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엥? 전날 찍은 사진들이 왜 여기 들어가있지?


아...


생각해보니 이날은 12시 넘어서까지 놀아서 전날 사진이 다음날 폴더에 들어가 있는거 같다.



다시 또 한번 생각해보니,


난 여행다니면서 12시 넘어서까지 논 날이 거의 없는듯 하다.


한국에서는 12시 전에는 잠을 못자는데...


1년이 넘는시간동안 난 참 바르게 살아왔구나...





어제 말한 그 뭐냐.


란콰이퐁이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겠지만, 아수라장이다.



흐엉...


난 개인적으로 이런곳이랑 안 어울리므로 저 인파속을 빠르게 뚫고 숙소로 돌아온 기억만 난다.





홍콩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밝냐고 물으신다면,


아침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우리는 오후 1시쯤 일어났다.


시차적응 + 여행 막바지의 몰려오는 피로감 + 게으름이 합쳐져서 오후 1시 반? 그때쯤 일어났다.


둘째날의 홍콩도 참으로 덥고 습하더라.





홍콩의 여행정보는 제주도 여행정보만큼이나 널리고 널렸다.


국내에 나와있는 가이드 서적만 해도 엄청 많고,


인터넷에 홍콩 맛집이라고 치면, 인사동 맛집보다 더 많은 수의 맛집들이 나온다.



원래 인터넷에서 맛집 검색해서 잘 안 찾아다니는 성격인데,


홍콩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 이곳.



망할. 문 닫았다.



항상 이랬다.


한국에 있을때도 이랬다.


뭔가 큰맘 먹고 인터넷 검색해서 리뷰 따져보고 이것저것 후기 찾아보고 해서 


기껏 맛집 하나 찾아서 가보면,


폐업 or 휴업 or 쉬는날.



이제는 익숙하다.





결국에는 가까이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같은데였던거 같다.


엄청나게 많은 메뉴와 그저그런 맛들.



홍콩의 좋은 점은, 뱅뱅사거리에서 한그릇에 9000원씩 하는 쌀국수를 좀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


훗날 간 베트남에서는 정말 싼 가격으로 먹었지만,


이때만 해도 홍콩이 제일 싼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가 생각해온 홍콩과, 지금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홍콩의 모습이다.


뭔지 모르게 부조화하면서도 정돈된듯한 느낌...





지나가면서 신기해서 찍어본 오리고기 집이다.


요즘에는 현대백화점 지하만 가도 이렇게 오리를 걸어놓고 파는 집들이 있어서 별로 안 신기한데,


이때만 해도 꽤나 신기방기하고 혐오스러워서 찍어봤다.





다시 또 홍콩의 길거리.


난 홍콩하면 이런 자잘자잘한 길거리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거 같다.


마카오도 가보고, IFC몰도 가고... 또 뭐냐... 헐리우드 거리? 뭐 그런데도 가보고 했지만,


내 기억에 홍콩은 이런 길거리들로 남아있다.



참고로 여기는 캣스트리트&헐리우드로드의 골동품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재수없게도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우리같은 쭈그리들은 손잡이를 잡자마자 경비원이 산탄총을 쏠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그냥 쇼윈도 건너에서 흘낏흘낏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친 사원.


만모 사원이라는 곳인데, 뭐 옛날에 과거급제를 하고싶어하던 사람들이 문신과 무신을 모시던 곳이란다.



사실 그건 별 관심 없고,


높디높은 빌딩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사원 내부의 모습은 어떠냐면...


어릴적에 봤던 판관 포청천이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소리치던 곳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사원 담벼락에 있던 무시무시한 나무넝쿨들.


그리고 금발 아가씨들. 하앍하앍



홍콩에는 엄청난 수의 외국인이 있었다.


1년 넘게 외국인만 봐왔는데도 외국인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다.


쟤네도 날 보면 엄청 신기해하겠지?





그렇게 와구와구 걸어다니다가 들어간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에그 타르트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실제로도 엄청 맛있었다.



이 곳을 가기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에그 타르트를 몇번 먹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맥도날드에서 파는 에그타르트보다는 맛있었다.



생각외로 사람도 없고 가게가 한산했다.


체인점인가?





그 다음에 우리가 향한곳은 IFC몰.


여기서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쪽으로 건너갈 예정이었다.



근데 이날이 무슨 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IFC몰 곳곳에 이렇게 노숙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이것은 흡사 엊그제 폭설로 인해 2박3일간 강제노숙을 했던 제주공항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대놓고 뭘 기다리냐고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지나다니면서 얼핏 봤을때,


뭔가 유명한 가수의 팬클럽인듯 싶었다.


다들 이상한 애들이 그려진 굿즈를 들고 저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더라.



