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7-Swiss2012. 12. 6. 05:44

루체른에 있는 '백패커스 호스텔'에서 자고 일어났다.


백패커스 호스텔... 우리나라 말로 배낭여행자 숙소 정도 되겠다.



내가 여행다닌 나라에서 '백패커스'라는 단어가 붙은 숙소&식당 치고 제대로 된곳을 못 봤다.


백패커스 단어 자체가 저렴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싸긴 싸지만... 그만큼 숙소가 거지 같음.


무조건 싸고 지붕만 있으면 장땡!! 이라는게 백패커스 라는 단어의 특징이었다.



루체른에서 숙소를 고를때도, 왠만하면 백패커스 호스텔은 가고 싶지 않았다.


이름을 듣자마자 왠지 빈대가 있고, 마리화나를 손에 든 레게머리를 한 이스라엘 놈들이 가득할것 같았다.



허나.... 직접 가봤더니...


유럽의 백패커스 호스텔은... 가히 호텔급이었다.


특히 스위스의 백패커스 호스텔은, 호스텔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아까울 정도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되있는 관계로, 한인민박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날수 있었다.





호반의 도시, 루체른.


스위스의 춘천이라고 하면 되는건가...


여하튼 우리에게 있어 루체른은 그냥 잠시 스쳐지나가는 도시일 뿐이다.



왜냐믄. 우리가 스위스에 온 목적은 오로지 하나.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보는것. 이거 하나뿐이었다.


인터라켄이고 베른이고 뭐고간에... 다 필요없이 그냥 우리는 스키를 타고 알프스 산맥을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


정말 이 목적 하나만 가지고 스위스를 관통했다.


그래서 루체른에 대한 사진은 별로 없음.ㅎㅎㅎ





루체른에 늦게 도착해서 주차를 하면서 생각했다.


'오예... 내일은 주말이니까 주차가 공짜겠네. 푹잠 자야지.'


허나 안내요원이 말하길, 


'스위스는 그런거 없음. 365일 무조건 돈 내야된다능.'


그래서 우리는 아침 10시에 칼체크아웃을 행했다.



그리고 향한 곳은, 루체른에서 보고 싶었던 단 두가지.


카펠교 와 빈사의 사자상.


사진은 카펠교를 가는 길에 열린 시장인데, 잘 보면 이상한 할아버지 한명이 있음.


잘 찾아보셈. 힌트는 모자임.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다.


어느날 불타서 대부분이 소멸되고 앞부분만 남아있던걸, 지금처럼 다시 복원 시켜놨다.


양옆에 사람들이 다니는 다리가 있으므로, 다리로써는 별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특히, 겁나 많은 관광객이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는데,


저번 피렌체 두오모에서 말했듯이, 낙서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카펠교는 목조다리라서 화이트로 쓰기는 힘들었는지...


칼로 파냈더라.


엄마, 아빠랑 같이 여행와서 행복하다고 써논 민주 어린이.


그런건 그림일기장에나 쓰세요. 



생각해보니 저 어린이가 어디서 칼이 나서 카펠교를 쑤셔놓은거지... 꽤나 힘들었을텐데. 대단하구만.





카펠교의 윗부분에는 루체른의 역사가 그려져있는 그림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허나 잘보면, 소실된 이후 복구한 다리쪽에는 그림이 없음.



이 카펠교를 들어가는 입구쯤... 그러니까 시장이 열린 곳을 지나쳐오는데,


갑자기 찌린내 + 꾸링내 + 비린내 + 역겨운 냄새들이 복합해서는 나를 덮쳐왔다.


'아오... 누가 목조다리에다가 오줌을 쏴놨냐....'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에서 파는 치즈퐁듀 냄새였음.



스위스에 왔으니 치즈퐁듀 한번쯤 먹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이 냄새를 맡고나서 먹을까 말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루체른의 첫느낌은... 여느 북유럽의 도시와 비슷하다. 였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날씨가 비슷해서 그렇게 느낀듯...


이 호수가 바다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노르웨이의 베르겐과도 흡사해 보였다.



아... 그리고 이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호수.


물이 정말 깨끗했다.


호수에 갈매기, 오리, 청둥오리, 백조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다.





다리를 다 건너고나서,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가는 길에...


어디선가 사물놀이패의 공연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 사물놀이패들이 해외공연을 많이 한다던데... 여기서도 하는건가... 라는 마음으로


신나게 가봤더니, 이상한 복장을 한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종을 흔들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저 커다란게 종인데, 엄청나게 무거워 보였다.


소리는 엄청 시끄러웠으나, 저기 있는 꼬마아이가 귀여워서 한장 찍어봤다.


꼬마가 귀여운걸 보니, 나도 이제 아빠가 될 준비가


안됐어!!! 그딴거 없어!!! 아직도 손톱이나 물어뜯고 자빠졌는데 무슨 아빠!!!





요즘 유럽은 크리스마스 전달제로 인해서 무지하게 시끄럽다.


어느나라를 가든지간에 전부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이건 왠지... 예수님이 태어나셨을때 동방박사 3명이 와서 뭐라고 말씀해주신 그 장면을 표현한거 같다.



스위스답게 겁나 고퀄이다.


스위스. 모든것이 고퀄이고 모든것이 비싸다.





스위스하면 역시 시계죠.


내가 아는한 최고가의 메이커인 바쉐론 콘스탄틴부터 시작해서 IWC랑 파텍필립까지...


카시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계메이커가 스위스 출생이라 봐도 무방하다.



근데 그 메이커들을 제치고 요 사진을 찍은 이유는,


우리 형님께서 몽블랑 메이커를 좋아하셔서... 한장 찍었음.


근데 지금 알아보니 몽블랑 브랜드는 독일꺼라네..ㅡ_ㅡ 프랑스껀줄 알았는데...





