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카방고 델타의 두번째날 밤이 지나갔다.


아... 이제 곧 모코로 타고 이 지옥같은 곳을 빠져나가서, 다시 문명의 혜택을 받을수 있겠구나.ㅠ


가자마자 Bar로 달려가서 겁나 시원한 콜라를 쳐묵쳐묵하고,


완전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이 찝찝한 옷도 벗어서 비닐봉지에 넣어버리고...


사람다운 몰골로 컴백해야지!!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마지막날 아침에 다같이 정리하는 모습이다.


아... 오늘은 이 블로그를 찾으시는 분들이 그렇게도 고대하고 고대하던,


내가 왜 성질이 뻗쳐서 대폭발을 했는지 쓰게 되는 날이다...



이게 한순간에 내가 확 열받아서 내지른게 아니다.


지금까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터진거다.



2번째날 밤이었다. 그니까 어젯밤.


누누히 얘기했지만, 트럭킹은 니들은 내돈으로 월급받으니 난 왕이고, 니넨 내 가이드다. 라는 개념이 아니고,


우리 모두 살아서 이 무서운 아프리카를 탐험해보자. 라는 의미의 투어다.


고로 자기가 잘 텐트는 자기가 치는거고, 자기가 먹은 접시는 자기가 설거지 해야되고, 같이 쓰는건 같이 정리하고 같이 치우는게 상식이다.


이건 꼭 트럭킹뿐만 아니라, 여행의 기본... 더 나아가면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여하튼 말이 길어지기 전에... 여하튼 어제 저녁시간이었다.


나는 원체 밥을 빨리 먹는 관계로, 보통 설거지를 제일 먼저 한다.


그러다보면, 뒤에 오는 사람들이 내 뒤에 서서 내가 끝나길 기다리는데...


그럴때마다 그냥 놓고 가면 내가 설거지 할테니 놓고 가라고 한다.


그럼 다들 고맙다면서 설거지할걸 놓고 간다.



이건 전혀 문제가 안됨.


왜냐면 내가 그냥 하는김에 다른 사람들것도 해주는거고, 그들도 나에게 고마워하니까 전혀 문제 될게 없음.


그리고 뭐 보통 처음 설거지 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렇게 하니까, 나 혼자 주구장창 하는것도 아니니까 전혀 문제 없음.



근데 이날은,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접시를 세제통에 집어넣었는데...


누군가 접시를 그안에 넣어둔거였다... 설거지를 안한채... 고스란히..


흠... 뭐지... 나보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이 없을텐데.. 라며 주변을 둘러보니,


S군만 접시를 안 가지고 있다.



설거지를 다 한 다음에 S군에게 가서 물었다.


"S야... 너 설거지 했어?"


"아니요?"


아 그렇구나. 니가 설거지를 안했구나. 근데 뭐 그리 당당하니... 이 새킈야..


"왜 안했어? 너가 안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되잖아...^^"


"하기 싫어서요."


"왜 하기 싫은데?"


"그냥요."


아 그렇구나. 하하하하하하하. 우리 귀여운 S가 그냥 설거지를 안했구나!!! 아 그렇구나!! 그것도 모르고 형이 물어봤네..하하하



근데 여기선 기적같은 인내심으로 내가 참아냈음.


지금 생각해면 이때쯤 아구창을 쳐날렸어야지 내가 1년쯤 더 살았을텐데,


정말 잘 참았다.


아무리 빡쳐도 나보다 16살이나 어린 13살짜리 초딩한테 언어적, 신체적 가혹행위를 가할수는 없었기에 참아냈다.





여하튼 어젯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나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졌다.


가뜩이나 이 지옥같은 오카방고 델타의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가만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샤워는 못하고... 할것도 없고.. 태양은 내리쬐고...


불쾌지수가 100%를 넘어섰는데,


어린놈이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다들 어느정도로 불쾌지수가 높았었냐면,


우르스랑 실비아는 넬슨 만델라에 대해서 토론하다가 고성이 오갔으며,


자기는 중이염을 앓고 있어서, 절대로 더러운 물에서는 수영을 안한다고 했던 우르스가,


하마가 24시간 상주하며 응가를 뿜어내던 그 야생수영장에서 온몸의 열을 식히는 수준이었음.