참으로 대단하구만.


그 열정, 대단해.





스타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갔다.


난 아직도 홍콩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왔다갔다 할때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한 기억만 나고...


사방 어디로 가든지 바닷가가 나왔던 기억만 난다.



왜냐믄, 홍콩에선 내가 지도를 안 봤거든.


진희가 한번 와봤던 곳이라 모든 길안내를 진희가 했다.


나는 그냥 졸졸졸 따라다니다가 이거 먹어. 유명한거야. 하면 먹고,


이거 봐. 유명한거야. 하면 보고, 이거 해. 유명한거야. 하면 하고.


그러기만 했다.





우리가 침사추이로 온 유일한 이유.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노래에도 나오듯이 홍콩의 밤거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야경 또한 기가 맥힌다.


다크나이트에도 나왔지. 홍콩의 야경.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별로였다.


ㅇㅇ. 실제로 보니까 그 어마어마한 소문에 비하면 별거 없었다.


마치 프라하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홍콩의 야경에 비하면 프라하의 야경은 정말 천지창조 수준의 아름다움이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건물들이 각자 조화롭지 않은 불빛들을 하늘로 쏴대는것말고는 볼게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분위기다.


왼쪽 건물부터 오른쪽 건물까지 차례대로 불이 켜지는가하면,


다같이 불이 켜지기도 하고,


LED를 쏘기도 하고, 하늘로 서치 라이트를 켜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침사추이 부근에서는 음악도 함께 나온다.


다들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나는 별로였음.


개인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흠... 사실 저 야경쇼가 끝난 다음에,


바로 스타의 거리로 가서 사진을 찍어댔다.


스타의 거리가 뭐냐면, 유명한 홍콩배우들의 손도장을 바닥에 전시해놓은 길거리다.



거기 써있는 사람들 중 90%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유덕화나... 성룡이나... 이소룡 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손도장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물론 밤이니까 플래쉬를 팡팡 터뜨려가면서.)


한국 와서 사진 열어보니까 도저히 오픈할수 없는 몰골이라서 사진은 안 올렸다.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비첸향.


이때만 해도 한국에 비첸향이 없었나?... 뭐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에만 있었나?


여하튼 흔치 않은 육포였다.


가끔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데 놀러갔다온 사람들이 사와서는, 손톱만큼 떼어주는거 먹어보고는,


오... 이거 맛있는데? 라고 하던 육포가 바로 이 비첸향이었다.



있다가 숙소에 가서 맥주랑 냠냠할라고 몇개 사서 쟁여놨다.





저녁을 먹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침사추이 자체가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라서 그런지,


먹을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곳은 결국.... 아케이드몰?...


말이 좋아 아케이드지, 그냥 건물 안에 있는 푸드코트다.


참으로 궁상 떨면서 여행 다녔구나.


여기서 완탕면 같은거 하나 사서 먹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다른게 먹고 싶었지만, 완탕면이 싸서 먹었을 확률이 99%다.)





침사추이는 꽤나 화려했다.


이렇게 찍고나서 보니까, 작년에 갔다온 하와이 같네. 


하와이에도 이렇게 생긴 길거리가 있던데...



여하튼 우리랑은 별 상관 없는 브랜드들이 즐비해있었다.





올때는 페리를 타고 왔지만, 돌아갈때는 지하철이랑 트램을 번갈아 타면서 돌아갔다.


홍콩의 트램은 참 운치가 있다.


창문도 활짝 열려있어서 바깥 구경하기에도 좋고,


실제 홍콩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다.





이때의 내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뭔가... 뭔가 빨랐다.


1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


그 모든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살날이 2배는 더 많은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번아웃 된 기분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생생한 꿈을 꾸고 막 일어나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트레인스포팅 같은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정리하고 마신 맥주. 으잉?


SKOL이라고 써있는걸보니 브라질 맥주구만. 으잉?


아까 사온 비첸향이랑 맥주랑 같이 마시니까 개꿀맛.



홍콩의 참맛은 이런데 있는거 같다.


하루종일 땀 뻘뻘 흘리면서 습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마시는 맥주. 크아.


기가 맥히는구만.




홍콩.


언젠가 또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놀고 먹고 즐기기에는 딱인 동네인거 같다.


물가도 그리 비싸지도 않고, 볼것도 다 붙어있어서 이동하는데도 별로 안 힘들고...


날씨만 좋으면 딱일거 같은데... 흠...


언젠가 저날밤 마신 맥주만큼이나 맛난 맥주를 먹게 된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v멍군v
귀국 후 살아남기2015. 12. 28. 22:51

처음 입사해서, 대리 직함 (내가 다니던 회사는 주임 이라고 불렀지만...) 을 달고 계신 선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경외감이 들만큼 많은 일을 하시던 분들이었다.


