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5-Macau2016. 1. 31. 11:41

홍콩 바로 옆에 있는 나라 마카오.


사실 독립된 하나의 나라는 아니고, 중국에 속해있는 특별자치행정구? 뭐 그런 특이한 나라다.


하긴, 홍콩도 사실 중국에 속한 특별자치행정구 중에 하나지...


여하튼 둘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예전에 진희가 처형과 함께 홍콩에 왔을때도,


빡빡한 스케쥴로 인해 못가본 곳이라서... 이번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국경을 넘는 날인데,


우리는 전날 베를린이라는 영화를 새벽 5신가까지 맥주 삐리빨면서 보다가 늦잠을 잤다.


그래도 뭐.. 많이 늦지는 않았다.



홍콩과 마카오는 배로 한시간정도밖에 안 떨어져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두 나라를 같이 여행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왠만한 호텔에서는 마카오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위해 짐을 맡아준다.


우리도 호텔에서 짐을 맡아준다 그래서 맘 놓고 맡겨놓고 마카오를 향해 출발.



이 사진은 그냥 흔하디 흔한 홍콩의 모습이다.


저 멀리 보이는 빨간 테두리의 건물이 왠지 테크노마트 건물이랑 비슷해보여서 찍은거 같다.





그래도 나름 국경을 넘는거다.


홍콩에서 마카오를 갈때에는 나름 입국절차도 밟아야 되고,


환전도 해야된다.



마카오는 파타카 라는 단위의 돈을 쓰고 있는데,


이게 홍콩에서 쓰이는 홍콩달러보다 아주 약간 가치가 낮다.



그래서 마카오에서는 홍콩달러를 1:1로 쓸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마카오 돈을 쓸수가 없다..;;;


고로 대략 얼마나 쓸지 잘 환전해 가도록 하자.



개인적으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환전해가는걸 추천한다.


어차피 마카오 카지노에 구경간 순간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남는게 없을테니까..





마카오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답게,


각종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매우 잘 되있다.


왠만해선 내 돈내고 탈것을 탈 필요가 없다.



그냥 내려서.


우리가 갈 호텔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라고 썼지만,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싸구려라서 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지도를 보고,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는 큰 호텔로 가는 버스를 얻어타고 출발했다.





마카오와 홍콩을 이어주는 항구의 모습.


마카오에도.... 공항이 있겠지?.. 공항은 못 봤으나, 여하튼 홍콩으로 배타고 갈라면 이 터미널을 거쳐가야 한다.


왼쪽에 국기 걸려있는걸 보면,


중국의 오성홍기가 있고, 그 옆에 초록색으로 보이는게 마카오의 국기? 행정구기? 그런거다.





마카오의 풍경.


저 멀리 보이는 희한한 금색건물.


내가 여행하면서 본 건물중에 가장 기괴한 건물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따위로 생겨먹은 건물이 있을수가 있지? 라는 생각에,


저 건물이 보일때마다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었고,


나중에는 마카오 냉장고 자석도 저 모양으로 사왔다.



그랜드 리스보아라는 호텔 건물인데...


저 위도 특이하지만, 그 건물의 아랫부분도 동그란 금색모양이다. (수은 뭉쳐놓은것처럼 생겨먹음.)





여기가 바로 우리가 머물 숙소.


에서 머지않은 곳에 위치한 소피텔이라는 유명한 호텔이다.



거렁뱅이 같은 우리는, 이런 숙소에는 못 묵고....


그 호텔의 뒷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우리의 숙소를 찾아 다시 출발해야된다.



참고로 사진 왼쪽 아래 있는 사람은 나임. 욘사마 아님.





호텔을 등지고, 딱 봐도 허름해보이는,


영웅본색에서 총싸움 할때 얼핏 보였던 그런 뒷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사이로 요리조리 가다보면 우리가 묵은 숙소가 나타남.



뭐 마카오나 홍콩이나 둘다 습하고 덥긴 마찬가지인데다,


워낙 관광인프라가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왠만한 숙소에는 에어컨이 잘 구비되있고, 깔끔하므로 대충만 골라도 중간은 간다.



물론 신혼여행이나 특별한 일로 왔다면 좋은 숙소를 잡아야겠지만...





그렇게 숙소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빠르게 정한 후에 (어차피 시내투어 후 카지노로 직행이지만...)


숙소 근처에 있던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마카오나 홍콩 같은곳에 로컬식당따위는 없다.


왠만한 식당은 전부 외국인을 상대하는 곳이므로,


아무데나 들어가도 영어로 된 메뉴판을 주거나 or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을 해준 메뉴판이 구비되어 있다.



참고로 반대편에서 내가 먹고 있는 저 음식은...


가츠돈을 생각하고 시켰으나, 국물이 없는 뻑뻑한 면발 위에 무식하게 큰 티본스테이크가 올라가 있는 육덕진 음식이었다.





