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팔 여행을 100일간 하고 콜롬비아도 한 달간 돌아다녀본 본인은.

 

어느덧 중급여행자에 다다랐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뭐 이 정도면, 아프리카에 혼자 가도 기린하고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일주는 인도여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까다로움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비행기표 예약.

 

한 대륙 안에서의 여행은 몇 달이 되든지 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이동이 버스, 기차이므로 내일 떠나고 싶으면 그냥 내일 가서 표 끊고 타면 그만이다.

 

만약 표가 없어도 하루 정도만 더 기다리면 표가 생기기 마련이고, 다른 이동방법도 많이 있다.

 

 

하지만 국가별 이동 같은 경우 최소 일주일 전에는 비행기표를 끊어놔야만 했다.

 

요즘 아무리 저가항공이 많아지고 인터넷 예매가 활성화 되었다고 해도 항공권 구매는 여전히 힘들었고,

 

특히나 쿠바 in, out은 더 힘들었다.

 

별 생각 없이 인도여행과 비슷할 거라 생각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라고 주장하던 나는 이번 쿠바 항공권 구매를 하면서

 

진희에게 갖은 핍박을 받았고 한동안 진희가 하자는 대로 여행하게 생겼다.

 

 

칸쿤-쿠바-콜롬비아 비행기표를 끊기 위해서 오전 내내 여행사를 돌아다녔다. 

 

첫 번째 집에 갔더니 650달러란다.. 한 사람당…. 헐… 뭐 이리 비싸. 인터넷이랑 비슷하다.

 

두 번째 집에 갔더니 649달러란다.. 헐.. 이게 진짜 맞는 건가. 인터넷이랑도 비슷하고 첫 집이랑도 비슷하다. 어떡하지.

 

세 번째 집에 갔다. 한 사람당 380달러란다. 뭐여. 이 아저씨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건가? 사기 아닌가?

 

비싸도 탈이고 싸도 탈이다.

 

 

결국 속는 셈치고 예약했다. 오후 6시에 다시 오면 표를 주겠단다. 주인장이 영어를 거의 못하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나에게 사기를 칠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가장 급한 비행기표를 끝내고는 호스텔로 돌아와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말이 배낭여행이지 거지같이 여행하는 우리에게 근사한 점심 따위는 없었다.

 

한국에선 손도 별로 안댄 3만5천원짜리 스페셜 놀부보쌈도 지하철에 놓고 내리는 쿨한 나였는데,

 

술만 마시면 소형, 중형, 모범 가리지 않고 택시를 잡아타던 나였지만.

 

여행을 와서는 80원 쓰는데 80번정도 생각하고 쓰고 있다.

 

하지만 빵으로만 연명하기에는 여행이 너무 아까웠고, 로컬음식을 먹자니 너무 비쌌다.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은 대게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아직도 타코, 또르띨라, 퀘사디아 뭐 이런게 뭐가 다른지 모르지만,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봤다.

 

우선 슈퍼에 가서 겉에 싸먹는 저 밀가루를 사고, 안에 넣어먹을 재료를 몇 개 사서 그냥 싸먹었다.

 

맛은 그럴싸하다. 가격은 매우 착하다.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로컬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매움. 망해뜸.

 

맥시칸 고추는 우리나라 청양고추보다 매운듯. 머리에서 눈물이 흘렀다.

 

맥시코는 다른 물가는 다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결코 싸지 않은데, 콜라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쌌다.

 

덕분에 콜라는 신나게 먹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뉴아이패드를 안 산 것이라 하겠다.

 

뉴욕 애플스토어에서 한눈에 반해버린 뉴아이패드를 뒤로 하고 멕시코로 향한 우리는,

 

매일 뉴아이패드 꿈을 꾸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변가에 버스를 타고 가다 본 iStore…. 멕시코에서도 뉴아이패드를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 공부 할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아낸 엄청난 정보들. 멕시코 칸쿤은 전체가 홍콩 같은 면세지역이라 뉴욕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거…

 

우리는 바로 칸쿤 센트로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쇼핑몰로 향했다.

