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를 떠나온지 283일째.


이제는 어느 도시를 가든지간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돌아다닐수 있는 수준은 된다.


현지인들이 타는 봉고차는 못 타더라도, 대충 버스정도는 타고 돌아다닐수 있고,


가이드북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은 가격대비성능비가 쩌는 숙소는 못 찾더라도, 대충 뜨거운 물 나오는 숙소는 구할수 있다.



그런 우리가, 케이프타운에서 이용한 것은 Hop On - Hop Off.


이게 뭐냐면, 전세계 왠만한 대도시에는 다 있는건데,


관광지를 순회하는 버스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나, 이틀짜리 정액표를 사면, 정해진 정류소에서 무제한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



처음 도시에 가게 되면, 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전부 멀리 떨어져있고,


그걸 효과적으로 이동하려니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될지 잘 모르겠고...


그럴때 매우 유용한게 이 Hop On - Hop Off 버스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반 교통편에 비해서 비싸다는 것과, 매우 관광객스럽게만 움직여야 된다는 점.


사실 우리는 이 단점 때문에 이 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지 않았지만,


케이프타운에서는 이용해야만 됐다.



원래대로 시내에 묵었더라면 그냥 우리 맘대로 다닐수 있었겠지만,


숙소가 외곽에 위치한 관계로, 아침에 나오면 저녁이 되야 들어갈 수 있었고,


앞으로 트럭킹까지 함께 하실 한국분 여행자 한분이 더 계셨으므로,


우리 맘대로 싸돌아다니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이었음....ㅡ_ㅡ



여담으로 하나 얘기하자면,


유럽 한인민박의 거지같은 특징 중 하나가, 체크인 - 체크아웃 시간이 있는거다.


자기들의 휴식시간이 필요하므로 오전 10시 전에 무조건 나갔다가, 오후 4시 이후에 들어오라는...


뭐 그런 거지같은 규칙을 만들어서 운영중인 곳이 많다. (근데 신기하게도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그거에 대한 항의를 안함.)


우린 그게 싫어서, 한인민박 찾을때 고려사항 1순위가 체크인 - 체크아웃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거였다.


유럽에서도 그런곳만 찾아다녔는데, 아프리카에 와서 강제체크인 - 강제체크아웃을 하게 될줄이야...;;;





뭐 궁시렁대봤자, 소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는 닥치고 웃어른의 말씀을 따르기로 유명하므로,


케이프타운 시내로 나왔다.


지금 사진으로 보고 계시는건 아프리카입니다.


유럽이 아니랍니다.


길거리를 잘보면 사람들이 약간 까무잡잡한걸 볼수 있는데, 그게 아프리카라는 증거임.


날씨도 매우 좋고, 안전하고 모든게 완벽에 가까운 도시였다.



케이프타운에 우리가 일주일이나 머무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나미비아 비자 때문이다.


나미비아라는 나라에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되는데, 그게 워킹데이로 4일정도 걸린단다..;;


고로 주말 끼면 대충 일주일정도는 케이프타운에 강제로 머물러야 되는거임.ㅠ


그래서 아침에 시내에 나오자마자 나미비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부터 하고 관광 고고씽.





도로도 매우매우 잘 되있고, 시민의식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처음 케이프타운에 와서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한 아프리카가 잘못된건지?


아니면 케이프타운만 이상하게 유럽스러운건지?


허나, 결론은 케이프타운만 이상하게 유럽스러운거였음.



남아공은 아프리카중에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케이프타운은 잘 사는 도시에 속한다.


참고로 요하네스버그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모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세상의 모든 악인은 요하네스버그에 모여있단다.


우리 8년차 트럭킹가이드도 요하네스버그에 갈때에는 반지를 모두 빼고 간단다.


거긴 외국인은 물론이고, 현지인들한테까지도 위험한 동네라는 평이 지배적임.


세상의 모든 범죄는 그곳에서 일어난다는 애기까지 들었다.





이게 Hop On - Hop Off 버스였다.


찐따처럼 지금 와서 얘기하는거지만, 난 이걸 이용하는게 매우 마음에 안 들었다.


무슨 캐리어 끌고 온것도 아닌데, 딱딱 정해진 정류장에 내려서 관광하고 다시 버스타고 돌아다니고...


그러기 싫었다.