마카오는 땅덩이는 좁으나,


동양과 서양이 만나 융성한 곳이라 그런지, 20개가 넘는 유네스코 문화재가 산재해있다...;;;



참고로 홍콩은 아편전쟁때문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반면,


마카오는 포르투칼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얼핏 찾아보니,


포르투칼에서 주장하기로는, 포르투칼 애들이 해적을 물리쳐줘서 중국 황제가 고마워서 마카오 땅을 하사해줬다 라는 미담을 꾸며냈으나,


실제로는 1550년대쯤에, 포르투칼 애들이 이 땅에 잠시 머물면서 중국 관리에게 뇌물을 먹이기 시작했고,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포르투칼 애들이 무역항으로 쓰기 시작하다가,


혼란한 시기를 틈타 포르투칼의 점령지로 인정받아 한동안 흥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카오는 중국+포르투칼(서구)가 합쳐져 있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도교사원이라아 카톨릭 성당이랑 마구마구 섞여있다.





마카오의 길거리 모습이다.


주로 관광을 하는 도심 자체는 그리 크지 않으나,


오래된 도시답게 골목길이 매우 구불거리므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허나 그냥 넋 놓고 돌아다니다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던 곳으로 향하게 되는 기적을 경험할수 있다.


거의 모든 사거리마다 표지판이 워낙 잘 되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없을듯.





우리가 처음 간 곳은,


성바울 성당이다.


사진으로 봤을때는 뭔가 건물이 아니고 대문처럼 앞에만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앞에만 남아있음..;;;



마카오가 무역항으로 흥할 당시인 1580년쯤에, (나중에 영국이 홍콩을 무역항으로 개발하면서부터 마카오는 쇠퇴하기 시작함)


넘쳐나는 돈으로 만든 성당이다.


그러다가 마카오 내란으로 군사시설로 쓰이다가, 불이 나는 바람에 지금의 저 부분만 남아있게 됐다.



마카오에 온 사람이라면 왠만해선 다 보고 갈수밖에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도심지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성바울 성당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


이렇게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을 따라서 육포집도 있고, 에그타르트 집들도 있고,


기념품 파는 집들도 있고 그렇다.





여기선 뭘 샀드라...


비첸향 육포랑 에그타르트를 팔고 있었으나,


우리는 버터쿠키를 샀던거 같다.



참고로 마카오는 대부분의 땅이 도시이고, 간척지이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거의 없다고 한다.


고로 저기 비첸향으로 둔갑한 고기들은 전부 홍콩이나 중국에서 가져온 애들이 아닐까 싶다.





여기는 성 도밍고스 성당이다.


뭐 이런것들을 보고싶어서 물어물어 찾아간게 아니고,


그냥 도심을 걷다보면 이런 멋진 건물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그럴때마다 가이드북 펴거나, 와이파이로 검색해보면 무슨 건물인지 다 나옴.



도심이 작고 샵들이 많아서 그런지, 길거리에서도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더라.





저기 보이는건 레알 세나두 빌딩이라고,


마카오 시의회 건물이다.


내가 지금 사진을 찍고 있는 곳 뒤로는 위에 보이던 성 도밍고스 성당이 있다.


이렇게 그냥 모든 관광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음.



참고로 지금까지 내가 찍은 모든 건물들은 모두 유네스코 유산이다. (육포집 빼고)





이제 날도 슬슬 어둑어둑해지니, 우리가 마카오에 온 목적을 달성하러 가야되겠지?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타이파쪽으로 향했다.


라스베가스만큼은 아니겠지만, (안가봐서 모름)


온갖 유명한 카지노들이 모여있는 동네다.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건, 그중에서도 매우 유명한 베네치아 호텔이다.


실제로 호텔 내부가 베네치아처럼 꾸며져있음..;;;


건물 안에 수로도 있고, 곤돌라고 돌아다닌다.




이거는 시티오브드림즈라고 불리우는 곳인데,


3개의 큰 건물이 뭉쳐져 있는 곳이다.



크라운호텔이랑 하드락이랑 또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뭉쳐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분수쇼를 볼수 있고,


무슨 용의여의주? 라고 하는 3D 버블쇼도 유명하다던데 돈내고 봐야 된다고 한다.



우리는 카지노가 목적이었으므로,


이런건 스킵스킵하고 아까 본 베네치아 호텔로 향했다.





베네치아 호텔 내부의 모습이다.


실제 베네치아보다 더 화려한거 같다.


와... 도대체 이런 건물을 짓는데는 얼마의 시간과 돈이 들어갈까...



내가 이제까지 가본 호텔중에 가장 화려하고 가장 크고 웅장했다.





베네치아 호텔의 카지노 객장 모습.


카지노 안쪽에서는 사진을 찍을수 없으므로, 이렇게 멀리서나마 찍어봤다.



남미나 북유럽에서 카지노가 보일때마다 신기해서 몇번씩 들어가보긴 했으나,


그런 곳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기계+룰렛+딜러들과 그에 못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도 룰렛이나 바카라 같은 게임들을 해보고 싶었으나,


맨날 컴터에서 클릭으로만 해보던 우리라서,


실제 게임에 참여했다가는 룰을 잘 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거 같아서 그냥 동전 넣고 하는 룰렛이나 돌렸다.


