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데 자네이루의 마지막 날이다.


브라질 와서 가본 도시라곤 포스 두 이과수, 리오 데 자네이루, 살바도르... 이거 3개가 전부다.


원래 상파울루도 가보고, 그 아래 플로리아나폴리스도 가보고, 시간만 되면 서북쪽의 아마존 투어도 해보고 싶었건만...


어찌어찌 여행하다보니까 그냥 이 3개로 만족하기로 했다.


인생 뭐 있나. 다음에 또 오면 되지.



여행하다보면 2007년 인도를 여행할때의 내 모습과 비슷한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그때는 누굴 만나든지간에 항상 막내소리 들으면서, 형님, 아저씨들이 해주시는 얘기를 귀담아 듣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 학생들에게 무언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 학생들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들... 학교생활, 취업준비, 그리고 결혼...


2007년의 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했었고, 2012년의 나는 이 모든 것을 한발자국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학생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진희가 항상 이런 말을 해준다.


걱정마요. 한번 나오는게 어렵지. 한번 나온 사람은 다시 또 나오게 되있어요.



맞는 말이다. 그냥 한번 나오는게 어려울 뿐이지. 한번 나와보면 별거 아닌걸 깨닫고는 계속해서 나올수 있다.


한번 술마시는데 10만원씩 든다고 치면, 한달에 2~3번 안 마시고 돈 모으면, 1년에 한번정도는 이렇게 나올수 있을꺼 같다.





누군가 LAPA지역을 설명하면서, 홍대 뒷골목 같다고 표현해 놨는데...


홍대 뒷골목은 안가봐서 모르겠고, 여하튼 운치 있는 거리긴 하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그래서 그런지 대낮인데도 무섭지...


삥 뜯길꺼 같음...;;;;





LAPA지역 곳곳이 이렇게 그라피티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대낮인데도 거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뭐라뭐라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흑인들로 채워져 있다.


브라질은 햇살이 강해서 그런지, 사진을 대충 찍어도 잘 나오는거 같다.



여행하다보면, 날씨가 정말 중요한거 같다.


지금의 브라질 날씨는, 맥시코 칸쿤의 날씨와 흡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느끼는 것들이 칸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분명 도시 자체의 느낌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데도... 날씨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칸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난 다음에 늙으면, 날씨 좋은 곳에 가서 살아야지.


제주도 같은데. 뉴스를 못봐서 모르겠지만, 조랑말이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소문이 있던데..;;;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가니, 이파네마 해변이 나타났다.


오... 진정 플로리다 비치다.


플로리다 해변을 가보진 못했지만, 분명 이거랑 비슷할거랑 느낌이 든다.


몇일 전에 갔던 코파카바나 해변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화려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주중과 주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가 갔을때의 이파네마 해변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우선 바다보다 더 아름다웠던 백사장.


드디어 난 터질듯한 몸매를 가진 브라질 언니들의 비키니 차림을 보고 말았다.


결혼까지 했는데, 와이프랑 같이 여행하면서 왜 그러냐고 비난하지 마라.


진희도 같이 보면서 넋이 빠졌었다.


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흑형으로 태어나고 싶다. 내가 봤을때 흑인들은 뭔가 몸에 대한 유전자가 다른거 같다.



비키니가 일반화 되있을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내가 흔히 생각하는 비키니는 비키니가 아니었다...


완전.. 진짜. 아. 뭐라 설명해야 되나.


정말 그냥 가리기 위한 수영복이다. 중요부분만 가리면 그게 수영복인 동네다. 이 동네가 원래 그래.


부럽나? 브라질 오고 싶나?





사실 손바닥만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보다 더 놀랐던건,


남정네들 몸을 보고나서였다...


이건 뭐 초등학생도 배에 왕짜가 새겨져 있다... 게다가 어깨가 나보다 넓음...


왼쪽에 무시무시한 근육을 자랑하는 흑형이 보이는데.. 저정도는 그냥 약과다. 다들 저런 몸을 가지고 있음.


내가 생각해봤는데, 흑형은 그냥 숨만 쉬어도 자동으로 복근운동이 되서 왕짜가 새겨지는거 같다.


