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8-Spain2012. 12. 16. 03:08

어제밤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구엘공원을 다음날로 미루고 바르셀로나에 하루 더 머물것인가...


아니면 구엘공원까지 다 봐버리면 그냥 다음날 바르셀로나를 떠날것인가...


일주일도 부족하다는 바르셀로나를 하루만에 봐버리는건 예의가 아닌듯 싶지만,


숙소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전부 봐버리고 떠나버리기로 했다.



바뜨. 


구엘공원을 밤에 갔더니 아무것도 안 보인다... 뭐 대충 보긴 했으나,


그거 가지고 구엘공원 봤으니까 떠나자!!! 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구엘공원을 찾았다.


망할 주차장은 버스밖에 주차할수 없다고 해서, 주차장 찾느라 한시간은 빙글빙글 돌아다닌거 같다.


여하튼 그렇게 다시 찾은 구엘공원.



입구에서부터 뭔가 요상한 건축물들이 있었다.


어제밤에 왔을때는 어둠 때문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었다.


딱 보는 순간, 저건 가우디 형이 만들었구나 싶을정도로 아이덴티티가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어떤 느낌이였냐면....


어제 본 산이랑 바다를 주제로 한 집, 까사 밀라와 까사 바뜨요는 색이 있는 도자기 비슷한걸로 모자이크 해놨다면,


이건 그냥 색이 없는 돌덩이들로 모자이크를 해놓은 느낌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자연스러움을 버리지 않는것이 특징인가보다...



시멘트로 바른건진 모르겠으나, 만들어놓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대단히 고퀄이었다.


멀리서 봤을때는 돌무더기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깨알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무슨 공원 하나 만드는데도 이리 정성을 쏟았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놨다.


이걸 설계한 가우디도 대단하고, 이 돌을 전부 쌓아올린 돌쟁이들도 대단하다.


비록 지금은 인디안들이 점령한 구엘공원이지만,


이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으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닌가, 비주류로 분류되서 배척당했을라나...



여담이지만.


우린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사람보다 인도 사람을 더 많이 만난거 같다.


특히 구엘공원에는 냉장고 자석을 파는 인도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짝퉁가방을 팔고 있는 흑형들보다도 많이 있었다.


관광 기념품 판매는 인도인들이 꽉 잡고 있는듯 하다.





어젯밤에 왔을때는 그 존재여부조차도 몰랐던 공원이다.


타일 모자이크로 처리한 벤치들이 공원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앉는 곳에 물 빠지는 부분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아,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성까지도 생각해서 만들었나보다.



개인적으로 저 모자이크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원래 제대로 프린팅된 타일을 깨뜨린 다음에 다시 모자이크로 처리한건지...


아니면 그냥 타일이라는 타일은 전부 깨버린 다음에,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모자이크 처리한건지 모르겠다.





참고로 모자이크에 대한 한가지 추억이 있는데...


때는 중학교 1학년때, 미술시간이었다.


이종범 선수를 닮은 미술선생님께서 처음 오셔서 하는 수업이었는데, 주제는 모자이크였다.


시간은 한시간.



다들 대충대충 꽃이랑 하늘 그려놓고 색종이를 듬성듬성 붙이고 있을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난 천원짜리 지폐를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야 뭐 대충 그려서 상관 없었는데, 문제는 모자이크였다.


디테일에 신경을 쓴 본인은, 남들처럼 손으로 색종이를 쭉쭉 찢어서 모자이크 한다는 것을 용납할수 없었고.



결국 샤프끝으로 (0.5mm 되겠음.) 색종이를 모두 찢어 모자이크 하기 시작했다.


실제 천원짜리랑 똑같은 사이즈로 만들다보니, 엄청난 양의 색종이가 필요했다.


게다가 지폐를 보면 알겠지만, 다 비스무리한 색상들밖에 없어서 구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좀 진한 분홍색은 분홍색 5번 붙이고 주황색 1번 붙이고 하는 식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결국 1시간이 지나 수업이 끝났고, 난 1/10도 완성하지 못했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학교가 끝날때까지만 완성해오면 인정해주신다고 하셨고,


그날 쉬는시간이고 밥먹는시간이고 뭐고 계속 그짓만 하고 있었다.


허나 그래봤자 1/5도 완성하지 못했고... 난 왜 애초에 지폐를 주제로 삼았을까 절망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난후에도 계속 그짓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오시더니...


다 못한건 아쉽지만, 나의 열정과 디테일을 봐서 만점을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만점을 받은것보다 완성하지 못했다는게 더 신경이 쓰였었다...



그때는 참 디테일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왜 이리 대충대충 사는지 모르겠다.





구엘공원의 가장 메인이 되는 곳의 모습이다.


이 계단 중간쯤에는 어젯밤 찍었던 도마뱀이 자리잡고 있고,


그 위로는 아테네신전 기둥같은 것들이 쭉 늘어서있고, (위에 사진에 있음)


그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건 저 위에 있는 타일로 모자이크한 벤치들이다...



개인적으로 로마의 스페인계단보다 여기가 더 멋졌다.


참고로 이 계단의 양쪽 옆에 있는 벽면들도 그냥 보면 체스판처럼 단순하지만,


저게 하나는 움푹 들어가고 하나는 나오고 하는 식으로 표현해놨다.


가우디는 동화속에 살고 싶은 사람이었나보다...





그렇게 구엘공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2박3일이었지만... 실제로 바르셀로나를 본것은 단 하루뿐...


아쉬움이 남을법 하지만, 보고 싶은건 다 봐서 그런지 별 아쉬움은 없다.



좀 제대로 된 숙소가 있었더라면... 좀더 여유롭게 천천히 둘러봤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좀 남을뿐이다.


그니까 도시 자체는 매우 마음에 드는 도시였음.


깔끔하고 볼것도 많고, 건물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고 특이한 그런 도시.


허나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는게 함정임...


여행이라는게 날씨, 숙소, 음식, 만나는 사람, 보는것 등등 모두 합쳐져서 이뤄지는건데...


우린 그중에 숙소를 잘못 만난거다.



그래서 그 다음날은 4성급 호텔에서 잤음.


응? 왜요?





여기가 우리 호텔에서 보이는 뷰다.ㅎ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쪽의 그라나다 라는 도시로 가기 위해 중간에 잠시 쉬어간 동넨데,


동네 이름은 타라고나.


뭐라드라... 지중해의 발코니 라고 불리는 동네란다...;;;;;


그만큼 그냥 동네 자체가 전부 숙박시설이다.



반경 5km쯤은 전부 숙박시설이고,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모든 건물이 닫혀있다.


상점은 물론 일반 거주지까지 전부 닫아 버렸다. (창문을 블라인드같은걸로 꽁꽁 싸매놨음...)


도시 자체가 죽은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보니까 성수기때만 팬션처럼 빌려주고, 비수기때는 아예 다 닫아버리는거 같았다.


이 근처에서는 유일하게 우리 호텔만 문을 열었고... 그래서 그런지 가격이 엄청 쌌다.


4만원정도에 4성급 호텔에서 잔거 같다.



신혼여행 갔을때도 구리구리한 콘도에서 잤는데, 여행와서 4성급 호텔에서 자보다니...출세했구만.


여하튼 이렇게 여행중 가장 높은 등급의 호텔에서 자면서 다음 여행지를 꿈꿨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