와.. 내가 이 회사에서 대리를 달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32살을 코앞에 둔 지금, 나는 대리를 달았다.


동년배들에 비해서는 약간 늦었지만, 인생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는,

그리 늦지 않은 나이에 대리를 달았다.


지금의 나는, 과연 신입사원일때의 나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신입사원의 눈에 선망의 대상으로만 비춰졌던 대리의 모습일까?...


사실 나는 지금도 신입사원 같은 기분이다.

모든 업무를 알아서 해내는, 누군가 말했듯이 자기 밥벌이는 알아서 하는 그런 대리의 모습은 아닌거 같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건지,

이대로 업무를 하다보면 정말 '전문가'가 되는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간 과장을 달고, 언젠간 차장을 달고 부장을 다는 날이 올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곰곰히 생각해봤다.

1년동안의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1년동안 쓴 돈은 5천만원이 조금 넘지만...

1년을 넘게 쉬면서, 우리가 소비해버린 기회비용은 약 2억 가량의 돈이었다.


여행하면서 쓴 5천. 그리고 1년간 두명이서 벌수 있었던 1억.

그리고 1년이 넘는 경력단절로 인한 비용 5천.

총 2억.


쉽게 생각하면, 고급 벤츠를 살수 있는 돈이다.



내가 만약 그때 여행을 가지 않아서,

지금 2억짜리 벤츠를 타고 다니면, 내 인생은 달라져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참 여행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억짜리 벤츠를 샀더라면, 페북에 자랑글 하나정도는 올렸을수도 있겠지.

아니면 내부순환로 월곡램프에서 끼어들기를 할때 클락션 소리를 절반정도만 들었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거 같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여행을 갔다옴으로써 내가 가지게 된 나에 대한 자부심.

이런 건 2억을 주고도 못 사는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 연봉인상율 1~2%에 울고 웃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뭐 아이러니하다고 말은 하지만, 여행 다녀왔다고 물질적인 모든 것에 초월해서 살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렇게 살수도 없다.



나는 지금도 회사에 있다.

그리고 아마도 1년 뒤에 나도 회사에 있을 것이다.

10년쯤 후에, TV에서 세계를 가다를 보면서, 

와... 저기 많이 바꼈네. 내가 갔을때는 완전 암것도 없었는데.. 라는 멘트를 하고,

누군가 어디를 간다 그러면, 

오.. 나도 거기 가봤는데... 또 가고 싶네. 라는 생각만 속으로 하고 있겠지.



지금 돌이켜보면 여행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특히 요즘 사진정리를 하다보면,

좀 이쁜 옷 좀 입고 다닐껄...

사진 좀 이쁘게 찍을껄...

출판을 목적으로 글이라도 좀 써볼껄...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의 방향에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하듯이,

난 2억이 있어도, 시간이 많아도 아무나 갈수 없는 세계일주를 다녀온 몸이니까.

앞으로 쥐죽은듯이 회사업무에 파묻혀 살아도 여한이 없다.

그게 내 지금의 진실된 속마음이다.


새장 밖의 세상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나는,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잠만 잤던 이스탄불에서의 내 모습과 같이,

조금은 안락하고 깨끗한 호스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새장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

Posted by v멍군v

밤새 타고온 에어 인디아는 나름 괜찮았다.


좁디 좁은 이코노미에서 자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는데, 이제 곧 한국이다.





우리가 홍콩에 도착한 건 아침이었다.


역시 홍콩.


나는 홍콩이 처음이었지만, 진희는 두번째 와보는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잘난척 쩔음.


은 농담이고, 덕분에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왜냐면 아무것도 알아볼 필요가 없으니까요.ㅎ



게다가 홍콩에는, 진희의 회사동료 중에 현재 스튜어디스를 하고 계신 분이 살고 계셔서,


더욱 마음이 든든했다.





인도에서는 나름 간지나는 배낭이었는데,


홍콩에 오니 초라하기 그지 없다.


에어 인디아에서 같이 내린 인도인들도 삐까번쩍한 캐리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데...


나름 G20개최로 450조의 경제효과를 얻은 대한민국 국적인 우리는,


다 찢어가는 배낭을 질질 끌고 내리다니....



배낭커버는 다 찢어져서 버렸지만, 저 위에 있는 인도에서 산 알록달록한 짐가방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스키장이나 어디 놀러갈때 아무거나 다 쑤셔넣는 용도로 짱임.





스튜어디스 언니와 만나기 위해, SIM카드를 하나 샀다.


홍콩에 온 목적은 별거 없었다.


스튜어디스 언니를 만나는 것과,


너무너무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쇼핑.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쇼핑이죠.