허나,


오... 다음주 수요일에 트럭킹 간다고? 그럼 내일은 이거하고, 다음날은 이거하고, 그 다음날은 이거하고, 그 다음날은 이거하면 되겠네.


여기 사장님도 같이 트럭킹 가신다니까, 셋이 같이 이렇게 하면 딱이네.


라고까지 말씀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저흰 그냥 따로 다닐게요...^^" 라고 말할수가 없었음.


왜냐면 주인장분이나 다른 한국분이나 모두 우리 아버지뻘이었음.


이해하지?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이다.


이름 그대로 탁자처럼 생긴 산이다.


희한하게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올라서, 그 위에 평평한 땅이 쭉 펼쳐져 있다.



이때만 해도 이게 되게 희한한 지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아프리카 남쪽에는 이렇게 생겨먹은 산이 널리고 널렸다...ㅡ_ㅡ


어떻게 만들어진건진 모르겠으나,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 우뚝 솟아올라있는 모습이다.



테이블마운틴에는 자주 저런 모양의 구름이 걸려 있었는데,


사람들은 저걸 보고 식탁보 라고 불렀다.





이게 어딜봐서 아프리카란 말입니까.


유럽보다 더 유럽스러웠다.


로마보다 더 깨끗했고, 사람들은 런던보다 더 젠틀했으며, 스위스보다 공기가 맑았다.



예전에 남미쯤에서 최소한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아프리카를 검색해본적이 있다.


그때 진희랑 같이 이런 얘길 했던게 기억난다.


"이거봐.ㅋㅋ 아프리카에 유리로 된 건물도 있어.ㅋㅋㅋ"


"헐..ㅋㅋ 아프리카에 양복 입고 다니는 흑인도 있어..ㅋㅋㅋ 씨티뱅크도 있나본데?ㅋㅋㅋ"



지금이야 뭐 아프리카 다 지나왔으니까, 대충 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해서 어느정도 내 나름의 이미지가 생겼는데,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


아프리카는 가죽옷 입은 원주민이 활 들고 다니는 곳이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한데, 적어도 케이프타운은 서울보다 잘 사는것처럼 보였음..;;;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다보니, 요런 요상한 곳도 들르게 된다.


여긴 뭐드라... 희망성?... 남아공에는 그 유명한 희망봉이 있는데, (내일모레 희망봉 투어 갈때 따로 설명하겠음.)


거기서 이름을 따왔는지... 성 이름이 희망성이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음.


정말 아무것도 없음.


이게 지금 관광지인지, 성인지, 아니면 무슨 관공서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음.





이게 어찌보면 희망성의 가장 메인 볼거리인데,


원래 희망성 앞에 서있던 사자상을 복원한거라나 뭐라나...


이게 메인 볼거리니까, 다른건 말 안해도 알겠지?


그냥 공짜인데다, 계속 버스 타고 돌아다니기 지루해서 한번 들어가본거임.





케이프타운에 있으면서 가장 놀랐던건, 날씨가 정말 쩐다는거.


일주일정도 있었는데, 단 한번도 이렇게 화창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참고로 케이프타운은 일일 일조량이 런던의 두배다.


런던보다 햇살 비추는게 하루에 두배 이상 길다는 말임..;;;


런던이 하루에 햇님을 4시간만 볼수 있다면, 여기는 8시간을 볼수 있다는 말이다.



워낙 햇빛 보기 힘들어서, 해만 떴다하면 길거리에서도 일광욕을 하는 유럽인들로써는,


케이프타운이 엄청나게 축복받은 땅이었을거다.


그러니까 옛날 식민지 시대부터 계속해서 휴양지로 개발해대기 시작했고,


독립한 지금도 여전히 유럽인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남아있다.





버스타고 가다가 지루해서 또 다시 내려서 이름 모를 박물관에 들어갔다.


금 박물관 이라고 하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아까 거기보다 더 볼거 없음.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박물관이었음...ㅡ_ㅡ





여기는 아까 본 테이블마운틴 중간쯤에 올라와서 본 케이프타운 시내의 모습이다.


지금 서있는 여기서 걸어서 or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훗날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


타죽을뻔 했다.



딱 봐도 살기 좋아 보이지 않나?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람은 시원하고 (대서양 물이 차가워서 그런듯.)


수영하고 싶으면 인도양쪽에 가서 하면 되고...


