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의 로마 라는 타이틀에서 ㅎ 자만 보여도 오금이 저리는 우리에게,


살바도르는 가히 아프리카와 맞먹는 두려움의 도시였다.


우선 난 인종차별 주의자도 아니고, 흑형들에 대한 나쁜 감정은 전혀 없다는 걸 밝혀둔다.


나쁜 감정은 커녕, 난 흑형들을 존경한다.


그들의 엄청나게 힙업된 엉덩이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감마저 들 정도다.





전날 살바도르에 저녁이 다되서 공항에 내려, 시내까지 들어오려고 버스를 탔다.


버스 제일 앞자리에서 타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열심히 A2용지만한 지도를 펼쳐서 열심히 봐댔다.


역시나, 착한 남미사람들은 이런걸 그냥 못 본다.


바로 옆에 할머님이 어디 가냐고 물어보신다. 


옙. 저는 선천적흑형증후군이 있는 관계로, 살바도르에서 부촌으로 손 꼽힌다는 Barra 지역으로 갑니다!!


라고 말씀 드렸더니, 오케이. 오케이. 나만 믿어 젊은 총각. 이 할머니만 따라온다면 너도 어느덧 힙업.



근데 분명히 내릴때가 다 된거 같아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자꾸 앉아있으란다. 기다리란다.


흠...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맞는데 왜 못 내리게 하시는거지...;;;


좀 더 지나고 나서, 갑자기 할머님이 앞에 서있는 여자에게 뭐라뭐라 얘기한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딱 봐도 Barra는 아까 저기서 내렸어야 되요. 지나쳤어요. 라고 얘기하는거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끝까지 나만 믿으라던 그 할머니는.


달의 인력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썰물과도 같이, 스르륵하고 버스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나에게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고, 그냥 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 밖으로 문워크로 나가시듯이 미끄러져 나가버리셨다.



뭐임?.... 밖을 바라보니 정말 공중에 떠있는 눈알만 200개쯤 되보였다.


더불어 공중에 떠있는 손바닥이 100개쯤....


이런 곳에 내렸다간 흑형들에게 둘러싸여서 오줌 싸버릴꺼 같아서 못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보다못한 버스기사분이 지도를 봐주시더니, 여기서 내려서 어디로 어디로 가라고 말씀 해주신다.


엉엉. 기사님. 날 가져요.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긴 내렸는데, 숙소까지 찾아가는게 더 힘들었다.


괜히 이런데서 지도 들고 어리버리 하고 있으면, 누군가 옆구리에 칼을 들이밀고 뭐라뭐라 하면,


난 찍소리도 못하고 복대부터 시작해서 엊그제 산 하바이아나스 쪼리까지 전부 상납해버리겠지.



그래서 무작정 표지판만 보고 어디로 갈까 고민중인데.... 옆에서 계속 우리를 째려보던 흑형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 드디어 5개월에 걸친 무사고 여행이 끝나는군요. 뭐부터 벗어드려야 되나. 시계가 가장 빨리 벗겨지나...' 라고 체념하는 순간,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엉엉... 흑형. 날 가져요...



그렇게 흑형에게 되는 영어 안되는 포르투칼어 좀되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설명하고 있는데,


옆에서 듣던 다른 현지인이 자기들만 따라오란다... 엉어엉... 부부였으니까 날 가질 필욘 없겠지. 



여하튼 그렇게 따라가다가, 결국 우리가 원하는 숙소에 도착했다.


Barra지역은 살바도르 내에서도 약간 부촌으로 꼽히는 곳이라서, 나름 안전할꺼 같아서 거기로 정한건데...


이건 뭐... 부촌이 이정도로 무서우면, 센트로 갔다간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숙소에 도착했는데, 망할. 자리가 없단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다시 소개 받아서 간 Brasil Hostel이란 곳에 짐을 풀었다.


거기서 우리는 난생 처음, 3층 침대를 봤다.


예전에 손형이 해군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할때 배에는 3층 침대가 있다길래, 3층 침대는 군대나 잠수함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있었다...;;;;


왜냐면 여긴 물가가 더럽게 비싼 브라질이니까요.






그렇게 3층 침대방에서 자려고 했으나, 뭔가 예약손님이 밀려온다고 그냥 2층 침대방을 쓰란다.. 엉어엉... 날 가져요.


여하튼 그렇게 2층 침대방에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진희가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 봤더니, 진희의 다리에서 우리집 마우스만한 바퀴벌레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엉엉.. 이건 또 뭐야 망할.


그러더니 재빨리 우리가 아까 자리를 잡았던 3층 침대방으로 숨는다...


어차피 우린 2층 침대방으로 옮겼으니까, 얌전히 방문을 닫아서 3층 침대방을 봉쇄해버렸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동네는 해안가라 워낙 습하고, 더운 지방이라서... 벌레가 엄청나게 많단다..


지금 옮긴 숙소에도 벌레가 꽤 많음...;;;


도마뱀이 방문앞에 살고 있는데도 바퀴벌레가 보이는걸로 봐서는... 둘이 공생하는 듯함.



혹시 왜 하루종일 뭐했는지? 사진이 없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애기하는건데..


아침에 짐 싸서 체크아웃 하고, 새로운 숙소 잡고 짐 풀고 장 봐와서 밥 먹었음. 이게 끝임.


근데 왜 사진이 없는가?


이때는 도착한 다음날이라서, 너무나도 많은 흑형들에 멘붕 당했을때라... 카메라를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잘 보면 겨우 찍은 3장의 사진도,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음.ㅋㅋㅋ


정말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 다음에, 빛의 속도로 카메라 꺼내서 찍고 다시 접어넣고 자물쇠로 꽁꽁 잠그고 다녔다.


흑형을 이렇게 무서워해서 아프리카는 어떻게 가나 걱정이다.


근데 괜찮다. 지금 내 머리는 순수 아프리칸보다 더 곱슬거리는 아프로 헤어스타일이 되어버렸으니까.ㅋㅋㅋ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