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착한 첫날밤,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아... 씐난다. 내일부터 뭐하고 놀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다.


출국날이다.





바쁘시기로는 목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우신 아버지께서,


친히 우리를 마중 & 배웅 해주셨다.


그렇게 아버지와 눈물의 작별을 마치고, (는 뻥임. 겁나 쿨하게 우리 배낭만 내려주시고 바로 떠나심. 쿨가이임)


면세점으로 들어왔다.


뉴욕에서 딱 한번. 뉴요커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마신 후로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 한잔 마시면서 기분 좋게 다시 비행기를 탈 준비를 했다.





이제부터 지옥임. (아니면 천국일지도.)


인천공항에서 KLM을 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서, 폴란드 바르샤바에 밤 10시쯤 떨어지는 일정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비행기를 탈때까지도 계속 검색중이었다.


결국 숙소도 정하지 못한채, 그냥 무작정 폴란드로 향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정 안되면 노숙하지 뭐. 라는 심정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이륙을 안한다.. 방송에서는 무슨 문제가 있어서 30분 있다가 출발한단다.


뭐.. 출발하기만 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한숨 푹 잤다.


한국에서 담아간 영화랑 비행기에서 틀어주는 다크나이트를 보면서 네덜란드에 도착할때쯤.


암스테르담 - 바르샤바 비행기표 시간을 확인했는데... 흠... 시간이 없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달랑 한시간정도.


겁나 뛰었다. 입국심사랑 짐 검사가 있긴 했지만, 당연히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다.



입국심사장.


직원 : 으잌? 왜 폴란드에 감? 얼마나 있을거임?


나 : 폴란드에 여행하러 감. 유럽에 2달정도 더 있을거임.


직원 : 너 벌써 유럽에 1달이나 있었는데? 유럽은 무비자로 총 3개월만 가능함.


나 : ㅇㅇ. 근데 어쩔? 2달 있다 아프리카 갈거임.


직원 : 아프리카 티켓은?


나 : 그런건 우리에게 있을 수 음슴.


직원 : ??? 너 쉥겐 조약은 알고 있음? (쉥겐 조약은 대충 뭐 쉥겐 조약에 가입한 나라들끼리는 출입국 절차를 안 밟는 대신 총 3개월을 넘지 못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조약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음.)


나 : ㅇㅇ. 오브 콜스. 그래서 뭐? 난 2달 딱 채우고 아프리카 갈거라니까?



근데 이 망할놈의 직원이 자꾸 옆에 직원한테 네덜란드말로 뭐라뭐라 물어보고, 고개를 가로젓고,


계속 똑같은 말 계속하고 짜증나게 군다.


도장 찍어!!! 입국 도장 찍으라고!!! 니네가 더 있으라고 해도 난 아프리카 갈꺼야!!! 간다고!!!


라고 하고 싶었지만, 공권력에 도전하면 나만 손해인 세상이다.


최대한 처량한 눈빛으로 제발 좀 찍어주세요. 라고 바라보았다.





게다가 짐 검사도 겁나 까다롭다... 아.. 눈물 난다.


게다가 저번에 말했듯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겁나 비효율적이다...


우리의 게이트는 D84였나... 여하튼 공항 젤 끝에서 끝까지 뛰어가야만 했다.


원래 이렇게 큰 공항에는 비행시간이 촉박하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서 카트를 운행하기 마련인데,


여긴 그런것도 없다. 


시간이 늦어서 카트 모는 사람들이 전부 퇴근했나보다. (네덜란드는 2009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짧은 나라다.)


망할!!!!



뛰고 또 뛰고 마구마구 또 뛰었다.


결과는 언제나처럼 fail.


망했다. 비행기가 떠났단다.


뭐 어쩌고 저쩌고 미안하다고 뭐라 그러더니, 내일 아침에 폴란드 바르샤바로 보내주겠단다.


대신에 오늘밤은 호텔에서 재워주겠단다.



아... 겉으로는 무진장 아쉬운척 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외쳤다.


땡 잡았다.


남미 칼라파테에서 기상악화로 인해 호텔에서 2박했던 알흠다운 추억이 되살아난다.


게다가 우리는 어차피 바르샤바 가봤자 숙소도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장기여행이라 365일을 여해하든, 366일을 여행하든 별로 상관 없는 상황.



자기들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으므로,


다음날 비행기 티켓 + 호텔 1박 + 호텔식 아침 저녁 + 호텔 바 이용권 + 공항 내 15000원정도 상품권 + 다음에 다시 KLM을 이용하면 75000원 할인권


등등을 받아냈다.


완전 하늘이 도왔다. 럭키가이.





그렇게 호텔로 가서 공짜로 더블룸을 쓰고, 공짜로 시원한 하이네켄 생맥 한잔씩 마시고, (하이네켄은 네덜란드 맥주임)


그렇게 행복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만약 원래 예정대로 바르샤바로 바로 갔다면, 왠만한 호스텔은 체크인 시간이 늦어서 안 받아줄테고,


호텔은 비싸서 완전 노숙을 해야 됐을텐데...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이것저것 많이도 받아 먹었다.




난 좋은 일이 생기면 다음에 나쁜 일이 생기고, 그 다음에는 다시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이때는 이렇게 연착된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유럽 여행을 잘 하게 될거라고 액땜 한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음. 이건 완전 좋은 일이었음.


다음에 다가올 완전 나쁜일은 폴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발생한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