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하면 역시 음악.


이라는 사실은 사실 오스트리아 오기 직전에 알았다.


모짜르트랑 베토벤이랑 하이든이랑 그런 사람들이 오스트리아랑 연관 있는지도 오기 직전에 알았다.


이게 전부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핑계대고 싶지만..


그냥 뭐 내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탓이겠지...


여하튼 그런 연유로 이날은 비엔나 국립 오페라 하우스로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우리 숙소에서 바라다보이는 비엔나의 모습이다.


우리 숙소는 특급호텔 옆에 딸려있는 호스텔이라서 뷰가 매우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신에 들어오고 나갈때 항상 멋지게 차려입은 호텔 투숙객들과 비교가 된다는 매우 뛰어난 단점도 가지고 있지...


이상하게 비엔나는 숙박비가 비싸다..


그나마 한인숙소가 좀 싼 편이긴 한데, 비엔나의 한인숙소들은 전부 평이 쀍이라서 가볍게 패쓰.





비엔나의 지하철은 깨끗한 편이다.


뉴욕의 무서운 흑형들도 없고, 폴란드의 무서운 러시아계 백돼지형들도 없다.


우리는 24시간짜리 자유교통티켓을 사서, 어제 좀 돌아다니고, 오늘 좀 돌아다녔다.


버스, 트램, 지하철 모두 환승 가능한 마법의 티켓.


우리나라에도 판매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꽤 쓸만하다. 특히 여행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공연은 보통 저녁 7시 반에 시작한다.


입석표 판매는 80분 전인, 5시 40분쯤 시작하고...


입석표는 총 3가지가 있는데, 1층 가장 뒤쪽에서 보는거 + 양옆 사이드에서 보는거 + 2층 제일 끝에서 보는거...


이게 순서대로 인기가 많아서, 일찍 가서 줄을 서야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구할 수 있다.


고로 우리는 5시쯤부터 가서 줄을 서기로 했고,


(어제 잠깐 가본 결과... 5시 반만 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는데... 오늘은 누구나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서 줄이 더 길것으로 예상함.)


그 전까지는 비엔나에 있는 두개의 궁전, 쉔브룬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보기로 했다.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게 쉔브룬 궁전이다.





요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섰다.


합스부르크 왕가라면... 유럽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왕가 중 하나다.


유럽에서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왕을 배출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영국 등등... 뭐 왠만한 나라의 왕을 다 해본 가문이다.


게다가 그 유명한 프랑스 루이14세의 부인인 마리 앙또아네뜨도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유럽 사람들이 이 왕궁을 구경하는건, 자기네 나라 왕의 고향을 보는거나 다름 없지 않으려나...


근데 전혀 상관도 없는 우리는 왜 이걸 보려고 이렇게 긴 줄을 섰는지 모르겠다..;;;





왕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사진은 없다.


이건 쉔브룬 궁전의 뒤쪽인데, 정원이 어마어마하다잉.


무슨 정원 안에 언덕도 있고, 그 언덕 꼭대기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건축물도 있다.


원래 뭐 사냥궁전으로 지었다가, 나중에는 여름궁전으로 사용했단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에서 세력이 겁나게 쎄서,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콧대가 높은 프랑스랑 자주 부딪혔었단다.


그러다가,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큰 베르사유 궁전을 만든 것을 보고는,


우리도 질수 없다. 베르사유보다 더 큰 궁전을 만들자!!!


라고 해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허나 만드는 도중에 계속해서 자금이 부족하고 가문은 패망해가고 해서... 점점 규모를 줄여서 작게 완공됐단다.





이건 위의 사진 언덕 꼭대기에 있는 조그만한 연못이다.


바다의 신인 넵튠을 메인 모델로 해서 만든 연못이다.


바다의 신은 포세이돈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그리스어로는 포세이돈이고 로마어로는 넵튠이란다.


뭐 이리 복잡하나...


요즘 초딩들의 필독도서인 그리스로마신화라도 한번 읽어보고 유럽에 올걸 그랬다.





이건 언덕 꼭대기에 있는 왜 있는지 모를 건축물이다.


지금은 저 가운데 공간을 레스토랑을 개조해서 영업중이다.


체코랑 가까워서 그런지, 오스트리아에도 수많은 한국분들이 여행을 와있었다.


