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보낸 2일째 날이다.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는 캠핑장이긴 했지만, 매우 안전한 울타리가 쳐져있는 관계로 맘 편히 잠을 잘수 있었다.


이 캠핑장은 나미비아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몇년전에 새로 깔끔히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매우 고급스러운 캠핑장이었다.



우르스는 십년전인가... 15년전에 이 에토샤 국립공원 투어를 해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렇게 깔끔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이 아저씨 참 돈 많다... 엘리자베스2호라는 초호화 유람선을 타고 세계일주도 해봤고, 한국 빼고는 안가본데가 없는듯 하다.





트럭 안 내 자리에서 밖을 쳐다보면 이렇게 보인다.


양옆은 뻥 뚫린 창문이라 맘만 먹으면 동물을 만질수 있을정도로 오픈되어 있다.



허나 앞쪽은 예기치 못하게 동물과 충돌했을때를 대비하여 안전망이 쳐져있다.


지금 앞쪽에 보이는건, 스프링복 무리임.


겁도 없이 아스팔트길 위에서 트럭을 막고 서있다.



원래는 동물이 앞을 가로막으면, 알아서 비킬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언제 비킬줄 알고 주구장창 기다리나...;;;


대충 차를 슬슬 전진시키면 알아서 다들 비켜난다.


그래도 절대 직접 터치하거나, 차로 밀거나 하면 안됨.





빅5중에 하나인 코뿔소다.


엄청나게 큰 뿔이 두개나 달린 레얄 코뿔소임.



멀리서 딱봐도 코뿔소의 가죽은 엄청나게 두꺼워 보였는데,


사자는 저런 코뿔소도 잡아먹는단다.


맥도날드 임팔라가 있는 이상, 힘들여서 저런 맛없는 코뿔소를 잡아먹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맘만 먹으면 사냥할수 있다고 함.



우리가 이 투어를 하기 직전쯤에...


외국인 중 한명이 코뿔소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코뿔소한테 받혀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해서 그런지,


더 무시무시해 보였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저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을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뭐 무자격 사파리 업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동물들을 직접 만지거나 가까이 갈수 있게 해준다던데,


그런걸 이용해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변을 당한걸로 사료된다.





딱 봐도 무식하게 생긴 코뿔소임.


지금 보이는 코뿔소의 뿔은 옛날부터 최음제와 해열제 등으로 쓰였으며,


아랍인들에게는 칼의 장식용, 그리고 중국에서는 술잔 등의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바람에,


수많은 코뿔소가 죽어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밀렵을 막기 위해, 일부러 코뿔소를 잡아다가 뿔을 잘라버리고, (잘라내면 나중에 다시 또 자람)


혹시라도 멸종됐을때를 대비해서, 코뿔소를 미국, 호주 등지로 수출해버린다고 한다.


나중에 멸종되면 그 나라에서 다시 가지고 들어올려고...;;;



아프리카에 가보지 전까지는, 밀렵을 어떻게 하나 잘 상상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넓다고해도, 순찰차 좀 늘려서 밤에 감시하고... 총소리 들리면 그쪽으로 가고,


국립공원으로 통하는 입구를 다 막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와보니 그건 택도 없는 소리였다...



에토샤 국립공원의 크기는 2만평방킬로미터... 서울의 면적이 600평방킬로미터니까....


대충... 몇배야..;;; 30배가 넘는다고 보면 된다.





요건 말인지 소인지 사슴인지 뭔지 알수 없는 희한한 동물. 크누인지 그누인지 그걸로 생각됨.


왼쪽은 어미이고 오른쪽은 새끼로 추측된다.





이건 우리에게도 익숙한 쟈칼이다.


여우 아님.


쟈칼임.


쟈칼도 종류가 엄청 많은데, 이건 검은등쟈칼이다.


왜 검은등 쟈칼인지는, 딱 보면 알겠죠?



