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7-Swiss2012. 12. 8. 04:37

제목이 '알프스 위에서 보드를 즐기다.' 가 아니고 '알프스 위에서 보드를 타다.' 인 이유는,


즐기지는 못했음.


망할놈의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서, 우리는 마테호른을 보지도 못한채 스위스를 떠나왔다.


지금부터...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겼던 날에 대해 적어보자.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당신도 할수 있다. 근데 좀 많이 필요함.





어제 주인아저씨에게 스키렌탈샵 좀 추천해 달라 그랬더니,


사이즈를 막 물어본다.


오... 설마... 뭔가 연결되있는 렌탈샵 같은거 있나? 하면서 대답해줬더니,


스키를 빌려주려고 하신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서 당연한거겠지만, 숙소에 스키용품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음...


알고보니 자기는 스키 선수란다... 뭔가 유명한 사람처럼 얘기하셨는데, 신빙성은 없음.



여하튼 우린 스키 안타고 보드 탈거라고 했더니, 그럼 헬멧이랑 고글을 빌려주겠단다.


난 한국에서도 헬멧이랑 고글 안 쓰고 스키 타던 사람이라 별 필요 없었는데,


체르마트 스키장은 무조건 헬멧을 쓰고 타야된단다.


이날은 뭘 이리 엄살을 떠나 싶어서 귀찮았는데, 2일간 보드를 타면서 느낀 점은.


헬멧이랑 고글이 없었으면 난 지금쯤 맘모스랑 같이 알프스 산맥에 묻혀 있었겠지.



여하튼 그렇게 과잉친절한 주인장 아저씨의 부인분께서 체르마트 바로 앞 정거장인 타쉐까지 태워다줬다.


김여사라 놀리면 안된다.


눈길을 넘어선 빙판길을, 스틱 승합차로 질주하시는데 난 반할뻔 했다.





알프스에서 스키 타는 방법은 겁나 간단하다.


1. 스키패스 구입. (정가제임. 할인따윈 없음.)


2. 렌탈샵에서 장비 대여.


3. 눈에 보이는 모든 이동수단을 타고 산 꼭대기로 가서 신나게 내려옴.



정말 이게 끝이다.


우선 아무역이나 가서 스키패스를 사면 된다. 이게 뭐냐면 교통편을 무제한으로 쓸수 있는 패스다.


참고로 알프스의 스키장은 시시하게 리프트 타고만 올라가는게 아님.


리프트, 곤돌라, 기차 등등을 모두 이용해서... 무조건 산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체르마트에는 렌탈샵이 꽤 많은데... 대충 가격대는 비슷한거 같다.


보드 + 부츠 + 팬츠 + 장갑.... 대략 50유로. 한사람당 하루치니까, 우린 총 200유로를 좀 넘는 돈을 주고 빌렸다.


원래는 300유로에 가까운 돈이였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좀만 깎아주세요.ㅎㅎㅎ" 라고 했더니,


갑자기 급정색 빨면서, "왜?" 라고 나에게 되묻는다. 


....


그러게... 왜 깎아달라 그랬지?... 요금표에 나와있는 요금대로 받겠다는데 왜 깎아달라 그랬지?


이제까지 여행하면서 수백, 수천번 깎아달라는 말만 해봤을뿐, 왜인지는 생각해본적이 없는 나는 멘붕에 빠졌다..


"그..그게.. 흠... 2일이나 빌리니까?....... 안되겠죠?..."


라고 했더니, 갑자기 가격표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그래. 그럼 214유로만 내놔."


흠....난 원래 1단위만 깎아달라 그럴라 그랬다. (대략 286유로였나 그래서 280으로 깎아달라 그랬던거였음.)



겁나 쿨하다. 그냥 깎아달라고 한마디만 했고, 왜 깎아줘야 되는지 설명도 못한 원숭이에게 쿨하게 10만원 넘게 깎아준다.


여기가 스위스다.



아.. 그리고 신기했던거 또 한가지.


우리나라에선 보통 보드를 빌려달라 하면, 당연히 레귤러(왼발을 앞쪽으로 하고 타는 보드)로 알아서 셋팅해준다.


