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2-Nepal2014. 5. 25. 22:28

포카라에서의 하루하루.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빠르게 돌아다닌 우리에게는 휴식을 취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그렇고,


여행을 하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변하지 않는 하나의 문제가 있다.


난 게으르게 살면서, 그 게으름을 불안해서 못 견뎌한다는 점...



뭔가 바쁘게 살아야 되고,


무언가를 꼭 해야하고,


하다못해 쉴때는 책이라도 읽어야 되고, 티비를 보더라도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볼수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다큐를 봐야 된다는 그런 생각.


여행을 통해서 고쳐질거라 생각했던 이 생각들이,


고쳐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주말에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


그것을 나는 게으르다 라고밖에 표현할줄 모른다.


그렇게 배워왔고, 계속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여행에 가서 바로 옆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멍 때리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것?


그것 역시 게으르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면 시간을 일분일초 단위로 쪼개가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그 모든것을 계획대로 움직이는것.


그거야말로 완벽한 삶일까?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의 패턴인가?


왜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게으를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사는거지?



남들이 모두 게으른 것은 죄악이고, 게으르게 살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게으르게 살고 싶고, 멍 때리고 살고 싶은 내 욕구를 뒤로 한채,


뭔가라도 해야지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까지 온건가.





언제나 그랬죠.


삼시세끼 중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쵸멘 + 모모 입니다.





포카라는 포카라 호수를 끼고 있어서 분위기가 나름 호젓하다.


청평유원지처럼 제트스키가 떠다니거나,


바나나보트가 날라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었다.





지금 떠있는 배들은,


한강에 떠있는 오리배마냥, 관광객들을 위한 배다.



아... 이 호수에 떠있는 배를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난다.


2007년에 나는 와이프랑 와이프 친구 (지금은 애 셋의 어머니가 되신 장옥빈 여사)


이렇게 세명이서 인도 북쪽의 스리나가르라는 곳으로 놀러갔다.



인도의 무슨 왕이 지상낙원이라고 칭했던 곳이었는데,


거기 진짜 엄청나게 큰 호수가 있다. 호수가 남한만하다고 그랬나..... 여하튼....


거기는 특이한게, 모든 생활이 호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인데,


엄청 큰 배들이 수백척씩 묶어서 호수 위에 떠있다.


그 배에는 침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부엌도 있어서....


어찌 보면 배로 육지를 만들었다고 봐도 될만큼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여하튼 그런 곳에서, 우리는 사람이 노를 저어서 관광을 시켜주는 배를 한척 빌렸고,


반나절 내내 그 배를 타고 호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중간에 어디선가 모터보트가 나타나더니,


모터보트를 타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응? 왜지? 외국인이 신기한가? 까짓거... 그래 한번 타줄게.


라는 생각으로 와이프가 올라탔는데,


갑자기 돈을 내야지 한바퀴 돌게 해준다는거다...;;;;



흠....;;;


우리에게 있어서 모터보트는 한강에 가서 수상택시를 타도 경험해볼수 있는 거였고,


사람이 직접 노를 저어서 돌아다니는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근데 인도인들의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던거다.



이야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었다고.


신기한 경험이었어.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게나 인식이 다를수 있다는건 깨달았던 순간 중 하나였다.





호수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본 중닭.


야생닭 같지는 않고... 그냥 근처 어느집에서 키우는 거 같은데,


닭장 안이 아닌 길거리를 마구 배회하고 있었다.



이건 옛날 생각이 나서 찍어본건데,


우리집은 나 초등학교 시절에.... 옥상에서 닭을 키웠었다.


서울 내부순환도로가 관통하는 곳 4층 옥상에서 닭을 키웠었는데...


처음에는 누나가 학교앞에서 사온 2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한 것들이...


나중에는 15마리였나... 여하튼 엄청나게 큰 닭들로 자라나버렸다...;;;;;



아침마다 미친듯이 울어대는 닭들과 닭똥 냄새에 고달팠던 기억이 나네.


특히 다 큰 닭들은...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살아남는다...


그래서 가끔 동네 애들이 미친듯이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닌다 싶으면, 100% 우리집 닭이 탈출을 감행한 거였다.


그래서 아빠가 빗자루를 들고 내려가서, 동네 애들과 함께 닭을 쫓아 다녔던 기억이 나네.



결국,


그 모든 닭들은 우리가족의 뼈와 살이 되버렸다.





포카라 호수에는 유명한 수상 사원이 하나 있다.


탈 바라히 사원이라고 불리우는 조그만한 사원인데,


나름 전통과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아... 참고로 포카라 호수의 진짜 이름은 페와 호수이다. 훼와 라고 부르기도 하고... 정확한 명칭은 페와 호수다.



여하튼 그 중간에 힌두 사원이 하나 있는데,


내 기억에 따르면,


예전에 이 동네에 악마가 살고 있어서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하늘에서 유명한 힌두신 한명이 그 악마를 발로 밟아서 죽여버렸다.


그때 발자국이 난 곳에 물이 고여서 페와 호수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기리기 위해서 저곳에 사원이 있다고 한다.



라는게 내 희미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포카라의 전설임.





배 타는 곳에서 보이는 탈 바라히 사원이다.


헤엄쳐서도 갈수 있을 것 같다만....


여기도 뭐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처럼 종교적인 성스러움이 깃든 곳일수도 있으니,


함부로 몸을 담그지 않는게 좋다.


는 훼이크고, 그냥 인도사람들은 별로 수영하는걸 안 좋아하는거 같다. 



