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13-France2012. 12. 14. 04:32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니스에 오긴 왔는데,


휴양은 커녕 아무것도 할게 없는 우리는 밤새도록 맥주만 마셔댔다.


프랑스 까르푸에 가면 250ml짜리 맥주 24병을... 단돈 3유로에 팔고 있다.


6000cc를 4500원에 팔고 있는거임.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우리는 마구마구 사마셨다.





전날 장렬히 전사한 맥주병들의 모습이다.


이 맥주는 4.9도짜리 맥주인데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다음날 숙취도 없다.


술이라는게 마시면 좀 알딸딸하고 해야 제맛인데, 이건 그냥 음료수 수준이다.


게다가 한병에 250ml밖에 안되서, 뚜껑 따고 두모금정도 마시면 끝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프랑스는 이렇게 작은병으로 되어있는 술들이 캔이나 큰 병에 비해서 쌌음.


환경보증금 이런것도 없었음.





날씨가 좋다. 이게 바로 니스의 날씨다.


왜 이렇게 날씨가 좋냐면,


우리가 떠나는 날이니까요....



희한하게 스페인에 와서도 계속 관광하는 날에는 날씨가 꾸물꾸물거리고,


우리가 이동하는 날에는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얼굴이 다 탈 정도다.


저주 받았나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다.


우린 이런 날만 골라서 운전하는거 같다.


차라리 운전하고 이동하는날 날씨가 꾸물거리고, 관광하는날 날씨가 좋으면 좋으련만...


희한하게 반대로 되가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니스를 떠나 스페인으로 가는 도중에 가보고 싶던 도시는 꽤 많았다.


개중에는 액상프로방스부터, 님 등의 다른 도시들도 있었지만...


난 개인적으로 아흘르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의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가 아흘르다.


우린 멋도 모르고 차 끌고 시내로 들어갔다가 지옥을 경험했다.


골목골목길이 너무 좁아서, 차가 한번에 회전을 못한다.


옆구리를 긁어먹을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꾸역꾸역 차를 빼느라 너무 고생했다.



골목길 코너에 차가 걸려서 빼도 박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프랑스인들이 몰려들었다.


오... 역시... 위기에 처한 외국인을 보고 그냥 안 지나치는걸 보니 선진국 프랑스 답구만.


나에게 오라이, 빠꾸를 외쳐주세요.


라고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 망할 할아범들이 모두들 한손엔 바게뜨를 들고 한손엔 담배를 피워대면서,


우리를 구경만 한다.


우리가 겨우겨우 차 뺄때까지 한마디도 안하고 그냥 구경만 하다가 갔음...


뭐지, 건물주였나...





여기가 아흘르 메인 광장이다.


우리가 간날은 뭔진 몰라도 축제가 하나 벌어지고 있었다.


축제라도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수준의 작은 축제였지만, 여하튼 메인 광장에 이것저것 행사장이 설치되어 있었고,


중세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유럽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온통 이런 분위기다.


다음에 유럽에 올 일이 있으면, 무조건 크리스마스는 피해서 와야겠다.





여기가 바로 내가 그토록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고흐의 명작 중 "밤의 카페테라스" 라는 작품의 모델이 되었던 카페다.


개인적으로 뭉크의 "절규"만큼이나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흘르는 고흐가 살았던 도시로도 유명한데, 이곳에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고 한다.


특히 말년에 정신병을 앓았던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도 아흘르에 있다.



현재의 카페는 약간의 보수만 있었을뿐, 고흐가 그렸을 당시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원래 여기서 커피라도 한잔 하려고 했으나,


아숩게도 문 닫았음.


괜찮다. 예상했던 일이다. 익숙하다.





저 위의 사진만 보고 뭔 작품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은 이 그림을 보시면 알듯...


실제로 고흐가 즐겨찾았던 "카페 드 라 가르"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참고로 지금은 "카페 드 고흐" 라고 이름이 바뀌었음....)



비록 밤에 본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직접 볼순 없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의 실제 모습을 볼수 있다는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 그림은 나에게 꽤 의미있는 작품이다.





아흘르에는 저 카페 하나만 보러 온거였다...;;;


원래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잔 하려 했으나, 문을 닫아서 실패했고...


주차시간은 남아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쳐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시내나 한바퀴 걷기로 했다.


아흘르 광장에는 여전히 축제가 한창이었고, 가운데에서는 유도시범이 펼쳐지고 있었다.


프랑스는 유도붐인가 보다... 니스랑 모나코에도 유도관련된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었는데...


여기도 이렇게 메인광장 한복판에서 유도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시내를 걸어다니면서 이상하게 말똥이 너무 많길래,


여기는 아직도 말을 타고 다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축제의 일환으로 말타는 행사가 있었다...;;;


잘 보면 뒤에는 다 정상적인 말이고,


가장 앞에 있는 말은... 원래 품종이 저런건지 왜소증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갓난아기들만 탈수 있는 말이다.


아기도 귀엽고 말도 귀여워서 한컷 찍어봤다.





아흘르의 골목길들을 돌아다니면서 생각해봤다...


어쩌면 이 길을 고흐도 걷지 않았을까....




원래 아흘르는 예정에도 없던 도시였다.


그저 스페인 가는 중간에 볼만한 곳이 없나싶어서 찾다가, 고흐가 살았던 도시가 있다고 해서 와본 거였다.


오로지 카페 하나만을 보고 온 도시라,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으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의 모티브가 된 곳을 직접 본다는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영원히 잊지 못할 작품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