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엥? 전날 찍은 사진들이 왜 여기 들어가있지?


아...


생각해보니 이날은 12시 넘어서까지 놀아서 전날 사진이 다음날 폴더에 들어가 있는거 같다.



다시 또 한번 생각해보니,


난 여행다니면서 12시 넘어서까지 논 날이 거의 없는듯 하다.


한국에서는 12시 전에는 잠을 못자는데...


1년이 넘는시간동안 난 참 바르게 살아왔구나...





어제 말한 그 뭐냐.


란콰이퐁이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겠지만, 아수라장이다.



흐엉...


난 개인적으로 이런곳이랑 안 어울리므로 저 인파속을 빠르게 뚫고 숙소로 돌아온 기억만 난다.





홍콩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밝냐고 물으신다면,


아침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우리는 오후 1시쯤 일어났다.


시차적응 + 여행 막바지의 몰려오는 피로감 + 게으름이 합쳐져서 오후 1시 반? 그때쯤 일어났다.


둘째날의 홍콩도 참으로 덥고 습하더라.





홍콩의 여행정보는 제주도 여행정보만큼이나 널리고 널렸다.


국내에 나와있는 가이드 서적만 해도 엄청 많고,


인터넷에 홍콩 맛집이라고 치면, 인사동 맛집보다 더 많은 수의 맛집들이 나온다.



원래 인터넷에서 맛집 검색해서 잘 안 찾아다니는 성격인데,


홍콩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 이곳.



망할. 문 닫았다.



항상 이랬다.


한국에 있을때도 이랬다.


뭔가 큰맘 먹고 인터넷 검색해서 리뷰 따져보고 이것저것 후기 찾아보고 해서 


기껏 맛집 하나 찾아서 가보면,


폐업 or 휴업 or 쉬는날.



이제는 익숙하다.





결국에는 가까이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같은데였던거 같다.


엄청나게 많은 메뉴와 그저그런 맛들.



홍콩의 좋은 점은, 뱅뱅사거리에서 한그릇에 9000원씩 하는 쌀국수를 좀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


훗날 간 베트남에서는 정말 싼 가격으로 먹었지만,


이때만 해도 홍콩이 제일 싼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가 생각해온 홍콩과, 지금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홍콩의 모습이다.


뭔지 모르게 부조화하면서도 정돈된듯한 느낌...





지나가면서 신기해서 찍어본 오리고기 집이다.


요즘에는 현대백화점 지하만 가도 이렇게 오리를 걸어놓고 파는 집들이 있어서 별로 안 신기한데,


이때만 해도 꽤나 신기방기하고 혐오스러워서 찍어봤다.





다시 또 홍콩의 길거리.


난 홍콩하면 이런 자잘자잘한 길거리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거 같다.


마카오도 가보고, IFC몰도 가고... 또 뭐냐... 헐리우드 거리? 뭐 그런데도 가보고 했지만,


내 기억에 홍콩은 이런 길거리들로 남아있다.



참고로 여기는 캣스트리트&헐리우드로드의 골동품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재수없게도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우리같은 쭈그리들은 손잡이를 잡자마자 경비원이 산탄총을 쏠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그냥 쇼윈도 건너에서 흘낏흘낏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친 사원.


만모 사원이라는 곳인데, 뭐 옛날에 과거급제를 하고싶어하던 사람들이 문신과 무신을 모시던 곳이란다.



사실 그건 별 관심 없고,


높디높은 빌딩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사원 내부의 모습은 어떠냐면...


어릴적에 봤던 판관 포청천이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소리치던 곳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사원 담벼락에 있던 무시무시한 나무넝쿨들.


그리고 금발 아가씨들. 하앍하앍



홍콩에는 엄청난 수의 외국인이 있었다.


1년 넘게 외국인만 봐왔는데도 외국인을 보면 언제나 신기하다.


쟤네도 날 보면 엄청 신기해하겠지?





그렇게 와구와구 걸어다니다가 들어간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에그 타르트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실제로도 엄청 맛있었다.



이 곳을 가기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에그 타르트를 몇번 먹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맥도날드에서 파는 에그타르트보다는 맛있었다.



생각외로 사람도 없고 가게가 한산했다.


체인점인가?





그 다음에 우리가 향한곳은 IFC몰.


여기서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 쪽으로 건너갈 예정이었다.



근데 이날이 무슨 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IFC몰 곳곳에 이렇게 노숙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이것은 흡사 엊그제 폭설로 인해 2박3일간 강제노숙을 했던 제주공항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대놓고 뭘 기다리냐고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지나다니면서 얼핏 봤을때,


뭔가 유명한 가수의 팬클럽인듯 싶었다.