사실 이제 남은 돈이 별로 없어서, 아무것도 살 생각이 없었으나,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 여행경비의 5%정도쯤에 해당하는 물건을 덜컥 사버리게 된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공항 자동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


입에서는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말 처음 경험해보는 습도였다.


안경에 김이 낄 정도로, 바깥공기는 덥고 습했다.


사우나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습했다.



뭐랄까... 어릴적에 목이 부어서 이비인후과에 가면,


빨간색 조명이 있는 가습기 같은거에 목을 대고 있으라고 했는데,


그때 느낀 그 느낌이었다.


뭔가 텁텁하고 불쾌지수가 마구 올라가는 그 기분.



홍콩에 있으면서 가장 놀란게 바로 이 후덥지근한 날씨.


그리고 그와 반대로, 조금이라도 밀폐된 공간이라면 너무할 정도로 빵빵하게 틀려져 있는 에어컨이었다.


버스, 지하철, 쇼핑몰, 숙소 같은데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에어컨이 나오고 있었다.



참고로,


버스 중간에 굴러다니는 저 회색물체는,


내 배낭이다.


괜찮아. 소똥밭에서도 굴러먹은 배낭인데 이정도 버스바닥이라면야 땡큐지.





공항에서 버스를 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항구가 나타났다.


홍콩이 항구도시라는게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날씨도 그렇고, 항구를 따라 거대하게 늘어서있는 기중기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독일 함부르크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우중충한 날씨에 차를 타고, 저 멀리 항구에 서있는 기중기들을 바라봤었는데...





숙소 도착.


외관 사진은 없다.


왜냐면 숙소 빌딩이 너무 높았다..;;;;


그리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이건 숙소에서 바깥 풍경을 찍은 사진인데,


홍콩의 땅값이 비싸다는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허가도 안나올만큼,


좁고 높은 빌딩들만이 가득했다.





여행을 하면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나면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들이 있다.


빨래 그리고 취침.


홍콩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열심히 빨래를 하고, 그리고 낮잠을 잤다.


숙소가 좁은것 빼면 꽤 괜찮은 편에 속하는 호텔이었다. (정확히는 뭐 부띠끄 호텔인가 뭐라고 부르는거 같던데....)



그렇게 한숨 자면서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바깥구경을 나섰다.


처음 간곳은 숙소랑 가까이에 있던 IFC몰이다.


국제금융빌딩? 여의도에 생긴 건물이랑 똑같은 이름이었는데,


내부에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은 매장과, 음식점들이 가득했다.





IFC몰에는 명품샵들이 많았으나, 우리는 명품에 별 관심이 없는 관계로.


애플샵만 둘러보고 나왔다.


IFC몰 한가운데에는 엄청난 크기의 애플샵이 있었는데,


한쪽이 전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도 제법 멋졌다.


지금 위에 있는 사진이 애플샵에서 찍은 바깥 풍경이다.



홍콩의 야경이 유명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 같다.


낮에 보면 건물들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하나도 안 이쁨..;;;





IFC몰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스튜어디스 언니를 만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Jordan역으로 갔다.


Jordan역에는 템플스트릿 야시장이 있는데,


거기서 노상음주를 즐길 예정이었다.





초상권 협상이 안된 관계로,


스튜어디스 언니도 뒷모습만 찍었다.



몇번이나 말했지만, 외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색다른 일이다.


한국에서도 같이 밤거리를 걷고, 술을 마시고, 이것저것 떠들었었지만,


외국에서 그러고 있자니, 모든것이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스튜어디스 언니는,


예전에 진희가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과감하게 사표 쓰고 나오셔서, 지금은 캐세이 퍼시픽에서 비행기를 타고 계신다.


매우 이국적으로 생기셨음.





이곳에 바로 템플 스트릿 야시장이다.


왠지 우리나라 을지로쪽에 밤마다 생겨나는 야시장을 보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테이블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중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인들이었지만,


거의 1/3정도는 외국인이었다.



홍콩의 역사를 안다면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사실 난 그런걸 모르는 상태라서 꽤나 신기해했었음.





홍콩에서 거주중인 분과 함께라서,


우리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뭐 어떻게 시켜먹는거지?


어떤 메뉴가 맛있는거지?


바가지 쓰면 어떡하지?


계산은 어떻게 하는거지?


아무런 고민이 필요 없다.


그냥 거주민이 시키는대로만 하고, 시켜주는 음식 먹으면 됨.



참고로 왼쪽 휴지 뒤쪽에 있는게 메뉴판인데... 뻥 안치고 메뉴가 100개가 넘는거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홍콩의 왠만한 음식점은 저렇게 메뉴판에 그림이 있어서 대충 감은 잡을 수 있다.



