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5. 10. 22:55

마날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차분해진듯한 느낌이다.


처음 여행 나올때... 뉴욕행 비행기표와, 그리고 뉴욕의 숙소.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멕시코 칸쿤으로 가는 비행기표까지만...


이렇게만 준비하고 떠나온 여행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때그때 원하는 곳으로 가자. 라는 생각으로 나왔다.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더 이상 준비할만한 여력이 없었다.



2월에 결혼하고, 3월에 퇴사하고, 4월에 여행을 떠나는 마당에...


더이상 준비할 여력이 있었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렇게 하루살이마냥 한 나라에 도착하고나면, 그 나라에서 어디를 구경하고 싶은지 찾고,


또 다음 나라는 어디로 할건지 찾느라 참 많이 바빴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다니다보니, 우리가 원하는 왠만한 곳은 다 가볼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일정에 아무런 부담이 없어서 여유롭게 다닐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안되있는 준비를, 즉흥적으로 하려다보니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데 할애할수밖에 없었다.


구경다니고 여유를 즐겨야 할 많은 시간동안 인터넷만 붙잡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모든 기억이 다 희미해진 지금, 어떤 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준비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은거 같다.


여행에 대한 준비도 그렇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준비도 그렇고.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뷰다.


흠... 저 오른쪽 앞 공터는... 학교 운동장임.



뷰 자체가 썩 멋지지는 않지만, 


한량짓하기에는 좋은 숙소였다. 마날수 게스트하우스.





오늘은 버스표를 끊으러 가는 날이다.


이제 마날리에서... 델리로 내려가서, 델리에서 홍콩으로 가서, 홍콩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면 된다.



사실 우리의 최종목적지는 마날리에서 하나 더 나아간, 레 라는 도시였다.


북인도 특유의 황량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그 신비로운 도시는,


아쉽게도 우리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마날리보다 북쪽의 도시들은 육로가 매우 험하므로...


1년중에 갈수 있는 달이 몇달 안된다.


보통 5월~9월만 육로로 갈수 있다고 하는데... 딱 이때가 육로가 슬슬 열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흠... 2007년에는 9월쯤에, 육로가 막 닫힐때쯤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우리를 마지막으로 1년 장사를 마무리한다고 했었지...)


갔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육로가 막 열릴때쯤이다..


어떻게 할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험한 길인데, 길이 슬슬 열릴때면 더 위험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미 그 길을 한번 겪어본 이상...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그 길을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죽을거 같았다...



여하튼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마날리를 끝으로 아주 짧은 2번째 인도여행을 끝마치기로 했다.





뉴마날리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이 곳은 올드마날리에서 뉴마날리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난 아직도 이 왼쪽에 있는 웨스턴유니온 환전소가 기억나는거 같다.



왜냐면...


그 당시 내가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들고 다녔었는데,


이 도시에서부터 안 먹히기 시작했거든...;;;


여기서도 내 카드가 안 먹히고, 레에서도 안 먹히고... 스리나가르에서도 안 먹혔었지..


그래서 그 당시에, 와이프한테 100달러를 빌렸던 기억이 난다.



돈 뽑히면 드릴게요. 라고 말해놓고,


계속해서 돈이 안 뽑혀서, 우리는 내 카드가 뽑히는 곳이 나올때까지 강제동행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네. 내가 이 얘기를 안했구나.


우리 뭐 영화에서처럼 첫눈에 반해서 서로 영혼의 동반자가 된건 아니고,


그냥 필요에 의해서 같이 다니다가, 결정적으로 와이프가 저한테 100달러를 빌려주는 바람에,


그 돈 받으려고 강제 동행이 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이 공원.


뉴마날리 메인길가 끝쯤에 있는 공원인데...


2007년에는 이 공원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 당시에 그 사람들에게, 우리는 레에 가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자기들은 레보다 스리나가르가 더 좋았다고 해서....


그래서...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일정에도 없던 스리나가르까지 가게 됐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도 참으로 즉흥적이었다.


뭔 생각으로 여행했는지 모르겄어...





뉴마날리의 모습.


이게 메인길가고... 오른쪽으로는 골목길들이 좀 있었던거 같다.


도시 자체는 별로 크지 않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게 메인길가 전부다.





이곳은 뉴마날리에 있는 버스정류장.


이곳에서 정부버스표를 살수 있다.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사설버스보다 버스는 매우 구리지만, 가격이 매우 싸므로,


우리는 자주 애용한다.