남미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부딪히는 일...


한국말이 들렸을때... 인사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근데 유럽에서는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되서 좋다. 한국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뭐 그냥 스쳐지나가는게 당연한 분위기니까.ㅎㅎ





언덕 위에서 바라다보는 쉔브룬 궁전의 모습.


비엔나 자체가 평지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비엔나의 모습도 한눈에 다 보인다.


양옆에 보이는 숲들도 모두 쉔브룬 궁전에 속해있는 부분이다.


여름궁전이 이정도라니... 어마어마하다잉.



옛날 합스부르크 왕가가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대략 엿볼수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특이하게도, 반란이나 뭐 전쟁에서 지거나 해서 몰락한 가문이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대가 끊겨서 몰락한 가문이다.





그렇게 쉔브룬 궁전 구경을 끝마치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벨베데레 궁전 가는길에 잠깐 들러 볶음우동을 먹은 길거리 음식점.


간혹 미국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들이 간지나게 길거리에 주차해놓고 무인주차기 기계를 이용하는 것과,


일하느라 바쁜 주인공이 급하게 길거리에서 종이박스에 담긴 볶음우동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거 두개는 해봐야지. 싶었는데,


여행 와서 해봤다. 무인 주차기는 헝가리말로 써있어도 문제 없이 사용가능한 수준이고,


종이박스에 담긴 볶음우동도 이날 먹어봤는데.... 이건 좀 별로였다.


이집 자체가 좀 별로인거 같음. 완전 맛 없는 면발에 칠리맛만 가득한 소스를 섞은 맛이었음.ㅠ





우리가 비엔나에서 두번째 본 왕궁은 벨베데레 왕궁.


원래 오스트리아 왕가가 사용한 왕궁이라는데... 훗날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술관 정도로 사용됐다고 한다.


쉔브룬 하나 봤으면 됐지, 이걸 또 보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그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 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진을 이상하게 찍어서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저 뒤에 보이는 황금색 일부분만 보여도,


대충 어떤 그림인지 아시는 분들도 있을듯...


여하튼 이 벨베데레 궁전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서 '베토벤 프리즈' 등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참고로 구스타프 클림트도 오스트리아 출신임.





이제 드디어 대망의 공연을 볼 차례다.


그냥 사진으로 보면 바로 넘어와서 손쉽게 들어온거 같지만...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사전탐색까지 할 정도로 많은 공을 쏟아부었다.



우선 5시가 되기도 전에 입석표 사는곳에 가서 줄을 서서... 한시간쯤 있다가 입석표를 샀고,


그 후에 다시 입장하는 줄을 선 다음에...


문이 열리자마자 교양없이 뛰어가진 않았지만, 남들이 봤을때는 볼일 급한 사람처럼 경보로 뛰어가


가장 앞 자리를 차지했다.


합리적이고 교양 있는 유럽인들은 이럴때에도 차분하게 차례대로 입장할 줄 알았는데,


망할 놈들.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 앞에서는 교양이고 뭐고 없었다.


밀치지만 않았을뿐,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더라.





1층 입석 자리는 이정도다.


지금 모습은 사진 찍느라 몰린게 아니고... 이렇게 서서 3시간동안 공연을 관람하는거다.


그나마 일찍 온 사람들은 앞에 팔 받치는 봉이라도 있는데.. 늦게 온 사람들은 가운데 계단에 서서 봐야된다.


이게 입석중에서 가장 좋은 위치고... 나머지는 2층 뒷자리 혹은 양옆 사이드에 서서 봐야된다.





그렇게 3시간에 걸친 공연을 봤다.


이건 공연이 끝난후 인사를 하는 장면인데... 무대 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공연팀이 있고,


그 무대 아래를 보면 오케스트라가 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최고의 공연이었다. 예술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봐도 정말 최고였다.


발레라는게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영화보다 재밌는 줄 처음 알았다.


발레는 그냥 의미도 없이 점프해서 다리 찢고 막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발레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쳐지니 최고였다.




이제 비엔나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일 비엔나 근교에 있는 아울렛에 가서 쇼핑 좀 하다가 헝가리로 가면 된다.


체코 프라하의 야경은 쌈싸먹는다는 바로 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코앞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