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3. 29. 17:48

Shanti. 마음의 평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면서, 내가 언제나 있고자 하는 상태이다.


하루하루 불안함을 마음에 안고 사는 서울생활에서 그런걸 느끼기란 쉽지 않지만,


이곳. 맥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종일 먼 산을 바라보며, 구름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바라보고,


더 멀리 보였다 안 보였다 숨바꼭질을 하는 설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시간이 잘린듯한 기분이 든다.





맥간의 풍경.


어디까지가 맥간이고 어디부터가 다람살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그냥 맥간이라고 칭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동네다.


난 체력이 약해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이렇게 약간 고지대 + 숲이 우거지고 + 조용한 동네를 선호한다.


왜냐면 어차피 할게 없으므로, 그냥 풍경을 감상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할수 있거든.ㅎ





아침부터 노닥노닥 거리면서 풍경 감상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야쇼카 라는 식당이다.


아마도 인도의 고대왕조중 하나인 야쇼카 왕조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곳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루프탑 레스토랑이 있는데,


레얄 5층인가 6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식당이 있다.


덕분에 전망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다시금 조용한 맥간을 바라보며 생각중.


이때는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표와 홍콩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 예약을 모두 끝마친 상태였다.


이제부터는 다시 현실이다.


아둥바둥. 


전세집도 구해야되고, 친가, 처가 모두 신경 신경 쓰고,


회사도 다시 알아봐야되고, 입사를 하고나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될 시점이 온거다.



정말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


내가 다시 입사를 할수 있을까?


과연 내가 다시금 그 빡빡한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도대체 진희는 뭘 믿고 날 따라 세계일주를 떠나온거지? 뭔가 생각해둔게 있는건가?


한국에 도착하면 어떡해야되지?


공항에 도착한 날. 어디에 짐을 풀고 잠을 자야되지?



내가 세계일주 떠난다고 했을때, 걱정을 위시한 질투를 보냈던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마주쳐야되나.


과연 내가 LG전자만큼 좋은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멍청한 선택이었나?


다들 그랬지. 그래. 여행할때는 좋지. 근데 다녀와서는 뭐 어쩔라고?



이제 그 물음에 대답할 시간이 왔다.





그런 걱정들을 하면서 바라봤던 풍경들.


저 건물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걱정을 하고 있을까?


나도 여기서 게스트하우스 같은거 하면서 살면 정말 행복할까?


그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게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30년 가까이 모르고 살아왔는데, 겨우 1년동안 여행했다고 내가 하고 싶은일이 뭔지 정말 알수 있을까?



이 지난 1년이 나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나는 왜 여행을 떠나온거지?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라난다.


불안은 불안은 낳고, 그 불안은 또 다시 불안을 낳는다.





하지만 모든 고민은 밥이 나옴과 동시에 종료.


이건 야채 뚝바다.


물론 내껀 아니지.


나는 3일 이상 화장실을 못가지 않는 이상, 야채음식을 돈주고 사먹지 않는 주의다.





내 음식은 이거.


얼핏 보니까 징그럽게 생겼네...;;;


이건 피자다. 아무것도 없는 치즈피자같이 생겼지만,


내가 그런걸 먹을리는 없고... 아마도 치킨피자인거 같다.


하지만 치킨은 정말 게맛살 수준으로 들어가 있는 그런 피자였겠지.ㅎㅎㅎ



근데 사진 왼쪽 뒤 이상한 아저씨가 보인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는 페인트칠이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아래쪽에, 저 비탈진 약하디 약한 양철지붕 위에 서있는 아저씨들이 대단해 보였다.


개깡이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위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사다리를... 님들은 지금 얼핏 보고는, 저 벽 중간에 있는 좁은곳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잘 보면 붕 떠있다.


뭐냐면, 그냥 사다리를 위에 걸쳐놓고..... 그리고 작업중임..;;;



참고로 여기는 5~6층 높이다.


떨어지면 그냥 안녕. 인생 하직인사 올리고 하늘로 올라가야된다.



페인트칠을 하는 와중에도, 사다리는 계속해서 흔들흔들 거리는데,


아저씨들은 정말 대단하더라.


저렇게까지 해서 번 돈은, 모르긴 몰라도 내가 하루종일 인터넷 하면서 노닥거리면서 받는 돈보다 적을거다.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 이 고민들조차 너무 배부른 고민들이 아닐까.


그러다가 또 다시 생각이 든다.


아니 그럼, 내 손톱 밑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인데... 배부른 고민이라는게 있긴 있는건가?


이런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숙소로 돌아와서 찍은 일몰사진.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0일 남짓.


20일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나면,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LG전자에 다니는 남자.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던 여자. 는 이제 없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타이틀은,


결혼하고 세계일주를 다녀온 사람들. 


그리고 끝.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모든 것이 완벽히 커버가능하다는 생각하에 떠났다.


갑자기 삘 받아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자! 그냥 가! 라고 해서 떠나온게 아니었다.


플랜A부터 플랜Z까지는 다 만들어놓고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밀려오는 한없는 불안감.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오는 새로운 삶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


물에 떨어뜨린 한방울의 물감처럼, 그 약간의 기대감이 퍼져서 모든 불안감을 물들이기를 바라며 매일 잠이 들었다.

Posted by v멍군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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