여튼 배들은 모두 사이좋게 독점중이라서,


우리는 배를 고를수 있는 권한따위는 없다.


통합매표소에서 표를 산 다음에, 그냥 타라는 배에 타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출발한다.





농담 조금 보태서,


맘 먹고 흔들면 100% 가라앉을것 같은 조각배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다.


현지인이나 인도인의 경우 저렇게 구명조끼도 안입고 타긴 하는데....


좀 위험해 보이긴 함...;;;



자기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


구명조끼 입혀달라고 하면 굴러다니는거 아무거나 하나 주워서 던져주니까,


알아서 어필해서 알아서 살아남자.



참고로 저기 할아버님과 아저씨가 쓰고 계시는 간지나는 모자는,


네팔 전통 모자다.





섬에는 별거 없다.


조그만한 사원 하나랑, 기념품을 가는 건물 하나만 있을 뿐이다.


아... 그리고 수많은 비둘기도 있음.





이게 유일한 사원이다.


힌두교 사원답게, 인도사람들도 많이 와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말이 힌두교 사원이지,


뭔가 불교 + 힌두교 + 티벳불교가 섞인듯한 곳이다.



종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마실 삼아 다녀올만 한 곳이다.


왜냐믄, 아까 탄 배들이...


바로바로 사원 - 선착장을 왔다갔다 하는게 아니고,


사원으로 가는 길에, 사원 주변을 한바퀴 크게 빙 둘러준다.


약간의 서비스라도 해야되나...


여하튼 그러니까 뱃놀이도 할겸, 바람도 쐴겸 한번 다녀올만 한 곳이다.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해버렸나보다.


더이상 할게 없어진 우리는,


그냥 오며가며 봐둔 커피숍에 가기로 했다.



여기는 포카라 메인 길거리에 있는 커피숍 중 하나인데,


언제나 외국인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곳이다.





여기의 가장 큰 장점은,


미친듯이 큰 음료수잔.



딱 봐도 500미리는 넘어보이는 곳에,


커피 or 음료를 가득 채워준다.


허나 가격은 뱅뱅사거리 스타벅스의 반에 반도 안한다.



외국인들은 뭐하나 봤더니,


이곳에서 음료 하나를 시킨 다음에, 주구장창 멍 때리고 있다.


보통 책을 많이들 읽고 있었는데,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우면서 닮고 싶었던 점이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책을 참 많이 읽더라.


물론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은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지만,


우리랑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은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다.



우리나라 예전에 문고판이라고 불리우던 작은 책부터...


요즘은 킨들같은 e-book도 많이들 들고 다니더라...


책이라고는 수능채점과 동시에 놔버린 나로써는 참 부럽기도 하고 닮고 싶은 점이었다.



그래서 요즘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는데...


책을 읽다보면 10분도 안되서 휴대폰으로 네이버 뉴스나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어제 갔던 소비따네 한국식당에 가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순간 사진만 보고 매운탕인줄 알았네...;;;


돼지고기 김치찌개 짱 맛있음.


그리고 와이프는 저게... 흠... 제육볶음인걸로 보인다.



중간에 있는 김치들도 포마토 김밥전문점 김치보다는 맛있다.





오전에 탈 바라히 사원 다녀온 이후로는,


그냥저냥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몸이 찌뿌둥하여 다시 밤거리로 나왔다.



포카라는 나름 안전한 곳이므로 메인 길거리는 밤에 다녀도 안전하다.


그렇게 밤거리를 걸어다니다가 들어간 짱깨집.


짜장면만 안 팔 뿐이지, 우리나라 탕수육이랑 비슷한 음식도 팔고... 나름 퀄리티가 있다.



거기서 탕수육 하나랑 맥주를 시켜서 (칭따오를 시켜먹고 싶었으나, 비싼 관계로 네팔 아이스!!!)


맥주 한잔 하고 돌아다녔다.




오늘인가.


아... 어제였구나, 5월 24일.


1년전 오늘. 나는 한국에 들어왔다.


세계일주를 다녀온지 벌써 1년이나 지났다.


이거에 대해서는 다시 장황하게 쓸날이 오겠지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에는 일말의 여지가 없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42-Nepal2014. 5. 11. 20:29

아침부터 들려오는 쿵쾅쿵쾅. 집 짓는 소리.


이런 망할 네팔은 아침 몇시부터 저녁 몇시까지만 공사를 할수 있다는 규정따윈 아직 없나보다.


그냥 해만 떴다하면 공사 시작해서, 해가 지면 공사 끝임.





뭐 오늘내일 얘기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점점 여행을 많이 다니기 시작하고,


특히 네팔같이... 예전에는 여행하기 좀 힘들다고 여겨지던 곳들도,


직항이 뚫리고 인프라 시설이 좋아짐에 따라,


포카라도 한창 개발붐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고,


다양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점점 Made in China 기념품샵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무리 네팔이나 인도가 중국보다 인건비가 싸다고 그래도,


여전히 물건을 찍어내는 공장은 중국에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왠만한 공산품은 전부 중국에서 수입해오나보다.





뭐. 말하면 입만 아프지만,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먹는 음식은 쵸멘.



볶음국수다.


면 + 야채 + 진짜 치킨인지 치킨 통조림인지 분간이 안갈정도로 얇고 작은 치킨 몇조각 + 엄청난 양의 기름


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저거 먹고나서 콜라 안 먹으면, 하루종일 소화가 안됨.





흠. 오늘은 뭘 할까 한창 고민하다가,


마트에 가기로 했다.


