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라틴문화라고 하면 역시 춤과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살사, 손하면 쿠바.


레게하면 자메이카.


삼바하면 브라질.


그리고 탱고하면 아르헨티나.


덕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와서 탱고쑈를 본 관광객중에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 춤을 배워가곤 한다.



우리는 콜롬비아에서 살사를 배워봤으나, 세상엔 해도 안되는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찌감치 접었다.





2012년 8월 14일부터 28일까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탱고쑈가 펼쳐지고 있다.


간판을 잘 보면 TANGO BA라고 써있는데... 뉴욕을 NY로 부르는것처럼 여기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BA로 부른다.


그리고 대충 아래 보면, 2012는 년도고... 그 앞에 AGOSTO는.. 딱 봐도 8월을 뜻하는 영어 August랑 비슷하니까 8월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페인어 뭐 있나? 어차피 라틴어에서 내려온거니까 그냥 대충 때려맞춰도 반은 때려맞출 수 있다.


우리는 운 좋게도 탱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하게 된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엄청나게 큰 도시인데...


이 도시 곳곳에서 탱고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탱고 페스티벌에 대해 물어보면 상세하게 적힌 팜플렛을 준다.


일짜별로, 시간별로, 어느 장소에서 어떤 팀이 공연을 하는지까지 다 적혀있으니,


그걸 보고 돌아다니면 된다.


우리는 에바페론의 묘지를 보러 가는 김에, 바로 옆이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중 하나라서 들러봤다.





탱고 페스티벌의 다양한 볼거리중에 하나인 탱고 경연대회를 하는 모습이다.


탱고를 못 추면 아르헨티나 사람이 아닐 정도로, 전국민이 추는 춤이다 보니...


참가자의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며칠에 걸쳐서 예선전을 치르고, 그 다음에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자를 뽑는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그냥 예선전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뿐 아니라, 콜롬비아, 브라질 사람들도 출전하는걸 보니 꽤나 큰 대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게 되면 엄청난 인기 스타가 될수 있단다.


이런 예선대회 중간중간에도 지난 대회 우승자들이 나와서 탱고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2009년 우승자도 아직 대접을 받는걸 보니,


한번만 우승하면 대대손손 영광을 누릴수 있나보다.



예선전이라 그런지 우와~ 잘한다! 라는 느낌보다는 신기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는데...


실제 현역으로 레스토랑 등지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부터, 아마추어 수준으로 춤을 배우는 사람까지 전부 출전한단다.



10팀 가까운 공연을 봤는데... 생각보다 멋지진 않았다.


그냥 비스무리한 음악에 비스무리한 춤을 추는걸로만 보였다.


차라리 친구가 종로에서 술마시다가 요즘 유행하는 춤이라면서 셔플댄스를 춰댔을때가 더 놀라웠던거 같다.





경연대회를 벌이는 곳 옆에는 이렇게 무료로 탱고강습을 해주는 곳도 있었다.


다들 둥글게 걸어다니면서 스텝 연습을 하는걸로 보였다.


탱고의 기본은 뭐 4박자라나 뭐라나.. 얼핏 그렇게 들은거 같은데...


내가 하루이틀 배워서 출수 있는 춤이 아닌거 같아서 그냥 흘려들었다.



그리고 탱고를 배울때는 상대방에 대한 매너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꼭 양치를 하고 청결한 상태로 가야되고... 여자는 힐을 신고.. 남녀 모두 적절한 옷을 입고 가야된다.


배낭여행자라고 반바지에 쪼리 신고 가면 안된다는 말임.





진희랑 페스티벌을 통해서 탱고를 좀 본다음에...


마음에 들면 진짜 좋은 곳에 가서 꽤나 큰 돈을 주고 제대로 된 탱고쑈를 보려고 했는데...(좋은데는 한사람당 5만원정도씩 듬)


생각보다 별로 감흥이 없길래, 그냥 이것으로써 탱고는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리고는 에바 페론의 묘지가 있는 레꼴레따 공동묘지로 향했다.





레꼴레따 공동묘지가 있는 동네에는 미술관이랑 박물관이 많이 있단다.


나는 더이상의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는 허리에 무리가 가는 관계로 포기해버렸다.


탱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중 가장 메인이 되는 장소라서 그런지, 주변이 좀 들뜬 분위기였다.


나 혼자 신나서 들뜬거일수도 있지만.ㅎㅎㅎ





여기가 레꼴레따 공동묘지다.


앞에는 자고 있는 개를 찍고 있는 외국인 아저씨 되겠다.



저번에 봤던 뿐따 아레나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동묘지가 무색해질만큼,


엄청나게 성대하고 거창하고 으리으리한 공동묘지다.


이건 뭐 거의 전세계의 신전 축소판들을 모아놓은 수준의 공동묘지였다.





공동묘지 안에서 길 잃었다는 사람이 꽤 있을 정도로, 내부는 복잡했다.


현재 어느 위치에 누가 묻혀있는지 안내도까지 있는걸보면, 이 묘지의 크기가 대충 예상이 간다.


아르헨티나에서 한가닥 하던 사람들만 묻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유명한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이라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름이 좀 굵게 표시되있다.)


참고로 여기에 묘자리를 사려면 5억 이상이 든단다.





여행지에서 길 찾는 제1원칙은.


그냥 남들 가는대로 따라가는거다.


어차피 이곳에 자기 조상묘가 있지 않은 이상, 에바 페론 묘지를 보러 왔을테고...


그러면 다들 에바 페론 묘지만 보고 갈테니... 최대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가다보면 에바 페론 묘지가 나타날거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가보니 정말 에바 페론의 묘지가 나타났다.


사실 누군지도 모르고,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왜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만...


여하튼 아르헨티나의 국민적인 추앙을 받고 계시는 분이다.



원래 영부인이니까 남편이랑 같이 묻혔어야 했지만... 시댁이 반대하는 바람에 자기네 가족묘에 묻히게 되었다.


우리나라나 이쪽나라나 어딜가나 시월드가 문제구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묘지를 찾아서 헌화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중앙쪽에 있는 묘지들도 아닌, 그냥 변두리에 있는 묘지인데도 이정도다.


땅값이 5억이고 묘지 짓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었을꺼 같다.


들리는 루머로는, 땅 사서 묘지 짓고 땡이 아니고, 월세처럼 꾸준히 돈을 내야지만 유지가 가능하다던데...


있는 놈은 대대로 잘 살고, 없는 놈은 대대로 못 살고....


거의 모든 남미나라에서 겪고 있는 큰 빈부격차가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정도 수준은 되야지 이제 중앙쪽에 자리 잡을수 있다.


동상은 뭐 우습고, 저 뒤에 거의 미켈란젤로급의 조각가가 만든 조각품들도 보인다.


당최 어느집안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한 집안인가보다.



파타고니아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시간이 촉박할줄 알았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고.. 막상 와보니까 별거 없었다.


여느 다른 남미 대도시와 별반 다를게 없었고...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어떤지는 난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탱고에 관련된 문화를 즐기지 않았으니 당연한 건지는 몰라도...


여하튼 남들이 매우 극찬하는만큼, 뭐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