우리가 먹은건,


청경채 볶은거랑... 꼬막조림 비슷한거랑.. 새우꼬치튀김이랑... 매콤한 볶음밥?


그리고 맥주.


맥주. 그리고 또 맥주.





야시장에서 거나하게 한잔씩 한 우리는 좀 걷기로 했다.


밤이 되도 습한 날씨는 여전했다.


정말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차라리 이렇게 땀이 무진장 나면 상관없다. 상쾌하기까지 하다.


제일 짜증나는건 땀이 살짝 흐를랑말랑 거릴때.


매우 빡침.





우리는 침사추이라는 동네까지 걸어서 갔다.


중간에 잘 걸어가고 있는데, 스튜어디스 언니가 갑자기 고급호텔로 들어가신다.


영문도 모르는 우리는 거기가 목적지인줄 알고 따라들어갔는데,


갑자기 호텔 로비에 앉으신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그냥 더워서 땀좀 식히고 갈라고 들어오셨단다.



흠.


홍콩에서 이런건 매우 흔한일인거 같았다.


밖이 워낙 더운데, 건물 안은 추울 정도니까,


막 걷다가 더우면 잠깐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땀이 좀 진정된다.



여하튼, 그렇게 침사추이까지 가서 우리가 간 곳은,


Ned Kelly's Last Stand라는 재즈바였다.


아.. 왠지 거주민들만 오는 비밀장소에 온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우쭐해졌다.


(사실 알고보니 꽤 유명한 곳이었음..;; 난 또 나만 아는 곳인줄 알았네.)



한국에서도 안가본 재즈바인데 홍콩에서 가게 될 줄이야.


재즈바 자체도 신기했지만, 외국에서 간 재즈바라서 더 신기했던거 같다.


가장 신기했던건,


호가든 맥주를 시켰더니, 한손으로는 못들정도로 큰 잔에 맥주가 나왔다..;;;;


그래서 어린이가 물 마시듯이 두손으로 맥주잔 잡고 마신 기억이 나네.





그렇게 신나는 토요일 밤을 즐기고나서,


스튜어디스 언니 배웅을 위해 나이트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나이트버스 타는 곳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갔어야 됐는데,


이왕 지하철 탄김에, 우리나라 홍대랑 비스무리한 란콰이퐁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난 클럽도 안가봤고, 밤에 홍대도 안가봐서 잘 모르겠으나,


다들 비슷하다고 하니 그냥 이런가보다 싶다.


란콰이퐁은 젊은 사람들이 길에서 술도 마시고, 곳곳에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이었다.


클럽도 많아 보였고, 그냥 술집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서 손에 맥주병을 들고 큰소리로 떠들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근데 우리랑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우린 쭈글이들이라서 이렇게 흥이 많고 음악이 큰 곳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분위기정도만 느끼고,


나이트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스튜어디스 언니를 배웅해줬다.



참고로 버스 기다리다가 들은 얘긴데,


여기 어딘가에 드래곤 호텔?? 뭐 그런곳이 바로 장국영씨가 자살하신 곳이란다.


흠... 뭐 건물구조를 말씀해주시면서, 자살할 수 없는 층이었는데 자살을 했다고 뭐 그런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잘 모르겄음.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었다.


남미에서는 위험하니까,


유럽에서는 운전하느라고,


아프리카에서는 밖에 사자가 있어서,


인도에서는 할게 없어서.


밤 1시 넘어서까지 돌아다녀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우리끼리 왔더라면 절대 느껴보지 못할 홍콩의 밤거리를 선사해준 스튜어디스 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사진은 뭐냐면,


써클K라고...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편의점이라 반가워서 찍어봤다.


우리집앞에 처음 생긴 편의점이 써클K였는데... 얼마 못가서 망했지...;;;





뭔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다.


좁은 골목. 오래되고 좁지만 높은 빌딩들.


좁은 골목 위로 비정상적으로 커보이는 간판들.



내가 영화에서나 봐왔던 홍콩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 홍콩이다.


모든 것을 잊고 즐기고 놀고 마실 일만 남은 이곳이 바로 


홍콩이다.



Posted by v멍군v
귀국 후 살아남기2015. 11. 12. 17:03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나에겐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


내적으로는 많은 삶의 변화가 있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그냥 똑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귀국하자마자 다른 회사에 바로 입사할 수 있었고,


게다가 더 운이 좋아서, LG전자 1년 경력까지 인정받고 들어갔다.


결국 지금 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얼추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 31살에 대리를 달았으니까, 여행하고 잠시 쉰 1년반의 공백기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다.



그랬다.


나에게 있어서 세계일주라는 경험은, 너무나 큰 자극제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특히 세계일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때에는,


무조건 가라고만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인생은 짧아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굳이 다니기 싫은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고 계세요.


