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_12_13/20-Poland2012. 10. 30. 07:06

전날 저녁 보험사랑 신나게 통화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얘네들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거 같다.


(주소를 알려달라기에, 폴란드 주소라서 발음이 어렵다고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서로 이메일 주소 받아적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서로 발음을 못 알아들음.ㅋ)


그래서 아침에 다시 눈물을 머금고 1분당 몇천원씩 하는 로밍전화를 시전했다.


그리고는 오전 11시 30분에 폴란드 견인차 기사가 우리 호스텔에 도착했다.





완전히 맛이 간 우리의 앞타이어.


렉카차 아저씨는 빛과 같은 속도로 스패어 타이어로 바꿔주셨다.



이렇게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스텔에서 일하는 인도총각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자기가 혼다 정비소에서 일을 좀 해봐서 아는데,


이렇게 보험사를 부르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때 가격도 떨어지고 보험료도 오르는데 왜 불렀냐고 그런다.


나보고 스패어 타이어로 갈고 정비소로 가기만 하면 되는걸 왜 보험사를 불렀냐고 한다.


내가 우물쭈물 하니까 계속해서 스패어 타이어도 갈줄 모르냐고 물어본다.


몰라!! 몰라!!! 어떻게 가는지 몰라!! 왜!! 남자면 무조건 스패어 타이어 갈줄 알아야 되냐!!!


라고 대답해줬더니,


인도인이 말했다.


"아.. 넌 영어 못하지. 알았어. 니 와이프랑 얘기할게."


진짜 이랬음. 망할놈이. 난 분명 영어로 말하고 있었는데, 자기 귀에는 한국말 하는줄 알았나보다.





스패어 타이어를 갈더니 렉카차 아저씨가 이게 끝이란다.


이게 자기가 할일의 전부니까, 나머지는 보험사랑 알아서 하란다.


뭐여. 새 타이어로 갈아주는게 아니었나?


다시 눈물을 머금고 보험사로 전화를 걸었다.


진짜 일처리가 엄청나게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르노 프랑스(콜센터) -> 프랑스 AXA보험 -> 폴란드 AXA보험 -> 정비소.


이렇게 확인에 확인을 거쳐야지만 우리 타이어를 새걸로 갈아준단다.


결국 무슨 일 하나 하려면 전화를 2~3번 한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사진은 동네 정비소에 가서 타이어 꺼내려고 모든 짐을 내려놓았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는 장면이다.


(왼쪽에 쭉 줄 지어 서있는건 정비를 기다리는 차들임. 장사 완전 잘됨)





정오에 정비소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이놈들이 우리차는 수리해줄 생각을 안한다.


저녁 6시까지 정확히 6시간동안.


정말 쉬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차들을 계속해서 수리한다.


폴란드에다가 자동차 정비소 하나 차리면 대박날꺼 같다...



여하튼 계속 기다려도 우리차는 수리를 안해주길래 물어봤더니, 주인장이 영어를 못한다...;;;


손짓발짓으로 우리차 수리해달라 그랬더니, 뭐라뭐라 하면서 구글 번역기를 돌린다.


대충 들어보니, 폴란드 AXA보험에서 확인을 안해줘서 타이어를 갈아줄 수 없단다.



폴란드 AXA보험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봤더니, 자기들은 프랑스 AXA보험에서 확인을 안해줘서 어쩔수 없단다.


프랑스 AXA보험 전화번호는 모르니까, 다시 르노 프랑스로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들은 프랑스 AXA보험으로 확인을 해줬단다.


뭐 어쩌라고!!! 아오 빡쳐.


이런 망할놈의 인도인 + 프랑스인 + 동구권 이 합쳐지니까 일처리가 개판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야. 타이어 어쩌라고!!!



진희랑 나는 애만 탔다. 내일부터는 주말이니까 무조건 오늘 안 고치면 월요일까지 이 할거 없는 동네에 묶이게 생겼다.





그렇게 계속 정비소에서 애니팡만 하고 있으니까,


주인장이 모든 차를 수리한 후에, 갑자기 우리 차를 가지고 들어오란다.


우리가 불쌍해보여서 그냥 해준건지, 아니면 막판에 폴란드 AXA보험에서 확인이 된건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타이어를 교체해준다.ㅠㅠ


엉엉... 감사합니다.





분명 왼쪽 앞바퀴만 교체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2개를 교체했다..ㅡ_ㅡ


게다가 멀쩡한 뒷바퀴들도 빼서 앞에다가 꽂고, 앞바퀴들을 뒤로 꽂고...


왜 그런지는 몰라도 여하튼 내돈 나가는거 아니니까 그냥 잠자코 있었다.


결국 타이어 하나 펑크났는데, 총 50만원정도 보험처리 된거 같다...ㅡ_ㅡ





그렇게 하루종일 정비소에서 애니팡만 하다가, 밤 늦게 아우슈비츠로 향했다.


아우슈비츠까지는 2시간이면 가니까 언능 가서 쉬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도로에 진입했는데...


차가 안간다...


이건 또 무슨 시츄레이션이야... 이렇게 영문도 모른채 1시간 넘게 꼼짝도 못하고 서있었다. 


다들 시동을 끄고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바로 앞 다리에서 차사고가 나서, 도로가 전면 통제됬었던거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몇줄로 끝나는 일이었지만,


보험사랑 전화하는것부터 말도 안통하는 정비소에서 차 고쳐달라고 앵앵거리는 일까지...


고작 펑크 난 타이어 하나 때문에 마음 졸이며, 스트레스 만땅으로 받으며 24시간을 보냈다.


차 사고나면 그냥 하루 날렸다고 생각하라는 아빠의 말씀은 진리였다.



아.. 이건 분명히 출국 전날, 우리집 앞 골목길에서 난 차사고를 보면서


"ㅋㅋㅋ 차사고 난거 구경하니까 완전 재밌네. 더 안 싸우나.ㅋㅋㅋ"


이렇게 몰상식한 짓을 해서 하늘에서 벌을 내린거라고 생각된다.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되나보다.



한국에서도 안해본 보험처리를 해보다니... 여행 와서 별걸 다 해본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