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같은 첫날밤이 지나갔다.


오카방고 델타에 오기 전에, 나는 생각했었다.


'아... 2박3일간 야영을 한다니까... 다 같이 모닥불에 둘러앉아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재밌는 밤이 되겠구나.'



허나... 그런건 있을수가 음슴.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물 한모금 마시고 텐트 앞과 안에 모기향을 피운다.


모기향으로 텐트를 가득채운 다음에, 잽싸게 볼일을 보고...


(아무런 조명도 없으므로, 휴대폰 플래쉬에 의지해서 대충 만만한 장소에 볼일을 봄...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야생동물이 날 먹어버릴테고, 너무 가까이에서 볼일 보면 다음날 서로 민망함.)


그리고는 텐트로 들어와 제발 오늘밤 코끼리가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대충 저녁 8시도 안되서 잠을 청했던거 같다.





이날의 스케쥴은, 어제 못다했던 이 주변을 탐험하는거다.


어제는 가까운데만 걸어다니면서 대충대충 본거고...


이날은 저 멀리 따로 떨어져있는 섬까지 배를 타고 가서, 4시간정도에 걸쳐 그곳을 돌아본다.



처음에 왔던 것과 동일하게, 2명씩 나눠탄 다음에 출발한다.





대충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이렇게 물길이 나있다.


예전에 인도 스리나가르라는 곳에서, 이렇게 생긴 배. (인도에서는 시카라 라고 부름.)


그걸 몇번 운전해봤는데,


수풀이 나있는 곳으로도 갈수 있기는 있다... 


근데 수풀이 많을수록 뻑뻑해서 겁나 많이 힘을 요함....



여기도 가끔 모코로가 아닌 모터보트가 돌아다니긴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 배가 더 재밌는듯.





저 멀리 하마가 보인다.


이게... 거의 64배쯤 줌을 땡겨서 찍은 사진이다.


하마는 모코로가 영역 안으로 뭔가 들어왔다 싶으면, 물속으로 잠수를 한다.


하마는 한번 잠수하면 5분정도까지 버틸수 있다고 함...



그러다가 갑자기 모코로를 와작. 반으로 쪼개서 냠냠.


몇번이나 얘기했지만, 하마는 세상에서 손꼽힐 정도로 공격적인 놈이고,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얘는 멀리 있는 스프링복.


오카방고 델타는 작년까지만 해도 라이센스를 가진 사람에 한해 사냥이 허용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들이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치기 바쁨.



갈라파고스 섬을 안 가본 나로써는,


당연히 사람이 나타나면 동물이 도망가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훗날 세렝게티에 가서 느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동물은, 차가 나타나도 도망가지 않는다.


(갈라파고스 섬에 있는 모든 동물들도 사람이 나타나도 도망가지 않는단다.)





이렇게 걸어가다가 동물의 응가도 본다.


그럼 가이드는 이게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싼 응가인지 열심히 설명해준다.


이 응가는 대충 얼룩말 응가였던걸로 기억한다.


냄새만 맡으면 정확히 기억해낼수 있는데, 사진이라 잘 모르겠구만. 안타깝다.





이건 하마의 발자국.


코끼리랑 하마랑 발자국이 비스무리하긴 한데, 약간 다르다.



참고로 육상동물중에 가장 큰건 코끼리, 그 다음이 코뿔소, 그 다음이 하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큼.


실제로 하마를 보면 좀 징그럽다. 커다란 거머리 같은 기분임.



코뿔소는 딱 보면, 갑옷을 두른 것처럼 단단하고 멋진 이미지인 반면에,


하마는 뭔가 흐물흐물하고 미끄덩거리는 것이 좀 별로임.





이건 얼룩말.


잘 보면 갈기도 몸에 나있는 무늬를 따라 무늬가 새겨져 있다.



실제로 얼룩말을 봤을때,


생각보다 선명한 무늬가 징그러웠다..


특히 얼굴 부분.


가끔 원주민들이 얼굴에 요상한 그림을 그려서 징그러운 경우가 있었는데,


그건 100% 얼룩말을 따라서 그린거라 확신한다.



얼룩말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좀 무서움.





요건 멀리멀리 있던 기린이다.


어미기린 한마리랑, 새끼 기린 두마리랑, 기타 잉여 얼룩말 무리였다.



기린은 초식동물인데다 새끼랑 같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멀리서 나타나자마자 겁나게 도망쳤다.



나는 온갖 동물이 보일때마다 항상 가이드에게, 저건 먹을수 있는거냐고 물어봤었는데,


가이드가 답하길,


이 세상에 못 먹는 고기는 없단다.


다 먹을수 있단다.



참고로 기린은 맨날 아카시아만 쳐먹기 때문에, 기린고기는 아카시아 향이 난다고 함. 





4시간에 걸쳐 계속 걸으면서 동물 구경도 하고, 식물 구경도 끝마친 우리는,


노을을 보러 하마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



하마는 지금 사진에 보이는 연꽃을 좋아하므로, 연꽃밭에는 항상 하마가 살고 있단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떠있는 곳에서 머지 않은 곳에 하마가 계속 나타나고 있었음.





지금 사진에 보이는 곳이 하마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진짜로 무서웠기 때문에, 하마 따위는 안 봐도 괜찮다고 했으나...


가이드들에게 있어서 하마를 보여주는건,


마치 다른 국립공원에서 표범을 보여주는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마를 보여줘야지만 우리가 팁을 많이 줄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모코로를 손으로 치면서 하마를 자극했고,


더 나아가서는 하마랑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 하마를 불러냈다.



