게 걸어올라가기 때문에 고산병이 오기도 쉽다.


실제로 중간쯤에 발길을 되돌리는 외국인도 많이 있었다.





마지막 오르막.


길을 헤매는 바람에 한국인 4명이 서로 다른 오르막으로 올라갔다.


햇볕때문에 더운데... 또 바람은 춥고... 걷느라 숨찬데.. 시간 때문에 쉴수는 없고...





여기쯤 걸으면서 생각했다.


'망할 안나푸르나는 여기에 비하면 올레길이었구만....'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안나푸르나가 여기보단 힘들었던거 같다.





쩌어어어기 뒤에 보이는게 69호수가 아닌 다른 호수다.


69호수는 아름다운 물색깔로 유명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저쪽으로는 아무도 안갔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지팡이 짚고 올라가는 진희다.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니 호수가 나타났다.


정말 만년설 바로 아래 위치한 호수였다.


4600미터급이라 그런지 주변에 식물들도 별로 없고... 돌무더기만 가득했다.





이게 바로 69호수.


사진으로는 잘 모르는데... 직접 보면 파워에이드 마운틴블라스트 였나.. 그 색깔과 똑같은 색이다.


고산지대라서 오전에만 날씨가 좋고 오후부터는 비가 오기 일쑤라...


최대한 12시 전에 올라와서 보고 내려가야 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


3시간동안 걸어 올라왔다. 이거 하나 볼라고.





사진 중간쯤에는 폭포도 있다.


만년설이 녹아서 내려오는 폭포다.


가끔 눈 자체가 물이랑 같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힘들어서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었지만... 그래도 사진 잘 나오는 장소를 찾아서 이동중.


꽤 많은 외국인들이 호수 근처에서 낮잠도 자고 라면도 끓여먹고 빵도 먹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버너랑 주전자 들고와서 라면 끓여먹던 이스라엘 여행객이 최고였던거 같다.





제일 위에는 설산. 그리고 돌산. 그리고 호수.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느껴지는 호수였다.


왜 다들 69호수, 69호수 했는지 알꺼 같다.





가장 놀라운건 진희가 제일 튼튼했다는 점.


2007년 이후로 5년간. 안나푸르나 다녀왔다고 자랑했는데...


이제는 그만 해야 될때가 온거 같다.


진희가 나보다 더 잘 걷는거 같다.





참고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4160미터고... 저기는 4600미터다.


난 작은 배낭이 없는 관계로 저렇게 옆으로 매는 가방을 들고 갔는데..


마지막쯤 되니까 어깨가 아파서 후회막심이었다..


그렇다고 배낭을 사자니 짐 될꺼 같고... 고민중이다.





내려가야지 내려가야지 하면서도 계속 못 내려가고 물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 찍어야지 이 물색깔이 제대로 나올까... 고민하면서 계속 찍어댔는데...


카메라가 후진건지 내가 후진건지... 결국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여하튼 저 물색깔은 파워에이드 색깔과 똑같습니다.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고산병이 아닌 다음에야 다들 올라온다는 69호수.


개인적으로 멀미 안하고 토 못하는 내 체질에 감사하고 있다.


더불어 멀미 잘하고 토 잘해도 나보다 튼튼한 진희에게도 감사하고 있다.





저기 사진 아래 다른 관광객들이 보인다.


이상하게 낮잠 자는 애들이 엄청 많았다. 일광욕을 하는거였나...


짧고 굵게 트래킹 하기 좋은 곳. 69호수.





1시간 가량을 놀고... 2시쯤 되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때 3시간 걸렸으니 내려갈때 1시간 반이면 되겠지 싶어서 내려간건데...


우리는 하산 속도가 느렸다..;;;;


결국 등반은 거의 선두로 했는데... 내려가는건 꼴찌.ㅎㅎㅎ





아까 페이크호수라고 했던 호수가... 저기 사진 중간쯤에 보인다.


무식하게 오르막만 있는 코스라서 그런지... 내려갈때도 무식하게 내리막만 있다.


난 나름대로 빨리 내려간다고 내려갔는데... 다들 어떻게 그리 빨리 내려가는지 잘 모르겠더라.


내 다리가 짧은건가.





귤 2키로를 들고 올라갔는데...


하산이 끝날때쯤에는 거의 다 먹어버렸다.


중간에 배가 고파서 좀 힘들었는데... 혹시 가실분 계시면 빵이라도 좀 싸가세요.


우리는 소화 안될까봐 귤이랑 초코바만 들고 갔는데...


소화 안되는게 배 고픈것보단 나을꺼 같다.





오후가 되면서 점점 하늘에 구름도 많아지고 날씨도 꾸물꾸물해진다.


69호수쪽도 점점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저 뒤쪽에 보이는 산도 뭔가 유명한 산이라던데...


이 근방의 산들은 대체로 5천미터~6천미터급 산들이 많았다.


저런곳 올라가는 투어도 몇개 있었는데... 가격도 비싸고, 힘들거 같아서 안갔다.





이렇게 높은 꼭대기에 사는 소들.


우리가 추측하기로는... 그냥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사는 소인거 같다.


소도 올라오는 이런길을 헥헥 대면서 올라왔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얘네는 원주민일꺼야.





노출이 이상하게 됐는데... 저 위에 구름들이 몰려든걸 볼 수 있다.


여행사에서도 오후 되면 비 올꺼니까 방수쟈켓을 들고 오라고 했다.





고산지대의 풍경이 멋진 이유 중 하나는.


구름과 산이 가까워서 산에 구름 그림자가 비친다는 점이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이것보다 10배정도는 더 멋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차 바퀴에 펑크가 나서, 4시쯤 출발한 차는 8시가 다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걷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있는 호수였다.


69호수.


앞으로 여행하면서 마추픽추도 올라갈테고... 프랑스에서 트래킹도 할테고...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도 돌아볼테지만...


나름 호수중에는 가장 멋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도와 티벳에 걸쳐있다는 판공초와 69호수 중 어떤게 더 멋질지 궁금하다.


마지막에 시간되면 가봐야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