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0-Chile2012. 7. 16. 14:53

지금은 남미의 겨울시즌이다.


더운 나라에 추울때 오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니... 사실 파타고니아만 가지 않는다면 겨울에 오는것도 괜찮긴 할거 같다.


근데 나는 남미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이 남극이었다.


하지만 사직서를 내고나서 깨달은 사실... 남극행 배는 12월부터 3월까지밖에 운행을 안하고... 


가격이 남극만큼 비싸다. 그냥 일이백 수준이 아니다... 거의 천단위까지 넘어가버린다.


그래서 가볍게 남극은 포기하고, 남극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는 최남단 지역. 파타고니아로 가려고 했다.


근데 또 문제가 하나 생기는데... 그게 파타고니아는 여름에도 추운 지역이라 겨울이 되면 전부 문을 닫는다.


겨우 문을 연 몇 곳은 엄청 비싼데다 가는 길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예약이 필수. 성수기에도 예약해야 되고 비수기에도 예약해야 되는 곳이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 지역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푸에르토 몬트 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개가 있겠지만..


그중에 우리가 택한 것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버스로 이동하는것보다 오래 걸리고 비싸지만, 그래도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람선 루트라는데..


한번쯤 타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3박4일짜리 이 페리는 나비막(NAVIMAG)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한다.


말이 유람선이지... 그냥 화물선에 빈 공간 몇개를 객실로 개조해서 다니는거다...;;;;


호화 유람선이 아니니까 참고 바람..





나비막은 푸에르토 나탈레스부터 푸에르토 몬트까지 운행하는 배인데...


산티아고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지 안전하다고 해서 우리는 나비막 사무실을 찾아 향했다.


정보가 별로 없는 관계로, 그냥 구글맵에서 주소 찍어서 찾아갔다.


망할. 이게 실수였다. 구글 망할. 반년에 한번씩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됐다.


이 회사는 사람 귀찮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회사였다.





지도에 찍힌 위치가 별로 멀지 않길래 걸어가기로 했다.


신나게 걸어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지하철비가 아까워서 계속해서 걸어갔다.





중간중간 이렇게 분수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가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너무 멀다고, 지하철 타고 가라고 했지만...


우리는 관광객이니까 괜찮아요. 걸어갈게요. 라고 말하고는 계속 걸어갔다.


지하철역으로 5정거장 거리였는데... 


대충 길음역에서 동대문운동장까지 걸어간 셈이 되겠다.





근데 막상 도착해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크헉. 구글맵에서 오류로 잘못 찍힌걸 보고 찾아갔나보다... 어쩌지...


주변이 번화가라서 와이파이가 20개쯤 잡히긴 하는데 전부 암호를 걸어놨다.


야박한 칠레사람들. 하나쯤은 개방형으로 설정해줄 수도 있잖아!!!


결국 우리는 와이파이를 찾다가, 유리문에 WIFI ZONE이라고 써있는 서브웨이를 발견했다.


돈 주고 사먹기에는 너무 아까웠지만, 피씨방 비용이라고 생각하고는 음식을 시켰다.


"와이파이 비번이 뭐에요?"


"아.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와이파이가 없어요."


이런 망할 서브웨이. 와이파이 없으면 문짝에다 저딴걸 붙여놓질 말든가!! 왜 붙여놔서 사람을 낚냐. 


하지만 컴플레인 안하기로 유명한 우리는 군말없이 맛대가리 없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다리는 아프고, 어딘지는 모르겠고... 지금까지 걸어온게 너무 아깝고.....





그냥 가다보면 어딘가 나오겠지... 라는 마인드로 게속해서 걸어가려는데...


서브웨이 바로 반대편에 i마크가 보인다.. 헐... 인포메이션 센터다.


저걸 진작 봤으면 서브웨이에서 비싼돈 주고 샌드위치 안 먹었어도 되는건데...ㅠ


산티아고의 인포메이션 센터는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나비막 사무실도 검색하고, 파타고니아 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듣고 다시 길을 떠났다.


지하철역으로 3정거장을 더 걸어가야 했다.


총 8정거장... 길음-성신여대입구-삼선동-혜화-동대문-동대문운동장-충무로-명동-회현....


우리집에서 남대문시장까지 걸어간 셈이다.





무슨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잘 사는 동네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찌보면 산티아고 전체가 다 잘사는 동네인지도 모르겠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수도인 산티아고로 몰려들고 있단다.


우리나라도 80년대에는 전부 서울로 몰려들었으니까...


지금쯤 산티아고 위성도시에 땅 좀 사놓으면 10년후면 땅부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도착한 나비막 사무실.


근데 우리가 생각한 최하급 객실(창문도 없는 22명이 같이 자는 그런 객실)은 없고,


AA급 객실만 있단다. 우리가 생각한 가격보다 50%가 비쌌다.


원래 300달러 생각했는데.. AA객실은 450달러...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직원이 학생할인 15%해주겠단다... 넬름 집어먹을까 하다가...


왠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가서 직접 쇼부치면 더 깍아줄꺼 같아서 예약은 안했다.