여행하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보다 더 많이 간곳이 바로 마트...



세계 어디를 가든지간에, 숙소보다 더 중요한 곳이 바로 큰 마트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덕분에 왠만한 마트는 다 가본거 같다.


그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인이 하는 마트를 찾아갔던 기억이 나네...



사실 마트 가는 길이 너무 무섭고...


흑형들이 자꾸 쳐다보고 말 걸고 이래서 갈까 말까 한참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마트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으니까...ㅎㅎㅎ





이 큰 마트는, 포카라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고래서 숙소에서는 버스를 타고 가야됨.



참고로 여행자 숙소들은 전부 포카라호수 옆쪽에 형성되어 있는 관계로,


포카라 시내로 가려면 버스를 타든가... 1시간가량 걸어가든가... 


자전거 같은걸 빌려서 가면 된다.



사실 시내로 가봤자 별거 없음..;;


그냥 사람 사는 동네다.



근데 그 동네에 멀리서봐도, 으리으리한 김보성씨 같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거 바로 이 대형마트.


바트바티니.



벌써 입구부터 으리으리하다잉.





네팔에서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는 북한제품들..;;;


왠지 사진만 찍어도 국정원에서 연락이 올것 같은 이 김치는,


진짜 북한에서 만든 김치다..;;;



네팔은 우리나라랑 북한 모두랑 수교를 맺고 있는 상태라서,


북한사람들도 가끔 볼수 있고, 북한제품들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예전에 네팔 카트만두에 옥류관이라는 유명 북한 냉면집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봤더니,


망해서 없어졌다고 하더라...;;;


(이게 소문이 여러가진데.. 그냥 망했다는 얘기도 있고, 지점장이 망명했다는 얘기도 있고...


뭐 북한의 돈세탁 장소로 쓰여서 네팔에서 폐쇄시켰다는 얘기도 있고 그렇다...)



참고로 난 2007년에 옥류관에 가서 멋모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냉면집에서 10만원 이상을 썼던 추억이 있다.


하....





사실 마트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이거다.


라면.


언제 어디서나. 냄비와 물만 있으면 해먹을수 있는 라면.



네팔에 한류바람에 분건 아니고,


그냥 네팔사람들이 한국 라면을 꽤나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우리집앞 GS25보다 더 많은 종류의 라면들이 구비되어 있음...;;;



대충 라면 껍데기에 영어로 써있는걸 보니,


한국에서 생산된 라면들은 아니고, 외국용으로 나온 라면들인거 같다.



네팔 라면에 비하면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싸서 그런지,


일반 상점에는 몇 종류가 없다.


허나, 이 바트바티니는 고급 쇼핑몰이라서... 여기 오는 네팔인들도 나름 잘사는 사람들이다.


고래서 비싼 한국 라면도 잘 팔리는거 같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랑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다.


월곡동 홈플러스만큼 크진 않지만...


나름 인헌시장 원마트 만큼의 사이즈는 되는거 같다.



이곳에 오는 네팔사람들도 하나같이 옷도 잘 입고,


말끔한걸 보니,


꽤 고급 쇼핑몰인거 같다.





대형마트답게,


1층은 식료품점이고,


2층부터는 뭐 가전제품도 팔고, 생활용품도 팔고 그러고 있었는데,


그중에 눈에 띈건 한국 DVD들.



진짜 한국드라마랑 영화가 많긴 많았다.


동남아쪽에 한류열풍이 분다더니 크게 틀린말은 아닌듯 싶다.


참고로 남미쪽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가끔 볼수는 있었음. 


(뭐 TV에서 나오는것처럼 미칠듯한 한류열풍이 불지는 않는거 같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중간에... 유럽 여행할때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치긴 했지만,


사실 그건 그냥 노래가 유행했던거지,


한국 문화가 유행했던건 아니니까....





이제 마트에서 대충 이것저것 라면이랑 간단한 생활용품을 사고 집으로 오는 길에 본 산불모습.


여행을 오래하다보면 치약도 사고... 빨래비누도 사고...


양말도 사 신어야되고... 이래저래 여행과 생활의 경계선이 애매해진다.



아... 생각났네.


이날 저 마트에서 매우 싼 치약 두개를 샀는데,


상큼함이 페리오의 10배쯤 되는 치약이라서... 결국 여행 끝날때까지 이 닦을 시간만 되면 아주 곤욕이었다.


역시 치약은 그냥 콜게이트 사서 쓰는게 짱임.



물은 코카콜라에서 나오는 물 사서 마시고, (우리나라에서는 순수100 이라는 물이 코카콜라꺼였는데 요즘은 어떻게 바꼈는지 모르겠네.)


치약은 콜게이트꺼 사서 쓰고,


면도기는 질레트 사서 쓰는게 가장 실패 안하는 지름길이다.





갑자기 왠 한국음식이냐면...


여기는 포카라를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들렸을법한,


소비따네 한국식당이다.



이집 딸 이름이 '소비따'라서 소비따네 한국식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포카라에는 소비따네 한국식당이 두개 있으므로 원조집을 잘 찾아가도록 하자.


짝퉁 이름은... 소바띠네 한국식당이었나... 여하튼 이름이 아주 교묘하게 달랐음...;;;



이집에는 제육볶음도 팔고 꽁치김치찌개도 파는데,


난 이 꽁치김치찌개를 매우 즐겨먹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달다고 하는데,


난 음식을 원체 달게 먹어서 그런지 내 입맛엔 아주 맛있더만..ㅎㅎㅎ



포카라에 있으면서 이 집만 5번은 넘게 간거 같다.





