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에서 이스터섬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행기로 약 4시간 반 정도.


생각보다 상당히 먼 거리였다.


태평양에 섬이라곤 하와이밖에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스터섬도 육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이스터섬은 이 섬을 발견한 날이 부활절(이스터 에그)이라서 이스터 섬이라고 이름 붙여버린거고...


원래는 라파누이 라고 부른단다. 자기들 말로는 큰 섬이라는 뜻.


그리고 남미쪽에서는 Isla de Pascua 라고 부른다.


근데 여기다가 라파누이나 빠스꾸아라고 써놓는거보다 이스터섬이 친근하니 그렇게 부르겠다.





남미 와서 처음 들어본 LAN항공사.


왠지 남미 저가항공사 느낌이 나서 싸구려 항공사인줄 알았는데...


완전 좋으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빼고 이렇게 좋은건 처음 타본듯.





기내식도 맛나고, 음료수도 자주자주 주고, 와인도 주고 매우 좋다.


이스터섬은 LAN항공이 독점하고 있어서 LAN항공을 타야지만 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스터섬의 길거리 쓰레기통은 죄다 LAN항공사에서 만들어준 것들이었다.





이스터섬의 유일한 공항. 공항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크기의 버스터미널 크기의 공항이 우리를 반긴다.


비행기랑 공항이랑 이어주는 이동식 통로 그런건 있지도 않다.


비행장에서 내려서 공항까지 타고 가는 버스. 그런것도 없다.


그냥 내리자마자 걸어간다.


사람들의 짐을 옮겨주는 전동식 차량. 그런것도 없다.


농사 짓는 트랙터에 달구지 하나 연결해서 그걸로 짐을 옮겨준다.





도착했을때의 날씨는 가히 헬이었다.


비행기가 어떻게 착륙했는지가 더 궁금해지는 날씨였다.


원래 미히노아 캠핑장이라는 곳에서 텐트 치고 잘라 그랬는데...


주인장이 이 날씨에 텐트 못 친다고 하는 바람에 바로 옆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우리가 쓰는 미히노아 캠핑장 사촌의 집.


이스터섬은 대중교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차, 오토바이, 자전거 3개중 택1해야되는데...


우선 자전거는 진희가 못 타니 스킵.


이스터섬의 태양은 1000W 전자렌지 수준이라서 오토바이도 스킵.


그래서 결론은 자동차 렌트.


하지만 섬답게. 외쿡답게. 오토는 섬 전체에 6대밖에 없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래서 우리는 남자답게 스틱.


남자라면 스틱이죠. 오토는 범퍼카 아닌가연.





이스터섬의 살인적인 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는 라면을 사왔다.


안성탕면 6개. 짜파게티 6개. 신라면 1개.


한국음식을 못 먹다가 라면을 먹으니 신세경을 보는거 같았다.


자취할때는 그렇게 먹기 싫던 라면이 이렇게 맛난 줄이야.





젓가락 없이 라면 먹는게 얼마나 빡치는 일인지 이스터섬에서 깨달았다.


볼리비아에서 쇠젓가락 사야겠다.





이게 원래 우리가 묵으려고 했던 미히노아 캠핑장의 전경이다.


멀리 이스터섬의 태평양이 보인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꽤나 쎄다.


사실 제주도랑 별반 다를거 없는 현무암으로 되있는 섬이지만...


왠지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니.. 바다도 더 이뻐보이고 바람도 더 시원한거 같고.


이래서 사람은 돈 써가며 놀러다녀야 된다.


비싸면 비쌀수록 좋다고 자기세뇌하는거 같다.ㅎ





이스터섬의 바다와 하늘.


이스터섬은 희한하게 아침에는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낮에는 미친듯한 햇살이 비치고..


밤에는 말로 형언할수 없는 노을이 진다.


3번의 밤을 보내면서 본 노을은 언제나 이쁘고 어메이징했다.





얕은 노을이 깔리는 하늘이다.


도착한 첫날은 차를 안 빌리고 숙소에서 가까운 곳만 산책했다.


차를 빌리기 위해 구한 동행 2분은 자전거를 빌리셔서 모아이상을 보러 가셨다.


나와 진희는 그냥 동네 마실.


이스터섬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일부분이라서 동네 한바퀴 도는데 1시간정도도 안 걸리는거 같다.





참고로 저 앞에 있는 모아이상은 미히노아 캠핑장에서 멋으로 세워놓은거다.


진짜 모아이상은 저렇게 비리비리하지 않고 간지나게 생겼음.





미친듯한 바람을 이겨내며 인증샷.


가끔 쿠바의 말레꼰처럼 섬 위까지 넘치는 파도가 장관이다.


비싼 물가만 아니라면 정말 오래 머물고 싶은 섬이었다.




이렇게 이스터섬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드디어 내일 모아이상을 보러 간다.


야르.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