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적이 언제였을까 물어본다면,


난 주저없이 이날 새벽을 꼽겠다.



우리가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던거 같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특히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은 위험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특히나 택시강도가 겁나 많단다...


가이드북에도 택시강도를 조심하라는 말만 주구장창 써있다.


(참고로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는 강도가 유명함. 요하네스버그는 모든 범죄가 다 유명하지.)



버스정류장에 내리자마자, 현지인들은 각자 마중 나온 가족들의 차나 택시를 타고 떠나버렸고,


결국 우리 둘만 덩그라니 남아버렸다.


누군가가 남아서 우리를 케어해주길 바랬던 우리의 바램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이제부터는 갑과 을의 상황이 바뀌었다.


원래는 돈 내고 타는 우리가 갑이지만, 이렇게 야심한 시각... 택시를 타지 않으면 갈수 없는 위치에 있는 우리는


한순간에 을의 처지로 전락해버린거다.


닥치고 택시기사님들이 부르는 가격대로 갈수밖에 없음.



보통 이런 경우에는 빡쳐서 더러워서 걸어가고 만다고 다 뿌리치고,


열심히 큰길을 향해 걸어가다가 대충 가격 맞는 택시가 있으면 타기 마련인데...


여기는 다르에스살람이었다.


괜히 어줍잖게 객기 부리다간 소말리아 근처 해안에 떠오를지도 모른다.



얌전히 택시기사님이 부르는 가격으로 택시를 탔다.


원체 택시강도가 많은 동네인데다, 어두컴컴한 밤에... 어딘지도 모르는 골목길을 마구마구 돌아다니는 택시는 너무 무서웠다.


근데 으잉.


생각외로 우리가 가려던 숙소는 겁나 가까웠다.


원래 버스에서 내릴때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 새벽에 떨어지네... 10만원을 달라고 해도 좋으니, 제발 살아서 호텔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근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덤탱이 썼다고 생각하니 빡쳤음.


사람이 참 간사하다.


근데 또 문제는, 우리가 가려던 숙소는 만원이란다...ㅡ_ㅡ



어쩔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택시기사가 소개해주는 숙소로 다시 갔다.


택시기사가 소개해주는 숙소 치고 제대로 된 숙소가 없었으므로, 가격과 시설을 몇번이나 확인했는데,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이랑 가격대랑 시설이 비슷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뭐 그렇다는데 어쩔거야...



우선 그 숙소에 도착해서, 완전 깊은 잠에 빠진 주인장을 깨워서 진짜 택시기사가 말한 가격 맞냐고 물어봤더니 맞단다.


뭔가 이상한데...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밤은 깊었고, 배낭 매고 이 무서운 동네를 돌아다닐 깡은 없었고, 우린 피곤했다.


오케이!! 를 외치고 짐을 가지고 리셉션에 가서 돈을 지불하는데,


갑자기 2배의 가격을 부른다.



'으잉? 아까는 얼마라매?' 라고 했더니, 그건 싱글룸 가격이란다.


장난하나 이 대머리 독수리 닮은 흑언니가... 잠이 덜 깨셨나.. 왜 이래 점잖지 못하게...



허나 아까도 말했듯이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꽤 거금을 주고 호텔방은 잡았다.





방은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가격대가 좀 비싼게 흠이었던 레인보우 호텔.


망할... 근데 너무 피곤해서 불평할 힘도 없었다.



게다가 가방을 내려놓았더니, 바퀴벌레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온다...


엉엉... 망할 새킈들아... 왜 내 가방에서 나오는거니...


바퀴벌레 잡을 힘도 없어서 그냥 넵두고 잠들었음.





혐짤임.


빈대인지 벼룩인지 진드기인지 뭔지 모를 괴생명체에게 공격당한 흔적임.



브라질에서 물렸던것만큼 많이 물리진 않았으나, 꽤 괴로웠다.


가뜩이나 간지러운데, 더운 아프리카에서 땀 한바가지 흘리고 나면 더 괴로웠다.



참고로 브라질에서 물린게... 벌써 9개월쯤 전 얘긴데,


아직도 색소침착이 되있고, 왼쪽 허벅지는 계속 간지러움....


브라질 빈대는 브라질 흑형들답게 튼튼하고 강인한가보다.