나름 육식동물이라서 보기 힘들다는데, 우연찮게 한마리 보게 됐다.


나중에는 쟈칼이 새를 잡아먹는 모습도 목격했음.


내 사랑 우르스랑 단둘이 말이지...♡





여기는 에토샤 판 이라고 불리우는 염전이다.


남미에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다면, 아프리카에는 에토샤 소금사막이 있는데,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염전이라고 한다.



허나 실제로 보면 염전이라기 보다는... 진흙이 굳은거로 보는게 더 맞을듯 싶다.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우리가 우유니에서 찍었던 그런 사진들, (사람이 사람을 들고 있다든가, 원근감을 이용한 사진들)


많이 찍는다고 하던데... 


너무 더운데다가, 그런 사진 찍으려면 저 멀리까지 뛰어가고 그래야 되서 그냥 귀찮아서 안 찍었음.





이건 64배줌으로 땡긴 코끼리다.


20배줌으로도 안 보여서, 디지털줌까지 이용해서 찍은 사진임...;;;



나중에 보츠와나에서 너무너무 많은 코끼리를 봤는데,


그럴줄 알았으면 이때 이렇게 열심히 찍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이름은 들었지만 까먹은 새다.


오른쪽 다리에 초록색 테이프가 감겨져 있는걸로 봐서는, 뭔가 연구용으로 잡혔다가 풀려난 새로 추측된다.



에토샤 국립공원에는 4발 달린 동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새와 곤충과 식물들이 살고 있는데,


우리는 4발 달린 동물 보기에도 벅찼음.



원래 더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예전에 남아공 군대랑 아프리카해방전선기구?.. 뭐 그런 이름을 가진 게릴라 부대랑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신나게 치고받고 하는 바람에,


많은 생물들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이건 왠 풀밭인가 싶겠지만, 사진을 잘 보면... 중앙에서 위로 1, 우로 1정도 간 지점에 하이에나의 엉덩이가 보인다.


사실 난 아프리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동물이 하이에나였다.


왠지 고독하면서도 야성미가 느껴지는 이름.


너무나도 보고 싶었으나,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하이에나도 육식동물인데다 겁이 많아서 자주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허나.... 트럭을 타고가다가 하이에나가 트럭 바로 옆에 나타났다.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에토샤 국립공원은 물론 모든 국립공원에서의 제1 원칙은, 소리를 지르지 말것... 플래쉬를 터뜨리지 말것이다.


소리를 지르면 동물들이 놀라서 도망가기 때문에, 절대 소리를 지르면 안된단다.



그래서 꾹 참고 카메라를 켰는데...


바로 뒤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S군이 엄청난 목소리로 "하이에나!! 하이에나!!! 하이에나 나타났어요!!!" 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하이에나는 그 소리에 풀숲으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이 사진 한장만을 건질수 있었다...



그래도 난 양반임.


반대편쪽에 있던 실비아와 우르스는 하이에나 엉덩이도 못 본채, S군의 목소리만 들어야만 했다.



내가 아직 덜 성숙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때는 겁나 빡쳤음.


망할. 진짜 보고 싶었던 하이에나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리다니...


아... 아....


아 씨박... 왜 나도 똑같은 돈내고 투어에 참가한 고객인데... 내가 왜 내 권리를 못 누리고 있는걸까...


망할... 니미럴... 다시는 초딩이 껴있는 투어팀에는 참가하지 말아야지...


그나마 우리는 초딩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았음에도 별 무리 없을거라 판단하고 투어에 참가했지만,


경희씨나 다른 외국인들은 그런 사실도 통보받지 못한채 그냥 참가했다고 한다...;;



개중에 날 더 빡치게 한건, 소리 질렀다고 아버지에게 혼나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듯한 S군의 태도였다...





차를 몰고가다가, 가이드가 창밖에 뭐가 있다고 손가락질 하길래 봤더니,


반대편 차선에 도마뱀 한마리가 차를 가로막고 서있었다.