왜요.


돈도 있고, 시간도 낼수 있는데 왜 떠나기를 망설이고 계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나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까,


아무런 문제 없을거에요.


다녀온 후의 걱정이요?


그거 다 주변에서 질투에 어린 시기로 하는 말들이에요. 신경 끄라고 하세요.


다녀온 후에도 잘 살고 있는 사람들 많아요. 저를 보세요.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고 있잖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다녀오세요.



사실이었다.


다녀온 것을 후회한적도 없고, 남이 간다고 하는데 절대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내가 하나 크게 착각한게 있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아서 지금 이렇게 된 것뿐이라는걸...


가장 큰걸 까먹고 있었다.


난 내가 노력해서 재취업을 바로 한것도 아니고, 내가 뛰어나서 1년반을 쉬고도 페이스를 따라잡은게 아니었는데...


그냥 결과적으로 봤을때, 그렇게 됐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거였다.



대기업을 그만둬봤고, 또 여행도 가봤고... 그러다보니,


가끔 회사사람들 중 얘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싶다. 여행 다녀오면 어때요? 어떻게 그만두게 됐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만두세요.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아요. 여행을 가세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의 말에 힘입어...


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 내 말이 뭐 그리 큰 영향력이 있다고 내 말에 힘을 입겠나...


여하튼 나와 그런 얘기들을 나누고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보면..


죄책감이 밀려온다.



왠지 내가 한 말 때문에... 무지하게 운이 좋았던 나의 모습 때문에,


그들이 퇴사를 결정하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조차 내 잘난척일수도 있고, 이런 걱정도 전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심 내 맘 한구석에는 죄책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계속될수록,


나는 그저 사람들 틈에 녹아들어, 그냥 그들중한명 으로만 살아가고 싶어진다.



입사를 한지 2년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여행을 다녀온지도 2년반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겠지.


2년반동안 열심히 일했다.


일을 잘하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근무시간으로만 따진자면 항상 상위권이었다.


그런 삶이 잘못 됐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살기 싫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항상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이렇게 핑계를 대면서, 용기가 없어서 야근하고 주말출근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급평가를 받는데, 심사관이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명수씨는 회사를 오래 다닐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그 분은 2년반전에 내가 입사면접을 볼때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분이었다.


왜일까.


2년반동안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해줬다.


그런데 왜 2년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신걸까...



사람들은 의외로 세계일주 다녀온걸 별로 탐탁치 여기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게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회사 들어온 사람중에 개판으로 다니다가 퇴사한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본인들이 회사생활을 할때는 정말 회사에 올인 했었는데, 요즘 애들은 워크앤라이프 밸런슨가 뭔가가 더 중요하다며,


자꾸 회사밖의 생활들을 즐기는게 영 마음에 안 드실수도 있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봤을때, 진심으로 내가 회사생활을 대충대충 하고 있다고 보여졌을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여행을 다녀왔을때만 해도 정말 내 인생의 방향이 확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정말 뭔가 다르게 살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거 같다.


남들과 다르게 살수 있는 용기는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게 아닌거 같다.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지 얻을 수 있는거 같은데,



사실 이제는 그 용기가 생길까봐 겁이 난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10. 11. 19:34

글이 많이 늦어졌다.


원래 한달쯤 전에 글을 다시 쓰려고 했으나...


흠... 거 뭐냐. 무한도전에서 칠레 라면집 사장님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내 블로그에 엄청난 사람들이 유입됐었다...;;;


뭐라도 잘못 썼다간 신상 탈탈 털려서 마녀사냥이라도 당할까봐 쫄아서 아무것도 못 쓰고 있었다.


그 얘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다시 해보도록 하고...



우선 이날은,


우리가 인도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체크아웃부터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근처에 있던 German Backery다.


독일이 왜 빵이 유명한지 잘 모르겠으나, (빵은 프랑스가 갑 아님?)


여하튼 여행 다니다보면 이상하게 유명한 독일빵집이 많이 있다.



빵이라곤 크라운베이커리 크림빵이 제일 맛있는줄 알고 살아온 나로써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뭔가 좀더 푸석푸석하고 딱딱하면 독일빵.


부드럽고 달고 살찔꺼 같으면 프랑스빵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다.



이집은 독일빵집이었는데, 나름 맛잇었음.


우선 난 계란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란이 나오면 +5점쯤 먹고 들어간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델리의 지하철역이다.


예전에 왔을때는, 와이프랑 장옥빈여사랑 세명이서 이 지하철을 타고,


인디아 게이트라는 곳에 놀러갔었다.


