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2-Nepal2014. 5. 25. 22:28

포카라에서의 하루하루.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빠르게 돌아다닌 우리에게는 휴식을 취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그렇고,


여행을 하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변하지 않는 하나의 문제가 있다.


난 게으르게 살면서, 그 게으름을 불안해서 못 견뎌한다는 점...



뭔가 바쁘게 살아야 되고,


무언가를 꼭 해야하고,


하다못해 쉴때는 책이라도 읽어야 되고, 티비를 보더라도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볼수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다큐를 봐야 된다는 그런 생각.


여행을 통해서 고쳐질거라 생각했던 이 생각들이,


고쳐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주말에 하루종일 잠만 자는 것.


그것을 나는 게으르다 라고밖에 표현할줄 모른다.


그렇게 배워왔고, 계속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여행에 가서 바로 옆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멍 때리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것?


그것 역시 게으르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면 시간을 일분일초 단위로 쪼개가면서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그 모든것을 계획대로 움직이는것.


그거야말로 완벽한 삶일까?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의 패턴인가?


왜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게으를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사는거지?



남들이 모두 게으른 것은 죄악이고, 게으르게 살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게으르게 살고 싶고, 멍 때리고 살고 싶은 내 욕구를 뒤로 한채,


뭔가라도 해야지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까지 온건가.





언제나 그랬죠.


삼시세끼 중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쵸멘 + 모모 입니다.





포카라는 포카라 호수를 끼고 있어서 분위기가 나름 호젓하다.


청평유원지처럼 제트스키가 떠다니거나,


바나나보트가 날라다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었다.





지금 떠있는 배들은,


한강에 떠있는 오리배마냥, 관광객들을 위한 배다.



아... 이 호수에 떠있는 배를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난다.


2007년에 나는 와이프랑 와이프 친구 (지금은 애 셋의 어머니가 되신 장옥빈 여사)


이렇게 세명이서 인도 북쪽의 스리나가르라는 곳으로 놀러갔다.



인도의 무슨 왕이 지상낙원이라고 칭했던 곳이었는데,


거기 진짜 엄청나게 큰 호수가 있다. 호수가 남한만하다고 그랬나..... 여하튼....


거기는 특이한게, 모든 생활이 호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인데,


엄청 큰 배들이 수백척씩 묶어서 호수 위에 떠있다.


그 배에는 침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부엌도 있어서....


어찌 보면 배로 육지를 만들었다고 봐도 될만큼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여하튼 그런 곳에서, 우리는 사람이 노를 저어서 관광을 시켜주는 배를 한척 빌렸고,


반나절 내내 그 배를 타고 호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중간에 어디선가 모터보트가 나타나더니,


모터보트를 타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응? 왜지? 외국인이 신기한가? 까짓거... 그래 한번 타줄게.


라는 생각으로 와이프가 올라탔는데,


갑자기 돈을 내야지 한바퀴 돌게 해준다는거다...;;;;



흠....;;;


우리에게 있어서 모터보트는 한강에 가서 수상택시를 타도 경험해볼수 있는 거였고,


사람이 직접 노를 저어서 돌아다니는건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근데 인도인들의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던거다.



이야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었다고.


신기한 경험이었어.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게나 인식이 다를수 있다는건 깨달았던 순간 중 하나였다.





호수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본 중닭.


야생닭 같지는 않고... 그냥 근처 어느집에서 키우는 거 같은데,


닭장 안이 아닌 길거리를 마구 배회하고 있었다.



이건 옛날 생각이 나서 찍어본건데,


우리집은 나 초등학교 시절에.... 옥상에서 닭을 키웠었다.


서울 내부순환도로가 관통하는 곳 4층 옥상에서 닭을 키웠었는데...


처음에는 누나가 학교앞에서 사온 2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한 것들이...


나중에는 15마리였나... 여하튼 엄청나게 큰 닭들로 자라나버렸다...;;;;;



아침마다 미친듯이 울어대는 닭들과 닭똥 냄새에 고달팠던 기억이 나네.


특히 다 큰 닭들은...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살아남는다...


그래서 가끔 동네 애들이 미친듯이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닌다 싶으면, 100% 우리집 닭이 탈출을 감행한 거였다.


그래서 아빠가 빗자루를 들고 내려가서, 동네 애들과 함께 닭을 쫓아 다녔던 기억이 나네.



결국,


그 모든 닭들은 우리가족의 뼈와 살이 되버렸다.





포카라 호수에는 유명한 수상 사원이 하나 있다.


탈 바라히 사원이라고 불리우는 조그만한 사원인데,


나름 전통과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아... 참고로 포카라 호수의 진짜 이름은 페와 호수이다. 훼와 라고 부르기도 하고... 정확한 명칭은 페와 호수다.