처음 섬으로 들어가던 날은,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몰랐는데...


이날은 햇살이 꽤 강했다.


모코로를 타고 1시간정도 가야지 우리 트럭 있는데에 도착하는데, 그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2박3일.


오카방고 델타에서 나, 진희, 우르스가 함께 뒷담화를 깠던 즐거운 시간들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큰것부터 세세한것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냥 닥치는대로 다 깠음.


변호사는 점잖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뒷담화를 같이 까본 결과 똑같은 사람이었음.



여하튼 그렇게 트럭 있는데까지 도착한 후에... 우리는 모아놨던 팁을 전달했다.


(섬에서 출발하기 전에 따로 모았었는데, 실비아가 자기는 내기 싫다고 약간의 잡음이 있었다...


참으로 합리적인 친구다. 자기는 내기 싫으니까 안 낸단다.


한국인들은 모두, 서로 얼마 내는지... 얼마를 내야되는지 물어보면서 대충 얼마씩 모아야겠다... 하면서 다 모으는 반면에,


외국인들은 각자 쿨하게 알아서 준다.


게다가 어찌보면 실비아가 맞는거 같다. 팁이니까, 주기 싫으면 안 주면 되지 뭐... 꼭 남들 주는만큼 줘야 되는건 아니니까...)



그리고는 나와 진희는, 2박3일간 우릴 잘 챙겨준 렙한테 따로 좀더 팁을 챙겨줬다.


이 팁이라는게 참 사람 감질맛나게 한다.


팁 문화를 모른체 살아와서 그런지, 팁을 줄때면 언제나 고민에 빠진다.


'너무 많나? 너무 적나? 줘야 되나?' 뭐 이런 류의 고민들...


'아.. 이 사람들 고생했으니까 주자. 나보다 가진게 없는 사람들이니까 베푸는 셈 치고 주자.'


라고 쿨하게 마음을 먹어도, 막상 지갑에서 돈을 꺼낼때는...


아... 이걸 얼마를 줘야되나... 


그런 생각 하는것도 스트레스고, 주기로 마음 먹어놓고 얼마 줘야될지 고민하는것도 스트레스고...


팁도 주다보면 대충 감이 생겨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줄수 있으려나...





여하튼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사건은 여기서 발생했다.


우선 긴 얘기를 쓰기 전에, 이 사진은 아프리카에도 이런 캔음료를 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올린 별 의미없는 사진임.



우리는 2박3일간 씻지도 못한채, 땀에 쩔어서 캠핑장에 도착했다.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다들 쏜살같이 샤워장으로 뛰어갔다.


자기들이 2박3일간 오카방고 델타에서 쳐써댔던 텐트와 매트리스와 각종 식기류는 바닥에 내팽개친채...



결국 오카방고 델타에 가지 않았던 데이브와 쟈크 두명이서, 우리 14명이 썼던 모든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좀 빡치기 시작했다.


자기가 쓴건 자기가 정리한다는건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건데 왜들 저럴까...


그래서 쟈크랑 데이브와 함께 텐트랑 식기류를 정리했다...


쟈크가 미안했던지, 자기가 할테니 나보고 가서 씻으라고 했지만, 차마 그럴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이런팀 만나서 개고생 하는 쟈크한테 미안했다.


텐트정리 신나게 하고 있는데, 우르스가 오더니 다른 사람들은 정리 안하고 다 어디갔냐고 묻는다.



난 씩 웃었다.



왜냐믄, 오카방고 델타에서 2박3일 내내 우리가 신나게 깠던 내용이 그 내용이었다.


도대체 왜 다들 할일은 안하면서, 샤워는 겁나 일찍 하고, 찾아보면 다들 자기 놀기 바쁘냐고...


왜 자기 텐트 쳤다고 홀랑 가버리고, (남들은 자기 텐트 치는데 열심히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텐트 접고, 정리할때도 왜 자기들것만 하고 놀고 있고, 왜 그러는거냐고...



