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서 해외에서 천끼의 식사를 할때쯤...


우리는 보츠와나에 도착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주의적인 나라란다.


원래는 부시맨으로 유명한 코이산족이 자리를 잡고 있던 땅이지만, 17세기 중반에 츠와나족이 지배하기 시작했단다.


고래서 지금 나라 이름이 보츠와나임.



이런저런 특징중에 가장 쇼킹한건....


바로 에이즈 감염률과 평균수명.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률은 36%..... 그리고 평균수명은 29세.


2000년에는 39세였는데, 6년만에 29세로 줄어든걸보면...


아마 지금은 더 줄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상상이나 가나..


평균수명이 29세다. 내가 지금 29살이니까, 내가 보츠와나에 태어났으면 지금쯤 죽었을거임.


평균수명이 29세..... 겁나 쇼킹한 얘기다.


게다가 에이즈 감염률이 36%.... 길거리에 있는 사람중 3명 중 1명꼴로 에이즈 보균자임.


집에 가족이 6명이면 그중에 2명은 에이즈 보균자라는 얘기임...;;;


게다가 평균수명이 29세니까, 손주랑 할아버지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보츠와나로 넘어가기 전에 나미비아와의 작별인사를 위해,


커다란 쇼핑몰을 방문했다.


방문한 목적은 단 하나.


언제나 물. 물. 물. 물. 무조건 아프리카에는 물이 곧 진리요, 물이 곧 생명이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차량이 좌측통행하는 나라라곤, 일본이랑 영국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남부 아프리카는 전부 좌측통행이다.


실제로 어디지... 에디오피아 빼고는 전부 좌측통행 했던거 같은데... 아닌가... 잘 기억안남.


확실한건 난 도저히 이 동네에서 운전을 못하겠다는것뿐...





흔한 아프리카의 쇼핑몰.jpg


아프리카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모든 상상이 틀리는 곳인거 같다.


아무리 비참한 현실을 상상하고 그곳을 가도, 그보다 더 비참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아무리 화려한 색깔을 상상하고 그곳을 가도, 그보다 더 화려하고 신나는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에스컬레이터 뒤쪽으로 보이는 Mr.Price 역시 남아공 체인점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뭐랄까... 유니클로랑 다이소의 중간위치 정도?


뭔가 옷들을 주로 파는데, 겁나 싼 가격에 판다.


물론 품질도 겁나 싸다는게 함정임.





이날부터 우리팀에 호주 아가씨 4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그들은 빈툭 - 빅토리아 폭포 루트를 신청한 아가씨들이었는데...


옘병.


지옥중의 상지옥중에 망할년들.


우르스는 그들을 겁나게 싫어했고, 나는 우르스보다 더 그들을 겁나게 싫어했다.


훗날, 마지막쯤에 내가 S군에서 쌍욕을 했을 무렵, 우르스도 호주애들한테 무섭게 쏘아부쳤지.



남아공에서 한달인가 봉사활동을 하고, 우리팀에 합류한 애들이었는데,


망할 놈들이 배려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여하튼 그 인간들이 합류해서 우리팀에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우리가 트럭에 타기도 전에 트럭에 타서는 우리 자리를 밀어내고, 각자 두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겁나 쿨하고 더럽고 배려 없기로 유명한 캥거루 나라답게,


앞의자에 발을 올리는건 기본이고, 뭐 그렇게 신나는지 겁나 시끄러...


아... 빡쳐...



게다가 일은 또 겁나게 안해...


영어만 된다면, 도대체 남아공에서 무슨 봉사활동을 쳐하다 온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니 마인드로 할수 있는 봉사활동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걔네 보란듯이, 저때부터 더 열심히 일을 했던거 같다.


그래서 사진도 쟈크랑 같이 신나게 카트를 들어나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너무 고생하는 쟈크랑 데이브랑 마마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여행을 하면서, 최소한 남들에게 뒤에서 욕먹으면서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이었다.





코알라 나라 애들이 빡치게 하든 말든, 우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오늘은 보츠와나 국경을 넘고, 바로 캠핑장에 도착한 다음에,


부시맨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날이었다.



보통 국경을 넘는 날에는, 스케쥴이 매우 루즈하다.


국경 넘는게, 금방 끝날수도 있으나... 아프리카답게 무진장 오래 걸리는 일도 다반사이므로,


무리하게 스케쥴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보츠와나로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많은 초록색이 눈에 띈다.


달리고 달려도 하루종일 모래사막만 있던 나미비아랑은 딴판이다.





점심을 먹으려고 중간에 쉬었던 곳이다.


지금 뒷모습으로만 보이는 길쭉한 아가씨들이 이번에 합류한 호주 아가씨들이다.


21살인가... 여하튼 제일 나이 많은 애가 나랑 동갑이고, 전부 20, 21살 뭐 이런 애들이었는데...


아...망할 호주.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점점 외국애들에 대한 편견만 생기는거 같다.


예전에 인도 여행할때, 유일하게 내 영어를 칭찬해준 사람이 호주 할아범이라서 호주를 매우 좋아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호주는 망할 캥거루한테 잡아먹혔음 좋겠다.



