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5. 3. 24. 21:13

아침해가 떠오를때쯤....


버스가 맥간에 도착했다.


아. 옛날 생각을 하면서 내렸다.



오잉?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맥간이 아니다. 뭐지?... 왜 이상한데서 내려주지?


라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길을 해매다보니...


아... 2007년에는 없던 버스정류장이 생겨버린거였다...;;;


버스정류장을 나오니.... 드디어 그토록 오고 싶었던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이곳.


얘기를 하자면 길다.


2007년.


처음 온 인도가 미친듯이 빡쳤던 나는, 무조건 시원한 북쪽으로 올라가자는 일념하에 대충 가이드북 뒤져서 

(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간지를 위해 영문판 론리플래닛을 사서 들고다녔음.)


다람살라로 향했다.



델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가서, 다람살라행 표를 달라고 그랬는데,


잘못 알아들은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나에게 준 것은 맥간행 버스표.


(지금 생각해보면 다람살라는 관광지긴 하지만, 별로 볼게 없어서 대다수가 찾는 맥간행 표를 준거 같기도 하다...)



어찌어찌 버스에 자빠져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기사가 날 꺠우고는 내리라고 한다.


응?... 영문도 모른채 배낭과 함께 버려지다시피 한 나는 멍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버스가 오더니 나보고 타란다.


(내 기억으로는 바로 뒤에 오는 버스가 날 태웠던거 같다... 그냥 갈아타는 형식이었던거 같음...)



여하튼 그렇게 어리버리 다른 버스를 타고, 의자에 앉았는데 들려오는 한국말 소리.


한국말이 너무나도 그리웠던지라 그곳을 쳐다보니, 버스칸에 보이는 발 두개. (인도에는 슬리핑 버스라고... 자면서 갈수 있는 버스가 있음.)


한국인이다.... 한국인이다...


한국을 떠나 영국에서 3개월 지내면서, 한국인을 별로 못 만나서 그런지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근데 문제는 난 쭈글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한다.



결국 말은 못 걸고, 시간이 흘러 맥간에 도착해서,


지금 사진에 보이는 이곳에 딱 내렸다.


난 스님들 뒤에 보이는 택시 있는데쯤 서있었고...


와이프와 와이프친구(장옥빈 여사라 부르는...)는 스님 오른쪽쯤에서 서서 가이드북을 뒤져보고 있었다.



말은 걸고 싶으나 숫기가 없는 나는 애꿎은 가이드북만 돌려대고 있었고, (이때는 스마트폰 같은게 없어서 지도랑 내 목을 같이 돌리면서 길을 찾았어야 했다.)


그들도 똑같이 지도를 보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와이프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건넨 첫마디.


'한국인이세요?'


그렇게 우리는 동행이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2007년의 인도는 모든것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기를 쓰다 말았는데도 불구하고, 작은것 하나하나 모두 기억이 난다.


내가 갔던 도시들의 숙소모습과, 그리고 길거리 모습, 상점 위치까지...


지금 다시 가서 찾으라고 해도 바로 찾을수 있을만큼 생생하다.



게다가 특히 이곳. 맥간은 작아서 그런지 더 자세하게 기억난다.



처음 그들은 나에게 작은 쪽지를 하나 주면서, 이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핑크 게스트하우스라고... 론리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그 당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숙소였다.


사실 나는 박수나트라고 불리우는 폭포쪽으로 가서 숙소를 잡을 생각이었으나,


그 쪽지를 보는 순간 바로 말해버렸다.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숙소를 안정해서 그런데 같이 찾아볼까요?...'



그리고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배운 독도법으로 핑크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냈고,


우리는 대각선에 위치한 방을 잡았다.





이곳은 이번에 우리가 묵은 옴 게스트하우스.


사실 핑크게스트하우스를 갈까 했었는데...


예전에 거기서 주인장이랑 싸우고 나온 바람에 다시 가기 뭐해서 그냥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나름 깔끔하고 괜찮음.


우선 뷰가 끝내준다.





이렇게 야외 테라스도 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따뜻한 테라스도 있다.


어차피 맥간은 막 돌아다닐 필요가 없는 동네라서,


이런 곳에 숙소를 잡는게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다시 2007년으로 돌아가서,


대각선 방을 잡고는, 각자 한숨 쉬기로 했다.


혹시라도 나를 버리고 둘만 나가지는 않을까... 거의 5분 간격으로 눈을 감았다 뜨고 있었는데...


망할... 그 5분 사이에 둘이 나가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뭐 만나서 몇마디 얘기도 안해봤으니... 당연히 따로 나갔겠지 싶은데,


그때는 뭔지 모르게, 그냥 여행와서 그렇게 같이 숙소 잡으면 순식간에 친해지고 같이 다니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는줄 알았다.


