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이 하나 있다.


우리의 여행은 이날이 끝이 아니었다.


왜냐믄, 우리는 5월24일 새벽 비행기를 탔으므로 여행은 하루 더 남음...


구질구질하구만...ㅎㅎ


실질적으로는 마지막 여행기가 될 이 글을 쓰면서도 만감이 교차한다.


3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설레이네.





어제 너도 달려서 그런지 아침부터 속이 영 별로였다.


1년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한, 거의 매일 술을 마셔서 그런가보다.


(근데 한국 와서도 그런다는게 문제임.)



마지막날.


흠. 뭘하면 좋을까. 뭘해야지 마지막 날을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리는 침사추이를 구경하기로 했다.



몇번씩이나 말하지만, 난 아직도 홍콩이 어케 생겨먹은곳인지 모른다.


침사추이가 어딘지, 몽콕이 어딘지.


내가 갔던 곳이 어딘지 잘 모른다.


그냥 와이프 따라서 쭐레쭐레 따라다니기만 했음.





이건 왜 찍었을까...


뭔가 이유가 있어서 찍었을텐데...


아. 저기 가운데 GD가 메인인 잡지가 있어서 찍었나보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동시간에 할게 없어서 어쩔수 없이 음악을 많이 듣게 되는데..


난 이 여행을 하면서 GD노래를 진짜 많이 들었던거 같다.



음악이 좋은게,


요즘 가끔 여행할때 즐겨들었던 노래들을 들으면,


그 당시의 풍경들이 떠오르곤 한다.



근데 그렇다고 또 그 노래만 주구장창 듣다보면,


한국에서 들었던 기억들이 오버랩 되면서 덮어씌워지긴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덮는다는 말이 맞는거 같다.





아침을 먹으러 간 집.


록유티하우스라는 집이다.



매우 홍콩스러운 골목길을 따라따라 가다보니, 더 홍콩스러운 집이 나타났는데, 나름 유명한 집임.





근데 이 집이 특이한점은, 일반 체인 음식점이랑 주문방식이 좀 달랐다.


수시로 이런 딤섬을 싣은 수레가 돌아다니는데,


그때 아줌마를 붙잡고, 저기 쌓여있는 딤섬중에 뭐를 달라고 중국말로 말해야 된다..;;;;



영어가 안 통하는건 물론, 영어메뉴판도 없음.


메뉴판 자체가 없었던거 같다. 그냥 김밥천국처럼 빌지만 하나 놓여져있다.


그래서 내가 뭘 딱 시키면 그걸 주면서, 빌지에 체크하는 형식이었음.



그림은 커녕, 중국말만 써있는 빌지를 보고 내가 아줌마한테 중국말로 딤섬을 달라고 하는건 당연히 말이 안된다.


게다가 저기 쌓여있는 딤섬들은 다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씩 열어보면서 고를수도 없는 형식이었다.


흠.. 어쩌지 어쩌지...





허나 우린 배가 고팠고,


여행 원데이투데이 하는것도 아닌데 이런건 노 프러블럼.



그냥 수레를 졸졸 따라다니면 된다.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든 말든 상관 없음. 어차피 아는 사람 아니니까.



그러면 각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딤섬을 시킬때마다, 아줌마다 저 쌓여있는 딤섬들을 한번씩 들었다 놓는다.


(손님이 주문한 딤섬이 어디있는지 자기들도 찾아야 되니까....)



그때 잽싸게 내가 먹고싶은 딤섬을 고른다.


아, 물론 맛은 모름. 그냥 생김새만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음.


난 딤섬이라곤 거 뭐냐... 명동에 있는 뭐 있는데... 딘타이펑인가 어디에서 한두번 먹어본게 끝이라서 잘 모름.



그 다음에 갑자기 훅 들어가면 아줌마가 놀랄수 있으니까...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가,


(가장 적당한 때는, 사람들이 딤섬 고르는게 끝나고 아줌마가 수레를 끌라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쯤임...


이때쯤 되면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고는, 이 놈은 뭔데 주문은 안하고 서있는거지? 라는 눈빛을 보냄.)



왼손으로는 빌지를 아줌마한테 내밀면서 체크해달라고 하고,


오른손으로는 나 가슴팍을 찌르면서, 이 빌지 내꺼에요! 라고 어필을 한번 하고,


내가 봐둔 딤섬을 통으로 꺼내오면 된다.


그럼 끝.





그렇게 획득한 딤섬.


꽤 맛있음. 특히 저 왼쪽에 있는 우롱차? 그거랑 마시니까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드는 맛이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써놓긴 했는데,


2011년에 혼자 콜롬비아에 갔을때, 길거리 식당에서 말이 안 통해서 한참 애먹다가,


결국 생선구이? 튀김? 뭐를 시켰는데...


생선 찍어먹으라고 준 소스 (우리나라로 치면 생선까스 위에 나오는 마요네즈 소스 같은거)


그게 에피타이저로 주는 스프인지 알고 열심히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종업원이 놀라 뛰쳐나와서 퍼먹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



그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이래서 사람은 굶어봐야 된다.


뭐든지 헝그리해야돼.





이제 배는 채웠으니, 원래 가려던 침사추이로 출발.


여기는 1881헤리티지라는 곳이다.



1880년대부터 1996년까지 홍콩 해양 경찰청? 뭐 그런 건물로 쓰인 곳이란다.


역시 정부기관 건물이 짱이여...


우리나라도 요즘 동네에서 제일 으리으리한게 구청이고, 시에서 제일 으리으리한게 구청임.


구청 쩔어. 



여하튼 경찰청으로 쓰여서 예전에는 감옥으로 쓰이던 곳도 있고 뭐 그렇다는데,


지금은 다 쇼핑몰 및 호텔로 바뀌어 있다.



