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43-India2014. 7. 27. 23:18

우리는... 시간도 기억 안나는...


새벽에... 드디어 기차에 올라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것은 건장한 프랑스 청년 한명이 우리와 함께 기차를 기다려줬다는 점임...


만약 원숭이보다 작은 우리 둘만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온갖 사람들이 오며가며 쳐다보고 뭐라고 말걸고 낄낄대고 그랬을텐데...


등치 큰 프랑스형이 함께 있어줘서 그런지, 아무도 우리에게 시비 털지 않았다.





기나긴 기다림. 지옥과 같던 기차 플랫폼에서의 사투를 끝마친 후,


모든 기운이 빠져버린 진희의 뒷모습...


개인적으로 가장 명작으로 기억남는 사진이다.


저때의 그 느낌을 이렇게 잘 살릴수가 없다.



참고로 인도의 기차는 등급이 엄청 많이 나뉘어져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세컨 클래스부터 시작해서


6개의 침대가 접었다 펴졌다 하는 SL칸,


그 위로 3등석, 2등석, 1등석 뭐 이렇게 크게 나뉘어져있고,


그 안에서는 에어컨이 있는지 없는지, 침대칸인지 의자칸인지로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다.



보통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등급은 SL이다.


한 섹션에 6개의 침대가 있는 칸인데 지금 사진에서 위의 침대가 좀더 위로 올라가서 천장에 거의 붙어있고,


중간에 낮에는 접어서 등받이로 쓰고, 밤에는 펴서 침대로 쓸수 있는 침대가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도 예전에 왔을때는 주구장창 SL칸만을 고집했다.


딱 한번 멋모르고 가장 낮은 등급인 세컨클래스 탔다가, 몇시간도 안되서 쥐쥐치고 벌금내고 SL칸으로 옮겨왔던 적도 있다.



여하튼 왜 그랬냐면,


이게 등급별로 거의 2배씩의 요금차이가 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칸은 3A인데 에어컨이 없는 칸임.


여하튼 저것만 해도 SL에 비하면... 거의 4배정도 비쌌던거 같다.



뭐 그래도... 이제 우리는 천원, 이천원에 목숨 걸며 다닐만큼,


젊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그냥 배부른 여행자일뿐이었다.


까짓꺼...


그냥 좀 편하게 다닙시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 뭐.


(사실 이제와서 보면 저것도 결코 편한 칸은 아니었다..;;; 바퀴벌레 쩔어... 자는데 온몸으로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





밤새 기차가 달리고 달려서 겨우 도착한 바라나시.


오토릭샤를 타고 신나게 숙소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제 뭐 누가 운전수인지, 누가 손님인지, 저 사람은 손님인지 아니면 친구인지 아니면 운전수인지,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냥 우리를 편한 침대에 눕혀만 준다면...



이때 우리는 플랫폼에서부터 같이 쥐벼룩에게 물어뜯기던...


하룻밤만에 엄청난 전우애가 생겨버린 프랑스인과 함께 숙소를 찾아 해맸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알아본 숙소로 가봤는데...


흠... 프랑스 친구는 마음에 든다는데 우리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어컨도 있고 나름 괜찮았지만, 방이 너무 답답해서 방에서 오랜시간을 보낼 예정인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와서, 신나게 숙소를 찾아 해맸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 또 만나겠지.


(라고 말하고 헤어졌는데 또 만남.ㅎ)





바라나시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의 핫플레이스는 매우 많이 변해있었다.


엄청 오랜만에 인도여행 관련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해보니,


요즘 바라나시에서 가장 핫한 숙소는 바로 이곳, 쏘나이스홈이라는 숙소였다.


(인도에 오는... 그리고 바라나시에 오는 한국인은 원체 많아서, 정보가 수두룩함. 아무것도 안알아보고 가도 전혀 문제 없음.)



근데 하필,


우리가 갔을때 내부공사중이라서 페인트 냄새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ㅠ


게다가 한국인이랑 놀고 싶었는데 한국인이 없어.ㅠ





그래도 뭐 바라나시 숙소가 전부 거기서 거기지 별거 있겠나 싶어서 짐을 풀고,


씻기 전에 찍은 사진.