빙그르르르르르르.


그리고 나는 엥꼬.


망할.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집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와이프가 돈을 따서,


결국 우리는 15000원을 더 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무 생각없이 돈을 써대는 내가 다 써서,


우리는 본전을 만들고는 호텔 구경에 나섰다.





실제 베니치아보다 더 깨끗하게 깔끔한 수로가 여기 잉네?


늦은 시각이라 곤돌라 운행은 안하는거 같았지만,


실제로 타보면 꽤 재밌을거 같았다.


수로도 모양만 낸 수준이 아니고, 거의 호텔을 한바퀴 도는 수준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수로 양쪽으로는 명품샵들이 즐비했다.



참고로 천장에 하늘모양은 실제 하늘이 아니고 그림으로 그려놓은건데,


얼핏 보면 실제 하늘만큼이나 아름답고 높아 보였다.


저 건물들은 실제 건물임. 그니까 롯데월드처럼 뒤쪽은 붙어있고, 앞쪽만 건물모양처럼 지어놓은 형식이었다.



이렇게 건물투어를 끝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너무 아쉬웠다.


아니, 뭐 손지창씨는 미국가서 잭팟을 터뜨렸다는데 왜 나는 안 터지는거야.


라는 생각에,


온갖 억지논리로 와이프를 설득시켰다.


우리는 지금 돈 따러 온게 아니고, 놀러 왔으니까, 처음 놀기로 했던 300 홍콩달러(대략 4~5만원쯤 됨)를 남겨가는것보단,


다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즐기다 가는게 어떨까.



결국 설득을 해낼수 있었고,


나는 빛의 속도로 300 홍콩달러를 날려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진정한 베네치아 호텔의 위엄.


빛과 소리의 쇼라고 불리우는 레이저쇼인데...


베네치아 호텔 건물 외벽에 보여주는 형식이다.



레이저쇼라길래 난 어릴적에 롯데월드 천장에 그려지던 형광색 너구리 몇마리 생각하고 있었다가,


진짜 깜짝 놀랐다.


와... 진짜 어마어마하다. 이게 바로 대륙의 스케일이구나...



너무나도 화려하고 선명하고 멋졌다.


예술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나, 엄청나게 화려했다.


촌놈마냥 넋놓고 한 10분쯤 바라봤던거 같다.




그렇게 불꽃같던 마카오 관광은 끝이 났고,


숙소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너무 순조롭게 이동을 해서 그런지, 아무 생각없이 셔틀을 하나 집어탔다가 길이 꼬이기 시작했다..;;;


우리 숙소와는 정반대인 곳으로 향하길래, 다시 내려서 다른 셔틀을 잡아타고 우리가 처음 도착한 항구로 다시 가서,


거기서 다시 처음 탔던 셔틀을 탈라 그랬더니, 셔틀이 끊기는 바람에,


요상한 셔틀을 타고 그 언저리까지 갔다가 걷고 걷고 또 걷고 해서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카지노 돌아다니고, 숙소 돌아오느라 기진맥진 한 상태였지만,


맥주를 안 마시는건 마카오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이상한 구멍가게에 가서 컵라면과 맥주를 사와서 쉐킷쉐킷.


그리고는 기절했다.










Posted by v멍군v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엥? 전날 찍은 사진들이 왜 여기 들어가있지?


아...


생각해보니 이날은 12시 넘어서까지 놀아서 전날 사진이 다음날 폴더에 들어가 있는거 같다.



다시 또 한번 생각해보니,


난 여행다니면서 12시 넘어서까지 논 날이 거의 없는듯 하다.


한국에서는 12시 전에는 잠을 못자는데...


1년이 넘는시간동안 난 참 바르게 살아왔구나...





어제 말한 그 뭐냐.


란콰이퐁이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겠지만, 아수라장이다.



흐엉...


난 개인적으로 이런곳이랑 안 어울리므로 저 인파속을 빠르게 뚫고 숙소로 돌아온 기억만 난다.





홍콩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밝냐고 물으신다면,


아침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우리는 오후 1시쯤 일어났다.


시차적응 + 여행 막바지의 몰려오는 피로감 + 게으름이 합쳐져서 오후 1시 반? 그때쯤 일어났다.


둘째날의 홍콩도 참으로 덥고 습하더라.





홍콩의 여행정보는 제주도 여행정보만큼이나 널리고 널렸다.


국내에 나와있는 가이드 서적만 해도 엄청 많고,


인터넷에 홍콩 맛집이라고 치면, 인사동 맛집보다 더 많은 수의 맛집들이 나온다.



원래 인터넷에서 맛집 검색해서 잘 안 찾아다니는 성격인데,


홍콩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 이곳.



망할. 문 닫았다.



항상 이랬다.


한국에 있을때도 이랬다.


뭔가 큰맘 먹고 인터넷 검색해서 리뷰 따져보고 이것저것 후기 찾아보고 해서 


기껏 맛집 하나 찾아서 가보면,


폐업 or 휴업 or 쉬는날.