건물 자체가 엄청 고급져서 그런지,


입점해있는 샵들도 모두 엄청 고급짐.



결론은,


우리는 한군데도 못 들어가봄.





진짜 멋지긴 하더라.


홍콩은 건물들이 죄다 요상하게 멋지다.


유럽풍도 아닌것이, 동양풍도 아닌것이,


뭔가 섞여있는듯 싶으면서도 유럽같기도 하고....





하지만 명품과는 거리가 먼 우리라서,


그냥 옆 쇼핑몰 건물로 가서 차나 한잔 마셨다.



역시 커피는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지!!!


오른쪽꺼는... 공차처럼 생기긴 했으나 공차는 아니고, 녹차프라푸치노에 팥이 올라간 음료다.


뭔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맛은 한국이랑 똑같았다.


조금 더 달았던거 같기도 하다.





침사추이는 생각보다 별로라서,


우리는 몽콕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도 완전 명품 천국이다.


롯데백화점 명품관마냥 각 샵들 앞에는 길게 줄이 있었다.


우리는 뭐.. 입장도 안 시켜줄거 같으니까 패스!



근데 추후 들은 얘긴데, 홍콩에서 명품 사는게 별로 싸지는 않다고 한다.


한국이랑 비스무리하단다.


대신에 물건 종류가 엄청 많다고 하더라.


흔히 말하는 그 신상. 신상 제품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는 몽콕에 있는 가전제품 파는 동네다.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비슷한 곳?



요즘 취미로 아두이노 개발하느라 용산에 몇번 왔다갔다 했는데,


용산보다 여기에 사람이 더 많은거 같더라.


용산은 망했어. 이제 끝이야.





몽콩은 야시장이 유명했던거 같다.


뭐 레이디스 마켓인가 뭔가도 있었고...


신발 거리도 있었고, 전자제품 파는 거리도 있었다.



지금 보이는건 신발 파는 거리임.


길거리 양쪽으로 이런 샵들이 가득했다.



난 여기서 프리런을 하나 샀다. 프리런3.0이었나...


여하튼 지금까지도 신고 있음.


뭐 좋아서 신는건 아님. 원래 쇼핑을 잘안해서 한번 사면 헤질때까지 신는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왠지 이 길거리에서 파는것들은 90%가 짝퉁일거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왠지 모르게,.





왜냐면 이 USB 때문인듯.


원래는 IT하는 사람들한테 선물로 줄라고 5개쯤 사왔는데,


하나도 못 줬다.;;;



아직 써보지는 않았으나, 수많은 후기들을 읽어본 결과,


그냥 말 그대로 USB란다.


USB.


USB저장매체가 아니라 그냥 USB란다.


USB구멍에는 잘 들어간다고 함.


하지만 그게 끝이라고 함. 그냥 레고처럼 컴퓨터에 넣었다 뺐다 하는 기능만 있는듯...



바로 옆 길거리에서 이런걸 파는데,


과연 신발거리에 있는 신발들이 정품일까....;;





홍콩의 유명하다 싶은 동네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몽콕, 침사추이, 코즈웨이베이 등등...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알수는 없지만, 다들 참 바빠 보였다.



여행할때는 가끔 멈춰서 이 수많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가는걸 보면서,


와, 진짜 다들 바쁘게 사는구나. 다들 어디를 가는걸까 라는 생각도 했었었는데...



출근길 사람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요즘에는,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주변사람들이 어딜 향하는지, 뭘하는지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다.


왜냐면 캔디크러쉬 깨야 되거든.


개꿀재밌음.





하도 돌아다녀서 좀 쉴라고 들어온 식당.


취와 레스토랑이라는데, 여기도 좀 유명한거 같다.



여기서 떡수제비 비스무리한 음식을 먹었는데,


맛은 기억도 안난다.


그냥 그랬던거 같다.





밥 먹고 후식 먹으러 간 허유산.


물론 여기도 유명하다.


우리는 안 유명하면 안가니까. ㅎㅎㅎ





이제 마지막 짐을 싸러 숙소로 왔다.


지금 보이는 박스는 아이맥을 포장하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주워온 박스다. 


저때만 해도 아이맥 박스도 애지중지하게 이중삼중으로 포장해서 들고오고 이랬었었었었지....



프랑스에서 마지막 리스차 반납할때, 그간 모아둔 캠핑용품이 너무 아까워서 한국으로 부치기 위해서,


저 박스들을 주우러 비오는날 프랑스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기억 나는게...


그날 비도 좀 왔었는데, 비 오는 좁디좁은 프랑스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와 이 동네는 분리수거도 안하나 박스 왜케 없어!!' 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는데, (훗날 알았는데 유럽은 분리수거 잘 안한다 함.;;)


전봇대 밑에 뭔가 반쯤 젖어있는 박스를 발견했다.


그걸 주울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왠지 모를 자괴감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진짜 여기까지 와서 왜 박스나 줍고 앉아있는거지... 저깟 만원짜리 캠피용 후라이팬이 아까워서 이렇게까지 아둥바둥 한국으로 부쳐야 되나?


이런 생각들을 했던거 같다.



결국 박스도 못 구하고, 한국으로 부치는 돈이 너무 비싸서 모든 캠핑 용품은,


프랑스에 유학온 와이프 친구분한테 드리고 왔었다.


그리고 얼마후, 그 모든 물품들은 버려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준게 전부 쓰다남은 후추, 고추장, 후라이팬, 코팅 벗겨진 전기밥솥 같은 것들이었음...;;;



여하튼 이렇게 우리의 세계일주 마지막 날은 끝이 났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