고만하라고.. 안 봐도 된다고..ㅠ


근데 이 아자씨들은 계속해서 하마를 부른다.


엉엉... 차라리 팁을 안 주면 하마를 불러내겠다고 하세요.. 팁 드릴게요...ㅠ





이제부터는 우리가 30분? 한시간? 정도 노을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들이다.


뭘 올릴까 고민하다가,


사진 업로드 해놓고 라면 먹고 와야되서, 한번에 많이 올렸으니,


그냥 쭉쭉 넘기면서 보시면 됨.











이 사진은....


우리팀 아저씨는 막내인건지... 아니면 숫기가 없는건진 모르겠으나,


온갖 잡일은 도맡아 하는 아저씨였다.



다같이 하마와 노을을 기다리는 와중에,


다른 가이드들이 우리 가이드한테 뭐라뭐라 했더니,


갑자기 이 가이드가 하마가 사는곳으로 배를 돌진시킨다.



아저씨... 뭐하시는거에요..ㅠ 라고 물어봤더니,


하마가 어딨는지 찾고 있단다.


그런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엉엉.. 살려줘요...



주변은 아무소리도 없이 고요하다. 그 흔한 개구리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연신 사진을 찍던 사람들도 모두들 주변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그게 더 무서웠다.


갑자기 오른쪽에서 하마가 튀어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게다가 이 가이드는 눈앞에서 사촌이 죽는것도 봤다면서 뭐 이리 대담한거지...


여하튼 내가 거의 울려고 할때쯤,


가이드가 배를 원상복귀 시켜줬다.





정말 고요한 곳이었다.


하늘이 물에 비치는 것만 봐도 알수 있듯이,


물결도 하나 없는 잔잔한 날씨였다.































고요한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해가 떨어지는 걸 보는건 참 좋았다.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옆배가 만들어낸 물결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또 어느순간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또 여행중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아마 내 평생 다시는 오카방고 델타에 올일이 없겠지?





해가 완전히 지면 텐트로 돌아오는데 문제가 생기므로,


대충 다들 사진을 다 찍었다 싶을때 텐트로 돌아왔다.


잘 보면 알겠지만, 어떤 모코로들은 물이 새기 때문에, 엉덩이가 젖으신 분들이 꽤 됨...;;;



아... 그리고 현지인들은 모두들 그냥 저 물을 떠마신다.


목 마르면 컵을 하나 들고가서 저 물을 푹 떠서 마심.



그래서 가이드한테 마셔도 되는 물이냐고 물어봤더니,


여기사람들은 마셔도 되는 물이지만, 아마도 외지인이 마시면 100% 문제가 발생할거라고 마시지 말라고 했다.


여튼 생각보다는 깨끗한 물이었음.





그리고 이날 저녁. 가이드들이 간단하게 공연을 준비했다.


나름 자기들의 전통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는데...


뒤에서는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앞에서는 대빵인 제로와 나머지 한명이 춤을 췄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회색옷 아저씨가 우리 가이드였던 렙인데,


저 아저씨는 수줍음이 엄청 많은건지 뭔진 몰라도, 노래도 우물쭈물하고 춤도 우물쭈물하고... 여하튼 그 모습이 더 재밌었다.


왼쪽에 파란색옷을 입고 앉아있는 흑누나가 우리 트럭 가이드인 마마 솔리웨인데,


이 누나도 중간에 저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계속 자기는 춤 못춘다, 노래 못한다 하길래 그런줄 알고 있었는데...


이들은 흑누나와 흑형들이다.


진짜 춤은 타고나야 되는거다. 이들에게 있어서 음악과 춤은 그냥 타고난거다.


엄청 잘 추고 잘 부르고... 정말, 저건 뭐 연습해도 못 따라가겠다 싶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냥 엉덩이 한번 돌리는건데도, 흑언니가 돌리는거랑 우리가 돌리는거는 하늘과 땅 차이였음.



여하튼 그렇게 저들의 공연이 끝난후, 이제는 우리 차례.


각 나라별로 한명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ㅡ_ㅡ


호주에서 온 4명은 율동과 더불어 뭔가 귀여운 노래를 불렀고,


아버지는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선보이셔서 모두의 갈채를 받았고,


오스트리아 처자 실비아는 지네 나라 민요를 불렀고,


경희씨는 흑형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꼬맹이 둘은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그리고 이제 우리...


망할... 신입사원 장기자랑 이후로 이렇게 온몸에 땀이 나고 머릿속이 하얘졌던 적이 또 있었던가...



우리가 머뭇머뭇 거리자, 가이드가 자기는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좋다면서 그걸 불러달란다..


흠.... 그래서 불러주긴 불러줬으나,


알다시피 아리랑은 매우 구슬픈 노래다.


정말 순식간에 분위기가 다운됨......


가이드도 울고, 우리도 울고, 하늘도 울고, 하마도 울었다.



여하튼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건... 스위스 할아범.


이 할아범은 나이가 지긋한 관계로 안 부르실줄 알았는데, 


갑자기 요들송을 부른다.


그 있잖아... 요들레히 요들레히 요들레히 거리는거...ㅎㅎㅎ


망할... 60세인 우르스도 저렇게 분위기를 잘 맞춰서 부르는데,


아리랑이 뭐야.... 엉엉.. 지금 생각해도 지우고 싶던 순간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