다른건 다 모르겠는데,


우선 너무 시끄러!!!!!


무슨 말만 하면 뭐 그렇게 좋다고 왜 그렇게 떠드는거야!!! 아오!!!!





그나마 유일하게 다행인점이 하나 있었다면,


S군과 J양을 받아줄 새로운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우리팀은 그간 2주에 걸쳐 시달림을 받았던 터라, 이제 슬슬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잘 받아주었지만,


애랑 놀아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듯... 망할.. 끝이 없다.


재미있는 일도 오래하면 지겨우듯이, 애들이랑 떠들고 놀아주는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쳐갔다.


대충대충 그냥 대답하고, 귀찮다는 듯이 넘기고 했더니,


애들도 눈치를 챘는지 매우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구세주 같은 호주 아가씨들이 나타난거다.


덕분에 나머지 팀원들은 편히 일주일을 보낼수 있었다.


남은 일주일간은 호주애들이 열심히 놀아줬거든...ㅎㅎㅎ





여기가 우리가 묵은 캠핑장이다.


여기는 3가지 종류의 방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언제나 그랬듯이 모래밭에 우리가 가져온 텐트를 치고 자는거고,


두번째는 가이드 뒤쪽으로 보이는 이상항 볏짚으로 만든 집에서 자는거고,


세번째는 개인 욕실이 딸린 벽돌로 지은 집에서 자는거다.



진심으로 벽돌집에서 자고 싶었으나, 한사람당 50달러였나... 여하튼 좀 비쌌던 관계로 그냥 텐트에서 자기로 했다..;;;


호주 애들중에 덩치가 좀 있어서, 텐트 쓰기를 꺼려하는 한명은 볏짚으로 만든 곳에서 잤고,


우르스는?


우르스에게 있어서 50달러는 그냥 수치일 뿐이다.





이게 볏짚으로 만든 집의 내부 모습이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침대도 완비되어 있었다...;;;


좀 혹하기는 했으나, 모기장이 제대로 되있지 않아서 모기에게 뜯길것만 같아서 포기했다.



보츠와나에서부터 케냐까지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아프리카의 말라리아는 삼일열이라 불리우는 우리나라 말라리아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한 질병이다.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우리나라 사람중에서도 아프리카 갔다가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여럿 된다.



예전에 지구 오지탐험대였나?... 뭐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연기자 한분이 아프리카에서 그거 찍고나서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으셨던 일도 있었으니...


절대 가볍게 보면 안되는 병이다.





대충 텐트치고 샤워하고 저녁먹고 했더니, 해가 져버렸다.


우르스에게 오늘밤 나랑 같이 자면 안되겠냐고 했다가,


우르스가, 자긴 마누라가 없어서 상관 없지만, 난 마누라가 있으니까 안된다고 뺀찌를 놔버렸다.


마누라는 혼자 자도 상관 없으니, 제발 나를 벽돌집에서 재워줘.ㅠ 라고 말했으나 어림도 없었음.



여하튼 생각보다 텐트치고 샤워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부시맨 공연을 좀 늦은 시각에 봤다.





이 부시맨들은 실제로 이 주변 사막에서 살고있는 레얄 부시맨들이란다.


아마도 주기적으로 이 캠핑장에 오는 트럭킹 손님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고, 팁을 받고 사는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자기들이 받은 팁을 가져가지 않고, 여기 캠핑장에 있는 이상한 금고에 맡겨두고는 떠났다.



오늘밤에도 모래사막 어디선가 아무런 이불도 없이 잠을 청할 예정이란다..


흠....


우린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좀 춥던데, 저들은 어떻게 낮의 그 뜨거운 더위와, 밤의 그 추위를 버텨내는지 모르겠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런걸 매우 싫어하는 나로써는,


유쾌하고 기분좋게 볼수만은 없는 공연이었지만,


힘바족 방문보다야 훨씬 좋았다.


그들의 춤과 전통을 뽐내는 자리니까.... 물론 팁을 바라고 하는거겠지만,


그래도 학예회처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능력을 보여주는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좀 편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은 뒤에서는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앞에서는 남자들이 춤을 추는 형식이었는데,


춤에도 전부 레파토리가 있었다.


뭐... 사자를 발견하고 따라가는 내용이라든가, 물 같은걸 찾아내는 내용이라든가...


딱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될만큼 간단명료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실비아의 생일이었다.


가이드가 부시맨들에게 미리 귀뜸해놨는지, 부시맨들은 실비아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권유했다.


우리 같았으면 절대 안추겠다고 갑자기 정색 빨고 거부하면서 좋은 분위기 다 망쳤을테지만,


놀줄아는 구라파 아가씨답게,


나가서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부시맨 춤을 추는것 같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전통춤을 추는것 같기도 하고... 뭔가 허우적거리는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부시맨 공연을 찍은 동영상이다.


대충 음악만 들어보세용...ㅎㅎㅎ




나는 지금 네팔 카트만두에 있다.


이제 여행도 길어봤자 2개월밖에 안 남았다.


1년 좀 넘은 세계일주.


이제는 이 여행을 왜 떠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제까지 느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마음에 새긴채 귀국할 날을 기다려야겠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