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보면,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신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기분 좋아서 한잔 하고,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할거 없어서 한잔 하고,


특별한 일이 있으면 기념하기 위해서 한잔 하고,


사기 당해서 속상해도 한잔 하고, 숙소 싸게 잡으면 싸게 잡아서 돈 남는다고 그 돈으로 또 술 한잔 하고.



가끔 비행기 타고 난 직후에는 면세점에서 쟁여둔 진이나 럼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보통 때는 언제나 맥주다.


사실 입이 싸구려라서 어떤 맥주가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국에서 마시는 맥주보다는 항상 맛있었던거 같다.





전날 카지노 투어를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서 마신 맥주들.


컵라면은 배고파서 먹은거고...


실제 맥주안주는 비첸향이었다.


맥주 안주로 저만한게 없는거 같다.





그렇게 피곤한 몸 + 맥주를 드링킹하고 노곤노곤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너무너무 졸렵다.


아침에 너무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날은 100% 비가 오고 있는 날이다.


커텐을 열어보니 역시나,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늘이 4월13일 선거날인데... 오늘도 비가 와서 그런지 낮 12시가 다 되도록 잠이 안 깬다...



여하튼 비가 너무 많이 오길래, 어디 밖으로 돌아다닐 생각은 못하고 (못하고 라고 쓰고 안하고 라고 읽고...)


그냥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냥 사진만 보면, 이게 홍콩인지 마카오인지 구분이 안가네...


생각외로 깨끗한 도로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중국이라 그래서 왠지 길거리에 쓰레기가 가득할거 같았으나,


홍콩이나 마카오 둘다 거리가 깨끗했다.


관광객을 워낙 많이 봐오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현지인들도 우릴 대하는 방식이 항상 깔끔했다.





숙소 1층에 있는 식당.


호텔 1층 식당이라고 해서 무슨 신라호텔 아리아케 같은 곳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냥 김밥천국 같은곳임.



마카오 사람들도 보통 밥을 밖에서 사먹는지는 모르겠으나,


생각외로 혼자 와서 아침을 해결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왠만한 테이블에는 다들 혼자 온 손님들이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합석을 해서 각자 밥 잘 먹고 가더라.



식당의 분위기는 영웅본색 같은데 나오는 식당 같았다.


왠지 저 안쪽 부엌에서 주윤발이 나와서 총을 쏴대도 전혀 이상할거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식당 가면 락앤락 물통에 정수기물을 담아주듯이,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는 이렇게 뜨거운 차를 갖다 줬다.



녹차 비스무리한 차긴 했는데, 정확히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다.


엽차라는 얘기도 있고 하던데... 여하튼 씁쓸한 맛의 차였음.



그리고 젓가락, 수저, 앞접시는 저렇게 뜨거운 물을 담은 곳에 넣어서 준다.


나름대로 위생관념이 철저하구만...





우리가 시켜먹은, 


청경채 + 고기 + 면.


이상하게 왠만한 메뉴 시키면 다 저렇게 생긴것들이 나온다.



다행히도 내 입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맛이라서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홍콩으로 돌아갈 시간.


마카오에서 한 거라곤,


마카오 경제발전을 위해 카지노에 헌납하고 가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여행하면서 항상 바라만보던 카지노를 해보게 되어서 영광이었다.


말 그대로 영광이었다.



카지노만 보면 항상 밖에서 우물쭈물 대면서,


들어가볼까? 해볼까? 근데 어떻게 하는지 알아? 이렇게 입고 들어가도 되나? 그냥 하지 말자.


를 반복했던 우리였다.


특히 모나코에서는 더 심했지. 근데 생각해보면 모나코에서는 반바지 입고 카지노 못 들어갔을듯 싶다.



여하튼 그렇게 부유함의 상징 같았던 카지노를,


마카오에서는 원 없이 해봤으니... 이제 미련 없이 떠날 시간.





페리를 타러 온 시간까지도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했다.





홍콩-마카오 간 페리는 워낙 자주, 많이 있다.


그래서 표를 예약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가서 마을버스 타듯이 타면 된다.





마카오 안녕~


근데 이쪽이 마카오 맞는지 모르겠으나... 마카오 맞네.


사진 제일 오른쪽에 파란색 건물을 보니 마카오 맞는거 같다.



저게 어제, 버스 잘못타서 우리숙소 대신에 도착한 이상한 호텔이다.


희한하게 이런건 기억이 잘나네.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일은 밥 먹는 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부터 먹어야죠.



홍콩의 KFC는 좀 특이하게 프렌치후라이를 안 주고,


뭔가 두꺼운 포카칩 같은걸 줬다.


딱 보면 떠오르는 딱 그 맛이다. 더 맛있지도, 덜 맛있지도 않음.



그리고 오른쪽은 KFC에서 파는 에그 타르트. 우리나라도 파는걸로 알고 있다.


짱 맛남.





KFC의 메뉴가 우리나라랑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치킨의 형상과 색깔이 사뭇 중국스러워서 한장 찍어봤다.


뭔가 베이징덕 같은 카라멜 색깔의 옷을 입고 치킨을 팔고 있었다.



KFC하면 역시 케이준 아니었나?





우리가 새로 잡은 숙소는 무슨 부띠크 어쩌고 저쩌고 호텔이었다.


말이 좋아 부띠끄지.... 진짜 어마어마하게 좁았다.



와... 우린 짐이 꽤 많아서 그런지, 짐을 바닥에 놓고나면


사람 지나다기도 힘들만큼 좁은 숙소였다.



근데 좁아서 그런지, 깨끗하기는 했음.


에어컨도 잘 나오고.ㅎ



아.. 생각해보니 이 호텔 1층 로비도 엄청나게 좁았는데, 그 좁은 공간 한가운데에 가네쉬 동상이 세워져 있던 기억이 난다.


주인이 아마도 인도사람인가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좀 쉬다가 나와서 먹은 저녁.


원래는 딤섬집에 가서 딤섬을 먹을라 그랬는데,


저녁에는 딤섬을 안 한단다... 왜?....



그래서 어제 밥 먹은 차찬텡에 가서 먹음.


저번에 말했듯이 여기는 그냥 우리나라 김밥천국 같은 곳임.



사진만 보고는 왜 계속 똑같은것만 시켜먹냐고 궁금해하실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다 다른 메뉴 시킨거임.


근데 맨날 똑같은게 나와.





여기가 바로 우리가 즐겨찾던 차찬텡.


지금 홍콩가서 찾아가래도 찾아갈수 있을거 같다.


이비스 호텔 바로 옆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적당한 가격. 적당한 서비스. 적당한 맛이 특징임.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벌써 3년쯤 지난 얘기구나.


저때쯤에 이런 생각을 했던거 같다.


'지금이야 지겨워서 빨리 한국 들어가고 싶은 맘뿐이지만... 한국 들어가서 또 밖으로 나오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흔히 말하는 역마살이라도 끼면 어떡하지...'


근데 3년이 지난 지금도 별 생각 없는거 보면,


아직은 저때의 강렬한 추억을 야금야금 뜯어먹으며 버티고 있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거 같다.



벌써 3년이라..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나 흐른거네.


시간이라는건 정말 신기한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