여하튼 그 중간에 힌두 사원이 하나 있는데,


내 기억에 따르면,


예전에 이 동네에 악마가 살고 있어서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하늘에서 유명한 힌두신 한명이 그 악마를 발로 밟아서 죽여버렸다.


그때 발자국이 난 곳에 물이 고여서 페와 호수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기리기 위해서 저곳에 사원이 있다고 한다.



라는게 내 희미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포카라의 전설임.





배 타는 곳에서 보이는 탈 바라히 사원이다.


헤엄쳐서도 갈수 있을 것 같다만....


여기도 뭐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처럼 종교적인 성스러움이 깃든 곳일수도 있으니,


함부로 몸을 담그지 않는게 좋다.


는 훼이크고, 그냥 인도사람들은 별로 수영하는걸 안 좋아하는거 같다. 



여튼 배들은 모두 사이좋게 독점중이라서,


우리는 배를 고를수 있는 권한따위는 없다.


통합매표소에서 표를 산 다음에, 그냥 타라는 배에 타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출발한다.





농담 조금 보태서,


맘 먹고 흔들면 100% 가라앉을것 같은 조각배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다.


현지인이나 인도인의 경우 저렇게 구명조끼도 안입고 타긴 하는데....


좀 위험해 보이긴 함...;;;



자기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


구명조끼 입혀달라고 하면 굴러다니는거 아무거나 하나 주워서 던져주니까,


알아서 어필해서 알아서 살아남자.



참고로 저기 할아버님과 아저씨가 쓰고 계시는 간지나는 모자는,


네팔 전통 모자다.





섬에는 별거 없다.


조그만한 사원 하나랑, 기념품을 가는 건물 하나만 있을 뿐이다.


아... 그리고 수많은 비둘기도 있음.





이게 유일한 사원이다.


힌두교 사원답게, 인도사람들도 많이 와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말이 힌두교 사원이지,


뭔가 불교 + 힌두교 + 티벳불교가 섞인듯한 곳이다.



종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마실 삼아 다녀올만 한 곳이다.


왜냐믄, 아까 탄 배들이...


바로바로 사원 - 선착장을 왔다갔다 하는게 아니고,


사원으로 가는 길에, 사원 주변을 한바퀴 크게 빙 둘러준다.


약간의 서비스라도 해야되나...


여하튼 그러니까 뱃놀이도 할겸, 바람도 쐴겸 한번 다녀올만 한 곳이다.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해버렸나보다.


더이상 할게 없어진 우리는,


그냥 오며가며 봐둔 커피숍에 가기로 했다.



여기는 포카라 메인 길거리에 있는 커피숍 중 하나인데,


언제나 외국인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곳이다.





여기의 가장 큰 장점은,


미친듯이 큰 음료수잔.



딱 봐도 500미리는 넘어보이는 곳에,


커피 or 음료를 가득 채워준다.


허나 가격은 뱅뱅사거리 스타벅스의 반에 반도 안한다.



외국인들은 뭐하나 봤더니,


이곳에서 음료 하나를 시킨 다음에, 주구장창 멍 때리고 있다.


보통 책을 많이들 읽고 있었는데,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우면서 닮고 싶었던 점이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책을 참 많이 읽더라.


물론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은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지만,


우리랑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은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다.



우리나라 예전에 문고판이라고 불리우던 작은 책부터...


요즘은 킨들같은 e-book도 많이들 들고 다니더라...


책이라고는 수능채점과 동시에 놔버린 나로써는 참 부럽기도 하고 닮고 싶은 점이었다.



그래서 요즘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는데...


책을 읽다보면 10분도 안되서 휴대폰으로 네이버 뉴스나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어제 갔던 소비따네 한국식당에 가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었다.



순간 사진만 보고 매운탕인줄 알았네...;;;


돼지고기 김치찌개 짱 맛있음.


그리고 와이프는 저게... 흠... 제육볶음인걸로 보인다.



중간에 있는 김치들도 포마토 김밥전문점 김치보다는 맛있다.





오전에 탈 바라히 사원 다녀온 이후로는,


그냥저냥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몸이 찌뿌둥하여 다시 밤거리로 나왔다.



포카라는 나름 안전한 곳이므로 메인 길거리는 밤에 다녀도 안전하다.


그렇게 밤거리를 걸어다니다가 들어간 짱깨집.


짜장면만 안 팔 뿐이지, 우리나라 탕수육이랑 비슷한 음식도 팔고... 나름 퀄리티가 있다.



거기서 탕수육 하나랑 맥주를 시켜서 (칭따오를 시켜먹고 싶었으나, 비싼 관계로 네팔 아이스!!!)


맥주 한잔 하고 돌아다녔다.




오늘인가.


아... 어제였구나, 5월 24일.


1년전 오늘. 나는 한국에 들어왔다.


세계일주를 다녀온지 벌써 1년이나 지났다.


이거에 대해서는 다시 장황하게 쓸날이 오겠지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에는 일말의 여지가 없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