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겨우겨우 옮긴 숙소에서, 오늘은 방이 예약되어 있으니 방을 빼달란다...


엉엉... 루사카 백패커스에서도 하룻밤 자고 쫓겨나고,


여기서도 하룻밤 자고 쫓겨나는 신세다.



무서운 흑언니들에게 뭐라 해봤자, 없던 방이 생기는것도 아니고, 싸워도 100% 질것 같으니까,


얌전히 주변에 있는 다른 숙소들을 알아봤다.


사실 오늘 방이 없을것 같아서 어제 한군데에 구두로 예약해놓긴 했는데....


오늘 가니까, 방이 없다고 딴소리다.


괜찮아. 여긴 아프리카니까. 구두로 한 예약은 예약축에도 못 끼겠지....



여하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결국 처음에 묵었던 루사카 백패커스의 똑같은 방으로 입주했다.


ㅋㅋㅋ 그나마 다행임.


왜냐믄 이 동네에서 이곳 빼면 전부 인터넷을 돈 내고 써야되거든.





내가 봤을때 루사카 시내에서 가장 안전한것 같은 우리 동네.


그런 이유로 백패커스가 모여있고, 대사관도 있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가 대사관인지는 마지막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동네 구조가 좀 이상한지라, 골목 중간중간이 막혀있던거 빼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보통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곳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터미널이 가까운 곳이 일반적인데,


아프리카는 안전한 곳에 몰려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남미도 안전한 곳에 몰려있었구나...


편한것보다는 안전한게 더 중요한 나라들이니까...





어제 갔던 슈퍼마켓.


뭔가 으리으리해보이지만, 실상 파는것중에 제대로 된 물건은 별로 없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해온 물건들이거나, 남아공에서 가져온 물건들임.



이 슈퍼마켓의 가장 신기한점은..


캐셔에 관리인이 한명씩 붙어있음...;;;



그니까 돈 받는 흑인이 계산을 하면, 그 뒤에서 저 백인 할아범이랑 오른쪽 아줌마처럼,


유색인종이 한명씩 계산대를 지켜보고 있다.


제대로 계산을 하는지, 뭘 빼돌리는지 감시하기 위한것으로 보임...;;;





대충 마트에서 물이랑 이것저것 사온 다음에,


이모부랑 만나기위해, 어제 그 LEVY몰로 향하는 도중,


이 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봤다.



뭔가 찍고 싶긴 한데, 대놓고 찍으면 저기 타고있던 흑형들이 전부 내려서 날 집단린치할것 같은 두려움에,


우선 이쪽을 향해서 카메라를 계속 대고 있다가,


이 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잡아서 찍었음.



찍고나서 카메라를 내렸더니... 전부가 매의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ㅎㄷㄷㄷㄷ...


무섭다... 난 어서 아프리카를 빠져나가고 싶다.





우리의 유일한 안식처인 LEVY몰이다.


이모부님 말씀으로는 생긴지 별로 안된, 고급 쇼핑몰이라고 한다.



여기 커다란 쇼핑몰이 두개 있는데, 걸어서 갈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고, 다른 한곳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다른 한곳도 가보고 싶긴 했지만, 여기서 버스 탔다간,


가방 들고 타서, 알몸으로 내리게 될것 같아서 포기했다. 


평생 못 내릴수도 있겠구나...



여기 나름 고급 쇼핑몰이라서, 맛있는 것도 많이 팜.


그중 하나가, 이모부께서 강추하신 저 도너츠임.





보기엔 왠지 기름에 쩔은 도너츠처럼 보이지만,


먹어보면 겁나 맛있음.


던킨도너츠 말고 크리스피 도넛인가... 그 사자가 광고하는 그거.


그거랑 맛이 비슷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했던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겨우 도넛 6개 샀는데, 포장이 고퀄이었음.





이것도 LEVY몰 안에서 팔던 스무디다.


말이 스무디지... 그냥 과일만 갈아서 준거다.


과일 100%임.


바나나라고 써있는걸보니, 저 모든게 그냥 바나나만 갈아서 넣은거임.


물이나 얼음 첨가 전혀 없음. 설탕도 안 넣어줌...