유럽인들의 휴양지라 그런지, 구할수 없는 물건따윈 없다. 유럽에서 살수 있는 모든 것은 케이프타운에서 반가격에 살수 있다.


게다가 공용어가 영어이므로, 생활하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고...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어학연수를 위해 남아공을 찾는다고 한다.





지금 보이는 곳은, 훗베이 였나... 케이프타운의 가장 대표적인 부촌임.


왼쪽으로 보면 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겁나 고급스러운 저택들이 펼쳐져 있음.


이렇게 경치 좋고 날씨 좋고 집 좋은 곳에서 살려면 얼마나 필요한가? 싶어서 직접 알아봤다.



이렇게 살고 싶은 도시는 영국 런던 이후 오랜만이구만.


결과는.


생각보다 집값이 쌌다.


케이프타운 부동산은 엄청나게 오를대로 오른 상태라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쌌다.


훗날... 먼훗날... 한국에서 중형대 아파트를 살돈이 생긴다면,


한국을 떠서 케이프타운에 정착하기로 약속했다.


누구랑? 나 스스로랑.


진희랑은 아직 얘기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여기가 아프리카입니다 여러분!!!


아프리카를 여행하다보면 아프리카산 체인점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게 이 오션 바스켓 이다.


해산물을 주로 파는 이 집은, 우리나라 보노보노 랑 비슷한 급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걸 전부 합치면 5만원정도 된다.


3명이서 배부르게 먹었으니까... 뭐 싼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비싼건 아닌듯.



잠비아에서 마주친 아프리카가 진정한 아프리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여기서 저런 해산물 좀 무진장 먹어뒀을텐데...


이때쯤에 '아... 아프리카 별거 없구만. 여행하기 딱인데?' 라면서 긴장이 풀어졌던거 같다.





여기는 워터프론트.


오프라 윈프리가 별장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단다.


지금 보이는건 바다가 아니고, 수로임..;;;


이 수로를 따라서 양옆으로 엄청나게 고급별장들이 쭉쭉 늘어서있다.



훗베이와 맞먹는 고급 거주지임.


다시 한번 말하지만, 흑인들은 왠만해선 이런데 못 살고... 대부분이 백인 애들이다.


유럽계 백인 애들이 많이들 와있는데, 유럽하면 뭐다?


요트다.





그래서 요트도 이렇게 많이들 있음.


근데 더 놀라운건, 이렇게 고급 별장이 10억 미만이라는점.


아까 위에서 본 훗베이의 단독주택들도 10억정도 했던거 같다.


물론 나는 지금 천만원도 없는 신세지만,


만약 10억이 있다면.... 잠실에 답답한 아파트에서 아둥바둥 살바에야,


차라리 여기다가 저런거 하나 사서 살고 싶다.


물론 진희랑은 얘기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음. 나 혼자만의 생각임.



그리고 앞에 보이는건, 생각하신대로 물개입니다.


여기는 도심 한복판인데 물개가 막 돌아다님.


얼마나 환경이 좋고 깨끗한지 사진으로도 느낄수 있을듯.ㅋㅋㅋ




우리는 이렇게 케이프타운을 돌아다닌지 하루만에,


인터넷으로 남아공 이민에 대해서 겁나게 검색해대기 시작했다.


남아공에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와, 이민절차가 어떻게 되는지까지... 


전부 다 검색에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나온 것은.


한인사회가 겁나 저질이라는 얘기들뿐.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남아공 한인사회는 최악의 수준이란다..;;;


큰 교회가 4갠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 없고... 은퇴이민 온 한국사람들 벗겨먹으려고 혈안이 되있다는등...


별에별 안 좋은 소리는 다 들은거 같다.


먼 훗날, 잠비아에서 케이프타운에서 7년인가 거주하셨던 한국분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역시 인터넷이 사실이었음..;;;


흠... 왜 그럴까...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동양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중국사람들은 음식점을 시작으로 자리를 잡고,


일본사람들은 자동차수리점을 시작으로 자리를 잡고,


한국사람들은 먼저 가있는 한국사람들이 하고 있는 동일업종을 배껴서 자리를 잡는다고....ㅡ_ㅡ



뭐 한인사회가 어떻든지간에... 케이프타운은 정말 살기 좋아 보이는 곳이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