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브라질 살바도르에서 유럽 프랑스 파리까지는 겨우 11시간.


언제나처럼 장거리 이동이라고 생각해버린 나는, 비행기에서 자지도 않고 게임만 하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게다가 유럽의 시차는 남미보다 4시간인가 빨라지기 때문에,


내리기도 전에 급피곤함이 쏟아져왔다.


하지만 언제나 잠을 확 깨게 만드는 그곳.


입국 사무소.





더러운 EU연합의 일원이 아닌, 저 멀리 동방예의지국의 일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긴 줄을 서야된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서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는 비행기였는데,


어차피 다 같은 EU연합이라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입국심사를 받았다.


입국 심사는 매우 간편하고 빨랐다.


가끔 빡칠정도로 짜증나게 굴지만, 그래도 대부분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남미에서 입국심사를 받다가,


갑자기 정돈되고 깔끔한 유럽에서 입국심사를 받았더니 적응이 안된다.





아... 역시 유럽이야요.


예전에 영국에서 3개월동안 공부? 체류? 유흥? 같은걸 한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유럽대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유럽여행. 그것도 차를 가지고 하는 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못하는 운전을 유럽대륙에서 할 수 있을까...


근데 막상 해보니 이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그냥 죽을고비 몇번 넘겼더니, 정신 바짝 들어서 운전 FM대로 하게 됨.





볼리비아에서는 200원정도면 샀을 저 300미리짜리 콜라캔이... 여기는 2유로.. 대략 3천원.


이런 망할 런던스러운 가격을 봤나.


옛날에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때가 생각난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이런 자판기가 있길래 가격을 봤더니, 2라고 달랑 써있었다.


으잉? 별로 안 비싸네? 라고 생각하며 2파운드를 쳐넣고 쳐묵쳐묵 하면서,


얼마짜리지? 라고 다시 한번 계산해보니 4천원....


난 그후로 3개월동안 런던에서 실수로 물 한번 사마신거 빼고는 아무것도 안 사마셨다.


물론 맥주는 겁나 많이 마셨지.





앞으로 여러번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유럽을 여행하는 방식은 유로카 리스라는 방식이다.


이게 뭐냐면... 푸조, 씨트로엥, 르노 3개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우선 내 명의로 완전 쌔삥 새차를 뽑아준다. 말 그대로 0km짜리 차를 뽑아준다.


그러면 그게 내 차다. 내 명의로 세금도 내고 내 명의로 되어 있는 그런 차다.


게다가 풀 커버리지 보험이라서, 차를 불사지르든 절벽에서 밀어버리든 바퀴 4개를 다 잃어버리든 상관 없이 전부 커버 된다.


대인, 대물 전부 보상됨.


그렇게 장기간 차를 빌린 다음에, 차를 반납하면 회사에서는 그 차를 좀 손봐서 다시 중고시장에 내다판다.


(반납할때 범퍼가 없든, 핸들을 삶아먹든 상관 없음.)



그러면 렌탈이랑 리스랑 차이점이 뭔가?


리스는 최소 21일 이상 빌려야 되고 픽업 가능한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 그거 말고는 모든게 리스가 유리하다.


(정해진 픽업 장소가 아닌 곳에서 픽업하려면 추가요금만 내면 됨.)


우리는 르노 씨닉이라는 차량을 리스했는데, 총 110일 빌리는데 대략 350만원정도 들었다.


하루에 3만원정도만 내고 완전 새차를 끌고 유럽을 돌아다니는 거임.ㅋ 우왕ㅋ 굳ㅋ



우선 공항에 내리자마자 TTcar라고 적힌 공중전화를 찾아서, 수화기를 들기만 하면 직원이 우리를 모시러 온다.





그렇게 직원차를 타고 5분정도 가면 이런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 보이는 차는 전부 새차다. 리스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다.


일반차량과 다른 점은, 번호판이 새빨갛다는거....


그래서 도둑이 엄청 많다는 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곳은 빨간색 번호판만 보면 무조건 창문부터 깨고 본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직 안가봐서 모르겠음.ㅋㅋㅋ





이게 바로 내 생애 첫차. 르노 씨닉이다.


첫차부터 간지나게 외제차로 뽑아주는게 진정 싸나이지.


오토인 주제에 평균연비가 22키로를 넘는 매우 바람직한 차다.



근데 운전하는 사람이 병맛인지라, 지금까지 평균연비가 17키로정도밖에 안나옴.ㅋㅋ


내 생각에는 독일 아우토반을 20시간 가까이 140으로 쏴대서 그런듯...