1차 세계대전때 사망한 인도의 군인들을 위해 지어진 것이 바로 인디아 게이트인데,


그 앞은... 엄청나게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가봤던 인디아 게이트를 또 가볼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


이번에는 그때 못 가봤던 꾸뜹미나르 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우선 인도의 지하철은 어마무시하다.


지하철 한번 타려면 X-Ray로 소지품 검사를 해야된다..;;


게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사진도 일절 찍을 수 없다.


지하철역은... 지하는 아니고, (중간에 환승역은 지하던데, 왠만한 다른 역들은 전부 지상에 위치하고 있음.)


의정부쪽에 가면 있는 국철 승강장처럼 육교 위에 지하철에 위치하고 있다. 표현이 맞나 모르겠네.



여하튼 내부 사진은 없으나,


엄청나게 시원하고, 쾌적하고, 깔끔하다.


인도라곤 믿겨지지 않을만큼 좋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꾸뜹미나르까지는 릭샤를 타고 가야된다.


운전수 양옆에 타고 계신 분들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인도에서 뭐 이런건 흔하디 흔하지.


전혀 낯설지 않다.


합승거부? 그딴건 있을 수가 없다.


왜냐면 합승여부를 우리에게 물어볼리가 없거든. 그냥 지나가다가 아는 사람 있으면 태우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태우고,


그냥 아무나 막 타고 간다.





인도의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러하듯,


여기도 외국인 전용 입장료가 따로 있다.


잘 보면... 인도인은 10루피만 내고 들어가면 되지만, 


외국인의 경우 5달러 혹은 250루피를 내고 들어가야 된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은 인도인보다 25배의 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된다.



너무 억울해하지 말자.


250루피라고 해봤자, 5천원 가량이다.


인도의 천년 가까이 된 유적지를 보는데 꼴랑 5천원이다.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고 입장하자.


(참고로 타지마할은 인도인은 20루피인데... 외국인은 750루피였나... 여하튼 그렇다.)





인도. 엄청나게 오래된 나라인데다가,


델리. 그 엄청나게 오래된 나라에서도 엄청나게 오래 된 도시 중 하나다.


그만큼 유적지가 산재해 있고,


내가 봤을때, 길거리에 있는 좀 오래 됐다 싶은 집을 뽀개면, 유적지가 나올거 같다.


이집트, 로마, 페루와 맞먹는 유적지를 자랑하는 나라다.





꾸뜹미나르는 그냥 탑 하나 달랑 있는게 아니고,


주변에 이런 건축물들이 꽤 많이 있다.


1199년쯤에 지어진 건물들이라고 하니, 거의 900년쯤 된 건물들인데,


너무 안일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1200년이면 몽골이 고려를 침략할 쯤인데...


그 당시에 이런 석조건축물이라니...


어마어마하구만.


잉카가 부럽지 않아.





이게 바로 꾸뜹미나르다.


원래 인도는 대대로 힌두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였는데,


1200년쯤... 술탄 꾸뜹이라는 아저씨가 인도를 지배하고 나서,


내가 이슬람 최초로 힌두교를 지배했다!! 내가 짱이다!!!


라는 기념으로 세운게 바로, 이 '꾸뜹'미나르다.



근데 아숩게도, 1층만 짓다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다음 왕이 2~3층을 짓고, 그러다가 또 죽어버려서,


그 다음 왕이 4~5층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잘 보면, 1~3층은 붉은 사암이고, 4~5층은 대리석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보면 생각외로 엄청 멋지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이다.


뭔지 모를 이슬람 언어가 마구마구 써져있고,


그 정교함이 어마어마하다.



일부러 그런거겠지만,


붉은색과 흰색의 조화가 가까이서 보면 엉성해보이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많은 인도인들이 놀러와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하는 곳인만큼,


걸인이나 노숙자분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뭐 상점이 있는 곳도 아니라서 삐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관광만 할수 있는 곳이다.


(대신 그늘이 별로 없어서 무지막지하게 덥다.)





이집트에서도 느꼈던 건데,


너무나도 오래되고 멋잇는 석조건축물들인데,


누가 맘 먹고 낙서를 하거나, (얼마전에 짱꿔님들께서 이집트 유적지에 낙서 했다가 세계뉴스에 실렸었지...)


뽀개기라도 하면 어쩌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





그리스는 안 가봤지만, 왠지 그리스를 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사실 내가 이런 분위기를 가장 기대했던 곳은 로마였는데...


로마는 이미 너무 잘 정리되 있어서,


주거지와 유적지의 구분이 확실히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집트 같은 경우는,


유적지가 어마어마하게 크긴 했으나,


유적지와 주거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완벽히 구분이 되어 있었고...



내 기억으로는,


인도의 함피라는 동네가 가장 이런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이 뭐냐면,


유적지와 주거지의 구분이 안되어 있는 상태.