대충 자는둥 마는둥 하고, 아침일찍 숙소를 나왔다.


이 무서운 다르에스살람은 볼게 없는 관계로 오늘 바로 잔지바르 섬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르에스살람은 나름 수도라서 그런지, 높은 빌딩들이 좀 있었고,


여행자를 위한 식당도 있긴 있었다. (근데 가격대가 좀 비쌌음.)





잔지바르는 인도양의 흑진주? 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섬이다.


어떤이에게는 신혼여행으로 꼭 가고 싶은 곳중 하나라는데...


하나만 조언하자면,


신랑 몸이 권상우정도 되지 않는 이상 잔지바르로 신혼여행 오는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실제로 잔지바르로 신혼여행 온 커플들을 좀 봤는데,


하나같이 심신과 육체가 피폐해 보였다.


여기는 뭔 지옥이냐 싶은 표정들이었음.





아프리카 사람들은 순박하다.


라고 이모부와 내 친구 쀍은 말했지만,


적어도 영어를 할줄 아는 아프리카 사람은 순박하지 않은것 같았다.



이건 뭐 어디든 비슷하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영어로 우리에게 말거는 사람들은 99.9% 사기꾼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진리다.



이날도 잔지바르행 페리를 타려고 선착장을 갔는데,


수많은 흑형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자신의 페리회사로 데려가려했다.


(잔지바르행 페리는 한두개가 아님. 여러개 있으니 잘 선택해서 가면 된다.)


무슨 페리시간이 바뀌었네 어쩌네, 뭐 오래 걸리네 마네 이사람 저사람 말이 다 달라서 귀를 닫고 대충대충 예예 거리면서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싼거 타려고 이곳저곳 따라가보다가,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씨가 밀입국할때 탔던 배처럼 생긴것들만 보여주길래,


그냥 제일 비싼 페리를 타기로 했다.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게 제일 비싼 페리인 킬리만자로3호인가 그런거임.





한바탕 삐끼와의 전쟁을 끝낸후 마시는 콜라는 꿀맛임.


페리 안에서는 코카콜라나 펩시를 안 파는 관계로 이 아프리카 콜라를 사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난 콜라맛에 민감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다고 느껴졌으니 진짜 맛있는거임.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좀 달달한게...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가격도 저렴했던걸로 기억함.





여기가 바로 잔지바르다.


옛날에는 인도와 아프리카간의 무역거점 역할을도 하고 섬 자체에서 향신료도 많이 나온다 해서,


향신료의 섬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운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만의 프라이드가 꽤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섬에 들어갈때 여권검사랑 도장을 따로 찍어준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 같긴 하지만, 그만큼 자기들은 탄자니아 사람이 아닌 잔지바르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보다.




우리가 잔지바르에서 잡은 숙소인 잠보 호스텔인가... 뭐 그런 이름의 숙소임.


지금 보이는 망사천은 공주풍의 침대를 꾸미기 위한게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서, 말라리아에 안 걸릴라고 쳐놓은 2중 모기장이다.



나름 에어컨 있는 방인데다, 위치도 좋아서 편하게 잘 지냈던거 같다.





잔지바르는 꽤 큰 섬이다.


스톤타운 이라고 불리우는 메인동네가 하나 있고,


파제, 잠비아나, 능귀 등등의 유명 해변이 섬을 둘러싸고 있다.


어떤 해변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워낙 분분해서 잘 모르겠음.



여하튼 여기는 하수구 뚜껑조차도 탄자니아가 아닌 잔지바르 이름을 새겨놓았다.


꽤나 프라이드가 강한듯.


참고로 잔지바르 사람들중 90%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숙소주인에게 싸고 맛난 로컬식당을 추천받아 간 곳이다.


이름도 없는 로컬식당이었는데,


탄자니아에서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를 먹을수 있는곳은 못 봤다.



나름 부페식으로, 그냥 이거저거 담아주세요 하면 주문한대로 담아준 다음에,


자기들이 그냥 가격을 매긴다.


얼핏 보면 죄다 똑같은 카레 같지만, 나름 전부 다 다른 요리임.



아까도 말했듯이, 잔지바르는 향신료가 유명한 섬이라서,


모든 요리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향신료가 들어간다.


가끔 내 입맛에 안 맞는 향신료도 있었음. (개인적으로 고수 많이 들어간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함.)