유럽 운전 뭐 있나? 어차피 운전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은 나만의 오해였다...


레얄 신지옥이었다. 생각해보면 난 운전면허도 10만원 주고 야매로 딴데다가, 


마티즈로 운전연습을 한 바람에, 아직도 싼타페 끌고 나가면 여기저기 다 긁어먹고 다니는데...


난생 처음 와본 파리에서 운전한다는건 생각보다 무모한 짓이었다.



우선 리스차는 기름이 1/4밖에 안 차있기 때문에, 기름을 넣으러 가야 된다.


직원이 리스차 빌리는 곳 바로 옆에 주유소가 있다고 가서 넣고 출발하란다.


여차저차 주유소를 찾았다.


오.... 근데 뭐 주유소 직원도 안 보이고, 뭐 어케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물쭈물 대다가 결국 주유소를 나와버렸다...


흠.. 괜찮아. 어차피 널리고 널린게 주유소니까 그냥 가다보면 나오겠지.



그냥 무작정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이런 망할. 톨게이트가 등장했다. 네비 이용법이라도 좀 숙지하고 나올껄... 무작정 끌고 나왔다가 망했다.


우린 유로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톨게이트를 보니까 옛날 우리나라처럼 동전을 집어던지는 방식이다.


동전이 있어야지 넣지!!! 


다행히 바로 옆에 카드 넣는 구멍이 있었다. 카드를 넣었다가 뺏더니 알아서 결제 된다...


0.8유로인가... 겨우 천원정도 결제하려고 해외카드 수수료만 카드사에 기부하게 생겼다.



그렇게 톨게이트를 나가자마자 네비를 찍어봤다. 


망할!!! 네비가 프랑스어다... 괜찮아. 프랑스어는 스페인어랑 비슷하겠지? 는 개뿔.


그냥 아예 생판 다른 글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네비가 나에게 인사한다. 봉쥬르?


대충 그림으로 골라서 네비를 작동시켰더니.... 다시 톨게이트로 들어가란다...;;;;


엉엉.... 결국 이날 0.8유로짜리 톨비 내느라 2배 가까운 수수료만 지불했다.



여하튼 그렇게 파리 시내쪽으로 들어왔다.


헐... 드디어 만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다는 그 로터리.





유럽은 3거리 이상은 대부분 로터리로 만들어져있다.


이게 뭐냐면, 우선


가운데 부분은 로터리로 되어 있어서 차들이 빙글빙글 돈다.


가운데에서 빙글빙글 도는놈이 무조건 우선이다. 


그렇게 빙글빙글 도는 놈이 없다 싶으면, 슬슬 로터리로 진입해서 들어간다. (대부분 신호 없음.)


그다음에 나도 빙글빙글 돌면서 내가 나가고 싶은 구멍을 찾아서 나가면 된다.



이렇게 되면 신호가 없기 때문에, 차도 덜 막히고 매우 효율적이라는데... 잘 모르겄다. 난 죽을뻔 했다.


양보운전따윈 배우지 않은 나로써는 로터리 진입할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


저 사진 출처는 르노 리스 홈페이지에서 퍼왔음.ㅋ





게다가 프랑스는 중앙선이 흰색임... 가끔 흰색 점선이 중앙선일때도 있음...


그리고 일방통행인 경우가 매우 많음.


이 3개가 합쳐지면? 일방통행인줄 알고 중앙선 침범해서 마구마구 달리는 짓을 경험할 수 있음.



이날, 처음 만난 네비랑 손발이 안 맞아서 길을 해매고 있는데,


내 앞에서 차가 달려온다. 뭐여 이건. 좌회전인가?


진희가 갑자기 조수석 손잡이를 잡더니 차선!! 차선!! 중앙선!!!! 을 외친다.


깜짝 놀라서 차선을 바꿨더니... 알고보니 내가 달리고 있던건 반대편 차선이었다...ㅡ_ㅡ



유럽애들은 운전규칙은 확실하게 지키는 편이다.


그 말은 곧, 자기가 규칙을 지키고 있으면 전후좌우 살피지도 않고 그냥 무조건 달린다는 얘기다.


자기가 우선권이 있고, 올바른 길로 가고 있으면 중간에 누가 튀어나오든지 말든지 그냥 쏜다.



이렇게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고나니, 갑자기 앞에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설마요. 저건 아니겠지.





빙고다. 개선문이었다.