 

그 이름은 La Plaza Americas…. 대충 숙소 앞으로 가서 저 이름 써있는 버스를 골라 탔다.

 

 

   

 

멕시코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비싼 샵들로 가득한 쇼핑몰이었다.

 

명품샵은 없었지만, 그래도 왠만한 브랜드는 전부 모여있었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좀 부유해보였다.

 

 

   

 

그러다 발견한 iShop. 칸쿤에는 iShop, iStore 이렇게 딱 두개의 애플 프리미엄 셀러만 존재했다.

 

저기 오른쪽에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 뉴아이패드를 만져볼 수 있는 곳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가격 또한 알흠다웠다. 7999페소. 대략 65만원이었나… 근데 거기다가 세금 6.5%인가 환급해준다.

 

뉴욕은 499달러에 세금 8%가 붙으니… 멕시코가 더 싼편이었다. (뉴욕도 환급 되는지는 모르겠음.)

 

우리는 신나서 바로 케이스를 사러 돌아다녔다.

 

 

   

 

쇼핑몰 안에는 월마트처럼 생긴 샵들도 있고, 이것저것 없는게 없었다.

 

이 큰 매장을 마구 헤집고 다녔는데도 허리가 안 아팠던걸 보니 난 매우 들떠있었다.

 

 

   

 

우리나라 CGV랑 비슷하게 생긴 영화관도 안에 있다.

 

멕시코에서는 영화 볼 때 나쵸 먹을줄 알았는데, 얘네도 다 팝콘만 먹더라.

 

 

   

 

고급 쇼핑몰인 LiverPool도 이 쇼핑몰 안에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케이스까지 전부 정하고 바로 iStore로 가서 아저씨. 뉴아이패드 16기가 화이트를 내놓으세요. 라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재고 없음.

 

망할. 우리는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 안하고 들떠서 케이스부터 사러 돌아다녔던 거다.

 

뉴욕에도 물량이 부족하다는데 이딴 시골 어촌에 뉴아이패드가 있을리 만무했다.. 왜 그걸 몰랐지.

 

결국 우리는 눈물만 안 흘렸을 뿐, 울면서 집에 왔다.

 

때 마침 비도 왔다. 쇼핑몰 천장에 빗소리가 나길래 옆에 계신 할아버님께..


"에.... 아구아(물)?" 이러면서 손으로 비 내리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할아버님께서는 "예. 잇츠 레이니. 두유 스피크 잉글리쉬?" 라고 하셔서 나를 무안하게 만드셨다.


엉엉.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진희도 울고 아이패드도 울고 하늘에 계신 잡스횽아도 울고.

 

 

   

 

오는 길에 아까 예약한 항공권을 가지러 갔다.

 

그런데 주인장 아저씨가 뭔가 잘못됐다면서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1. 비행기가 만석이라 표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쿠바 비자비용은 따로 내놔라. (한사람당 16불. 원래는 포함된 가격이라 했음.)
  2. 21일(토요일)표는 아무리 구해도 없다. 23일(월요일)표밖에 없다. 미안하다.

 

이거였다. 가뜩이나 뉴아이패드 때문에 빡친 우리에게 자비따윈 없었다.

 

다 엎어버리고 나오고 싶었으나, 다른 여행사는 이거의 두배 가격이었다… 아.. 우리는 매우매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사실 답은 모든 걸 감수하고 사는 것이었으나, 바로 덮썩 물면 바가지 쓰는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매우 고민하는 척 했더니, 아저씨가 두명의 비자비용 36달러를 빼주겠단다. 굿잡. 우리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척 했다.

 

덕분에 쿠바에서 아바나, 바라데로, 비냘레스 세 도시를 구경하려던 우리의 일정은 대폭 축소되어 바라데로를 빼버렸다.

 

사진에 나온 여행사가 바로 우리가 알아본 칸쿤 센트로에서 가장 싼 여행사다.

 

위치는 칸쿤 센트로 Banamex 은행 바로 반대편에 있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게 문제지만, 당신에겐 손과 발이 있으니 문제 없다.

 

춤춰라. 그러면 통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