이건 왠 도마뱀이야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새끼 카멜레온이었음..ㅋㅋㅋ


차를 가로막고 서있는 모습도 귀엽고, 동글게 말린 꼬리도 귀엽다.


뭔가 좀 커다란 카멜레온이었으면 더 잘 보였을텐데, 그래도 새끼 카멜레온이라도 본게 어디야..ㅎㅎㅎ



카멜레온이라서 흙밭에 있을때는 당연히 황토색으로 변신해서 앉아있을줄 알았는데,


저놈은 아직 새끼라 그런지, 간지나게 초록색을 유지하며 당당히 앉아 있었다.



저 망할 카멜레온 때문에, 반대편 차선에 있던 차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속 서있기만 했음.





여기는 캠핑장에서 만든 인공적인 물웅덩이가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다.


서울의 30배가 넘는 이 국립공원을 열심히 뒤지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물들이 많이 몰려드는 이런 물웅덩이를 찾아 다니는거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가이드 8년차인 마마와 에이스 드라이버인 데이브가 열심히 운전해서,


이 물웅덩이까지 왔는데,


질리도록 봐온 스프링복이랑 오릭스밖에 없다...



표범은 야행성이니까 없다고 쳐도, 다른 동물 어딨냐고요..ㅠㅠ


뭐 큼지막한거 있잖아... 사자라든가.. 코뿔소라든가... 뭐 코끼리 같은거..ㅠㅠ





대충 오전부터 시작한 게임 드라이브 (동물을 찾아서 신나게 운전해서 돌아다니는 거)를 끝마치고,


잠시 점심을 먹으러 캠핑장에 왔다.


원래 일정은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에, 오후에 다시 또 게임드라이브를 떠나는거였는데...


이게 아무래도 영 내키지 않는다.



왜냐믄, 어차피 돌아다녀봤자 보는거라곤 똑같은 동물들 뿐이고...


사자나 표범 같이 희한한 동물은 볼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볼수 없을 확률이 훨씬 높음.)


계속해서 먼지 날리고 더운 트럭에 앉아 있을 생각하니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우르스가 나에게 얘기했다.


"야.. 너 오후에 게임 드라이브 갈거임?"


"ㅇㅇ.. 당연히 가야 되는거 아님? 안가도 됨?"


"ㅇㅇ. 난 안갈거임. 그냥 여기서 쉴래. 사실 난 남아공에서 표범도 봤고, 사자도 봤고, 다 봤어. 그리고 볼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더운 트럭에서 또 다시 견디냐..."


"오... 진짜?"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안간다는 얘기 하지마. 난 몰래 가이드한테만 얘기했으니까..."


"ㅇㅇ. 그럼 나도 가이드한테만 몰래 말해야겠다. 그냥 여기서 맥주나 마시면서 쉬어야지."



그렇게 가이드에게 몰래 가서, 나랑 진희는 우르스랑 같이 캠핑장에 남아있겠다고 했다.


근데 옆에 계시던 다른 한국팀원들이 안가도 되는거면 모두들 남겠다고 했다.


다들 타는듯한 더위와 먼지에 많이들 힘들었나보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전부 다 안가겠다고 했는데, 오스트리아 처자 실비아는 가겠다고 한거다.


사실 이건 기본요금에 포함되어 있는거니까, 가고 싶으면 가는게 맞는거다.


만약 가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자기 혼자 캠핑장에서 쉬면 되는거고, 갈 사람들은 그냥 가면 된다.



허나, 10명중 1명 빼고 모두가 안간다고 해버렸고...


아무리 자기 주관이 뚜렷한 실비아라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나 혼자 갈테니 드라이버랑 가이드는 나를 따라서 와요. 라고 말할수는 없었나보다...


계속해서 가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자기도 안 가겠다고 포기해버렸다.



그때 우르스는 나에게 얘기했다.


