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를 떠나,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 에스 살람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참고로 이 구간은, 기차 or 버스로 이동할수 있는데,


둘중 무엇을 선택하든 지옥과 같은 경험을 할수 있는 구간으로 유명하다.



기차를 타게 되면,


총 54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침대기차기 때문에 누워서 갈수 있음.


버스를 타게 되면,


총 27시간(이라고 말은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지.)이 걸리긴 하지만, 앉아서 가야됨.



근데 기차는 일주일에 두번밖에 출발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는 표를 구하지 못한 관계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게 가장 큰 실수였다.


우린 어떻게든 기차표를 구해서 편하게 누워서 기차를 타고 갔어야 됐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모부님과 동업자 흑형이 우리를 데려다주셨다.


우리 단둘이 그 무서운 버스정류장에 가는건 무리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대충 어떻게 생겨먹은 버스인지 구경 한번 하고,


우리의 짐이 제대로 실렸는지도 확인하고, 좌석도 맞는지 확인을 끝마친 후에,


점심으로 먹을 빵을 사러 다시금 LEVY몰에 들렀다.



이모부랑 동업자 흑형이 힘써준 관계로, 우리의 짐은 가장 구석탱이에 안 보이는 곳에 안착했다.





내가 이 사진 한장 찍으려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얼핏 보면 무슨 갱단이나, 버스털이범들 같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은 모두들 자기일에 충실하신 분들임.



근데 외국인이 흔치 않은 루사카 버스정류장이다보니, 우리만 보면 다들 시선을 고정시킨다.


오금이 저린다.


게다가 디카라도 한번 꺼내면, 모두들 슬금슬금 모여든다.


그래서 왠만해선 사진 안 찍었음.


아니... 못 찍었음.





아프리카의 흔한 미용실이다.


사진을 쭉 봐왔으면 느끼겠지만, 흑형들의 머리스타일은 보통 두번째가 주를 이룬다.


만약 빡빡이가 아닌, 뭔가 좀 희한한 머리를 한 흑형이 있다면,


그 흑형은 좀 노는 흑형일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우선 피하고 보는게 좋다.



저번에 밥 먹을때 동업자 흑형에게,


왜 흑형들은 머리를 빡빡 미느냐... 기르면 머리카락이 머리를 찔러서 아파서 그러냐? 라고 물어봤는데,


흑형의 대답은,


그냥 기르면 머리카락이 찔러서 아프다. 근데 린스 같은거 쓰면 우리도 기를수 있다.


But, 린스 같은게 좀 비싸서 그냥 자르는거임.


이라고 대답해줌.





분명히 1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자리에 착석한후 이모부님의 배웅을 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을 안한다.


뭐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될지도 감이 안온다...


그냥 멍때리고 있다가 잠시 내려서 짐 옮기는 흑형에게 물어봤더니,


타이어 갈아야 되니까 3시에 출발할거란다.


'그딴게 어딨어!!! 1시에 출발한다매!! 뭘 준비한거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 그렇군요. 힘드실텐데 천천히 가세요.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하네요.' 라는 표정만 짓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지금 사진에 보이는 곳에서 계속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했는지도 모르겠다...


신기한건, 여기도 약간 조폭같은게 있는지... 상납금 같은걸 걷는 놈도 있었고...


껄렁껄렁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놈들도 있었다.





이제 드디어 버스 출발.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생각외로 버스에 탄 사람들은 젠틀해보였으며, 아무도 우리에게 과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저 원숭이들은 뭔데 이 버스를 탄거여?'라는 식의 눈빛만 보냈을뿐...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그런걸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앞으로 몇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버스를 타고, 그냥 주구장창 가기만 하면 된다.





루사카의 마지막 모습.


아프리카는 여전히 저렇게 담벼락에 페인트로 그려놓는 식의 광고가 많았다.


날씨가 꾸물꾸물하기는 했으나, 비는 안왔고...


날씨도 많이 덥지는 않고, 그냥 좀 후덥지근한 정도였다.





항상 그렇듯이, 중간에 몇몇의 승객이 추가됐다.


근데 희한한건, 이 버스를 타려고 대략 10명 넘게가 엄청난 짐을 이고 달려왔는데...


버스가 절대로 서지 않아서, 결국 2~3명만 타고 나머지는 전부 버스 뒤꽁무늬만 엄청 쫓아오다 끝났다.



근데 또 그렇다고 차장이 사람들을 못 타게 하는건 아니고,


타려는 사람들의 짐도 받아주고, 표도 끊어주고 다 하는데,


운전기사가 절대 서지를 않는다...;;;;



더 희한한건, 그런 상황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버스를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그냥 얌전히 버스 뒤만 쫓아서 달려오다가 포기한다.





한숨 자고 일어났다.



이제부터가 지옥이었다.


갑자기 차장인지 승객인지 모를 사람이, 우리 바로 옆 통로에 거적대기를 깔더니 그 위에 드러눕는다...


괜찮아... 이정도쯤이야 뭐 인도에서 많이 경험해봤다.


인도애들처럼 이 통로에서 밥해먹고나서, 쌀뜨물만 통로에다 안 버리면 돼.



근데 어두컴컴한 버스안에서, 무언가 내 다리를 타고 기어오른다.


아오... 깜놀.


뭐지하면서 후레쉬를 비춰봤더니, 


바퀴벌레다.



아...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할머니를 부르는게 정석이었으나, 여기는 할머니가 안 계신 관계로,


그냥 꾹 참는다.


괜찮아... 이정도쯤이야 뭐 인도에서 많이 경험해봤다.


인도바퀴처럼 내 상처에 붙은 딱지만 안 갉아먹으면 돼.



가장 최고이자 최악의 것은.


바로. 빈대.


빈대인지 벼룩인지 진드기인지 알 도리는 없다만, 


시트와 닿는 모든 부분에 엄청난 발진이 올라온다.



씨부앜!!!!!!!!


내가 진짜, 한번만 더 빈대에 물리면 무조건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맹세를 했는데,


이건 뭐 도착을 해야지 귀국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빈대다. (뭔진 모르니까 빈대라고 해두자. 정확히 말하자면 빈대는 아니고 뭔가 진드기류 같았음.)


아... 반바지 입고 탔더니, 종아리 + 무릎 뒷부분 + 허벅지가 엄청나게 부풀어 올랐다.


게다가 바지랑 티셔츠의 연결부위도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고... 팔에 알통 뒷부분도 부풀어 오른다.



근데 이런 부위는 뭐 피날때까지 긁으면 가렵진 않으니까 별 상관 없다.


가장 괴로운 부분은,


바로 손날 부분..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해서 팔목까지... 손바닥 옆부분을 물리면 이건 방법이 없다.



저번에도 여기를 물려서 엄청나게 고생을 한 추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최대한 안 물리려고 노력했으나...


나도 모르게 잠깐 졸고 나면, (36시간 가는데 안 잘수는 없으니...)


어느덧 내 손이 시트에 닿아있다!!!



꺄오!!!!! 물렸다!!!!!


엉엉... 울고 싶다.


게다가 아까 바퀴때문에 아빠다리하고 자버린 바람에, 발바닥과 발옆쪽도 난리가 났다.


울어야지. 그래. 울자. 시원하게 울자.


앞으로 남은 시간. 24시간.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