게다가 아까 얘기한거처럼, 오른쪽에 아줌마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T팬티라고 불릴만한 비키니를 입고 계신다.



여기는 저런걸 보고 쑥쓰러워 하거나, 고개를 돌리면, 그게 더 이상한 취급을 받는 동네다.


말 그대로 수영복인데, 그걸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거나 창피해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여기가 브라질입니다 여러분!!


콜롬비아따위는 어느새 해마의 한구석으로 밀어버리는, 여기가 브라질입니다 여러분!!


이런 처자들이 흔치 않아서 찍은거 같나?


아님. 그냥 아무데나 대고 셔터 누르면 이런 처자들이 이파네마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혼까지 했는데 왜 이러냐고 날 욕하지 마라.


이 사진은 진희가 찍은거임.ㅋㅋㅋ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파네마 해변을 좀 넓게 볼 시간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이 활처럼 휘어진 모양이라면, 이파네마 해변은 일자로 쭉 뻗은 모양이다.


물색깔이나 다른건 잘 모르겠지만, 백사장만큼은 정말 부드러웠다.



물색깔이나 백사장 주변의 풍경은, 칸쿤이나 쿠바가 훨씬 예뻤던거 같지만,


해변의 분위기 자체는 단연 이파네마 해변이 최고였다.


정말 지치지 않고 뛰어노는 브라질 어린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힘이 빠져서 못 놀 지경임.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바위산으로 기어올라와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이쪽 방향으로, 파도가 끝나는 지점부터, 왼쪽으로 길게 코파카바나 해변이 펼쳐진다.


코파카바나 해변이 더 유명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파네마 해변이 더 멋졌던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쪽은 호스텔 가격도 비싸니 유의 바람.


최고는 역시 Bossa in rio Hostel.ㅋㅋㅋ





바위산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쉬고 있었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바위 곳곳에 담배꽁초와 맥주캔이 박혀 있는걸 보니,


아... 여기는 남미군요.


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이랬던거 같다.


나중에 유럽가도 똑같겠지?ㅎㅎㅎ


아프리카가 기대된다. 거긴 뭐 기대하고 말것도 없이 아무런 정보도 없고, 상상조차 할수 없다.





정말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였지만,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키니 언니들을 봐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해변의 분위기 자체가 매우 좋았다.


모두들 활기가 넘쳤고, 음악이 없어도 흥이 있는 그런 해변이었다.


리오 데 자네이루의 명성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찍은 이파네마 해변의 전체 풍경이다.


이렇게 보니까, 여기도 일직선은 아니네..ㅡ_ㅡ 


우리가 수영복만 챙겨갔으면, 바로 의자랑 파라솔 빌려서 뛰어들었을텐데...


수영복을 안 챙겨간게 천추의 한이었다.


이 유명한 리오 데 자네이루의 해변에 몸 한번 못 담궈보고 떠나야 하다니.ㅠㅠ





원래 이파네마 해변은 석양과 월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것을 보지도 않고 일찍 숙소로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교수님과의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때는 어제밤이었다.


진희랑 같이 로비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동양인 한분이 들어오셨다.


턱수염을 기른 외모에 30~40대의 외모를 하고 계신 아저씨였다.


외국 나와서 동양인을 만났을 때,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구분하는 방법은...


우선 머리가 생머리면서 단정하고 옷차림새가 이상하리만큼 노멀하면 중국인.


턱수염을 기르고, 옷들이 전부 히피처럼 거지같이 입고 다니면 일본인.


나랑 눈이 마주쳤을때 뭔가 움찔하면 한국인.


이렇게 구분하면 된다.ㅋㅋㅋ



근데 교수님께서는 턱수염을 기르고 계셔서 일본분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한국분이세요? 라고 말씀을 하신다.


헐... 저 나이대의 아저씨께서 혼자 이곳까지 오실 정도면... 


딱 봐도 엄청난 경력을 가지신 여행작가시거나... 아니면 여행을 정말 사랑하시는 히피아저씨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몇분 후 샤워하고 나오셔서는, 우리에게 맥주를 사주셨다.