이제는 익숙하다.





결국에는 가까이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같은데였던거 같다.


엄청나게 많은 메뉴와 그저그런 맛들.



홍콩의 좋은 점은, 뱅뱅사거리에서 한그릇에 9000원씩 하는 쌀국수를 좀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


훗날 간 베트남에서는 정말 싼 가격으로 먹었지만,


이때만 해도 홍콩이 제일 싼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가 생각해온 홍콩과, 지금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홍콩의 모습이다.


뭔지 모르게 부조화하면서도 정돈된듯한 느낌...





지나가면서 신기해서 찍어본 오리고기 집이다.


요즘에는 현대백화점 지하만 가도 이렇게 오리를 걸어놓고 파는 집들이 있어서 별로 안 신기한데,


이때만 해도 꽤나 신기방기하고 혐오스러워서 찍어봤다.





다시 또 홍콩의 길거리.


난 홍콩하면 이런 자잘자잘한 길거리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거 같다.


마카오도 가보고, IFC몰도 가고... 또 뭐냐... 헐리우드 거리? 뭐 그런데도 가보고 했지만,


내 기억에 홍콩은 이런 길거리들로 남아있다.



참고로 여기는 캣스트리트&헐리우드로드의 골동품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재수없게도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우리같은 쭈그리들은 손잡이를 잡자마자 경비원이 산탄총을 쏠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그냥 쇼윈도 건너에서 흘낏흘낏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친 사원.


만모 사원이라는 곳인데, 뭐 옛날에 과거급제를 하고싶어하던 사람들이 문신과 무신을 모시던 곳이란다.



사실 그건 별 관심 없고,


높디높은 빌딩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사원 내부의 모습은 어떠냐면...


어릴적에 봤던 판관 포청천이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소리치던 곳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사원 담벼락에 있던 무시무시한 나무넝쿨들.


그리고 금발 아가씨들. 하앍하앍



홍콩에는 엄청난 수의 외국인이 있었다.


1년 넘게 외국인만 봐왔는데도 외국인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다.


쟤네도 날 보면 엄청 신기해하겠지?





그렇게 와구와구 걸어다니다가 들어간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에그 타르트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실제로도 엄청 맛있었다.



이 곳을 가기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에그 타르트를 몇번 먹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맥도날드에서 파는 에그타르트보다는 맛있었다.



생각외로 사람도 없고 가게가 한산했다.


체인점인가?





그 다음에 우리가 향한곳은 IFC몰.


여기서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쪽으로 건너갈 예정이었다.



근데 이날이 무슨 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IFC몰 곳곳에 이렇게 노숙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이것은 흡사 엊그제 폭설로 인해 2박3일간 강제노숙을 했던 제주공항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대놓고 뭘 기다리냐고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지나다니면서 얼핏 봤을때,


뭔가 유명한 가수의 팬클럽인듯 싶었다.


다들 이상한 애들이 그려진 굿즈를 들고 저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더라.



참으로 대단하구만.


그 열정, 대단해.





스타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갔다.


난 아직도 홍콩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왔다갔다 할때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한 기억만 나고...


사방 어디로 가든지 바닷가가 나왔던 기억만 난다.



왜냐믄, 홍콩에선 내가 지도를 안 봤거든.


진희가 한번 와봤던 곳이라 모든 길안내를 진희가 했다.


나는 그냥 졸졸졸 따라다니다가 이거 먹어. 유명한거야. 하면 먹고,


이거 봐. 유명한거야. 하면 보고, 이거 해. 유명한거야. 하면 하고.


그러기만 했다.





우리가 침사추이로 온 유일한 이유.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노래에도 나오듯이 홍콩의 밤거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야경 또한 기가 맥힌다.


다크나이트에도 나왔지. 홍콩의 야경.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별로였다.


ㅇㅇ. 실제로 보니까 그 어마어마한 소문에 비하면 별거 없었다.


마치 프라하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홍콩의 야경에 비하면 프라하의 야경은 정말 천지창조 수준의 아름다움이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건물들이 각자 조화롭지 않은 불빛들을 하늘로 쏴대는것말고는 볼게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분위기다.


왼쪽 건물부터 오른쪽 건물까지 차례대로 불이 켜지는가하면,


다같이 불이 켜지기도 하고,


LED를 쏘기도 하고, 하늘로 서치 라이트를 켜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침사추이 부근에서는 음악도 함께 나온다.


다들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나는 별로였음.


개인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흠... 사실 저 야경쇼가 끝난 다음에,


바로 스타의 거리로 가서 사진을 찍어댔다.


스타의 거리가 뭐냐면, 유명한 홍콩배우들의 손도장을 바닥에 전시해놓은 길거리다.



거기 써있는 사람들 중 90%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유덕화나... 성룡이나... 이소룡 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손도장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물론 밤이니까 플래쉬를 팡팡 터뜨려가면서.)