인도에서는 무조건 사설버스를 이용해야 되는것도 아니고, 무조건 정부버스를 이용해야 되는것도 아니다.


그냥 알아봐서,


이정도쯤은 내가 견딜수 있겠다 싶으면 정부버스를 타면 되고,


이거는 좀... 힘들거 같다. 멀미가 심하다 싶으면 사설버스를 타면 된다.





그리고 이 아디다스. 아직도 있었다.


위에서 말한것처럼, 2007년 당시에 내 돈이 다 떨어져서 와이프한테 100달러를 빌렸었는데,


돈이 다 떨어진 이유가 바로 이 아디다스였다.



와이프는 인도에서 아디다스가 엄청 싸다는 루머를 어디서 듣고 와서는,


이곳을 가보자고 했고...


암것도 모르는 나는 그냥 이곳에 따라갔다가, 점퍼 하나랑 스니커즈 신발 하나를 사게 된다.


(이 당시에 인도는 무조건 더운나라인줄 알고, 두꺼운 옷은 영국친구네 다 놓고 왔었음....)



지금도 집이 추울때, 가끔 그 점퍼를 깔깔이 대용으로 입곤 한다.


스니커즈는..... 안나푸르나 올라갈때 신었더니, 신발 자체가 산산조각이 나서 결국 버렸었다.



여하튼,


그때의 추억이 담긴 아디다스를 다시 보게되니 기분이 새콤달콤했다.





이거 뭔가 사진이 섞인거 같지만,


여기까지 쓴 이상 그냥 쭉 이어서 쓰자.



요즘 내가 다시 글을 자주 못 올리는 핑계를 좀 대자면...


내 딸이 지금 130일쯤 됐는데... 맞나?... 이제까지는 대구에 있는 처갓집에 있다가,


저번주에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약 일주일간 합숙하고 있는데...


육아는 장난이 아니었다.



먹이고, 트림 시키고, 재우고, 씻기고, 달래고, 얼르고, 놀아주고,


내 밥도 먹고, 나도 씻고 하다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물론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와이프가 90% 이상은 하고 있지만, 난 남은 10%만으로도 녹초가 되어가고 있다.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거 같어.





요건 뉴마날리 내려가는 길에 본 소.


인도소답지 않게 깔끔하고, 매우 튼실해보인다.





버스표 예약까지 끝낸 우리는,


2007년에 맛나게 먹었던 식당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 당시에도 그냥 맛있어 보이는 집에 대충 들어가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집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안 보인다.



없어진건지... 우리가 못 찾는건지... 우리의 기억이 왜곡된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눈에 띄는 집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Fail.


망할. 이 집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집에서 먹은 피자와 치킨카레는 나름 맛있었다.



그리고 가격도 나름 맛있었다.


이 한끼 식사가 우리의 하루 숙박비보다 비싸....ㅠ





이거는 마날리의 특산품인 사과로 만든 사과쥬스.


마날리 특산품이라고 해서 뭐 사과쥬스에서 포도맛이 나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일반적인 사과쥬스 맛임.





이건 후식으로 나온 디저트인데,


왼쪽은... 내 기억으로는 설탕덩어리 같은거였던거 같은데...


여하튼 그리고 오른쪽은 박하인가? 무슨 곡물인데,


인도의 왠만한 식당에 가면 저게 항상 비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박하사탕과 맞먹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디저트인데,


몇개 집어서 씹어먹으면 입안에서 향신료 향이 감돈다.




오늘 하루 일과인, 버스표 예약과 뉴마날리 투어를 끝낸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세월아네월아 멍 때리고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저녁을 먹은 곳은 이 당시에 가장 핫했던 레스토랑, 블루 엘리펀트다.




여행이 끝나간다.


이제 곧 델리로 가서, 홍콩행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탄다.


내 여행기도 끝나간다.


이제 몇개 남지 않은 여행기를 끝으로, 나는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겠지.



지금의 나는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의 회사원이다.


장기여행을 하는 어떤 사람은, 지금의 내 모습이 매우 부러울테고,


어떤 사람은, 지금의 내 모습이 절대 되기 싫은 모습일수도 있을테지.



꼭 여행을 통해서만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할때의 마인드만 잊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 9시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이 상황 속에서도 여행때 못지 않게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쓰도록 하고, 우선 오늘은... 자고 있는 딸이 물고 있는 공갈젖꼭지 빼러 가야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