다시 말해서 그냥 여기까지 걸어가기만 했을뿐. 건진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다리 운동만 한 셈.





허무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칠레 산티아고는 꽤 큰 규모의 한인타운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교민분들이 옷가게를 하고 있단다.


그 교민분들을 위해 한인식당도 여러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그중 가장 유명한 데에서 해물탕을 먹기로 했다.


칠레하면 역시 해물이지.


(근데 하나도 안 싸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더 쌀듯...)





딱 봐도 코리안타운이다. 아가방도 보이고... 미소야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한국분들도 많고,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한인사장님들이 돈 계산중이다.


콜롬비아나 페루 같은 곳에 한인식당 하는 분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거지만,


이 곳은 전부 교민상대 장사다. 그러다보니 한국사람이 보여도 별로 신기해하거나 반가워하지 않는다.





한인식당을 가기 전에 한인마켓부터 들렀다.


칠레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듯한 마켓이었다. 정말 없는게 없었다.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이 있다는 얘기는,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모든 품목이 다 있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정말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느라 매우 힘들었다.





김치, 고추장, 된장도 팔고.. 당면도 팔고... 별걸 다 판다.


한국 드라마, 영화도 다 DVD로 구워서 대여중이었다.


껌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팔고... 스페인어 못해도 여기 와서 사는데 전혀 문제 없겠더라.


실제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우리가 가고자 했던 인심좋은 숙이네.


페루 쿠스코에서 갔던 사랑채와는 차원이 다른 한인식당이다.


거기는 사장님만 한국분이고 요리는 전부 페루분들이 해서 그런지 별로 맛이 없었는데...


여기는 요리까지 전부 한국 아줌마들이 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맛난다. 한국의 맛이 난다.


외국에서 먹는 한식이 아닌, 그냥 낙성대에서 먹는 한식 맛이 난다.





우리가 슈퍼에서 유일하게 건져온 부침가루.


칠레는 해물이 싸다고 해서... 해물파전을 해먹기 위해 산 아이템이다.


비록 산티아고는 물가가 비싸서 해물도 비싸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해물이 싸다길래 하나 준비했다.


이제 아래쪽 발비디아라는 항구로 가면, 해물 왕창 사서 해물라면도 끓여먹고 해물파전도 부쳐서 와인이랑 마셔야겠다.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저 부침가루 1KG짜리가... 대략 8천원가량 한다. 한국에선 얼마나 하는지 잘 모르겠네...





요게 바로 우리가 먹고자 했던 해물탕.


사실 해물탕인지 생선찌게인지 잘 모를 정도였지만... 맛 하나는 끝내줬다.


해물탕인데 생선만 들어있어서 다시 주문을 할까 했다가...


주문 받으시는 분은 칠레분이라서... 괜히 컴플레인 하면 칠레아저씨만 난감해 할까봐 그냥 먹었다.


역시 우리는 컴플레인 못하는 호구 부부.





해물탕 먹는데 어떻게 그냥 먹을수 있겠는가.


거금 만원짜리 소주다.


정말 마실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고 있는데, 쿨한 진희가 한병 시켜마시라 그래서 넬름 마셨다.


센스 있게 참이슬 오리지널이다. 


만원짜리인데 되도록이면 쎄고 오래 가는 오리지널이 좋지.ㅎㅎㅎ


해물탕이랑 같이 마신 소주는 아마 평생 못 잊을 듯 싶다.


내가 원래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뭐 그렇게 막 미친듯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뭐 그렇게 알콜중독자는 아닌데... 여하튼 해물탕이랑 같이 마신 소주는 맛났다.





배부르게 해물탕을 먹고나서 걸어오면서 본 미소야 광고.


진짜 미소야가 여기까지 진출한건지... 한국에서 미소야 하시던분이 오셔서 그냥 그려놓으신건진 모르겠다만...


여하튼 한국분들이 정말 많았다.


처음엔 한국분 볼때마다 인사했는데... 되려 인사 받으시는 분들이 불편해 하시길래 그만뒀다.


옷가게를 많이들 하시는거 같았다.





여기도 한국분이 하시는 빵가게였다.


LA의 코리안타운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 살다온 훈이씨의 말에 따르면,


캐나다 코리안타운에 살면 영어 한마디 못해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칠레 산티아고 코리아타운만 하더라도 스페인어 한마디 못해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 없어 보이더라.





숙소로 슬슬 걸어오면서 이런 야경도 보고 좋았다.


오랜만에 한국음식다운 한국음식을 먹었더니, 힘도 나는거 같고... 정신도 맑아지는거 같고...


맨날 싸구려 술 마시다가 소주를 마셔서 그런건가....




이제 내일이면 산티아고를 떠나 밑에 지방으로 쭉쭉 내려간다.


오늘도 진희랑 얘기를 했지만... 점점 여행이랑 생활의 경계선이 무너져 가고 있다.


이게 좋은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진희랑 같이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언제 칠레 산티아고에 다시 와볼수 있겠는가... 여행은 참 좋은거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