한국 와서 사진 열어보니까 도저히 오픈할수 없는 몰골이라서 사진은 안 올렸다.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비첸향.


이때만 해도 한국에 비첸향이 없었나?... 뭐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에만 있었나?


여하튼 흔치 않은 육포였다.


가끔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데 놀러갔다온 사람들이 사와서는, 손톱만큼 떼어주는거 먹어보고는,


오... 이거 맛있는데? 라고 하던 육포가 바로 이 비첸향이었다.



있다가 숙소에 가서 맥주랑 냠냠할라고 몇개 사서 쟁여놨다.





저녁을 먹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침사추이 자체가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라서 그런지,


먹을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곳은 결국.... 아케이드몰?...


말이 좋아 아케이드지, 그냥 건물 안에 있는 푸드코트다.


참으로 궁상 떨면서 여행 다녔구나.


여기서 완탕면 같은거 하나 사서 먹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다른게 먹고 싶었지만, 완탕면이 싸서 먹었을 확률이 99%다.)





침사추이는 꽤나 화려했다.


이렇게 찍고나서 보니까, 작년에 갔다온 하와이 같네. 


하와이에도 이렇게 생긴 길거리가 있던데...



여하튼 우리랑은 별 상관 없는 브랜드들이 즐비해있었다.





올때는 페리를 타고 왔지만, 돌아갈때는 지하철이랑 트램을 번갈아 타면서 돌아갔다.


홍콩의 트램은 참 운치가 있다.


창문도 활짝 열려있어서 바깥 구경하기에도 좋고,


실제 홍콩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다.





이때의 내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뭔가... 뭔가 빨랐다.


1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


그 모든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살날이 2배는 더 많은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번아웃 된 기분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생생한 꿈을 꾸고 막 일어나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트레인스포팅 같은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정리하고 마신 맥주. 으잉?


SKOL이라고 써있는걸보니 브라질 맥주구만. 으잉?


아까 사온 비첸향이랑 맥주랑 같이 마시니까 개꿀맛.



홍콩의 참맛은 이런데 있는거 같다.


하루종일 땀 뻘뻘 흘리면서 습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마시는 맥주. 크아.


기가 맥히는구만.




홍콩.


언젠가 또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놀고 먹고 즐기기에는 딱인 동네인거 같다.


물가도 그리 비싸지도 않고, 볼것도 다 붙어있어서 이동하는데도 별로 안 힘들고...


날씨만 좋으면 딱일거 같은데... 흠...


언젠가 저날밤 마신 맥주만큼이나 맛난 맥주를 먹게 된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v멍군v
귀국 후 살아남기2015. 12. 28. 22:51

처음 입사해서, 대리 직함 (내가 다니던 회사는 주임 이라고 불렀지만...) 을 달고 계신 선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경외감이 들만큼 많은 일을 하시던 분들이었다.


와.. 내가 이 회사에서 대리를 달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32살을 코앞에 둔 지금, 나는 대리를 달았다.


동년배들에 비해서는 약간 늦었지만, 인생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는,

그리 늦지 않은 나이에 대리를 달았다.


지금의 나는, 과연 신입사원일때의 나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신입사원의 눈에 선망의 대상으로만 비춰졌던 대리의 모습일까?...


사실 나는 지금도 신입사원 같은 기분이다.

모든 업무를 알아서 해내는, 누군가 말했듯이 자기 밥벌이는 알아서 하는 그런 대리의 모습은 아닌거 같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건지,

이대로 업무를 하다보면 정말 '전문가'가 되는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간 과장을 달고, 언젠간 차장을 달고 부장을 다는 날이 올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곰곰히 생각해봤다.

1년동안의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1년동안 쓴 돈은 5천만원이 조금 넘지만...

1년을 넘게 쉬면서, 우리가 소비해버린 기회비용은 약 2억 가량의 돈이었다.


여행하면서 쓴 5천. 그리고 1년간 두명이서 벌수 있었던 1억.

그리고 1년이 넘는 경력단절로 인한 비용 5천.

총 2억.


쉽게 생각하면, 고급 벤츠를 살수 있는 돈이다.



내가 만약 그때 여행을 가지 않아서,

지금 2억짜리 벤츠를 타고 다니면, 내 인생은 달라져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참 여행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억짜리 벤츠를 샀더라면, 페북에 자랑글 하나정도는 올렸을수도 있겠지.

아니면 내부순환로 월곡램프에서 끼어들기를 할때 클락션 소리를 절반정도만 들었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거 같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여행을 갔다옴으로써 내가 가지게 된 나에 대한 자부심.

이런 건 2억을 주고도 못 사는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 연봉인상율 1~2%에 울고 웃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뭐 아이러니하다고 말은 하지만, 여행 다녀왔다고 물질적인 모든 것에 초월해서 살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렇게 살수도 없다.



나는 지금도 회사에 있다.

그리고 아마도 1년 뒤에 나도 회사에 있을 것이다.