여하튼 그렇게 무릎이 안 좋아 듄45도 못 올라간 62세 우르스와 함께 텐트정리를 끝마치고 샤워장으로 갔다.


역시나. 샤워장은 꽉 차있었다.


아오 빡쳐.


누군 무슨 코이카 무료봉사활동으로 트럭킹에 참여한줄 아나...



그렇게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는데, 다들 빨래를 하고 계신다.


으잌. 맞다. 우리도 빨래 해야지.ㅋㅋㅋ


오카방고 델타에서 2박3일간 땀에 쩔은것들을 빨기 위해, 빨래를 가지러 트럭으로 갔는데...


트럭 앞에는 매트리스가 고대로 놓여져 있었다.


2박3일간 14명이 사용한 그 매트리스가. 아주 고대로. 놓여져 있엇다.



씨X!!! 이 씨X!!! 장난하나!!! 지네가 쳐썼으면 지네가 쳐치워야될꺼 아냐!!! 이 씨X!! 


이라고 소리를 쳐버렸다.


가뜩이나 날씨도 덥고 빡치고 열받는데, 아오 빡쳐.


진희가 오더니, 욕하지 말라고... 조용히 말하라고 주의를 준다.



잠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희랑 같이 매트리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트리스는 트럭 안쪽에 우리가 앉는 자리 위쪽에 차곡차곡 접어넣어야 한다.


아... 덥다... 찜통같은 트럭 안에서 매트리스를 넣으면서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아... 아 빡쳐...


그러다 샤워를 끝마친 실비아가 차안으로 들어왔다가, 세명이서 같이 매트리스를 정리했다.



기껐 샤워 다 했는데, 다시 또 땀이 한바자기 흐른다... 아...


한참 열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에서,


S군이 차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바깥쪽에 있던 실비아한테 비켜달라고 한다.


"S군!! 지금 우리 매트리스 정리하는데 꼭 지금 지나가야겠니?" 라면서 길을 비켜준다.


중간에 있던 진희한테 비켜달라고 한다.


"S야... 지금 우리 매트리스 정리하잖아. 좀 있다가 가면 안돼?" 라면서 길을 비켜준다.


마지막에 있던 나한테 비켜달라고 한다.


"뭐 이 씨X!!! 너 지금 우리 매트리스 정리하는거 안보이냐?"


라고 소리쳐버렸다.


그러자 S군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보이는데요?"


.

.

.



그렇구나. 보이는구나. 미안. 난 또 안 보이는줄 알았지.


"장난하나... 너 진짜 형한테 한번 쳐맞아볼래?"


인내심이고 나발이고, 16살 차이가 나든말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진짜 딱 정확히. 정확히 발로 얼굴을 가격할수 있는 위치였으나... 차마 때리지는 못했다.


왜냐믄, 어제 우르스가 애를 키울때는 아무리 아무리 열받아도 때리면 안된다고 나에게 조언을 해줬기 때문에...



내가 소리를 지르자, 밖에 있던 데이브가 놀라서 뛰쳐들어온다.


"뭔 일임?... 왜 싸우는거임?"


아무것도 아니라고, 미안하다며 난 샤워를 하러 갔다.



분노의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더니, 진희가 S군을 데리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


진희는 현명하니까, S군에게 차분하게 얘기하겠지.


명수형이 너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고, 사람들이 정리를 안하니까 너한테 화낸거라고 설명해주고 있겠지...


는 개뿔.


훗날 들은 얘긴데, S군은 자기가 왜 욕을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단다.


그냥 내가 욕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내가 잘못한게 되는거다.


이런 씽크빅 창의력 대장 같은 소리하고 있네.



물론 16살이나 어린애한테 욕을 한건 내 잘못이다.


그 당시에는 때리지 않은것만으로도 난 칭찬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이성을 되찾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욕을 한건 좀 너무했나 싶기도 했다.


허나, 난 S군한테 욕을 한게 아니다.


그리고 딱 이날. 이날만 안 치우고 샤워를 먼저한 다른 사람들에게 빡친것도 아니다.



그간 쌓아두고 쌓아온 것들이었다.