이 식당에 가보면, 80% 이상이 한국사람들이다.


당연히 한국음식 파는곳이니까 그렇겠지만,


포카라에서는 유명한 집이라서 다들 한번씩은 와보는거 같다.


(포카라에는 카트만두만큼 많은 한국음식점이 있다... 여기 빼고는 안가봐서 평은 못 내리겠지만, 나름 맛있다고들 함.)



흠...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은 곳을 오면, 


이상하게 더 말을 못 걸겠다.


희한하지?



사실 뭐 강남역에서 한국사람 만났다고 한국사람이세요? 하는게 더 웃긴것마냥...


이곳에서 한국사람이세요? 오~ 반가워요~ 하는게 더 웃긴듯한 상황이다.


아프리카에서는 100미터 앞에 있는 동양인만 봐도, 달려가서 한국사람이냐고 묻고,


맞다고 하면 오... 신기한 마음에 밤에 만나서 맥주도 한잔하고 그랬는데...ㅎㅎ



당연한건가.


참 신기하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뉴델리에서 만난 한국사람은 본체만체하지만...


까냑꾸마리에서 만난 한국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처럼 친해진다는게...


이거 왜 그런건지 좀만 더 생각해보고, 어떻게 잘하면 내 부족한 사회성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사진에 있는 식혜같은건, '창'이라고 불리우는 네팔 막걸리다.


우리나라 막걸리랑 거의 흡사한데, 신맛이 훨씬 강하다.



그리고 저거랑 꽁치김치찌개랑 같이 먹고나서,


1시간후에 트림하면...


정말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지는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Posted by v멍군v

포카라에 오긴 왔는데...


안나푸르나를 올라가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뭔가 다른거 할거는 없고...


하루종일 빈둥빈둥 거리기만 했다.



학창시절 치열하게 공부하고, 졸업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근 30년동안 쉬지 못했던 진희에게는 꿈같았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사실 뭐 나에게 있어서는,


이정도 빈둥거리는 거쯤이야 일도 아니지.


인생의 태반을 빈둥거리면서 살아온 나 아닌가.




뻐큐하는거 아님.


오늘도 아침은 자연스레 쵸멘과 모모.





포카라에서는 할일이 없는 관계로,


주로 밥먹고 나서 이렇게 커피숍 같은데 가서 블로그 하고, 커피 마시고 풍경이나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농담따먹기나 하는게 하루의 일상이었다.



근데, 이날은 인터넷을 하다가 어떤 글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글은,


현재 포카라에 머물고 있는 학생인데, 벼룩시장 및 파티를 할 예정이므로,


포카라에 계신 한국분들은 어디로 모여달라는 얘기였다.



흠...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둘다 낯을 가리는데다가, 학생이라 하면... 우리랑 10살 가까이 차이나는데 우리가 가도 되려나?


게다가 인도로 여행 온 학생이라...


2007년의 내 모습이랑 비슷할거 같았다.


아무런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뭔가 계획은 세우고 싶고... 근데 또 그걸 어떻게 해야되는지는 모르는 혼돈의 시기.


여하튼 왠지 우리랑 별로 맞지 않을것 같은 자리였다.



근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려고 한 이유는 딱 하나.


인도 가이드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네팔에 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도에서 넘어왔거나, 인도로 갈 예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고로 벼룩시장에서 인도 가이드북 구하는것 정도는 뭐 일도 아니겠지?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한번 참석해보기로 했다.



이게 내 여행에 있어서 실수한건 베스트5 안에는 들 일이라는건 이때는 몰랐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그 파티장소로 향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숙소 하나를 통째로 예약해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말이 파티지...


그냥 소소하게 모여서 술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곳이었다.



소주나 양주를 구하기 힘든 네팔이므로... 술은 창 (우리나라 막거리랑 매우 흡사한 술) 으로 대동단결.


안주는 고기 구운거 조금이랑... 과자랑 좀 준비해놨더라.



처음에는 이런 계획이었다.


대충 들어가서 인도 가이드북을 벼룩시장에서 사고.... 사람들이 괜찮아 보이면 술도 한잔 하고 오고,


아니면 그냥 집에 와서 쉬자.



근데 갔는데,


벼룩시장을 안한다..;;;


몇개 물품이 있긴 있었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전부 사가서 남은 물건이 없다고 한다.


흐음... 뭔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파티는 아니구나..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파티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뭐 그래도 좋다. 원래 학생이라는게 그런 재미가 있는거 아니겠어?ㅎㅎㅎ



그래서 잠시 실망을 했으나... 그 중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했다.


'근데 PDF파일로 되있는거 있는데, USB에 옮겨드릴게요.'


오호... 좋아.


그래서 USB에 옮기는 동안... 우리는 어쩔수 없이 술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술자리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저씨부터...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까지...


대충 파티를 개최한 5~6명의 대학생들 말고는... 전부 개인의 자격으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트래킹을 같이 해서 서로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고,


뭐 길거리에서 만나거나 같은 숙소를 써서 알게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냥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음.


그래서 처음에는 양옆에 앉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으면서 들었던 얘기들은 하나같이 흥미가 생기지 않는 얘기들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상하게도, 여행지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의 유형이 조금씩 생겨난다.


남미에서 만난 친구들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친구들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인도에서 만난 친구들도 확연히 다르다.


뭔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여행지도 결정되서 그런건가...



