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7. 21. 07:53

7월 18일. 내 생일이다.


작년 7월 18일에는 뭐했지... 아... 회사에서 생일이라고 조기퇴근을 시켜주셨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28살이 되어버린 오늘. 난 발디비아라는 칠레의 조그만한 항구도시에 있다.





내 생일을 반겨주는 맑은 날씨와 상쾌한 동네풍경.


오늘은 뭘 해먹을까 하는 기분좋은 걱정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전날 마신 와인 때문에 속이 안 좋긴 했지만, 괜찮아.


내 생일날 필름이 안 끊긴게 얼마만이더냐.





바다사자 굿모닝? 오늘은 이 형 생일이야.


인사를 하려고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깜짝 놀랐다.


분명 어제는 철조망 밖에 있던 바다사자가 안에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덩치에 비해서 엄청 좁아보이는 돌계단에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이게 뭐여. 얘는 어떻게 올라온거지?





보니까 아저씨한테 딱 붙어서 먹이를 구걸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바다의 사자라며... 전혀 바다사자답지 않은 모습이다.


아저씨가 중간중간 생선을 통째로 주면 그걸 낼름 받아서 꿀꺽 삼켜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아저씨 발에 붙어서 애교를 떨기 시작한다.


아저씨 발목이 두개인걸 보니 다행히 이 바다사자는 사람은 안 먹나보다.





아저씨가 생선을 줬는데, 이 멍청한 손 없는 동물이 입으로만 받아먹으려고 하다가,


옆으로 떨궈버렸다. 바다라면 주워먹을수라도 있을텐데...


보다시피 지 한몸 움직이기도 힘든 공간이라서, 하는수 없이 그냥 울면서 아저씨 발에 달라붙었다.


아저씨는 생선을 다듬다 말고 옆을 쳐다봤고, 이 멍청한 바다사자가 줘도 못 먹은걸 발견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쥐고 있던 칼자루로 바다사자 코를 막 때리기 시작한다.


명색이 바다사잔데, 나 같았으면 먹이고 뭐고간에 아저씨를 먹어버렸을텐데, 이 순한 바다사자는 미안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다.


사진은 아저씨한테 한대 쥐어터지고 풀이 죽은 바다사자 모습이다.


능력만 된다면 집에서 한마리 키우고 싶은데... 안되겠지?


여하튼 보고 있으면 겁나 귀엽다. 





이렇게 철조망 안으로 못 들어온 바다사자들은,


여전히 아저씨들이 던져주는 생선들을 받아먹고 살고 있었다.


여긴 분명 강인데 이 바다사자들은 어떻게 여기와서 살고 있는거지?


바다사자는 강에서도 살수 있나?





밤에 보는 바다사자는 왠지 더 귀여울꺼 같아서 나가봤는데...


어두컴컴한 곳에서 바다사자 울음소리만 들린다.


봤더니, 일부러 바다사자 잠자리를 만들어놓은건지... 다른 용도인건진 모르겠지만, 저런 나무위에 올라가서 단체로 자고 있었다.


이게 후레쉬를 안 비치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워서 좀 무섭다.


철조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서, 사진 찍다 아래로 떨어지면 난 바다사자 먹이가 되겠지.


바로 옆에서는 강이랑 이어진 언덕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다사자들이 밖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고 있는데....(주변에 바다사자가 물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어떤 용감한 강아지 한마리가 자꾸 바다사자 가까이 가서 짖고 도망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빡친 바다사자는 가끔 물밖으로 나와서 강아지를 쫓아갔는데...


바다사자 엄청 빨랐다. 물에서야 당연히 빠른걸 알았지만, 물 밖에서도 그렇게 빠른지 처음 알았다.


원래 가까이 가서 사진 찍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10미터 내로는 접근도 못하겠더라.





이제 다시 발디비아의 핵심. 요리경연대회다.


이건 점심으로 해먹은 요린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희한한 물고기를 구워먹은거다.


열심히 사전 뒤져본 결과, 대구류의 물고기라길래 2마리 사다가 부침가루랑 계란옷을 입혀서 구웠는데...


결과는 패망. 완전 망해뜸.


이 흰살생선이 뭔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살이 너무 약해서 굽다보면 전부 분리되어 버린다.


그래도 나름 진희가 생일상이라고 차려준거라 감사히 먹었음.





생일이니까 당연히 생일주.


는 어제 과음으로 인해서 오늘은 입에도 안 댔고, 대신 케익을 먹었다.


생크림만 먹으면 좀 느끼할거 같아서 위에 딸기잼이 덮힌 케익으로 샀는데...


망할, 아래쪽 빵에 전부 딸기챔을 칠해놨다. 이건 뭐 케익인지 딸기잼 통조림인지 모를 정도로 달았다.


만원이 넘는 거금이라서 먹었지만, 케익은 역시 김춘수 빵집이죠.



 


진정한 메인 생일상인 해물파전이다.


오징어를 안 파는 관계로 각종 냉동 조개들을 사다가 해물파전을 해먹었다.


비록 한두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잘 부쳐서 잘 먹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 맞는 생일을 이런데서 보낼거라곤 생각도 안했는데...


이 먼 곳에서도 생일상 차려준다고 고생한 진희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영국 같은데서 생일을 맞았다면 폴스미스 가방이라도 선물 받았을텐데... 안타깝구만...ㅋㅋㅋ


참고로 진희의 생일은 아마도 아프리카 나미비아 같은데서 보낼거 같다.


다행이다. 프랑스가 아니라서.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