어찌됐건 20일만 참으면 사람이 되어 빠이빠이 할수 있었으나,


난 3일을 못 참고, 17일째에 폭발해버린거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Bar로 갔다.


거기에는 내 사랑 우르스가 벌써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캠핑장에 있는 Bar는 제법 가격이 나가지만, 우르스에게 있어서 그런건 껌값이라 이 아저씨는 언제나 Bar에서 온갖걸 다 마심.)


그래서 우르스에게 쪼로로 달려가서 이 모든 상황을 일러바치고 있는데,


실비아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야... 진짜 잘했어. 하이파이브 한번 치자."



실비아는 한국말은 못 알아듣지만, 내가 화냈다는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거다..


여하튼 난 이날, 우르스와 실비아에게 많은 칭찬을 받았다.


우르스랑 실비아는 진심 기뻐 보였다. 자기들끼리 들떠서 이제까지 자기들이 어떻게 참아왔는지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서,


실비아랑 우르스가 자세히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이렇게 17일차에. 펑.. 터뜨렸다.



라고 벌써 끝내면 재미가 없잖아.



그렇게 우르스랑 실비아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점심준비가 다 됐다면서 와서 밥을 먹으란다.


그래서 열심히 밥을 쳐묵쳐묵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이번에는 18살 어린 J양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가뜩이나 빡쳐있는 상태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J양이 오더니 접시를 두고 가버린다.


"야!! 설거지 안해?"


"할건데요?"


"그럼 해. 왜 두고 가?"


"그냥 넵둬요. 있다가 할꺼에요."


"지금 해."


"오빠꺼나 하세요."


"지금 하라고 이 씨X. 장난 하나. 지금 하라고!!!!"


라고 외치며 접시를 집어던졌다. 아오 씨박 빡쳐. 이런 개같은 싸팔. 어른이고 뭐고간에 내가 왜 저 잣만한 것들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가.



내가 소리를 지르자, 진희가 와서 그만하자고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라고. 더이상 화내면 그건 그냥 너만 나쁜놈 되는거라고. 오늘은 충분하니까 그만하자고 했다.


이런 망할것들. 다 갈아마셔버릴까 보다.


아오.


그곳에 앉아서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이 다 들었기를 바랬지만, 불행히도 아무도 못 들은 모양이다. 제기랄.



나는 Shanti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고대언어인 샨스크리트어로 '마음의 평화'라는 뜻이다.


인도여행을 하면서 저 단어를 들은 후부터는, 언제나 마음의 평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를 써왔다.



근데 아프리카에서는 그런거 음슴.


그딴게 어딨어. 평화고 나발이고 아오 빡쳐.





그렇게 후지산 대폭발을 한 뒤에, 트럭을 타고 이날 묵을 캠핑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렇게 기린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여기가 이날 우리가 묵었던 바오밥 캠핑장이다.


캠핑장 한가운데, 이렇게 커다란 바오밥 나무가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거 같았다.


참고로 이 캠핑장은 독사가 있으므로, 조심하란다.





이 캠핑장은 이제까지 우리가 갔던 캠핑장중에 2번째로 고퀄의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


(첫번째는 에토샤 국립공원에 있던 물웅덩이 있던 캠핑장임.)




여하튼 이날은 하루종일 빡쳐있던 상태를 달래러 맥주를 마시러 갔다.


Bar에 갔더니, 당연히... 언제나처럼 우르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실비아랑 경희씨가 같이 있었다.


그래서 5명이서 신나게 뒷담화를 시작하려 했으나...


갑자기 2년인가.. 뭐 여하튼 꽤 오래 자전거 여행을 하던 한국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그 사람의 얘기를 듣다가... 그냥 뒷담화를 흐지부지 된채 일찍 파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흥미로운 얘기라서 열심히 들었겠지만, 이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들이 많았으므로 귀 기울일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이렇게 폭풍같은 17일차가 지나갔다.


이제 남은거라곤 내일 쵸베 국립공원에서 코끼리떼를 보고, 빅토리아 폭포를 보고, 다들 빠이빠이 하는것뿐.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