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6-Italia2012. 11. 24. 07:50

오늘은 원래 바티칸에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났다...


10시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적어도 8시 반에는 가서 줄을 서야지, 원활하게 입장할 수 있다던데...


지금 가면 빨라도 11시는 될꺼 같다...


님아 쥐쥐연. 


우린 결정도 빠르지만 포기도 빠르다. 바티칸은 포기하고, 하루종일 뭐할지 생각했다.


생각한지 10초도 안되서 내린 결정.


폼페이.


폼페이를 갑시다!!!



폼페이가 어떤 도시냐면.... 아주 먼 옛날, 로마제국이 유럽을 지배하고 있을때쯤...


넘치는 돈과 힘을 주체하지 못할 그 시점에 생긴 별장도시 같은 곳이다.


쾌락과 향응이 넘쳐나는 주지육림이라고 할수 있음.


그렇게 흥청망청 노세노세젊어노세 하다가, 결국 폼페이 도시 주변에 있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서...


기원후 79년에... 도시 전체가 6미터정도에 달하는 화산재에 덮혀 사라져버린 비운의 도시다.



그렇게 엄청난 화산재 (대략 백억톤의 화산재가 쏟아져 내렸다 함) 에 덮혀있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발견되서... 열심히 복원한 결과... 지금처럼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로마에서 폼페이까지는... 꽤 멀다.


만약 기차를 타고 간다면 로마 - 나폴리 - 폼페이... 이렇게 가야 된다는데..


우린 간지나는 외제차 보유자니까, 바로 폼페이로 쐈다.


게다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 고속도로를 이용했음.


톨비는 대략... 12.5유로였나... 어마어마하게 나왔다잉.



여하튼 그렇게 고속도로를 2시간 반정도 신나게 달리니까 폼페이가 나타났다.


오.... 폼페이...


내가 생각했던 로마의 유적들은 바로 이런거였어. 무너질듯 아슬아슬하면서...왠지 구제삘이 나는 이곳.


그래 나는 여길 원했어.



그래서 주차를 하러 가까운 주차장에 들어갔다.


한시간에 4500원이란다.


미친 이탈리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1존에 세운 것도 아닌데, 한시간에 4500원이란다.


환장하겠네.... 


그렇다고 뭐 별다른 방법도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차를 세우고 폼페이를 둘러보기로 했다.





폼페이는 입장료도 폼페이스럽다... 11유로다...


왜 로마인이 세운 유적지를 자기들이 돈 받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래도 그간 복구한 노력이 있으니 잠자코 돈을 내고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가면 딱 봐도, 2천년은 족히 넘었을것 같은 유적지들이 쫙 펼쳐진다.


건축물은 물론 돌길까지도 그당시 쓰던 그대로것들이다.


아무리 돌로 만들었다고 해도 2천년이 넘어가면 여러가지 이유로 망가지고 사라지기 마련인데...


폼페이의 경우, 화산재에 뒤덮혀 있었던 관계로 매우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다.



특히 벽화와 같은 경우, 화산재에 덮혀 있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사라졌을테지만, 


화산재 덕분에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여기는 뭔기 이거은 안나지만 비너스 신전이랬나? 무슨 신전이다.


이탈리아 여행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중에 하나가 이런 작위적인 유물들이었다...


뭔가 발굴하는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발굴은 이미 다 끝나서 전시해놓은 상태...


뭔 말이냐면, 전시를 할거면 제대로 전시를 하든가... 발굴을 할거면 다 막아놓고 제대로 발굴을 하든가...



뭔가 작위적인 이런 분위기의 유적들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뭐 어쩔.ㅋ 그냥 사견임.





이건 원래 시장역할을 하던 곳이었는데, 훗날 법원으로 용도가 바뀐 건물의 기둥들이다.


폼페이는 원래 엄청나게 크고 발달한 도시였다 그러더니, 기둥에서도 그 면모가 엿보인다.


기둥도 그냥 둥글둥글하게 지은게 아니고, 별모양으로 모양내서 쌓아놨다.


기둥의 크기나 갯수로 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건축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이것도 진짜 그시대의 것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픈되어 있고,


복원한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오래되 보이고....