여긴 설탕보다 바나나가 싼가보다...;;;


5크와차인걸 보니... 대충 우리나라돈으로 1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임.





이모부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저녁인데...


우린 대낮부터 할게 없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자니 엄두가 안났다.


차라리 세렝게티에서 사자갈기를 뽑아오라면 뽑아올게요...



그래서, 이 쇼핑몰 안에 있는 고급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음.


대충 이렇게 체인점인데 고퀄이다 싶으면, 전부 남아공 회사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잘 안 마시는 뜨거운 커피를,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 아프리카에서 마셨음.



그래도 나름 아프리카 커피는 유명해서 그런지, 맛있는것처럼 느껴졌음.


가끔 한국에서 스타벅스 가면 탄자니아, 케냐, 에디오피아 커피를 팔던데...


여기서는 스타벅스의 반에반에반 가격이면 먹을수 있다.


아니다... 대충 10%의 가격이면 먹을수 있다.





하루종일 LEVY몰에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모부랑 동선이 엇갈리는 바람에,


한참동안 서로 해매다가 겨우겨우 만났다...;;


(한국시간은 새벽인데, 한국에 계신 이모에게 연락도 오고 난리였음...;;)



여하튼 그렇게 이모부차를 타고 이모부가 살고 계신 집으로 초대받아서 갔다.


중간에 이모부 일을 도와주는 동업자 흑형의 동네에도 잠시 들렀는데...


동네 구경하느라, 사진 찍는것도 깜빡했음..



나름 중산층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라서 인상 깊었는데..흠..





한국에서도 워낙 오랜기간 자취를 하셨고,


아프리카 왔다갔다 하신지도 벌써 10년차이신 이모부님이 직접 저녁을 만들어주셨다.



이럴때, 보통 난 도움이 전혀 안되므로 그냥 마지막에 설거지만 하고,


진희가 옆에서 거들긴 거들었으나,


이모부님께서 됐다고 하셔서 그냥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음.



한식만 드시는 관계로, 집에 김치랑 압력밥솥이랑...


오른쪽에 보면 엄청나게 큰 지펠 냉장고가 있음..;;;





이 친구는 이모부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이름 뭐드라...


흑형임.


근데 매운걸 잘 못 먹는 관계로, 혼자 샐러드만 먹었다.ㅠ 미안.



그리고 앞에 있는 와인은, 이모부님께 선물로 드리려고 사간건데,


알고보니 이모부는 술을 전혀 안 드신다능..;;;


분명 예전에 엄마랑 이모한테도 들었을텐데, 나는 왜 기억을 못했냐능...;;;


여하튼 그래서 나 혼자 다 마시고 왔음.ㅎ


나름 우르스가 추천해준 남아공 와인이라서 맛있었다.





실내에서 찍은 사진이라 좀 흔들렸으니 양해 바람..;;


참고로 이거 찍으신 이모부님은 몇천만원짜리 카메라를 쓰시는 프로 사진사이심..



여하튼 오른쪽은 여기 집주인인.... 이름이 뭐드라...


흑형임.


나름 저렇게 생겼지만, 변호사를 하고 계시는 엘리트 흑형이다.


뭔가 조근조근 웃기게 말하던 흑형이었다.


이 두명을 만나면서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아... 흑형이라고 다짜고짜 나를 린치하거나, 갑자기 내 코앞에서 렙을 하거나, 삥 뜯거나 하지는 않는구나...'



외국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나 이렇게 여행을 하다가, 한국사람을 만나면 너무 좋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쫄았는지 한탄도 하고, 이런저런 현지 정보도 얻고... 좋은거 같다.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인도의 더위 때문에 더이상 노트북으로 뭘 못하겠다... 엉엉..


'얌실한 서울놈이 대구의 열대야를 알긴 아냐?' 라며 불지옥 대구를 자랑스러워하던 와이프도,


지금 인도 더위 앞에 녹초가 되어서,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심... 울고 있는건가...


와이프도 저러는데, 가뜩이나 땀도 많은 나는 지금 침대가 거의 물바다임. 엉엉...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