여하튼 이 술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하는 여행얘기, 사는얘기, 겪어온 것들이... 정말로 우리에게 시시하고 따분한 얘기라서 그랬을수도 있고,


1년이 넘는 여행동안 이 비슷한 자리를 너무 많이 가진 우리에겐 설레임보다 피로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그런 이 술자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2가지가 있었다.


첫번째,


진희 옆자리에 어떤 남자분이 앉았는데... 머리를 삭발한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기가 포카라다 보니 자연스레 안나푸르나 트래킹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우리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 생각이 없어서, 조금 더 쉬다가 그냥 인도로 넘어갈 예정이라 했더니...


이 친구가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안나푸르나를 안 올라가려 하느냐...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다. 


고산병 걱정하지 마라. 정신력만 강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오케이오케이.


다 알았음. 우리는 그냥 몸이 피곤해서, 힘들어서 안올라가려고요 라고 말했는데,


그게 이 친구의 귀에는, '4130미터는 너무 높아서 힘들거 같아서 안 가려고요...' 라고 들렸나보다.



처음에는 진희의 눈치를 살폈다.


왜냐면, 여행을 하면 할수록,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나도 모르게 거만해지고, 자랑질만 해대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뭔 말을 잘못하면 그렇게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마지막 한마디. 진희의 인내력을 싹둑 잘라버린 그 한마디.


'사람이 살면서, 언제 한번 4130미터를 자기 두발로 걸어갈수 있을거라 생각하세요? 왜 안가세요? 꼭 가보셔야 된다니까요.'



ㅇㅇ.



알았다고 이 친구야.


너무 열변을 토하길래... 더이상 뒤늦게 얘기했다가는 그 친구에게도 상처가 될거 같아서 그쯤에서 마무리짓고 말하기로 했다.


흠... 그게...


우선 저는 예전에 한번 올라갔다 왔고요....


그리고 1년도 되기 전에 엄청 높은곳을 올라갔다 와봐서... 그닥 땡기지 않아서 안 올라가려고 하는거에요....



라고 둘러둘러 잘 말했는데... 아니... 둘러둘러 잘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친구는 뭔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럴거 같긴 하다... 뭔가 자랑스럽게 장황하게 얘기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흠... 결국 그 친구는 잠시 후에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가버렸고,


우린 또 뻘줌한 상황에 놓여있게 됐다.



애매해.


나는 이런 유형의 일들을 몇번 겪고 난 후부터는 왠만해선 여행얘기를 잘 안한다.


어떻게 얘기를 하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랑질로만 들릴수도 있는거고... 재수없게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한국에 와서도 최대한 여행얘기를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말해달라고 조르지 않는 이상, 왠만해선 안한다. 


어찌보면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파묻혀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사는게 더 편하게 살수 있다는걸 깨달아버린거 같다.




두번째,


이게 가장 빡치는 일이다.



난 예전에도 말했듯이, 2007년에 인도여행을 한 주목적이 이거였다.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이 하도 인터넷에 진리를 깨달은것처럼 써놓았길래...


뭐 그리 대단한 곳이길래, 삶과 죽음을 깨닫고 인생의 삼라만상을 다 깨달은것마냥 글을 쓸까... 싶어서,


그 반발심리로 간거다.



나의 첫 여행이 저런 꼬이고 꼬인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난 아직도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잘 안 맞는 편이다.


쓸데없이 진지한것도 싫고,


'나만의 안식처인 인도를, 너희같은 한낱 풋내기가 와서 관광지로 만드는것따윈 용납할수 없어!!!' 라고,


인도부심을 부리는 사람들은 더더욱 싫다.



인도.


뭐. 뭐가 그리 대단한 곳이라고 난리야.



이곳에서 파티를 주최한 5~6명의 대학생들은 모두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무대장치.. 뭐 작가... 배우를 하는 친구들이었는데,


다들 말도 잘하고 재치있는 친구들이었다.


거기까진 다 좋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술이 들어감에 따라,


이들에게서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인도에 대한 자부심을 가장한 자만심.


너희같이 하루이틀마다 도시를 옮겨다니는 뜨내기들과 난 달라. 난 이곳에 무려 한달씩이나 머물고 있거든.


여행자 식당만 가는 너희들이 뭘 알겠어. 난 로컬만 다닌다고!!



피곤해졌다.


사실, 우리는 이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 이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 쓴 글들을 대충 읽어보고 왔다.


전형적인 인도를 여행한 사람의 글.


왠지 그 글을 읽으면서도 피곤할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가장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이 곧 발생한다.



밖에 비가 오길래... 잠시 바람좀 쐴겸 밖에 나와서, 밖에 서있는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방안에서 뭉개구름이 피어난다.


응?...


설마 방안에서 담배를 피나?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그래서 잘 봤더니,


딱 봐도 대마초다.


마리화나. 하시시.



몇번 봐오니까, 이젠 담배랑 마리화나 구분 정도는 일도 아니지.



정신 나갔네.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저 밀폐된 공간에서 마리화나라니....



그래도 설마했다.


사실 난 마약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마약과 도박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고 할만큼, 왜 범죄인지 잘 모르겠는것이 사실이다.


뭐 몸에 안 좋은것은 명확하니까 안 하고 있을 뿐이지,


남들이 하든말든 나랑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근데, 남들이 있는데... 간접흡연도 살인이라고 부르는 요즘 세상에 남들 앞에서 마리화나라니요.ㅋㅋ



그래서 혹시하는 마음에 방으로 들어가서 유심히 지켜봤다.