이런 애매한 유적지 같으니라고....





이것도 폼페이 시대의 유물이다.


로마는 2천년 전에 벌써 이 정도 퀄리티의 청동상을 만들었단다..


이거 말고도 반대편에 다비드상같은 청동상도 하나 있는데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다.


가뜩이나 멸망한 도시라서 분위기도 우울한데, 날씨까지 우중충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우리가 로마에 있는 내내 날씨가 을씨년 스러웠지...



아... 내가 로마에 와서 왜케 짜증이 났냐면.


로마에서 캠핑한 첫날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텐트를 치고 자는 관계로, 신발을 밖에 벗어놨는데... 비 맞을까봐 신발을 타프천(텐트 위에 치는 넓은 방수천) 아래로 옮겨놓고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


타프천이 팽팽하게 쳐지지 않아서, 타프천 위에 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고 물이 너무 많이 고이니까, 방수천이 이기지 못하고, 한방울씩 톡톡 새고 있었다.


정말 가로세로 4미터쯤은 될 방수천에서 단 한곳만... 그것도 물이 한방울씩 새고 있었는데...


정확히 그 아래 내 신발이 놓여져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발 넣는 부분으로.......



이게 왠 날벼락임. 하면서 급하게 신발을 들어올렸더니....


무슨 트래킹화 선전하는 것처럼, 신발 안에 가득 고여있던 물이 쏟아졌다.



그때 난 생각했다.


로마는 재수 없는 곳이라고....


그 후로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해서 신발은 안 마르고... 점점 냄새는 심해지고....


엉엉.... 여하튼 그래서 일주일이 다되가는 지금까지도 신발을 말리고 있고, 난 양말에 샌달을 신고 다니는...


누가 보면 짱깨인줄 알만한 그런 패션을 하고 관관중임.





이건 복구한것도 아니고 안한것도 아니고...


뭐지... 원래 벽돌기둘인데 겉에 흰색으로 칠한건지... 아니면 복구를 이상하게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저 흰색부분이 원래 기둥들인거 같은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복구를 저따구로 했을꺼 같진 않고... 뭔가 있는거 같은데 잘 모르겠음.


이런 곳은 가이드를 끼고 투어하는게 편한데,


우리가 갔을때는 비수기라 가이드도 별로 없고... 게다가 주차비 때문에 빡쳐있고, 비도 오고, 


바닥은 전부 폼페이 시절의 것들이라, 곳곳에 물이 고여 있는데,


나는 양말에 샌달을 신고 있어서, 물 고인 곳 피하느라 정신이 없고...


아 빡치고. 그래서 난 이탈리아가 더 싫어졌고.


게다가 이탈리아 남부라서 그런지 만나는 이탈리아 사람마다 겁나 불친절하고 재수없고 짜증나고 아오 빡쳐.





이렇게 진짜 중요해보이는 것들은, 못 만지게 아크릴판으로 막아놨다.


공기중에 노출되어 있었다면, 금방 사라졌을 것인데...


화산재 덕분에 2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한테야 좋지만... 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중에서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을거다.


라틴어에는 화산 이라는 단어가 없단다.


그정도로 화산에 대해서 무지했으니까 아무런 대비도 안한게 당연하겠지.


그냥 어느날 갑자기 산이 쿨렁쿨렁 거리더니, 미친듯이 검은걸 토해내고... 그대로 그거에 묻혀버린 도시.


화산이라곤 지리부도에서나 보고 자란 나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얘기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목욕탕 문화도 발달했었는데,


그 덕분에 폼페이에도 곳곳에 목욕탕이 남아있다.


목욕탕들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시설이 장난이 아니다.


요즘 시대의 왠만한 찜질방에 가도 이정도의 탕은 흔치 않은데....


전부 대리석으로 만든 탕이다.


게다가 남탕과 여탕도 따로 있고... 탈의실도 있고... 운동하는 곳도 있고...



게다가 목욕탕 벽화는 왜케 고퀄인지 모르겠고, 목욕탕 천장에는 왜케 고퀄의 조각들이 많은지 모르겠음...


