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더위에 뒤척이며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아침에 일어났다.


숙소가 해변 끝에 위치한 관계로, 주변에 밥 먹을데라곤 숙소에 딸린 식당밖에 없지만,


어제 먹어본 결과, 너무너무 맛이 없어서 다른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유럽보다 비싸다는게 함정임.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잔지바르의 바다.


숙소에서 가만히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체질상 어디 한군데 죽치고 앉아있으면 온몸이 쑤시는 사람들이라,


그냥 10분정도만 바라보다가 바로 시내로 출발했다.



게다가 바다 자체가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


잔지바르의 바다가 환상적이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 와버린 탓인지


우리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우리 숙소가 얼마나 외진곳에 있냐면,


정확한 파제해변은 지금 나무가 튀어나온 저곳을 말하는거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 숙소는 파제 해변도 아니고, 그 아래 있는 잠비아니 해변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린 어제 20키로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저곳의 2배가 넘는 거리를 걸어왔지.)



나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이곳으로 온건데,


우린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랑은 별로 맞지 않는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는 좋은 경험이었다.


우린 여기 왜 왔을까... 라는 진지한 성찰도 했다.


그냥 한가롭게 바다를 바라보면서 쉬러 온건가?


아니면 뭔가 바다 옆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 먹으러 온건가?


아니면 뭐 수영이라도 할라고 온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





우리 숙소에서 파제 해변으로 가려면 (사실 뭐 바다에 경계가 있는건 아니지만, 흔히 부르는 파제 해변이라는 곳)


이렇게 해초더미를 지나가야했다.


냄새는 둘째치고...


발목까지 잠기는 썩은해초더미의 느낌은 그닥 좋지 않았다.


물컹물컹한게 발가락 사이로 파고 드는데... 우으ㅔㅇㄱ...


앞에 있는 사람은 개그맨 윤택씨임.


내 머리가 저렇게 클리가 없지.





이제 파제해변이다.


뭔가 특별한건 없는 해변이다.


1년동안 여행하면서 수많은 바다를 봐와서 그런지, 뭐가 특별한지 잘 모르겠다.



잔지바르를 여행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환상적이라는 글들밖에 없었는데...


우리가 여행 슬럼프에 빠진건지, 아니면 그들이 뻥을 친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한적하기는 개뿔.ㅋㅋㅋ


파제해변은 유럽인들의 놀이터로 변해있었다.


지금 보이는게 카이트서핑이라고 불리우는, 서핑보드에 낙하산 같은걸 매달아서 즐기는 레포츠인데,


파제해변은 저걸 하기에 적합한 곳인가 보다.



수영하는 사람은 100명중에 1~2명 정도?


나머지는 전부 저걸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뿐이었다.



대부분이 유럽계열쪽 사람들이고, 흑인이라곤 강사 한명밖에 못봤다.


유럽쪽에서도 독일사람들이 많이들 찾아온다고 한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본 외국인이 독일 사람인데,


걔네들은 뭐 이렇게 아프리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흑형에게 쫄지 않을만한 민족은 게르만 민족밖에 없어서,


독일 애들만 아프리카를 지네 집처럼 마음 놓고 다닐수 있는거 같다.





해안가에는 레스토랑도 거의 전무했고,


대부분이 중급 리조트 + 카이트서핑 가르쳐주는 곳 뿐이었다.


밥 먹으러 나온 우리는 절망에 절망에 절망만 거듭하고 걸어다녔다.



카이트서핑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타들어가는 날씨에, 맨몸으로 저걸 즐기기에는 나의 용기가 너무 부족했다.


그리고 겁나 힘들어 보였음.





저는 소를 찍은거지 말입니다.


무슬림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섬에도 소가 들어와 있었음...;;;



그리고 저기 왼쪽에 보면 이상한 붉은색 망또를 두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 사람들이 바로 그 유명한 마사이족이다.


가끔씩 TV에서 보여주는 오지탐험대 같은데 보면 꼭 나오는 부족.


보통 키가 2미터에 달하고, 점프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그 부족이다.


용맹하기로는 아프리카에서 넘버원이라고 하는 마사이 부족이지만,


지금은 그냥 기념품 팔러다니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ㅠ



그래도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는지라,


백인애들에게는 열심히 물건을 보여주며 흥정을 시도했지만,


우리에겐 눈길 한번 안줬다.


원주민에게 무시당했다.





결국 파제해변에도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깨달은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시켜서 먹는데,


po정전wer.


그랬더니, 주인장이 후레쉬를 들고와서는 친절하게 비춰준다. 아이 고마워라.


뭔가 근사해 보이는 저녁이지만, 사실 별 맛은 없었고...


우리는 이렇게 고급스러운거 말고 배만 채우면 되는데, 이게 가장 싸구려 음식이었음.



잔지바르 섬에서는 2박3일정도의 일정을 예상하고 왔으므로 이날이 마지막 날이다.


뭔가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보고 싶다면, 잔지바르를 추천할만 하다.


허나, 그래도 최소한 관광객을 위해 김밥천국 같은거라도 하나 있어야 되지 않나... 싶은 사람에게는 비추한다.


(이 동네는 아스팔트도 없음. 마을 안의 도로도 전부 모래사장임. 시멘트도 없음.)



아니면 잔지바르 북쪽에 있는 능귀해변은 파제해변보다 좀더 북적북적거린다는 얘기가 있으므로,


그쪽을 한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여하튼 이렇게 기대 만빵으로 왔다가 허탈하게 끝난 잔지바르편 끝.

Posted by v멍군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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