여하튼 나도 모르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와서 혼자 식당에 가서 쓸쓸히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메뉴도 몰라서, 손짓발짓 막 하면서 아무거나 달라고 해서 진짜 아무거나 먹었었음...



그리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머리를 빡빡 밀었었지.....;;;;


맥간에는 스님들이 많아서, 머리 빡빡 기가 막히게 잘 깎아줌.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뷰다. 끝내준다.


내가 알기로는 저 왼쪽 아래쯤에 다람살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게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누워있는데,


와이프 친구가 내방문을 두들긴다.


예~ 라고 불렀더니, 방문을 열고는 저기...... 라고 하더니, 어? 죄송합니다. 방을 잘못 찾았네요. 라면서 나간다.


응???


알고보니 머리가 빡빡 깎아버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인줄 알았던 모양이다.ㅎㅎㅎ



그렇게 그들이 날 버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에,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고,


저녁은 첫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샹그릴라라는 식당에서 했었다.


그 당시에 우타파 였나? 인도 빈대떡으로 통하는 그런 음식을 먹었었고,


한국말을 곧잘하는 우리은행 다니는 여친이 있다는 날라리 새킈가 자꾸 귀찮게 굴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진을 등지고 쭉 가면 핑크게스트 하우스가 나옴.



사실 처음에 와이프는 나에게 별로 말을 걸지 않았었다.


와이프도 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그냥 서로 말을 잘 걸지 않았다.


그냥 중간에 있던 장옥빈여사한테만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훗날 알게된 사실인데,


내가 영국에서 3개월동안 있다가 인도로 왔다고 해서 겁나 부자인줄 알았단다.


하지만 현실은......


그래요. 중요한건 마음이겠죠.





맥간/다람살라 이 동네는 달라이라마가 계신 곳이라 그런지,


티벳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순수 인도인은 별로 없고, 대다수가 티벳인들이다.



그래서 문화 자체도 티벳 문화가 많다.


자세히 보면 왼쪽 전봇대에도 TIBET뭐라고 붙은 흰색종이가 보인다.




처음 보자마자 와이프를 좋아했던건 아니다.


첫눈에 반했다는 뻥을 안쳐도 우리는 충분히 영화같이 만나서 영화같이 살아왔으므로 괜찮다.


우리가 진짜 사귀게 된 건, 먼 훗날... 


스리나가르라고 불리우는.... 맥간-마날리-레-스리나가르... 이렇게 4개의 도시를 거친 이후의 일이다.





밤새 버스를 타고 온 우리는 배가 고파서,


그냥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찐빵처럼 보이는 이건 모모 라고 불리우는 티벳식 만두다.


맛은 만두랑 거의 비슷한데, 조미료가 별로 없어서 밍밍한 맛이다.



그리고 저 흰색죽은... 미음인데 이상하게 맛있다.


먹고 잇으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듯한 묘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결혼할때, 신혼여행지로 맥간을 올까도 생각했었다.


근데 맥간은 델리에서도 버스로 13시간 걸리는 곳이라, 일주일짜리 신혼여행으로 오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생각만 했었는데.... 결국 오게 됐네.



쉽게 갈수 없는 곳이라, 더 애틋한 곳이다.





아침 먹을라고 동네를 한바퀴 돈 이후로 몸이 피곤해져서,


낮동안 계속 잠만 자다가 밤에 일어나서 저녁을 먹으러 온 곳.


피스카페라고... 한국인이 하는 카페인거 같다. (확실치는 않음.)


인터넷에 이곳 매운 뗌뚝이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그닥.... 별 맛 없다.



짬뽕 같이 얼큰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런건 아니고... 그냥 매콤한 수제비??


생각보다는 별로였음.




저 사원이 맥간을 상징하는 사원이다.


이곳은 티벳식 불교를 믿는 동네라서, 사원도 티벳 불교 사원이다.




2007년 인도여행에서 만나서, 2012년까지. 5년여의 연애를 거쳐 결혼을 하고,


그리고 같이 1년여의 세계일주를 한 우리.


어디가도 꿇리지 않을만큼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대놓고 막 자랑하고 다녀도 된다고 본다. 



어찌보면 2007년 처음 왔던 맥간은 나에게 평온함을 준 곳이다.


혼잡스러운 델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 곳이고, 진희를 만나게 해준곳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가고 싶은 제3의 고향같은 곳이다.


2013년에 다시 간 맥간은 여전히 나에게 따스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와... 여기 다시 한번 가고 싶다라고 생각드는 곳은 그닥 많지 않다.


차라리 한번도 안 가본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맥간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가게 될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