간밤에 기차 플랫폼에서 쥐벼룩인지 뭔지 모를 것들에게 공격을 당한 모습.


팔이 저정도니까... 온몸이 물어뜯겼다고 보면 된다.


남미에서 벼룩때문에 고생했을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독한 놈들...


발을 보면... 샌들 모양으로 정확히 탄게 눈에 띈다.


그리고 검은부분이 밖으로 나와있는 부분만 쥐벼룩들이 공격을 했다.


어마무시하다잉.



생각해보면 내가 브라질에서 벼룩들한테 공격당해서 색소침착 당한게 2년전 일인데,


아직도 발을 보면 수많은 자국들이 남아있다.


내 생각에는 평생 갈듯..;;;






나름 테라스도 있는 좋은 숙소였음.


새로 지어서 깨끗하다는거 빼면 뭐... 별로 특별히 좋은 점은 없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숙소인 만큼,


한국어로 되있는 정보가 꽤 많았으나...


바라나시는 워낙 정보가 많은 도시라서 별 필요가 없었으니 패스.





대충 씻고 나와서, 바라나시 구경에 나섰다.


바라나시는 예전 그대로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인 바라나시인데.... 겨우 내가 다녀간 몇년 사이에 뭐 그리 크게 바꼈겠나...


여전히 더러웠고, 혼잡했고, 시끄럽고, 무질서했다.


그러나 그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아직도 골목은 좁았고, 더러웠고, 시끄러웠다.


그리고 그 바라나시 특유의 냄새...


그것도 여전했다.


(뭐 좋은 냄새는 아님. 그냥 소똥냄새 + 오줌냄새 + 온갖 이상한 냄새가 합쳐져서 균형을 이룬 나쁘지 않은 냄새가 남.)





여기는 예전에 우리가 와서 머물렀던 샨티 게스트 하우스다.


여전히 바라나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숙소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우리는 바라나시의 미칠듯한 더위를 못 이기고,


샨티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비싼 꼭대기 통유리로 되어있고 에어컨도 달려있는 방을 잡았었다.


그 당시 700루피 주고 잡았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기본 2천루피가 넘는거 같더라.



근데 환율이랑 그간 우리나라 물가 오른것도 생각해보고 그러면,


여전히 인도는 매우매우 저렴한.... 세계에서 가장 싸게 여행할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역시 한국사람은 한식을 먹어야되지라잉.


내가 알기로 거의 바라나시 최초의 한국음식점이라고 알고 있는 라가카페에 갔다.



예전에 왔을때는 라가카페를 보면서,


'뭐 인도까지 와서 한국음식을 먹겠다고 난리여. 그냥 빵 사먹고 카페 먹고 다니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20대 초반의 마인드고....



20대 후반에 다다르니까,


김치. 김치. 쌀밥. 쌀밥. 나에게 한식을 내놔.


그래서 라가카페에 가서 잡채밥이랑 짜장밥을 시켜먹었음.



인도 바라나시에서 오이냉국을 먹게 될 줄이야..


진짜 세상 좋아졌다.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인도 어딜가나 종교적인 색채는 어디에나 있지만,


바라나시는 더욱 자주 눈에 띈다.


거의 건물마다 이런 사당이 하나씩 있어서,


사람들이 아침마다 기도하고 꽃도 갖다놓고, 뭐 색칠도 하고 그런다.


재미난 풍경임.





여기가 인도입니다잉.


폭이 2미터도 안되는 골목길에 엄청 큰 소가 마구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니고...


조금만 정신을 놓치면 길 잃어버리기 쉽상인 이곳.


바라나시.





뭐 공사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고,


바라나시의 일반적인 골목길 풍경이다.


왼쪽에는 관광객을 위한 수많은 숙소 & 식당 & 음악,언어 교습소 광고판이다.



인도는 언제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때 뭐 집단 성폭행 당해서 죽고 뭐 그런 사건들 많았잖아... 뭐 스위스 아줌마도 당하고..