넘쳐나는 잉여력을 어찌하지 못하고 정말 디테일한 곳까지 신경 쓴 모양이다.





이건 뭐 대단한 사람의 집은 아니고, 그냥 폼페이에 있는 대저택 중 하나다.


그 대저택의 정원 모습인데...


그냥 바닥 전체가 다 모자이크다... 아무래도 주인장이 모자이크 패티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근데 그 모자이크들도 겁나 고퀄임.


벽은 전부 벽화고..... 바닥은 모자이크고...


옛날에 지붕까지 있었을때에는 정말 어마어마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냥 딱 봐도 핀란드 헬싱키에나 있을법한 디자인 패턴이 요기에 잉네?


정말 놀랍도록 고퀄이다.


어떻게 2천년 전에 이런 디자인 패턴을 바닥에 그려놓을 수가 있는거지?


게다가 이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방치해놓은게 정말 더 놀랍다.


내가 만약 처음 발견했으면,


그대로 떼다가 집에 걸어두었겠지..... 난 지금 양말에 샌달을 신고 다니는 짱깨니까요.





이것도... 정말 놀랍도록 정교한 이것도 바닥문양이다.


잘 보면 모자이크임. 정말 세밀하게 하나하나 다 붙여서 만든 모자이크임.


이런걸 벽에 해놓은것도 아니고, 밟고 다니는 바닥에 해놓은 걸 보니... 


폼페이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왠만한 유적지에서는 아크릴판에 꽁꽁 싸매여서 한번 보려면 돈 내고 봐야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것들이,


폼페이에서는 그냥 이름 없는 주민의 집 장식품 수준이다...


2천년 전에... 어떻게 이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거지....



그래도 가장 부러웠던건 그 보존상태...


2천년 전쯤이면 우리나라 삼국시대 수준인데... 우리나라 경주에 가서 천마도 보면


이게 말인지 닭인지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던데.... 여기는 화산재 덕분에 잘도 보존되어 있다.





허나 화산이 터진건 훗날 관광하는 우리에게나 좋은거지...


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앙중에서도 대재앙이었을꺼다.


이건 실제로 발굴된 미이라의 모습인데...


화산재 때문에 석고처럼 굳어버린 모습이다... 안은 전부 썩어서 아무것도 없다고 함.


실제 사람이 저런 모습으로 죽어갔다고 생각하니 좀 끔찍하기도 하고....


이런 미이라들이 2~3개가 있었는데.... 다들 끔찍한 모습이었음...



그리고 아주 먼 옛날... 폼페이의 미이라라고... 어머니가 아들을 감싸안고 죽은듯한 미이라가 인터넷에 떠돈적이 있는데,


그건 사실 예술작품이고, 실제로는 없는 미이라라고 함.





여기도 다른 목욕탕임.


목욕물을 데우기 위한 가마부터 수도관까지 전부 다 보존되어 있다.


청동인지 뭔진 모르겠다만, 여하튼 지금 쓰고 있는 수도관이랑 비슷한 파이프들이 막 연결되어 있었음.


이정도 되면 이게 실제로 존재했던건지... 아니면 복구하면서 손을 좀 본건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지금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지만, 잘 보면 벽이랑 천장 모두 뭔가 고퀄의 벽화들로 장식되어 있었음.





그리고 여기는... 루라바께 였나? 뭐 여하튼 저런 이름을 가진 집이다.


매춘부들이 성매매를 하던 곳이였다더데...


벽에 이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방은 쪽방으로 되어있어서, 돌침대 하나씩만 놓여져 있음.)



이 그림을 그려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썰들이 많은데,


첫번째 썰은... 손님들의 흥분을 위해서 춘화처럼 그려넣었다는 썰이 있고...


두번째 썰은... 매춘부들이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온 여자들인 경우가 많아서, 말이 잘 안 통했고,


그래서 손님들이 원하는 자세가 뭔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림으로 대신했다는 썰이 있다. (메뉴판처럼...)



근데 난 순진해서 잘 모르겠음.


몰라. 모른다고.





여기는 원형극장이다.


지금 왠만한 대학에 있는 노천극장보다도 고퀄의 극장이다.