근데 여기서는,


레귤러인지 구피인지부터 시작해서, 부츠는 어떤걸로 선택할건지...


가장 놀라운건, 바인딩의 각도까지도 전부 알아서 정해야 된다. (부츠랑 보드 연결해주는 그 지지대의 각도)



당연히 한국에선 주는대로 탔기 때문에, 그냥 노멀하게 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모든 장비는 개인에게 맞춰서 착용하는거다. 노멀이라는게 있을수 없다."


라고 하면서 각도를 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대충 내가 타는대로 맞춰서 타긴 탔는데,


저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뭔가 유행을 따라가는게 아니고, 순수하게 자기가 타고 싶어서 탄다는 느낌이 강했다.





체르마트의 스키장은 총 3개로 구분된다.


가장 왼쪽부터 Rothorn, Gornergrat 그리고 paradise...


그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인 paradise가 좀 골때리는데... 이건 이탈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스키장이다.


그래서 꼭대기에 딱 내려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내려가다보면 어느덧 이탈리아 땅으로 넘어가게 된다.


(참고로 지도 오른쪽이 이탈리아땅인데, 지금 보이는것만큼 이상의 슬로프가 더 있다.)


그래서 제일 처음에 스키패스를 살때, 이탈리아까지 갈건지 or 스위스땅에서만 탈건지 정해서 표를 사야된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 파란색은 초급, 빨간색은 중급, 까만색은 최상급이다.


이 지도에는 없지만, 크로스컨트리, 설신 신고 걸어다니는 길, 썰매 타는 슬로프 등등... 어마어마한 슬로프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점은.


이건 그냥 정설작업을 해놓은 슬로프일뿐이지... 만약 정설작업이 안된 순수한 상태의 눈(파우더라 부르는 상태)에서 스키를 타고 싶으면,


닥치고 아무데나 가면 된다.


그냥 산 전체가 전부 스키장이라고 보면 된다.





날씨가 겁나 안 좋은 관계로, 우리는 Gornergrat으로 향했다.


(3개의 스키장중에 유일하게 여기만 날씨랑 상관 없이 언제나 스키가 가능함.)


체르마트 동네에서 기차를 타고... 40분동안 올라가야지 정상에 도착한다.


중간에 2번정도 쉬는데, 그때 내려서 스키를 즐겨도 무방하다.



말 그대로 자유다.


그냥 지가 타고 싶은 곳에서, 지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알아서 타면 된다.


참고로 꼭대기에서 마을까지 스키만 타고 내려온다고 가정했을때 4시간 넘게 타야된다는 얘기가 있다.


게다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마을로 내려오려면 마지막에 꼭 중급자 코스를 타야 되는데...


이게 난이도가 우리나라 난이도랑 완전 다르다.



우리는 초급자 코스만 계속 타다가 왔는데, 초급자 코스의 난이도는 우리나라에서 왠만한 스키장 중상급자 코스보다 어려웠다.


참고로 난 초등학교때부터 스노우보드를 타서 대충... 15년 넘게 보드만 타왔으니 그냥 내말 믿는게 좋을듯.





밑에도 그러더니, 위에도 눈지옥이다.


이 가파른 산길을 어떻게 기차로 올라가나 싶었는데...


선로를 보면 톱니바퀴 같은게 있다. 도떼월드에서 청룡열차를 타면 처음에 각각가가가가가가각각 거리면서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그때랑 비슷하게 톱니바퀴를 이용해서 열심히 올라가는 구조인거 같다. 



이때 엄청나게 설레였다.


회식때 거나하게 술한잔 하고, 2차로 단골 싸구려 노래방을 가서는,


"에블데얌셔플링~ 빰빰빠빠~"를 부르면서 신나게 재롱을 부리고 있을때...


화면에서 나오는 알프스에서 신나게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그걸 보며... '아... 난 왜 이러고 있지. 나도 저렇게 스키 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그게 오늘 이루어진거다.





드디어 슬로프 정상이다.