다들 이상한 애들이 그려진 굿즈를 들고 저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더라.



참으로 대단하구만.


그 열정, 대단해.





스타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갔다.


난 아직도 홍콩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왔다갔다 할때 배를 타고 왔다갔다 한 기억만 나고...


사방 어디로 가든지 바닷가가 나왔던 기억만 난다.



왜냐믄, 홍콩에선 내가 지도를 안 봤거든.


진희가 한번 와봤던 곳이라 모든 길안내를 진희가 했다.


나는 그냥 졸졸졸 따라다니다가 이거 먹어. 유명한거야. 하면 먹고,


이거 봐. 유명한거야. 하면 보고, 이거 해. 유명한거야. 하면 하고.


그러기만 했다.





우리가 침사추이로 온 유일한 이유.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노래에도 나오듯이 홍콩의 밤거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야경 또한 기가 맥힌다.


다크나이트에도 나왔지. 홍콩의 야경.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별로였다.


ㅇㅇ. 실제로 보니까 그 어마어마한 소문에 비하면 별거 없었다.


마치 프라하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홍콩의 야경에 비하면 프라하의 야경은 정말 천지창조 수준의 아름다움이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건물들이 각자 조화롭지 않은 불빛들을 하늘로 쏴대는것말고는 볼게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분위기다.


왼쪽 건물부터 오른쪽 건물까지 차례대로 불이 켜지는가하면,


다같이 불이 켜지기도 하고,


LED를 쏘기도 하고, 하늘로 서치 라이트를 켜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침사추이 부근에서는 음악도 함께 나온다.


다들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나는 별로였음.


개인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흠... 사실 저 야경쇼가 끝난 다음에,


바로 스타의 거리로 가서 사진을 찍어댔다.


스타의 거리가 뭐냐면, 유명한 홍콩배우들의 손도장을 바닥에 전시해놓은 길거리다.



거기 써있는 사람들 중 90%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유덕화나... 성룡이나... 이소룡 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손도장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물론 밤이니까 플래쉬를 팡팡 터뜨려가면서.)


한국 와서 사진 열어보니까 도저히 오픈할수 없는 몰골이라서 사진은 안 올렸다.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비첸향.


이때만 해도 한국에 비첸향이 없었나?... 뭐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에만 있었나?


여하튼 흔치 않은 육포였다.


가끔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데 놀러갔다온 사람들이 사와서는, 손톱만큼 떼어주는거 먹어보고는,


오... 이거 맛있는데? 라고 하던 육포가 바로 이 비첸향이었다.



있다가 숙소에 가서 맥주랑 냠냠할라고 몇개 사서 쟁여놨다.





저녁을 먹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침사추이 자체가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라서 그런지,


먹을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곳은 결국.... 아케이드몰?...


말이 좋아 아케이드지, 그냥 건물 안에 있는 푸드코트다.


참으로 궁상 떨면서 여행 다녔구나.


여기서 완탕면 같은거 하나 사서 먹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다른게 먹고 싶었지만, 완탕면이 싸서 먹었을 확률이 99%다.)





침사추이는 꽤나 화려했다.


이렇게 찍고나서 보니까, 작년에 갔다온 하와이 같네. 


하와이에도 이렇게 생긴 길거리가 있던데...



여하튼 우리랑은 별 상관 없는 브랜드들이 즐비해있었다.





올때는 페리를 타고 왔지만, 돌아갈때는 지하철이랑 트램을 번갈아 타면서 돌아갔다.


홍콩의 트램은 참 운치가 있다.


창문도 활짝 열려있어서 바깥 구경하기에도 좋고,


실제 홍콩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다.





이때의 내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


뭔가... 뭔가 빨랐다.


1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


그 모든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살날이 2배는 더 많은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번아웃 된 기분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생생한 꿈을 꾸고 막 일어나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트레인스포팅 같은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정리하고 마신 맥주. 으잉?


SKOL이라고 써있는걸보니 브라질 맥주구만. 으잉?


아까 사온 비첸향이랑 맥주랑 같이 마시니까 개꿀맛.



홍콩의 참맛은 이런데 있는거 같다.


하루종일 땀 뻘뻘 흘리면서 습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마시는 맥주. 크아.


기가 맥히는구만.




홍콩.


언젠가 또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놀고 먹고 즐기기에는 딱인 동네인거 같다.


물가도 그리 비싸지도 않고, 볼것도 다 붙어있어서 이동하는데도 별로 안 힘들고...


날씨만 좋으면 딱일거 같은데... 흠...


언젠가 저날밤 마신 맥주만큼이나 맛난 맥주를 먹게 된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