대충 볶음밥 종류랑 커리 몇개 시켜서 먹고,


오른쪽 아래 보이는 넓다란건 훗날 인도에서 주구장창 먹게 되는 짜파티라는 밀가루 반죽이다.


저때는 오랜만에 본거라 반가운 마음에 하나 먹었음.



다른 유명한 레스토랑도 가봤는데,


여기만큼 괜찮은 식당이 없어서 계속해서 애용했다.





잔지바르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치안이 괜찮은 편이다.


밤 늦게 돌아다녀도 뭐 별일 없고...


우선 가로등이 있다는것 자체가 안전하다는거임.



누군가가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잔지바르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고.





잔지바르와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잔지바르 중심가인 스톤타운이 인도에 있는 바라나시라는 동네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얼핏 돌아다녀도보니 진짜 좀 비슷했다.


둘다 겁나 좁고 복잡한 골목길이 형성되있고, 길바닥도 전부 돌바닥이고...


거리에 사람들이 죄다 나와있는것도 비슷했음...ㅡ_ㅡ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바라나시에는 지금 사진에 소, 개, 염소, 원숭이를 추가해야 완성됨.





스톤타운은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볼거리가 있는 동네였다.


동네 구조 자체가 골목길로 이곳저곳 연결되있는 형태라서 재밌었고,


바라나시처럼 거대한 동네가 아니라서 더 편했다.



게다가 가장 편했던건,


관광객이 많은 동네라서 그런지,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그렇게 동네 좀 걸어다니다가 향한 곳은, 잔지바르 야시장.


말이 야시장이지, 그냥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노점상들이다.


원래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로컬 야시장이었는데,


관광객이 늘어나고,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지자... 이제는 완전 관광지로 변해버렸다.


덕분에 가격도 관광지 가격으로 변해버림.





대충 요런 느낌임.


직사각형 모양으로 나름 자리를 잡고, 다들 비스무리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사탕수수 쥬스, 잔지바르 피자, 꼬치구이, 과일 등등...



특이한건 섬이다보니, 해산물 꼬치를 좀 파는데...


이거 조심해서 먹어야 된다.


잔지바르에 놀러왔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격도 안 물어보고 대충 먹었다가,


계산할때 몇만원이 나와서 깜놀했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



알지? 흑형이 달라면 그냥 줘야되는거.


컴플레인의 여지 따위는 없다.


흑형이 말하면 그게 곧 가격이고, 그게 곧 법이다.





이게 잔지바르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인 잔지바르 피자다.


야시장에서 주로 파는데, 나름 가격이 착하다.


정확히 환율이 기억 안나는데, 대충 저기 써있는거에 0.8을 곱하면 됐던거 같다.



아직까지 동양인 관광객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일어, 중국어, 한국어가 보이지는 않았다.


인도 같았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친구~ 친구~ 피자 먹어~' 이러면서 다가왔을텐데...





잔지바르 피자의 생김새는 대충 이렇게 생겼음.


별거 없다.


그냥 우리나라 부침개 같은거다.


부침개 안에 뭐를 넣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뭐를 넣던지 맛이 비슷한 신기한 음식이다.



스톤타운에 있을때에는 밤마다 이거 하나 먹으러 나갔던거 같다.





이제 배도 채웠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자려는데...


창문이 내심 맘에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동네라는데 창문을 뭐 이렇게까지 막아놨나 싶다..;;;


근데 여기만 그런게 아니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왠만한 집의 창문은 전부 3~4중으로 철창이 쳐져 있다.


흠...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음.




잔지바르.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 가고 싶은곳을 정할때 생각했던 곳 중 하나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인터넷에 있는 준프로급의 사진사들이 찍었던 아름다운 잔지바르의 해변가가 너무 예뻐서 그랬던거 같다.


근데 여기 와서 깨달았지.


망할 새킈들. 사진을 겁나 잘 찍은거였구나...


우리가 비수기에 가서 그런건진 모르겠으나, 


신혼여행으로 올만큼 추천하고 싶진 않은 동네였다.


(우선 거리가 엄청 멀고, 비행기값이 꽤 들고... 인프라 자체가 그닥 훌륭하진 않음. 신혼여행은 역시 제주도죠.)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