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짊어진 배낭에 적응을 못하고, 우왕좌왕 하던 우리는 그냥 수도로 가기로 했다.


잠비아의 수도는 루사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 괜찮아. 나도 그랬어. 


그럼 짐바브웨의 수도는? 하라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 괜찮아. 나도 그랬어.



여하튼 사방이 온통 흑형으로 둘러싸인 이 동네에서 나는 더이상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가뜩이나 흑형을 무서워하는 마당에, 아프리카로 와버리니까 패닉 상태였다.





잠비아에서 가장 좋은 버스인 마힌드라 패밀리 버스다. (이름이 왠지 인도스러운게 인도인이 운영하는 회사인듯 싶다.)


일명 파란버스라고 불리우는데, 꼭 이걸 애용하길 바란다...



돈 차이는 좀 나지만, 이게 아닌 일반버스를 타면 무엇을 상상하든 지옥을 맛보게 된다.


원래 우리는 다른 버스를 예약했었는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꼭 이걸 타라고 하길래,


이걸로 바꿔 탔다.


이것도 투어리스트 버스는 아니고 로컬 버스이긴 하지만, 약간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것 같았음.



진정한 지옥 버스는 훗날 잠비아 루사카 -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가는편에 나오니 기대하시길...





버스를 타고나서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꽤 자주 서는데...


그렇게 설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들고 창문으로 다가온다.


여기가 어디여... 싶어서 창문을 살짝이라도 열면,


모든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듬...;;;



가끔 블로그에서 정보 찾다보면, 이런 사람들을 위에서 카메라로 줌 땡겨서 찍어놓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불쾌했으므로 그렇게 찍지는 않았다.


망할. 바나나 하나 팔아보겠다고 원숭이한테 갔더니, 사지는 않고 카메라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어대면 얼마나 기분이 더러울까.





이건 중간에 다른 휴게소에 들렀을때 찍은 사진임.


모두들 예상했듯이 아프리카는 상당히 열악하다... 휴게소라도 다를게 없음.


게다가 저 생선은 어디서 구해와서 여기서 파는건지... 그리고 누가 사는지 알수 없었다..;;;



그리고 특히 화장실.


돈을 받는 유료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위생상태가 인도수준이다.


단 한번도. 그런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적은 없으므로 그쪽은 모르겠고,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미안하다.)


남자는 보통 서서 볼일을 보는데....


아.... 그게 육군 논산훈련소에서도 못 보던, 벽 한쪽을 철판으로 만들고 그 위에 싸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한쪽에서 싸는데...


바로 양쪽에... 키가 2미터쯤은 되보이는 어마어마한 흑형들이 자리를 잡고 같이 싸는데...


크..크....크다.... 


나이지리아에서 1년동안 일하다 온 내 친구가 술만 마시면, 항상 흑형들은 크다고 얘기했는데,


직접 보니.... 진짜 크다... 무섭다. 


키가 크다고 키가... 뭔 생각 하는거여...



그리고 진짜 무식하게 싼다. 사방으로 다 튄다.


복분자도 안 마셨으면서 뭐 이렇게 강하지... 철판 뚫을 기세다... 찝찝하기보다는 무섭다. 



게다가 조금 있으니까 아줌마들이 남자화장실로 들어오시더니, 내 바로 뒤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신다.


뭐지....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리빙스턴에서 루사카까지는 6시간정도밖에 안 걸린다.


이제 슬슬 차가 많아지고, 건물들이 보이는걸보니 루사카에 근접한 모양이다.



이렇게 신호등이 있는 아프리카는 흔치 않아서 한장 찍어봤다.


뭔가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혼란스럽진 않다.


왜냐믄 이쯤되면 그냥 정신줄을 놔버리기 때문에,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어서와. 루사카는 처음이지?





자동차 강도 아님. 


그냥 우리나라 뻥튀기 아줌마처럼 그냥 물건 팔러 다니는 선량한 흑형들임.



난 아프리카에서 운전 못할거 같다.


정차중에 저런 사람들이 다가오면, 무서워서 차 버리고 도망갈꺼 같다.


저런 고무공이나 장난감을 팔면 팔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열심히들 팔고 있었다.





드디어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다.


아... 기대된다.


완전 관광마을이었던 리빙스턴과는 다른, 사람들이 생활하는 루사카다.



과연 내가 무사히 이집트까지 갈수 있을까...


내가 왜 아프리카에 온다 그랬을까...


터키에서... 진희가 그냥 아프리카 빼고 동남아 가자 그럴때, 무슨 객기로 아프리카 가자 그랬을까...


이래서 엄마가 무조건 진희말 들으라고 했나보다...





아니야...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버스기사 아저씨... 여기서 우리보고 내리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여기는 로컬버스 내리는곳이고, 외국인은 따로 좋은 터미널이 있습니다요. 허허허..' 라고 말해주세요...


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여기가 우리가 내려야 하는 루사카 버스터미널이다.