"내가 이럴줄 알고, 너한테만 얘기한거였는데... 왜 갑자기 이 사단이 난거임? 실비아가 뭔 죄임?"


"나도 모름. 난 결백함. 난 진짜 조용히 가이드한테만 얘기했는데, 다들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안가겠다고 한거임..."



이때 실비아에게 상당히 미안했었고, 나중에는 따로 사과까지 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수영장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


우르스가 표범을 보여주겠다면서 나를 물웅덩이로 데려갔다.



진리의 우르스가 하는 말이라서, 진짜 표범이 있는줄 알고 따라갔는데...


망할 이 스위스 할아범이 나를 낚았음.


자기 혼자 가기 싫으니까 나보고 표범 보여줄테니 따라오라고 한거였음.



난 진희까지 내팽개치고 따라간거였는데...ㅋㅋㅋ


결국 우리는 코끼리 한마리가 엄청난 물을 마시는 모습만 보고는 돌아왔다.





낮의 물웅덩이는 매우 평화로웠다.


저 코끼리 한마리만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우르스가 말하길, 코끼리는 한번에 80리터까지 물을 마실수 있단다...



난 궁금해서 물어봤다.


"헐... 그것도 신기하긴 한데... 님은 그런거 다 어떻게 알고 있음? 동물에 관심 있음?"


그러자 우르스가 말했다.


"난 젊을적에 미친듯이 돈만 벌었어... 그러다가 문득 후회가 밀려왔지. 그래서 그때부터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중이야.


그중 하나가 동물이나 식물등을 공부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거지. 그래서 아는거임."



이거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거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하지만 그럴려면 우르스처럼 4성급 호텔의 주인장이 될만큼 돈을 벌어야되나....;;;





아까 말했던 검은등 쟈칼이다.


코끼리가 물마시는데 계속해서 물가를 기웃기웃거리더니,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새떼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결국 두마리가 합심해서, 새 한마리를 사냥했음.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이 사냥하는 모습과, 짝짓기 하는 모습을 보는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던데...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덕을 쌓으셨나보다.





이건 저녁먹고 나서 야밤에 다시 물웅덩이에 갔을때 모습이다.


코뿔소 떼가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지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다...ㅡ_ㅡ



결국 사진 중간에 있는 놈이 져서, 저 멀리 달아나버렸고,


오른쪽에 무리로 있는 놈들만 물을 마시게 되었음.




나는 트럭킹을 하면서, 야생동물을 본것도 매우 좋았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게 더 좋았다.


이날의 일은 아니고, 몇일전 그 스피츠콥프에서 있었던 일인데... 이런 일이 있었다.



아프리카는 진짜 겁나 덥다. 매우 덥다.


그래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때는 시원한 수박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마마 전용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냉장시킨 수박이었는데...


이 수박이 문제였다.


우리의 사람수는 10명... 스텝까지 합치면 13명.


식사는 부페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들 줄을 서서 차례대로 음식을 떠다가 제 자리에 앉아서 먹고...


그 후에 더 먹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가서 먹는 식으로 진행된다.



근데... 이 수박.


솔직히 이 쪄죽겠는 날씨에 시원한 수박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근데 이번에도 애들이 문제였다.


뭔놈의 식탐이 그리도 많은지... 우선 식사가 준비됐다고 말하면 무조건 가장 앞에 가서 선다.


누군가 서 있어도 상관 없다. 그냥 새치기를 해서 가장 앞에 선다.


망할... 외국인들은 참 성격도 좋다... 그냥 웃으면서 "새치기 하면 안돼~~" 이렇게 얘기하고는 끝낸다.


(허나 속으로는 겁나 빡쳤었나보다... 우르스는 훗날 말했다.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고.)



근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다.


수박을 전부 다 들고 간다... 보통 수박은 한 사람당 1개~2개 정도로 할당되어 있는데,


애들이라 그런지, 3~4개씩 들고 간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지막쯤에 있는 사람은 수박을 못 먹게 된다...