몇백년, 몇천년 된 곳에 현재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이용하고 있는 그런 모습.


그런게 인도에는 남아있었던거 같다.




도대체 돌로만 건물을 지으면, 지붕은 어떻게 하나?


라는 궁금증을 풀어준 사진.


무식하게 돌로 여려겹 쌓아서 빗물을 차단한다...;;;


주변에 나무도 많던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대단한거 같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그늘에 앉아 있었더니,


어떤 아저씨 한분이 와서 사진을 찍자 그래서 찍었다.



나름 청바지를 입고 계신걸로 봐서는 부유한 집안이이신거 같다.


머리는 산발에, 머리는 자기 두배만한 원숭이가 걸어다니니까,


신기해서 사진 한번 찍자고 한거 같다.





꾸뜹미나르 주변에 있는 건물들의 퀄리티는 상상을 초월한다.


변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조각을 해놨다.


이건 이슬람쪽 유적지의 특징인거 같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식에 신경을 썼고,


그 장식도 그림이나 석상이 아닌 기묘한 도형의 모습이다.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교리 때문인듯...)




꾸뜹미나르 좀 구경하다가,


너무 더워서 쥐쥐 치고 나와서 릭샤 타고 코넛플레이스로 갔다. (시원한 커피 마실라고.)



근데 이 글 쓰다가 깨달은건데,


꾸뜹미나르에는 저 거대한 탑 말고, 또 하나 꼭 봐야 할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철탑이다.


기원전 340년전 쯤에 만들어진 7미터쯤 되는 철탑인데,


거의 순도 100%의 철탑이라서 아직까지도 녹이 슬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서있는 철탑이다.


(순도 100% 철은 녹이 안 스나? 가이드북에는 그런식으로 나와 있던데 정확한 화학식은 화학선생님께 문의하세요.)



나는 7년전에 인도에 왔을때도 이 철탑이 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못 보고 갔는데...


이번에 겨우 꾸뜹미나르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덥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탑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못 보고 나왔다.


엉엉... 망할.


그 철탑 보러 인도 다시 가야겠다.



사진은 더럽게 맛없지만 더럽게 비싼 커피를 팔던 코스타 커피다.





이제 슬슬 숙소로 가서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싸이클릭샤를 애용한다.


뭐... 릭샤꾼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애용한다.





우리가 묵었던 SB Inn의 모습.


나름 깔끔하고 좋았던 숙소다.


2013년에는 꽤 핫한 곳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도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라,


한국인이 선호하는 숙소나 레스토랑도 빠르게 변화한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찍은 길거리 닭집.


2007년 인도에서 처음 먹었던 식사라서 그런지,


여전히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립네.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고,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 당시에는 땀에 쩔고, 귀찮고, 힘들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만,


배낭여행이라는 것은 항상 그 당시에는 힘들지만,


지나고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는 마력을 지닌거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즐거웠던 순간들이다.





그렇게 인도를 떠나며 회상에 잠겨 있을때쯤,


우리는 인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왓더헬!!!!


이게 진정 인도란 말입니까?



얼마 전에 새로 문을 연 인도 국제공항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인천국제공항보다 훨씬 커보였고, 엄청나게 깔끔했다.


우와....





근데 새로 생긴만큼 보안도 엄청나게 강화되서,


도저히 입장을 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표를 보여줘도, 날짜가 정확히 찍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짐검사 하는 곳에 들어가는게 아니고, 그냥 이 공항 안으로 들어오는데도 온갖 검사를 다 한다.)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니네 국영항공사가 발권한 표인데 날짜가 안 찍혀있는걸 가지고 우리보고 어쩌라고!!!


정말 화도 내고, 애원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결국 입장 성공.


내부도 어마어마했다.





이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다.


정말 세계일주의 마지막 나라인 홍콩이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남은 돈 처리하느라 햄버거를 사먹어서 그런지 기내식이 영 안 땡겼다.


이제 이 기내식을 먹을 날도 몇일 안 남았다.




이제 세계일주의 대미를 장식할 홍콩편이 시작된다.


마지막 인도에 있을때까지도 마지막 나라를 어디로 할지 한참 고민했었다.


원래는 인도에서 바로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인도가 너무 더워서.... 그나마 좀 시원한 나라로 가자!! 라고 해서 나온 후보군이,


1. 태국, 2. 홍콩 이었는데...


태국은 인도만큼 덥다는 얘기가 있어서, 결국 홍콩으로 정해졌다.


(홍콩도 인도만큼 더웠으나, 거기는 뭐 에어컨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ㅎㅎ)



이렇게 세계일주도 마무리 지어져가고 있다.


이게 전부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2015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


나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엇을 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정말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깊은 성찰을 해보고 싶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