아래쪽 좌석은 대리석이고, 위쪽은 벽돌같은 걸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극장 뒤쪽은, 멀리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쉴수 있도록 여관같은 건물도 있었다.



당최 폼페이는 뭐하던 도시였던거지...


로마제국 자체가 어느정도의 싸이즈였는지 감이 안온다.


여하튼 뭔가 대단한 제국이었던건 틀림없는거 같다.





쩌어기 끝에.. 흰색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 곳까지 전부 유적지다.


내가 올린 사진들은 전부 이름 있고 좀 유명한 건물들의 사진이고...


그냥 이름 없는 일반 가정집들은 셀수도 없이 많이 늘어서 있다.


지금까지 2/3정도가 발굴됐다고 하니.... 꽤나 큰 도시였던거 같다.



성수기때는 골목마다 사람들이 꽉 차서 뭐 하나 구경하려면 줄 서서 한다던데...


우리가 갔을때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우리끼리 길 잃어먹고 해매고 다녔음...


사람 없어서 좋긴 좋았는데, 대신 공사하는 건물들이 좀 많아서 짜증났음..;;;





이건 그냥 지나가다가 본 이름 없는 건물이다.


식당인가?... 뭔진 모르겠지만, 아궁이로 보이는 것들이 쫙 늘어서 있는걸로 봐서는...


대가족이 살던 집이든가... 아니면 뭐 식당이라고 여겨짐.


각 벽마다 벽화들이 아주 예술이다.


골목길 지나가다가 갑자기 진희가 저기 봐. 라고 해서 보면 정말 국보라고 해도 믿을것 같은 고퀄의 벽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 구석탱이 벽에 그려져 있다.



참고로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이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극장이란다.


폼페이 유적지 내부에서도 꽤 떨어져 있는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

지금의 콜로세움보다 더 보존이 잘되어 있는거 같다.


옛날에 화산재가 6미터정도 쌓여었다고 하니.... 이 원형경기장도 거의 다 덮혔지 싶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물어보고 싶다.


석굴암도 그렇고, 마추픽추도 그렇고... 약간 이렇게 극적으로 발견한 유적지들이 더 재미난거 같다.





원형극장의 내부는 생각외로 시시하게 생겼다.


여기는 뭐 검투사들이 싸우거나 그런거 같진 않고.. 뭔가 연극을 했던걸로 보여진다.


지금 풀밭처럼 보이는 저것들이 전부 돌로 만든 좌석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폼페이를 한바퀴 돌고나서 주차장에 가니, 주차비로 9천원을 내놓으란다.


폼페이는 좀 천천히 돌아보고 싶었는데... 주차비의 압박 때문에 너무 급하게 돌은거 같아서 매우매우 짜증이 났다.


사실 몇천원, 몇만원 정도야... 로마유적지를 보는데에 비해 큰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또 그렇지가 않아서... 쫓기듯이 보고났더니 남는거라곤 사진들 뿐이었다.



우리는 이날 결정했다.


원래 폼페이 옆에 있는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에서도 1~2박 하고,


밀라노, 친퀘떼레 등등... 갈수 있는곳은 최대한 다 가보려고 했으나...


그냥 다 때려치고 빨랑 스위스로 도망치기로.


우리는 이탈리아랑 안 맞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얘네가 겁나 불친절하고 우리를 짜증나게 했든가,


아니면 우리가 이상하게 큰 기대를 가지고 이탈리아에 왔든가... 여하튼 우린 여기가 싫었다.



세계는 넓고 갈곳은 많다. 굳이 기분 상하면서까지 이탈리아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퀘떼레 빼고, 밀라노 다 빼버리고. 로마 일정 줄이고. 피렌체도 줄이고.


그냥 최대한 빨리 스위스로 가는 중이다.


망할 놈들. 오늘도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라는 동네 갔는데, 관광객 상대로 자석 파는 노인네가,


겁나 진짜 겁나. 더럽게 불친절했음. 


내가 자기 물건 사주겠다는데도 그렇게 불친절한 장사꾼은 난생 처음 봤다...


처음엔 싸우자고 시비 거는줄 알았네... 아놔. 다시 생각해도 빡침.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