이 기차는 스키 타는 사람들만을 위한게 아니므로, 일반 전망대 오는 사람들도 마음대로 탈수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셨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스키를 즐기는 인구가 대부분이었으며,



내가 느낀 결과.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 안전하고, 매너있고, 깔끔하게 스키를 즐기신다.





그냥 전부 눈밭이다.


지금 양쪽으로 폴대가 꽂혀있는건, 정설이 된 곳이라는 거다.


정설이라는게 뭐냐면 눈을 좀 다지는 작업이다.



그냥 맨 눈에서 스키를 타면, 진짜 힘들고 위험하다.


넘어졌을때 도저히 일어날수가 없다. 허리까지 푹푹 빠진다. 


그렇기때문에 조금 단단하게, 정설이라는 작업을 해줘야지만 힘도 안 들고 넘어져도 쉽게쉽게 일어날 수 있다.



처음엔 와우!! 진짜 파우더 눈이다!!! 라면서 정설도 안된곳으로 마구 달려갔는데,


한번 발이 푹 빠지더니... 헤어나올수가 없었다.


무슨 늪에 빠진것마냥, 허리까지 눈이 차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수많은 리프트와 곤돌라와 기차가 있다.


그냥 아무데서나 내키는대로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스키패스만 있으면 그 시간 내에는 무제한으로 쓸수 있기 때문에, 아무 걱정 안해도 된다.



하나 조심할 점은,


우리나라처럼 리프트마다 안전요원이 있거나, 슬로프 중간에 패트롤이 있거나, 뭐 안내판이 제대로 된게 아니라서


좀 조심해야 된다.


괜히 까불다가 어디 구석에서 다쳐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못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도에서 보이는 슬로프중에, 가장 짧은 초급자용 코스를 내려오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우리나라 왠만한 정상 슬로프만큼 길었던거 같다.


게다가 둘다 오랜만에 보드 타는거라 감도 제대로 못 잡겠고...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어찌나 스키를 잘 타는지....


우리 한번 내려올동안 다들 3번 이상씩은 왕복하더라...





중간에 있는 기차역이다.


올라가는 시간과 내려오는 시간이 적혀 있으므로, 대충 보고 시간 됐다 싶었을때 오면 된다.


만약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기다리기 싫다면,


바로 옆에 있는 곤돌라 or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기다림 따위는 없다.


그냥 무조건 가면 줄 설 필요도 없이 6인용짜리 리프트를 혼자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음.





이날 날씨가 안 좋아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원래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타면 좋은점이, 바로 앞에 마테호른이 보인다는 점이었는데...


우린 마테호른은 커녕 코앞의 사람도 잘 안보이는 악천후 속에서 보드를 즐겼다.



아... 즐긴건 아니고 그냥 탔다.


돈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끝까지 탔다.


스위스는 야간스키, 새벽스키 이런게 없고... 무조건 오전9시 - 오후4시. 이게 끝이다.


마을로 되돌아갈때는 왠만해선 다들 기차나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데,


만약 4시가 넘어서 그게 끊겼다면, 하는수없이 마을까지 스키 타고 내려가야 된다.





이게 스위스의 스케일이다.


이정도쯤은 되야지 스키장이라고 할수 있다.


곤돌라가 무슨 끝도 없이 이어진다. 게다가 한번에 끝까지 이어놓은게 아니고, 중간중간에 지하철 환승역처럼,


내렸다가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다시 탈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점은... 중간에 지지대가 별로 없음...ㅡ_ㅡ


그리고 왠만해선 혼자 타기 때문에 매우 무서움.




이렇게 스위스에서 보드를 탔다.


정말 타기만 했다. 뭔가 많은 정보를 적고 싶다만, 하루하루 다음날 어디갈지 정하기도 빡센 상황이라,


나중에 한국가서 블로그 정리할때 다시 보충하기로 하고...


여하튼 결론만 말하자면.


돈과 시간이 허락하는한... 꼭 한번 해봐도 좋을 경험이라는거...


그리고 생각외로, 뭐 우리나라 스키장이랑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건 아니라는 점...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