10년쯤 후에, TV에서 세계를 가다를 보면서, 

와... 저기 많이 바꼈네. 내가 갔을때는 완전 암것도 없었는데.. 라는 멘트를 하고,

누군가 어디를 간다 그러면, 

오.. 나도 거기 가봤는데... 또 가고 싶네. 라는 생각만 속으로 하고 있겠지.



지금 돌이켜보면 여행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특히 요즘 사진정리를 하다보면,

좀 이쁜 옷 좀 입고 다닐껄...

사진 좀 이쁘게 찍을껄...

출판을 목적으로 글이라도 좀 써볼껄...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의 방향에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하듯이,

난 2억이 있어도, 시간이 많아도 아무나 갈수 없는 세계일주를 다녀온 몸이니까.

앞으로 쥐죽은듯이 회사업무에 파묻혀 살아도 여한이 없다.

그게 내 지금의 진실된 속마음이다.


새장 밖의 세상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나는,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잠만 잤던 이스탄불에서의 내 모습과 같이,

조금은 안락하고 깨끗한 호스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새장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

Posted by v멍군v

밤새 타고온 에어 인디아는 나름 괜찮았다.


좁디 좁은 이코노미에서 자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는데, 이제 곧 한국이다.





우리가 홍콩에 도착한 건 아침이었다.


역시 홍콩.


나는 홍콩이 처음이었지만, 진희는 두번째 와보는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잘난척 쩔음.


은 농담이고, 덕분에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왜냐면 아무것도 알아볼 필요가 없으니까요.ㅎ



게다가 홍콩에는, 진희의 회사동료 중에 현재 스튜어디스를 하고 계신 분이 살고 계셔서,


더욱 마음이 든든했다.





인도에서는 나름 간지나는 배낭이었는데,


홍콩에 오니 초라하기 그지 없다.


에어 인디아에서 같이 내린 인도인들도 삐까번쩍한 캐리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데...


나름 G20개최로 450조의 경제효과를 얻은 대한민국 국적인 우리는,


다 찢어가는 배낭을 질질 끌고 내리다니....



배낭커버는 다 찢어져서 버렸지만, 저 위에 있는 인도에서 산 알록달록한 짐가방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스키장이나 어디 놀러갈때 아무거나 다 쑤셔넣는 용도로 짱임.





스튜어디스 언니와 만나기 위해, SIM카드를 하나 샀다.


홍콩에 온 목적은 별거 없었다.


스튜어디스 언니를 만나는 것과,


너무너무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쇼핑.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쇼핑이죠.



사실 이제 남은 돈이 별로 없어서, 아무것도 살 생각이 없었으나,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 여행경비의 5%정도쯤에 해당하는 물건을 덜컥 사버리게 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공항 자동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


입에서는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말 처음 경험해보는 습도였다.


안경에 김이 낄 정도로, 바깥공기는 덥고 습했다.


사우나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습했다.



뭐랄까... 어릴적에 목이 부어서 이비인후과에 가면,


빨간색 조명이 있는 가습기 같은거에 목을 대고 있으라고 했는데,


그때 느낀 그 느낌이었다.


뭔가 텁텁하고 불쾌지수가 마구 올라가는 그 기분.



홍콩에 있으면서 가장 놀란게 바로 이 후덥지근한 날씨.


그리고 그와 반대로, 조금이라도 밀폐된 공간이라면 너무할 정도로 빵빵하게 틀려져 있는 에어컨이었다.


버스, 지하철, 쇼핑몰, 숙소 같은데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에어컨이 나오고 있었다.



참고로,


버스 중간에 굴러다니는 저 회색물체는,


내 배낭이다.


괜찮아. 소똥밭에서도 굴러먹은 배낭인데 이정도 버스바닥이라면야 땡큐지.





공항에서 버스를 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항구가 나타났다.


홍콩이 항구도시라는게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날씨도 그렇고, 항구를 따라 거대하게 늘어서있는 기중기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독일 함부르크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우중충한 날씨에 차를 타고, 저 멀리 항구에 서있는 기중기들을 바라봤었는데...





숙소 도착.


외관 사진은 없다.


왜냐면 숙소 빌딩이 너무 높았다..;;;;


그리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이건 숙소에서 바깥 풍경을 찍은 사진인데,


홍콩의 땅값이 비싸다는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허가도 안나올만큼,


좁고 높은 빌딩들만이 가득했다.





여행을 하면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나면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들이 있다.


빨래 그리고 취침.


홍콩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열심히 빨래를 하고, 그리고 낮잠을 잤다.


숙소가 좁은것 빼면 꽤 괜찮은 편에 속하는 호텔이었다. (정확히는 뭐 부띠끄 호텔인가 뭐라고 부르는거 같던데....)



그렇게 한숨 자면서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바깥구경을 나섰다.


처음 간곳은 숙소랑 가까이에 있던 IFC몰이다.


국제금융빌딩? 여의도에 생긴 건물이랑 똑같은 이름이었는데,


내부에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은 매장과, 음식점들이 가득했다.





IFC몰에는 명품샵들이 많았으나, 우리는 명품에 별 관심이 없는 관계로.