마리화나가 맞다.


이제 대화의 주제는 마리화나로 넘어갔다.


피우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러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써 마리화나는 한번 펴볼만 하다. 피고 있으면 온갖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내가 미국에 있을때는 날마다 달고 살았는데, 한국에서는 못 피워서 갑갑하다.'



몰라. 난 예술하는 사람도 아니고 마리화나 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이해를 할수 없었기에,


개같은 소리라고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볼게요. 라든지... 인삿말 따위도 그들에게는 아까웠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진희에게 가자. 라고 한마디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렸다.



사실 이런 류의 사람들이 꽤나 많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여행을 하면서, 또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없이 이런 자리에 참석해왔다.


나의 에고가 점점 단단해질수록,


사람들과 어울린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던 그 순간부터,


최대한 유해지려고 노력해왔다.



사람을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않고, 최대한 포용력을 가지고 얘기를 들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인연의 끈이 닿은 사람들이 꽤 많다.


남미에서도 그랬고, 유럽에서도 그랬고.. 아프리카에서도 그랬고,


예전 같았으면 첫인상으로 판단하고는 훽. 나랑 안 맞는 사람. 이라고 낙인을 찍고 더이상 친해지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을 그런 사람도,


얘기를 듣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잘 맞고, 배울점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경우가 꽤 있었다.



근데 또 다시 이번처럼 뭔가 내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그 정도를 넘어선 그 순간.


내가 이렇게 하는게 잘하고 있는건자 의구심이 든다.


내가 정한 '정도'라는 것이 너무 얕지는 않은가? 하는 질문부터...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라고 있나? 하는 질문도 하게 되고,


왜 굳이 친해져야 하지? 라는 질문...


이런 사람들도 분명 친구가 있고, 좋은 점이 있을텐데 왜 나는 그걸 발견하지 못하는걸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밤은,


꽤 늦은 시간까지, 이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진희와 신나게 뒷담화를 시전했던거 같다.



Posted by v멍군v
세계일주_12_13/42-Nepal2014. 4. 12. 22:30

도착한 첫날, 포카라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으흠~


원래 예전에 포카라에 왔을때 묵었던 한국말을 잘하는 네팔분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을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때 뭐 숙소 자체가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던데다가...


그 네팔주인장분이 너무 거들먹거려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터라,


그냥 이름도 위치도 모르는 이 숙소에 묵게 되었다.





포카라의 숙소들은 왠만해선 다 좋다.


외국인이 워낙 많이 오다보니... 그리고 이 곳에는 관광보다는 휴식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질 좋은 숙소들을 많이 찾는다.


그래서 그런지 숙소들 평균 퀄리티가 매우 좋음.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빼면, 그닥 할게 없는 도시다.


주변에 유명한 문화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재미난 레포츠를 즐길만한 곳도 아니므로,


안나푸르나에 올라갈 목적이 있는게 아니거나...


아주 멀리서 설산을 바라다보며 푹 쉴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안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침을 느즈막히 눈을 뜨자마자,


포카라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우리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까말까 고민을 좀 많이 해봤는데...


결국 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1. 나는 예전에 한번 올라갔다 옴.


2. 근데 그때 4박5일동안 씻지도 않고, 하루에 2끼씩 먹으면서 개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음.


3. 우리는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따위는 안중에도 없음.



이중에서 3번이 제일 컸다.


6080m를 올라가본 우리에게, 4130m는 그닥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산을 높이로만 평가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한거고,


어떻게 보면 다시는 그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던거 같다.





예전에는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지금은 작은 쇼핑 컴플렉스로 바뀐 곳도 있었다.


뭔가 으리으리하다잉.





포카라 메인도로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등산장비 파는 가게와, 기념품 파는 가게와,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과 게스트하우스들....


오른쪽에 보면 여기도 산마루라고 하는 한인식당이 있다.


여기는 안가봐서 잘 모르겠음.





난 기억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어제 점심은 커녕,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가끔 기억이 안날정도로 뭘 기억하고 살질 않는다.


근데 그럼도 불구하고,


2007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략 어느 골목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어떤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봤는지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


여기는 내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포카라 어느 구석에 있는 운동장 겸 버스정류장 겸 동네 개들의 놀이터.





그 바로 옆에 있는 로컬식당에 가서 먹은 뚝바.ㅋ


사진이 광각이라 이상하리만큼 작아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우리나라 김천에서 파는 라면정도임.





여기가 바로 내가 자주 가던 로컬 식당이다.


양옆으로 모두 로컬식당만 모여 있다.



식당촌은 아니고... 여기가 현지인들이 버스를 타는 곳이라서,


주변에 간단하게 뭔가 먹을만한 식당이 많다.


가격도 매우 싸고, 꽤 맛있음.



여기를 어케 알았냐면,


예전에 안나푸르나에 올라갈때, 초코바랑 땅콩이랑 이런저런 비상식량을 많이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주인 아저씨가 말하길,


진짜 산 타는 사람들은 그런 초코바 따위는 먹지 않는다!!!


진짜 네팔 셰르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저기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파는 '스쿠티'를 가지고 가라.



그말을 듣고 나는 바로 스쿠티라는걸 찾아 여기까지 왔었는데,


스쿠티는 그냥 육포였다..;;;


그때 설명듣기로는 야크(물소처럼 생겼는데 털이 엄청 길고... 아... 블랙야크 광고 보면 나오는 그 소임.)


고기로 만든 육포였다.