여하튼 그렇게 큼지막한거 말고라도,


지금이라도 인도여행 관련 카페에 들어가보면 핫잇슈들이 산재해있다.



뭐 가장 흔한 사건사고는,


인도남자랑 눈맞아서 살림 차렸다가 알고보니 그 남자가 개객끼였다는거...


뭐 있는돈 없는돈 다 뜯겨서 한국 돌아갈 수가 없다 도와달라...


뭐 이런 내용.


(근데 또 그거 뻥이고 그냥 도와준 사람들 돈만 먹고 튄 이야기도 있다.)


뭐 한인숙소라고 해서 갔는데, 같은 한국사람임을 이용해서 더 바가지를 씌우고 무례하게 대한다더라...


그러면 또 거기서 그 숙소 주인이 나타나서는,


뭔 소리냐. 친딸처럼 잘해줬는데 그때는 아무말 없다가 왜 인터넷에 이런글을 올리느냐...


그러면 또 그 숙소에 대한 안좋은기억을 가진 사람들 VS 주인장이랑 친한 사람들


이렇게 편 나뉘어서 싸우고...


그런 일들이 다반사다.


보고 있으면 흥미진진함.





웰컴 투 바라나시.


보면 알겠지만, 바라나시는 워낙 더운 곳이라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엄청 좁다.


그리스 산토리니인가.. 뭐 거기도 그렇다던데,


여하튼 이렇게 골목을 좁게 지어야지 햇빛이 안 들어와서 시원함을 유지한대나 뭐래나...



근데 부작용이,


그렇게 햇빛이 안 들어오다보니 언제나 눅눅함.


덥지 않은건 좋은데 눅눅하다.


그래서 길가에서는 항상 뭔지 모를 향긋한 냄새들이 피어오른다.





엉엉...


바라나시 소들은 물소라 그런지 엄청 커...ㅠ





여기는 요즘 또 뜨고 있는 바라나시 최고의 핫플레이스. 시원라씨 다.


원래 이 앞에 블루라씨 라고,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던 라씨집이 있었는데,


(론리플래닛에도 따로 섹션이 있을만큼 유명한 곳임.)


거기 주인장이 한국인 여대생에게 마약을 먹여서 성폭행 하려다가 뭐 길거리에 버렸대나...


여하튼 그래서 라가카페 사장님이 가서 구해온 뭐 그런 일이 있은 이후로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보이콧 하는 가게가 되어버렸다.



대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바로 옆에 있는 이 시원라씨가 급부상하고 있었다.


이 아저씨는 블루라씨 사건을 알아서 그런지, 우리에게 일절 말 한마디도 안 걸고 웃지도 않았음...


근데 우린 또 그런거 좋아하지. 우리에게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거.ㅋㅋㅋ



한국인들이 엄청 많이 다녀가서 그런지,


온갖 칼라풀한 메뉴판들이 벽을 가득 덮고 있다.


다들 뭐 그림도 그려넣고 편지도 써놓고 장난 아니게 이쁘게 메뉴판 만들어놨더라.


지금 사장님 머리 위로 보면 시원라씨 간판도 살짝 보임.





라씨가 뭐냐면, 우리나라에서도 파는데... 요구르트 같은거다.


인도식 요구르트라고 보면 됨.


맛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플레인 요거트랑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인도에서 수백, 수천년간 먹어온 음식이라고 해서 뭐 갑자기 용의발톱 맛이 나지는 않음.


똑같음.



지금 보이는 손바닥만한 그릇에 넘치게 주는 이 라씨가... 대충 한 500원 했던거 같다.


맛남. 


먹고나면 다음날 내 몸속에서 키우던 황금용을 볼수 있음.




이것이 우리가 바라나시에 도착한 첫날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도착하자마자 그날 바라나시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하룻밤만 자고 다시 델리로 돌아가버렸었다.


물론 지금의 바라나시도 그때와 똑같다.


여전히 더럽고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날씨는 그때보다 더 더웠다.


하지만 변한건 우리였다.


그리고 그거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는 맛있는 라씨를 먹는 행복을 보상받았다.



물론 저거 먹을때만 행복했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