애플샵만 둘러보고 나왔다.


IFC몰 한가운데에는 엄청난 크기의 애플샵이 있었는데,


한쪽이 전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도 제법 멋졌다.


지금 위에 있는 사진이 애플샵에서 찍은 바깥 풍경이다.



홍콩의 야경이 유명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 같다.


낮에 보면 건물들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하나도 안 이쁨..;;;





IFC몰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스튜어디스 언니를 만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Jordan역으로 갔다.


Jordan역에는 템플스트릿 야시장이 있는데,


거기서 노상음주를 즐길 예정이었다.





초상권 협상이 안된 관계로,


스튜어디스 언니도 뒷모습만 찍었다.



몇번이나 말했지만, 외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색다른 일이다.


한국에서도 같이 밤거리를 걷고, 술을 마시고, 이것저것 떠들었었지만,


외국에서 그러고 있자니, 모든것이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스튜어디스 언니는,


예전에 진희가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과감하게 사표 쓰고 나오셔서, 지금은 캐세이 퍼시픽에서 비행기를 타고 계신다.


매우 이국적으로 생기셨음.





이곳에 바로 템플 스트릿 야시장이다.


왠지 우리나라 을지로쪽에 밤마다 생겨나는 야시장을 보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테이블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중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인들이었지만,


거의 1/3정도는 외국인이었다.



홍콩의 역사를 안다면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사실 난 그런걸 모르는 상태라서 꽤나 신기해했었음.





홍콩에서 거주중인 분과 함께라서,


우리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뭐 어떻게 시켜먹는거지?


어떤 메뉴가 맛있는거지?


바가지 쓰면 어떡하지?


계산은 어떻게 하는거지?


아무런 고민이 필요 없다.


그냥 거주민이 시키는대로만 하고, 시켜주는 음식 먹으면 됨.



참고로 왼쪽 휴지 뒤쪽에 있는게 메뉴판인데... 뻥 안치고 메뉴가 100개가 넘는거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홍콩의 왠만한 음식점은 저렇게 메뉴판에 그림이 있어서 대충 감은 잡을 수 있다.



우리가 먹은건,


청경채 볶은거랑... 꼬막조림 비슷한거랑.. 새우꼬치튀김이랑... 매콤한 볶음밥?


그리고 맥주.


맥주. 그리고 또 맥주.





야시장에서 거나하게 한잔씩 한 우리는 좀 걷기로 했다.


밤이 되도 습한 날씨는 여전했다.


정말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차라리 이렇게 땀이 무진장 나면 상관없다. 상쾌하기까지 하다.


제일 짜증나는건 땀이 살짝 흐를랑말랑 거릴때.


매우 빡침.





우리는 침사추이라는 동네까지 걸어서 갔다.


중간에 잘 걸어가고 있는데, 스튜어디스 언니가 갑자기 고급호텔로 들어가신다.


영문도 모르는 우리는 거기가 목적지인줄 알고 따라들어갔는데,


갑자기 호텔 로비에 앉으신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그냥 더워서 땀좀 식히고 갈라고 들어오셨단다.



흠.


홍콩에서 이런건 매우 흔한일인거 같았다.


밖이 워낙 더운데, 건물 안은 추울 정도니까,


막 걷다가 더우면 잠깐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땀이 좀 진정된다.



여하튼, 그렇게 침사추이까지 가서 우리가 간 곳은,


Ned Kelly's Last Stand라는 재즈바였다.


아.. 왠지 거주민들만 오는 비밀장소에 온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우쭐해졌다.


(사실 알고보니 꽤 유명한 곳이었음..;; 난 또 나만 아는 곳인줄 알았네.)



한국에서도 안가본 재즈바인데 홍콩에서 가게 될 줄이야.


재즈바 자체도 신기했지만, 외국에서 간 재즈바라서 더 신기했던거 같다.


가장 신기했던건,


호가든 맥주를 시켰더니, 한손으로는 못들정도로 큰 잔에 맥주가 나왔다..;;;;


그래서 어린이가 물 마시듯이 두손으로 맥주잔 잡고 마신 기억이 나네.





그렇게 신나는 토요일 밤을 즐기고나서,


스튜어디스 언니 배웅을 위해 나이트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나이트버스 타는 곳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갔어야 됐는데,


이왕 지하철 탄김에, 우리나라 홍대랑 비스무리한 란콰이퐁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난 클럽도 안가봤고, 밤에 홍대도 안가봐서 잘 모르겠으나,


다들 비슷하다고 하니 그냥 이런가보다 싶다.


란콰이퐁은 젊은 사람들이 길에서 술도 마시고, 곳곳에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이었다.


클럽도 많아 보였고, 그냥 술집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서 손에 맥주병을 들고 큰소리로 떠들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근데 우리랑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우린 쭈글이들이라서 이렇게 흥이 많고 음악이 큰 곳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분위기정도만 느끼고,


나이트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스튜어디스 언니를 배웅해줬다.