우리나라처럼 길쭉길쭉하게 팔지는 않고, 깍두기처럼 네모낳게 파는데,


나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그때 스쿠티 사러 왔다가 발견한 보물같은 곳임.ㅋ





느즈막히 아침 겸 점심을 먹긴 먹고, 또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우리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 생각이 아예 없었으므로,


그냥 맘 편히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근데 아침겸 점심으로 먹은 로컬식당의 음식들이 부실했는지,


배가 고파져서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버스정류장에서 파는 음식들이라 양이 적긴 적음.)





와웅.


포코라에서만 맛볼수 있는 싸디싼 야크 스테이크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무조건 먹을수 있다는 피자다.


특이한점은, 저 피자에 쓰이는 치즈는 야크 치즈임.ㅎㅎㅎ



포카라의 물가는 매우 싸다.


이렇게 여행자만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라고 해도... 저 스테이크 한접시가 만원을 넘지 않는다.


맛도 맛있음.


감자튀김을 보면 알겠지만, 주문하고 나서 튀기기 시작해서 바로 나온 음식임.


냠냠.



예전에 영국 런던에서 이 스테이크랑 거의 똑같이 생긴걸 먹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코벤트 가든 언저리에 있는 앵거스 스테이크?.. 무슨 체인점이랬는데...)


여하튼 거기서는 3만원이 넘는 가격에... 팁까지 얹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진은 훅 지나가서 저녁.


왜 중간에 사진이 없냐면, 


한게 없다.


그냥 유유자적 시간을 때웠다.


그냥 멍하니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책 보다가... 자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의 위장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나보다. 늦은시각 배고프다고 꼬르륵 대서,


부엌으로 내려와서 파워요리.





네팔에서 새우탕 구하는거따위는,


우리집앞 피씨방 가서 새우탕 구하는거보다 쉽다.



네팔에는 한국 식품을 많이 팔고 있어서, 매우 손쉽게 구할수 있다.


현지 라면보다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파는 가격이랑 별로 차이없이 팔고 있다.


맛도 비스무리함.


아니지... 똑같음. 


멕시코에서 파는 한국라면은, 생산을 그쪽에서 해서 약간 맛이 다르다고들 하는데,


네팔은 그냥 우리나라에서 만든걸 그대로 가져다가 판매만 하는거 같았다.




이때쯤... 네팔에 들어오기 직전쯤부터,


그니까 요르단을 떠나면서부터 내 실질적인 여행은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네팔과 인도는 꽤나 익숙한 곳이라서, 뭔가 모험이라기보다는 여유를 찾으러 온 곳이었다.


네팔에 도착해서도 그러했다.


모든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고, 새로운 곳에 왔다기보다는... 그냥 익숙한 곳을 또 찾은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마음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한국에 가서 뭘할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취업할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


정말 단순한 질문들인데, 답변하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이번 1년동안 자기의 목표를 정하는 KPI작성하는데만 해도 몇일씩 걸리는데....


앞으로 수십년... 죽을때까지의 인생을 생각하는데 하루이틀로 끝날리가 없지.



결국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꽤 많은 것들을 얻은 시간들이었다.


이걸 왜 꼭 여행가서 해야되냐. 한국에서 시간날때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 나가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보니 알겠더라.


나는 게을러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원래 다 그런건지는 몰라도.


회사에서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 처리하기도 바쁜 와중에, 저런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따위는 사치다.


그런 고민할 시간도 없다.


뭔가 회사에서 일하고, 부가적인 일들을 하고나면,


무조건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 자고 싶은거 다 자고, 놀고 싶은거 다 놀면 언제 공부하냐는 말이 있듯이,


그런 바쁜 와중에도 자기 자신을 되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쉽사리 되지는 않네.

Posted by v멍군v

드디어 네팔의 메인도시,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포카라로 가는 날이다.


네팔에서 관광객이 갈수 있는 도시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카트만두, 포카라... 그리고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정도?...



워낙 많은 한국인들이 네팔을 가고... 또 많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나라라고 해서,


정말 그런줄 알고 네팔 아무데나 갔다간 큰일 날수도 있다.



외교부 사이트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네팔의 서부 지역은 전부 여행제한인가 유의인가... 여하튼 아프가니스탄 바로 아래단계임...;;;


그도 그럴것이, 네팔은 여전히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뭐 그런 식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


위험한 곳이 많다.


가난한 나라들이 보통 다 그렇지..;;;; 중심도시는 몰라도, 시골로 가면 갈수록 위험한 나라들이 많다.



특히 히말라야 부근의 나라들이 보통 그렇듯이,


산속 깊숙한 곳까지는 공권력이 닿지 않아.... 우리가 삼국지 게임할때 봐오던, 동네 촌장이 왕인 곳이 바로 이쪽 나라다.


여행할때는 언제나 조심하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스위스에서도 뭔일이 벌어질지 모르는게 사람 인생이다.





아침 일찍 포카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싸서 이동했다.


콜롬비아에서 맞춘 저 회색 배낭커버는 어느덧 누더기가 다 되어버렸다.


한국에 오자마자 버려버린게 좀 아까울 정도로,


엄청난 포스를 풍기던 배낭커버였는데.......ㅠ



사실 저거만 두르고 있으면,


왠만한 거지들도 접근을 하지 않았다.


자기들보다 더 냄새나고, 더 더러워보이는데 뭐 달라붙을 마음이 생기겠나...;;;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엄청나게 많다.


마치 아침 8시,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의 수만큼이나 많다.