가뜩이나 외국인이 없는 루사카에, 그것도 동양인 두마리가 나타났으니,


온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


(잠비아는 관광이랑은 별로 상관도 없는 나라고, 특히 루사카는 아무것도 볼게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음. 아무도 안가는 미술관 딱 하나 있음.)



내리자마자 정말 무섭게... 무서운 흑형들이 몰려든다.


엉엉... 어디가냐고 묻지마..ㅠ 중국인이냐고 묻지마..ㅠ 살려주세요..ㅠ


우리는 루사카에서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람까지 가는 기차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걸 끊으려면 타자라 (TAJARA, 탄자니아 - 잠비아 철도의 준말임...) 회사 사무실로 가야되는데,


그게 어디에 있는지 당최 알수가 있어야지...





제대로 멘붕을 겪으면서, 꾸역꾸역 배낭을 매고 우선 그 자리를 피했다.


근데 자꾸 흑형들이 따라옴...


길거리 사진 보면 알겠지만, 이상하게 대낮인데도 일 안하고 길거리에 퍼져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정말 좋은 장난감이겠지..


계속해서 따라오면서 뭐라뭐라 한다. 말을 거는것 같기도 하고, 지네끼리 놀리면서 재밌어 하는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개중에 경찰처럼 야광옷을 입은 사람이 있길래 가서 도움을 청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그 사람이 뭐라 그러니까, 주변에서 우리를 괴롭히던 흑형들이 싹 사라져버렸음. 무슨 치안요원인듯 싶다.)



이렇게 따라가다가, 아오.. 이 무서운 감정을 나중에 느끼려면 사진을 찍어야겠다. 싶어서,


이 사진을 딱 찍었더니,


저 오른쪽에 노란옷 입고 기대있던 사람들이 형광옷 아저씨한테 뭐라뭐라 한다.


그랬더니, 형광옷 아저씨가 확 돌면서 나에게,


'너 지금 내 사진 찍었냐?' 라고 묻는다...



ㅎㄷㄷ.... 살려만 주세요. 라이카고 뭐고간에 달라면 드릴게요. 벗으라면 벗겠어요.


'아니요... 저는 그냥 여기 주변 길거리 사진 찍은건데요... 당신 찍은거 아..아니..아니에요...' 라고 말했다.


그냥 왜 찍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건지, 찍은거면 지우라고 말할라 그런건진 모르겠으나,


여하튼 난 쫄았음. 그것도 많이.





타자라 사무실에서 본 신기하게 세로로 읽는 달력이다.


저 아래 사진은 ATM기 털고 있는 강도 아님. 그냥 달력모델인 아줌마다.



겨우겨우 타자라 사무실로 가서 기다리다가, 가장 높은 사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역시 이런 동네에서 외국인은 언제나 VIP대접을 받는다.



근데 문제는 표가 없음..;;;


뭔가 되게 무식하게 꼬였음. 이건 나중에 여행정보 쓸때 따로 쓸거고...


여하튼 기차를 탈라면 일주일정도 기다려야됐고, 아니면 버스를 타야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우선 숙소로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숙소로 택시타고 갔다.


택시 한번 타는데도 목숨을 걸고 탄다는 심정으로 탔다.


무섭다.


난 흑형이 무섭다.





겨우겨우 잡은 우리의 숙소, 루사카 백패커스.


원래는 다른 이름이었는데, 문제가 생겨서 악플이 즐비하자 이름을 바꿔버렸다고 한다...;;;



여하튼 루사카 시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이 바글바글거리는 장소다.


주변에 백패커스가 많긴 많은데, 전부 현지인만 바글바글하고...;;


가장 중요한건 여기만 인터넷이 공짜임.



아프리카는 인터넷 정액제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왠만한 곳은 전부 돈 내고 인터넷을 써야 된다.





숙소에서 외국인들을 보니, '아... 우리만 여기 오는게 아니구나.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구나.' 싶은 위안이 생겼다.


그래서 용기내서 리셉션에 가서, 이 동네에서 가장 큰 마켓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이딴 곳을 알려줬다...


우린 이마트 같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건데, 걔는 광장시장 같은걸 알려준거다...


(비슷한 일이 콜롬비아에서도 있었지...)



망할... 길거리에 파는건 도저히 도전해볼 엄두도 안나서, 그나마 가장 큰 슈퍼마켓에 가서 물이랑 이것저것 샀다.


물건 사는데도 무섭다...




잠비아 루사카는 이모부가 살고 계시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는 이곳에 올 생각도 없었고, 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기차타고 갈 예정이라 연락 드리기가 좀 그랬다.


바쁘신데 우리때문에 신경 쓰이실까봐, 그냥 조용히 튈라 그랬는데,


여기 와서보니, 무조건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나 좋으니... 제발 우리에게 '걱정마. 여기도 사람 사는곳이야. 흑형은 널 잡아먹지 않아.'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모부에게 연락을 드리기로 하고, 우리는 하루종일 숙소에서 꼼짝도 안했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내가 아프리카에 온 목적은 뭐였지?....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