참고로 버스 기다리다가 들은 얘긴데,


여기 어딘가에 드래곤 호텔?? 뭐 그런곳이 바로 장국영씨가 자살하신 곳이란다.


흠... 뭐 건물구조를 말씀해주시면서, 자살할 수 없는 층이었는데 자살을 했다고 뭐 그런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잘 모르겄음.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었다.


남미에서는 위험하니까,


유럽에서는 운전하느라고,


아프리카에서는 밖에 사자가 있어서,


인도에서는 할게 없어서.


밤 1시 넘어서까지 돌아다녀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우리끼리 왔더라면 절대 느껴보지 못할 홍콩의 밤거리를 선사해준 스튜어디스 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사진은 뭐냐면,


써클K라고...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편의점이라 반가워서 찍어봤다.


우리집앞에 처음 생긴 편의점이 써클K였는데... 얼마 못가서 망했지...;;;





뭔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다.


좁은 골목. 오래되고 좁지만 높은 빌딩들.


좁은 골목 위로 비정상적으로 커보이는 간판들.



내가 영화에서나 봐왔던 홍콩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 홍콩이다.


모든 것을 잊고 즐기고 놀고 마실 일만 남은 이곳이 바로 


홍콩이다.



Posted by v멍군v
귀국 후 살아남기2015. 11. 12. 17:03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나에겐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


내적으로는 많은 삶의 변화가 있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그냥 똑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귀국하자마자 다른 회사에 바로 입사할 수 있었고,


게다가 더 운이 좋아서, LG전자 1년 경력까지 인정받고 들어갔다.


결국 지금 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얼추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 31살에 대리를 달았으니까, 여행하고 잠시 쉰 1년반의 공백기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다.



그랬다.


나에게 있어서 세계일주라는 경험은, 너무나 큰 자극제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특히 세계일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때에는,


무조건 가라고만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인생은 짧아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굳이 다니기 싫은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고 계세요.


왜요.


돈도 있고, 시간도 낼수 있는데 왜 떠나기를 망설이고 계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나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까,


아무런 문제 없을거에요.


다녀온 후의 걱정이요?


그거 다 주변에서 질투에 어린 시기로 하는 말들이에요. 신경 끄라고 하세요.


다녀온 후에도 잘 살고 있는 사람들 많아요. 저를 보세요.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고 있잖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다녀오세요.



사실이었다.


다녀온 것을 후회한적도 없고, 남이 간다고 하는데 절대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하나 크게 착각한게 있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아서 지금 이렇게 된 것뿐이라는걸...


가장 큰걸 까먹고 있었다.


난 내가 노력해서 재취업을 바로 한것도 아니고, 내가 뛰어나서 1년반을 쉬고도 페이스를 따라잡은게 아니었는데...


그냥 결과적으로 봤을때, 그렇게 됐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거였다.



대기업을 그만둬봤고, 또 여행도 가봤고... 그러다보니,


가끔 회사사람들 중 얘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싶다. 여행 다녀오면 어때요? 어떻게 그만두게 됐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만두세요.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아요. 여행을 가세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의 말에 힘입어...


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 내 말이 뭐 그리 큰 영향력이 있다고 내 말에 힘을 입겠나...


여하튼 나와 그런 얘기들을 나누고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보면..


죄책감이 밀려온다.



왠지 내가 한 말 때문에... 무지하게 운이 좋았던 나의 모습 때문에,


그들이 퇴사를 결정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조차 내 잘난척일수도 있고, 이런 걱정도 전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심 내 맘 한구석에는 죄책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계속될수록,


나는 그저 사람들 틈에 녹아들어, 그냥 그들중한명 으로만 살아가고 싶어진다.



입사를 한지 2년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여행을 다녀온지도 2년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겠지.


2년반동안 열심히 일했다.


일을 잘하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근무시간으로만 따진자면 항상 상위권이었다.


그런 삶이 잘못 됐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살기 싫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항상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이렇게 핑계를 대면서, 용기가 없어서 야근하고 주말출근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급평가를 받는데, 심사관이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명수씨는 회사를 오래 다닐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그 분은 2년반전에 내가 입사면접을 볼때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분이었다.


왜일까.


2년반동안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해줬다.


그런데 왜 2년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신걸까...



사람들은 의외로 세계일주 다녀온걸 별로 탐탁치 여기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게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회사 들어온 사람중에 개판으로 다니다가 퇴사한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본인들이 회사생활을 할때는 정말 회사에 올인 했었는데, 요즘 애들은 워크앤라이프 밸런슨가 뭔가가 더 중요하다며,


자꾸 회사밖의 생활들을 즐기는게 영 마음에 안 드실수도 있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봤을때, 진심으로 내가 회사생활을 대충대충 하고 있다고 보여졌을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여행을 다녀왔을때만 해도 정말 내 인생의 방향이 확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정말 뭔가 다르게 살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거 같다.


남들과 다르게 살수 있는 용기는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게 아닌거 같다.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지 얻을 수 있는거 같은데,



사실 이제는 그 용기가 생길까봐 겁이 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