흡사 기흥, 수원, 판교, 과천, 천안 등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들이 있는 사당역을 보는 것과 같다.



어림잡아 20대가 넘는 버스들이 쭉 늘어서있다.


전부 포카라로 가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방향으로 출발하는 버스들이다.



그래도 나름, 외국인들이 많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버스 앞쪽에 영어로 회사이름을 적어놨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그래도 정 모르겠다면,


대충 아무나 붙잡고, 포카라! 포카라!! 라고 외친 다음에, 내가 예약한 표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어느쪽으로 가서 어떤 버스를 타라고 안내해줄거다.





인도나 네팔이나...


역시 하루의 시작은 짜이로 해야 제맛이다.



요건 티백형식으로 되어있는 외국인 전용 짜이다.


더불어 가격도 외국인이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함.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버스는 7시간이 걸린다.


7시간....


남미에서 허구헌날 야간버스를 타고, 30시간이 넘는 버스도 곧잘 타오던 우리에게,


7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갈수 있는 그런거리임.



예전에 나는 군생활을 경상남도 창원에서 했었는데,


그때는 서울에서 창원까지 가는 5시간 반이 너무나도 길고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근데 여행 몇번 다니다보니까,


5시간 반이면... 거의 뭐 4호선타고 길음에서 사당역 가는 수준임.


코앞이지 뭐.



여하튼 7시간짜리 버스라서 중간에 몇번 쉬지도 않는다.


지금 보이는 것처럼 휴게소같은 곳에서 30분정도 쉬고는


다이렉트로 쐈던거 같다.





네팔의 버스는 인도 버스처럼 꽤나 요란하다.


버스 외부와 내부를 전부, 힌두교 및 불교와 관련된 장식들로 도배를 했다.


경적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튜닝하고...


온갖 LED로 치장을 해서 다니곤 한다.


(아.. 참고로 지금 사진에 찍힌 애들은 버스는 아니고, 전부 트럭임.)




예전에... 예전에... 2007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인도의 오른쪽 끝지역인 다즐링 (우리에겐 다즐링 녹차로 유명한 그곳.)


거기서 카트만두까지 14시간짜리 야간버스를 타고 왔었는데...


재수없게... 잠을 잘못 자는 바람에,


도착한 날부터... 약 5일간... 고개를 못 움직였던 기억이 있다...;;;;



14시간동안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여하튼 도착해서 잠에서 깼더니, 고개가 양옆으로 안 돌아감...;;;;


그때는 꽤 식겁했었는데.... 요즘은 뭐... 10~20분만 잘못 자도 고개가 잘 안 돌아가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


늙었나봐.





드디어 해가 어둑어둑 해질때쯤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에 도착하니, 수많은 삐끼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인도와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절대 달려들지 않는다.


그냥 얌전히 일렬로 줄을 서서 자기 호텔 피켓만 들고 있다.


(적극적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주인이 아니고... 그냥 알바생인듯.....)



이제는 숙소 알아보기도 귀찮은 우리에게는 딱 알맞는 시스템이다.


그냥 줄 서있는 사람들중, 가장 착하게 생긴 사람에게 다가가서,


가격을 흥정하고 숙소로 향했다.





배가 너무 고픈 관계로, 숙소 사진은 없음.ㅋ


포카라에 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포카라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둘러보는 일이었다.



내가 예전에 머물렀던 숙소는 그대로 있는지...


내가 자주가던 그 밥집은 여전히 그대로인지...


내가 술을 사마시던 슈퍼는 아직도 있는지...


모든게 궁금했다.


그래서 진희를 데리고 이곳저곳 골목길을 탐방하다가,


배가 고파서 먹은 달밧. (우리나라로 치면 대충 백반 같은 메뉴임.)





포카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5년전쯤에는 듣도보지도 못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락카페 같은 카페들도 이곳저곳에 생겨있었다...



내가 머물렀던 허름한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는...


5년만에 뭔 돈을 벌었는지 4층짜리 으리으리한 빌딩을 세워버렸다....;;;;


나도 포카라 와서 게스트하우스나 할까...;;;;



여하튼 오랫만에 포카라에 와서 느낀 첫 감정은,


와. 나도 어느덧 꼰대가 다 되었구나. 였다.


뭐 5년전에 얼마나 대단한 여행을 했다고... 그때랑 많이 변했다고 블라블라블라.


뭐 당연히 변하는게 당연하지... 그때가 더 좋은점도 있고, 지금이 더 좋은 점도 있는데,


왕년에는 말이야~


5년전의 네팔은 말이야~


예전에는 말이야~


따위의 말만 내뱉어대는 내가 참 초라해보였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다.


늙어서도 군대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가 그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하기보다는... 그냥 시키는대로 몸만 움직이면 됐던 그 시절... 시간만 지나면 자동으로 짬이 차서 왕이 되버리던 그 시절...


그 시절이 가장 그립고... 자기 인생에서 찬란했던 시기라서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거라고....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던 그 말뜻을,


이때쯤 알게 됐던거 같다.


언제나 여행부심을 부리고, 10년전의 인도, 20년전의 인도얘기만 해대는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서 여행을 시작했던 나인데,


어느덧 나도 그들처럼 변해버리고 있는것 같아서 무서웠다.



살다보니 그런게 항상 무섭더라고.


내가 욕하고 싫어하고, 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있는데,


어느덧 내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거지.


그럴때마다 좀 무섭다.


안 그래야지. 난 아니야. 난 달라.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덧 그렇게 되버린 내모습.


그거... 그게 제일 무서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