16개의 도로가 한데 합쳐져서 빙글빙글 로터리를 형성하고 있는 그 개선문에 난 들어와버렸다.


수많은 드라이버들이 한번쯤 도전해보려다가, 멀리서 보고 도망친다는 그 개선문.


진입과 동시에 지옥이 펼쳐진다...


이건 마치 광화문 앞 세종로를 건너가는 생쥐나 다름 없다.


왼쪽 오른쪽 앞 뒤에서 차들이 마구 달려든다... 아까도 말했듯이 얘네는 지가 규칙을 지키고 있으면 그냥 무조건 쌩쌩 달린다.


살려주세요. 잘못 했어요. 다시는 개선문 안 들어올게요. 엉엉...





16개 차로가 만난다고 해서, 무슨 왕복 2차선도로 같은거 16개가 만난다고 보면 안된다.


지금 보이는 이런 차로. 이런게 16개가 만난다.


뭐 길을 이따위로 만들어놨나... 정말 죽다 살아났다.


울고 싶을정도로 긴장을 했고, 내가 지금 밟는게 클러치인지 액셀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놔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3시간쯤 돌아서 도착했다.


숙소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는데...


우리가 예약을 하고 간 곳은 프랑스의 '파리가자' 민박이었다.


처음 유럽에 온데다가, 캠핑용품이라든지 교통법규 같은걸 좀 배우려고 일부러 한인민박으로 예약했는데...


이 망할 민박집이 사람 짜증나게 만든다.



우선 도착했다. 민박집 예약할때 최우선으로 고려한게 주차 가능한지 여부였는데...


그냥 집앞에 대면 된단다.... 주차장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집앞 빈곳에 주차하란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시설이 영 후지다. 괜찮아. 한인민박이 원래 다 이렇지 뭐.



내 짐을 대충 풀고, 진희에게 가보니, (한인민박은 대부분 남자, 여자 따로 방을 씀. 혼성 도미토리가 없음.)


진희가 방에 안 들어가고 밖에 서있었다.


뭔일인가 싶어 봤더니, 미리 예약까지 하고 돈까지 냈는데 우리 침대가 없어서...


간이 침대 하나를 원래 있던 침대들 사이에 껴준다.



정말 한뼘 차이로 붙여서 간이침대 하나를 만들어주더니 거기서 자란다. 미안하다는 얘기도 없다.


이건 뭐여... 아줌마 우린 예약도 했고, 선입금까지 했는데 왜 침대가 없나요.


라고 했더니, 자기네들은 원래 이렇게 영업 했단다... 이제까지 쭉 이래왔단다. 호스텔이 원래 다 이렇단다.


이 아줌마가 프랑스까지 와서 더위를 자셨나. 왜이래 아줌마. 지금 5개월동안 호스텔만 다니다 온 사람인데 어디서 약을 팔어.


라고 했더니, 여하튼 자긴 모르겠다고 귀찮다는듯이 얘기한다.



그럼 방 빼고 다른데 갈테니 돈 환불해달라 그랬더니, 당일취소는 전액환불이 안된단다.


이건 뭔 개소리야!! 그딴 규정은, 당신이 침대를 확보해 놔서 다른 손님을 못 받은 손해를 우리가 보상해 주는 차원이지.


무슨 침대 확보도 안 해놓고 개소리!! 이런 망할 아줌마! 짱개 조선족 대림역 아오 빡쳐.



사장님한테 직접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는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계좌 번호 적어놓고 가란다.


사장이란 사람도 사람 좀 짜증나게 했지만, 여하튼 돈은 환불 받았고...


결론은 이거다.



프랑스의 한인민박에서 일봐주는 사람은 대부분 조선족인데...(식사준비를 하시거나 청소 하시는 분들)


이 분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대부분 매우 형편 없다는거...





여하튼 그렇게 원래 예약했던 숙소를 나와서 다른 숙소로 열심히 이동했다.


이게 우리가 유럽에서 첫날 겪었던 일들이다.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지금 노르웨이 캠핑장 인터넷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진희랑 나랑 가장 크게 느낀게 뭐냐면...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던 배낭여행..


이거. 정말 유럽 겨울철 캠핑에 비하면 고생이라고 부를만한 수준도 아니었다는거...



배낭여행은 최소한 숙소라도 있잖아. 아무리 거지 같아도 비 막아줄 천장이라도 있잖아..


캠핑은 그것도 다 내가 만들어야 된다... 이건 뭐 캠핑인지 노숙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로 고생중이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