오... 우선 맥주를 사주신다면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개에게 있어, 자기에게 소세지를 주는 사람이 주인인 것처럼,


나에게 있어, 나에게 술을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눠봤는데.... 엄청나신 분이다.


사진이나 실명거론은 하지 않겠지만, 40대의 나이에 일본 국립대학교 정교수의 위치에 올라가신 분이었다...;;;


지금은 비록 일본에서 사시고, 일본 대학교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계시지만,


연구분야는 우리나라 서체라고 하신다... 우리나라 서체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분이란다..;;;


오... 


이번 여행도, 원래 상파울루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놀러온거라고 하신다.


일본에서 비지니스석을 타고 오셨다고 하시는 순간, 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느낌이 팍 들었다.



후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각종 신문사랑 인터뷰 하신것도 있고.. 뭔가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학자신거 같다..;;


더 자세한 얘기도 많은데, 말하면 안되는 사항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더이상은 힘들고,


여하튼 엄청나게 유명하신 교수님이랑 밥을 먹었다는 거 정도로만 해두자.


(물론 교수님이 다 사주셨음.ㅋㅋㅋ)



여행의 묘미는 이런게 아닐까 싶다.


살아오다보면,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 나랑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비슷한 사람들 뿐이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건, 같은 동네에 산다는 애기고, 그 얘기는 생활수준이 비슷하다는 얘기고..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는건, 수능점수가 비스무리 하다는 얘기고, 그 애기는 교육 수준이 비슷하다는 얘기고...


오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여하튼 죄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만 만나다가,



이렇게 여행와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국에서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가, 돈의 무상함을 느끼고 꼴까따에서 칩거중인 아저씨부터...


젊은적에 베트남에 놀러갔다가, 재미 삼아 농사기술을 알려주면서 어느새 20년 넘게 정착하게 된 사람부터...


거기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음? 이라고 생각되는 코스타리카 같은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


그리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교수님까지...



만약 내가 한국에서 회사만 다니고 있었으면, 죽을때까지 못 만났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듣는 얘기는 하나하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기분이다.


그냥 어영부영 중고등학교 나와서, 대충 대학교 들어가서, 군대 갔다와서, 학점 열심히 받아서, 


1년에 몇만명씩 뽑는 대기업에... 몇만명 중의 1명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일해서 결혼한.



말 그대로 평범함의 표준대로 살아온 나로써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다보면,


느끼는 바가 정말로 많다.





여하튼 교수님께서 사주신 음식은, 브라질의 전통음식은 빼이죠아다 라는 음식이었다.


팥에다가 온갖 돼지고기를 넣고 끓여낸 음식인데,


밥이랑 같이 비벼먹으면 된다.


원래 흑인 노예들이 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주인들이 먹다 버린 돼지귀, 내장 같이 버리는 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요즘에는 모든 분위를 넣고 끓인단다.



생각외로 입맛에 잘 맞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우선 브라질의 전통음식이라니까 한번쯤 먹어봐주는게 예의 아니겠음?ㅎㅎㅎ





그렇게 교수님께 거하게 얻어먹은 다음에, 또 다시 바로 향했다.


이 술은, 브라질의 전통 칵테일은 까이삐리냐 라는 술이다.


라임 or 레몬이랑 엄청나게 독한 술을 섞어서 마시는 술인데, 


매우 달다... 두잔정도까지는 맛나게 마실수 있는데, 그 이상은 질려서 잘 안 내키는 그런 술이다.


저 빼이죠아다랑 이 술까지, 모두 합쳐서 1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망할 브라질 물가.ㅋㅋㅋ)


교수님이 모두 사주셨다... 냠냠. 




교수님도 그렇고, 우리도 내일 떠나는 관계로 늦게까지 술을 마시진 못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2일에 걸쳐 듣는 교수님의 말씀은 참 인상 깊었다.


20년도 넘게 일본에 사시면서, 일본인과 사시면서 느끼는 것들... 그리고 학자로써 바라보는 우리나라 상황...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셨는지....



책으로도 못 배우는 것들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간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