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7-Swiss2012. 12. 6. 07:37

마테호른 바로 밑에 있는 마을 이름은 체르마트다.


허나 체르마트에는 크나큰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바로 차량진입금지.


모든 차량의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체르마트 마을 안에는 전기차 or 마차만 싸돌아다닐수 있게 되어 있어서,


만약 차를 끌고 저 동네에 놀러가고 싶으면,


체르마트 바로 앞 동네인 '타쉐'라는 마을에 차를 세워두고,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들어가야만 된다.



체르마트는 마테호른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인 관계로 숙박비가 매우 비싸고,


타쉐는 그나마 좀 저렴하다. 어차피 체르마트까지 차도 못 갖고 들어가니 타쉐가 숙소를 잡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허나.... 체르마트는 커녕 타쉐에 숙소를 잡을 여력도 안 되는 우리는,


타쉐보다 한정거장 더 떨어진 '란다'라는 마을에 숙소를 잡기에 이른다....


눈물 나는구만....





란다 마을 풍경이다.


눈지옥이다.


사방으로 눈을 돌려봐도 보이는건 전부 눈이다.


일본 훗카이도 여행광고에서나 보던 그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진짜 알프스구나....



알프스는 빨간모자를 쓴 소녀가 요를레히~~ 거리면서 양이나 몰고 다니는 그런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직접 마주친 알프스는 눈지옥이었다.


가만히 있다보면 주변에서 뻥~~ 뻥~~ 하는 눈사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우선 란다에 도착한 첫날은 좀 쉬기로 했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좀 알아볼 겸,


첫째날은 쉬엄쉬엄 늦게 일어났다.


그리고는 체르마트 바로 앞 동네인 타쉐로 마실 좀 나가려고 하는데 주인장을 만났다.


원래 스키렌탈샵도 좀 알아보고, 대충 물가도 보려고 한건데,


주인장이 스노우타이어나 스노우체인도 없이 거길 어떻게 갈거냐고 못 간다고 그런다...



그럼 어쩔.ㅋ 하루종일 숙소에만 박혀 있어야 되나?


그랬더니, 걸어갈수는 있을거란다.. 한 20분이면 걸어간단다.


그래서 그냥 산책겸 걸어가기로 했다.





이게 문제다. 우리는 이게 문제다.


그냥 아는건 없고 두 다리는 달려있으니까 무작정 걷는다.


당연히 지구는 둥그니까 걷다보면 타쉐까지 가기야 가겠지.



가는길은 정말 눈지옥과 추위지옥과 바람지옥이었다.


20분 걸린다는 그 길에는 온통 눈이라서... 더욱더 오랜 시간 걸어야만 했다.


게다가 어찌나 추운지... 엉엉...


인터넷 일기예보를 봤을때 영하 20도라길래... 러시아 북부지방에도 체르마트라는 지방이 있나보다. 여기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망할 여기가 맞다. 물론 정상부근이 영하 20도긴 하지만,


지금 걷고 있는 곳도 영하 10도가 넘어간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대충 좀 걷다가 도착한것 같지만,


실상으로는 우리 둘다 조난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걸은 결과다.


난생 처음 자동차 도로 바로 옆에서 조난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보이는 마을이 타쉐라는 지역인데, 오른쪽에 쭉 늘어서있는 건물이 전부 주차타워다.


체르마트 내부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무조건 여기에 주차를 해야된다.


체르마트에 있는 숙소에서 자건, 스키장만 잠깐 갔다오건간에.. 무조건 여기다 주차를 해야함.





여기는 타쉐역 부근이다.


체르마트-타쉐 를 왕복하는 기차는 2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오기 때문에, 스키를 싣는 칸이 따로 있을 정도고,


차량진입이 안되는 체르마트를 위해, 전기차를 기차 안에 싣을수도 있게 되어있다.



타쉐는 마을이 매우 작아서, 우리가 원하던 스키장비렌탈샵은 별로 없었다.


주인장 말에 따르면, 타쉐에서 빌리면 좀 싸기야 싸겠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체르마트 시내에서 빌리는게 더 낫단다.


그래서 그냥 우리는 산책이나 하면서 돌아왔다.





이게 바로 산책이다.


눈보라가 수평으로 분다.


눈보라는 중력의 영향을 안 받는 모양이다... 아무리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봐도,


눈보라가 내 볼을 쳐댄다... 엉엉....




알프스에서의 스키라... 어찌보면 배낭여행자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험일수도 있다.


알프스에서 스키 한번 타려면 우리나라에서 타는것보다 3배 이상이 든다.


어찌보면 나는 더이상 배낭여행자가 아닐수도 있다. 외제차 끌고 다니는데 배낭여행자는 무슨.ㅋㅋㅋ



여하튼.. 내가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보고자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남미 여행하다가 론리플래닛에 나온 배낭여행자에 대한 글을 읽어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는 거였다.


"맨날 돈이 없다고 징징거리면서, 스위스까지 가놓고 알프스에서 스키도 안타보고 그냥 지나친다고? 그게 여행이야?"


라는 주제의 글이었다.


생각해보니 맞는말이다. 스위스에 와놓고... 알프스에서 스키 한번 안타보고 그냥 지나쳐버리면 그게 무슨 여행이야. 


무슨 체험 삶의 현장 찍는것도 아니고, 베어 그릴스도 아니고 살아남으려고 여행하는건 아니잖아.


해보고 싶으면 해봐야지.



라는 일념 하나로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자고 진희를 꼬셨다.


돈이 좀 들면 어때... 지금 아니면 못할 일임이 분명하니 무조건 한다. 


가고 싶으면 가고, 하고 싶으면 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