나는 한번도 수박을 못 먹은적은 없다. 그래도 하나정도씩은 먹었는데,


이날 실비아가 식사를 담고 있는데, 망할!!! 수박이 없어!!!! 뭔가 빨간국물이 있는걸로 봐선 수박이 있어야 할 자린데 없어!!!!


그래서 실비아는 빡친 나머지,


모두가 식사중인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 수박을 못 먹었다. 다음부터는 다들 수박을 먹기 전까지는 너무 많이 가져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진희는 그걸 보면서 정말 속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왜 우리는 저런말도 대놓고 하지 못하는 찌질이일까...


우리도 분명 애들이 그렇게 수박을 몽땅 들고 가는게 빡치고 짜증났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얘기하면 왠지 수박가지고 어른이 쪼잔하게 구는거 같고... 부모님들 보기에도 좀 그렇고...


아... 정말 서양인들은 대단하다.


저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깔끔하게 딱 말하고 끝내다니. 뒤끝도 없다.


우리는 매일밤 텐트에 들어가서, 그날 빡쳤었던 일을 풀어내기 바빴는데... 실비아는 깔끔하게 딱 말하고 끝낸다.


저런게 너무나도 본받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나마 블로그에다 찌질이처럼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일이 있을때마다 난 생각했다.


'아.. 나도 분명 제가격 다 주고 온 고객인데, 왜 내가 남을 배려해야 되는거지? 저들이 날 배려하지 않는데 나는 왜 배려를 강요당해야 되는거지?'


이런게 쌓이고 쌓이다가 마지막쯤에 후지산 분노 대폭발이 일어났던거 같다..


나도 실비아처럼 그때그때 빡치는 일이 있을때마다 딱 까놓고 얘기해버렸으면 대폭발이 일어나진 않았을텐데 말이야...



더 웃긴건 그 후의 일이다.


실비아가 그렇게 한번 터뜨리고 났더니, 다음 식사 때부터는 애들이 수박을 조금만 들고가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는 또 있다.


만약 수박이 20조각이 있다고 치자... 그럼 다들 수박을 담을때, 2조각씩 가져가면 모자르니까 우선 1조각씩만 가져간다.


그러면 이제 7조각이 남겠지?


그럼 애들이 수박앞으로 가서 부모님들에게 여쭤본다.


"엄마. 이거 먹어도 되요?"


그럼 부모님은 말씀하시지. "다른 사람들 다 먹었으면 먹어도 돼."


그럼 애들은... 7개를 열심히 먹어치운다...



망할... 이중에서 수박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거다..


누구든지 달려가서 저 시원한 수박을 냉큼 먹어버리고 싶을거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배려로 꾹꾹 참으며 하나씩 하나씩 먹는건데, 그걸 다 먹으라니...



아... 얘기하면서도 다시 빡치는데, 모든 문제는 부모님이었던거 같다.


왜지... 유명한 아동 정신과 의사신데다가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 아동심리학자신데...


왜 그러시는거지..


누구나 자기 자식한테는 관대해지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는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걸 내가 왜 이해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나도 인생에서 크나큰 모험을 하면서, 힘든 시간 쪼개면서... 없는돈 짜내가면서 온 여행이다.


일생에 단 한번일지도 모르는 아프리카 여행인데,


내가 왜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느라 내가 누려야 될 권리를 포기해야 되는건지 난 당최 모르겠다.


어른이라서? 형이니까? 누나니까? 애들이니까?


내가 이런 얘기를 실비아에게 얘기했더니, 실비아가 이렇게 얘기했지.


쏘 왓??? (그래서 어쩌라고? 나랑 뭔 상관임?)


맞는 말이다. 내가 왜? 내가 왜 편의를 봐줘야 되는건데? 나도 똑같은 돈 내고 일생의 단 한번뿐인 여행인데?



하여간 얘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대충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얘기해야겠다. 아직 트럭킹은 9일이나 남았으니까요.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