요거이 바로 빈사의 사자상.


반쯤 죽어있는 사자상이라는 얘기다.


이거에도 슬픈 전설이 담겨있는데, 스위스는 옛날부터 용병으로 유명했다.


(바티칸의 근위대도 전부 스위스 사람임. 먼나라 이웃나라 읽어보셨으면 스위스 용병에 대해서 익히 들으셨을듯)



여하튼 그렇게 중세유럽에서 무지막지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스위스 군대가 전멸한 일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프랑스 대혁명 시기였다.


그 당시 루이16세에 고용되어 있던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이, 끝까지 루이16세와 마리 앙또아네뜨를 지키기 위해 


성난 민중과 싸우다가 전멸한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을 위한 사자상이다.



그래서 잘 보면, 스위스 용병을 나타내는 사자의 등에는 창이 꽂혀있고,


창이 안고 있는 방패에는 루이16세 왕가인 부로봉 왕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가이드북으로 봤을때는 매우 작아보여서,


그냥 건물 어디에 붙어있는건가 했는데... 실제로 보니 꽤 컸다.


공원처럼 꾸며놓은 곳 한 가운데 자리잡은 사자상은 그에 담긴 얘기만큼이나 슬펴보였다.



근데 좀 신기한건, 이 조각상을 조각한 사람은 덴마크 사람임...


흠...





빈사의 사자상 앞쪽에는 이런 기념품샵들도 쭉 있다.


사진은, 지나가는 인도여자의 웃음을 참아내면서 찍어온 인증샷.


사람들이 웃지만 않았어도, 좀더 고퀄의 사진을 담아낼수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구만.





이제 스위스의 루체른은 뒤로 하고, 우리의 목적지인 체르마트로 향했다.


체르마트.


저번에 아르헨티나 엘 찰튼 여행기를 보면, 세계 5대 미봉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5대 미봉은.


안데스산맥의 알파마요,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


알프스의 마테호른, 그랑조라스,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


이렇게다.



그중에 하나인 마테호른이 있는 곳이 바로 체르마트라는 동네다.





이제 슬슬 알프스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눈이 꽤 많이 온것같지만, 잘사는 나라답게 제설작업도 완벽하다.



체르마트에 가기 위해 네비를 찍었는데, 고속도로를 타겠냐고 물어본다.


안타!!!!


스위스도 오스트리아처럼 비넷이라는 고속도로 무제한 이용권을 이용해야지만 고속도로를 탈수 있다.


허나, 스위스의 비넷은 무조건 1년짜리만 판다.


그 가격이 대충 4만5천원.... 그 돈이 아까워서 우린 국도만 타고 다녔다.



고속도로 안 탄다고 했더니, 갑자기 페리를 타란다.


응? 뭔 페리?.... 노르웨이에서는 어디만 갈라치면 무조건 페리를 타야됐지만,


알프스 산맥인 스위스에서 왠 페리?.... 호수를 지나가나?


라는 생각으로 안타!!! 를 눌렀더니,


갑자기 꼬불꼬불 산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주변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노르웨이 다녀온 사람들이 스위스 풍경은 별로였다고들 말해서,


별 기대 안하고 왔는데... 노르웨이 못지않게 멋졌다.


이로써 풍경과 물가는 정비례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때마다 나타나는 설산들은 너무나 멋졌다.





대충 왼쪽에 보이는 이상한 터널이 우리가 지나온 길이다.


눈이 하도 많이 내리다보니, 제설작업 하기 귀찮아서 저렇게 터널을 만들었나보다.



우리차는 스노우타이어도 없고, 스노우체인도 없어서 좀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여긴 스위스잖아. 유럽중에서도 잘살기로 소문난 스위스니까.


국도따위가 폐쇄되는 일따윈 없을거라 믿었다.



저번에 죽을뻔 했던 돌리미티는 이탈리아랑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거니까 그런거고...


스위스는 잘사니까. 부자니까 뭔가 다르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어올라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학습능력이 없는게 분명하다.





꾸역꾸역 기어올라갔더니, 갑자기 이런 길이 나온다.


양옆에 있는 빨간 동그라미.. 진입금지라는 만국공용어다.


응?... 그럼 뭐 어쩌라고?...


거의 30분 넘게 되돌아서 3거리로 왔다.


3거리중 다른 쪽으로 가봤다...



그렇게 또 30분정도 산길을 미친듯이 기어올라갔더니.... 망할... 또 막혀있다.


뭐 어쩌라는거야..;;;


고속도로를 타야되는건가... 지금까지 고속도로 안 타고 잘 버텨왔는데, 이거 때문에 4만5천원짜리 비넷을 사야되는건가...


엉엉....



이러면서 1시간 넘게 이 동네 산길을 전부 돌아다닌 끝에 우린 알아냈다.


네비가 말하는 페리가 배가 아닌 기차라는 것을....





문화컬쳐였다.


차가 기차를 타고 가다니!!!


대략 4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면, 이 기차를 탈수 있는데,


이 기차는 터널을 통해서 목적지까지 차를 운반해준다.


잘 보면 차들이 줄지어 가는곳이 바로 기차다... 그니까 화물용 기차칸에 차들이 올라타고,


그 기차가 폭설로 막혀있는 산을 직통해서 우리를 산 반대편에 데려다줌.



차를 싣고 산너머로 배달해주는 기차라고 해서 느릴꺼라 생각했다.


근데... 진짜 무진장 빠르다.


이러다가 차가 옆으로 날아가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섭게 빠르다.


차 계기판에서 난리가 났다.


시동도 꺼졌고 핸드브레이크까지 잠궜는데, 차가 미친듯이 움직이니까 비상이라고 계속해서 경보음이 울린다.


아... 무서운 시간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체르마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기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