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머문지도 어언 1개월이 다되어 갈때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남미에 오면서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


빠리쟈를 먹는 날이 와버렸다.


빠리쟈가 뭐냐면... 제목 그대로 코뚜레 빼고 소의 모든 부위를 다 구워주는 음식이다.





아...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가장 중요한, 고기를 구워주는 곳을 못 찍었네.


여하튼 빠리쟈를 하는 곳에 딱 가면, 중앙에는 신나게 고기를 구워대고 있고,


사람들은 접시를 들고 그곳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부위를 초이스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는 호주산 소고기와 쌍벽을 이루는, 소고기계의 YG라 불릴만큼 맛나고 저렴하다.



비록 부위 이름을 잘 몰라도 상관 없다.


그냥 딱 보고 맛있어 보이는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왕창왕창 접시에 담아준다.


소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등도 있으니 소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가도 괜찮다.


근데 그런 사람이 있나?





고기엔 역시 맥주죠.


맥주 옆에 있는 접시처럼, 일반 부페도 따로 있다.


하지만 고기부페에 와서 저런 옥수수 쪼가리나 먹는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건 대부분 진희가 먹고 난 고기만 먹었다.



저기 사진 뒤에 대머리 아저씨 뒤쪽이 고기를 구워주는 곳이다.


그릴에 엄청나게 구워대는데... 진짜 어마어마하게 구워댄다.


거의 소의 반토막을 통째로 구워대고, 그 다음에 부위별로 마구마구 잘라준다.


사람이 많다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미 쩌~~어기 안쪽 주방에서는 수십마리의 소들이 계속해서 초벌구이 되고 있는 중이니까.ㅎㅎㅎ





숙소 매니저분에게 물어봐서 간 곳인데, 나름 맛집인가보다.


이 식당 주변에도 이런 식당들이 엄청 많다.


저녁보단 점심에 가는게 좀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대충 2만원정도? 내면 무제한이다.


근데 이것보단, 이과수에 있는 만원정도 내고 먹는게 더 좋은 선택인듯 싶다.


(이과수는 부페는 아니지만, 다 먹기에도 벅찬 양이 나온다.)





사진 진짜 무지하게 못 찍는구만...


실제로 보면 막 침이 넘어가다못해 질질 흐를 정도로 맛나 보인다.


등갈비, 안심, 등심, 곱창 등등... 다양한 부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보면 마트에서 소고기를 자주 사다 먹는데...


이게 호스텔에서 요리하는거다보니... 쉽게 구워먹을 수 있는 안심이나.. 요리하기 편한 분쇄육만 먹게 된다.


그래서 이런 고급부위들 먹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오늘이 그 기회다.



호주에서 1년간 워킹하다 온 청년이, 남미의 다른 나라들 소고기는 다 맛 없다 그러다가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는 인정하는 걸로 봐서,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겁나 맛있는 모양이다.



난 미국산 소고기나 한우나 어차피 다 똑같은 고기라고 느끼는 막혀라서 평가를 내릴수 없다.





배터지게 먹은 다음에... 식당 근처를 산책하러 나섰다.


여기는 뿌에르또 마데로 라고 불리우는 동넨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항구부분이다.


아직도 배가 다니는거 같긴 한데... 항구로써의 기능보다는 우리나라 청계천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이곳을 기준으로,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어마어마한 부촌이 펼쳐진다.


저기 뒤쪽에 보이는 건물들만 봐도 가늠할수 있겠지... 





말이 항구지, 그냥 운하? 인공적인 강 정도?


수심도 별로 깊어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기중기들만 없었어도 항구역할은 안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좁고 별거 없다.



강 건너편에는 저렇게 고층빌딩들이 마구 들어서고 있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지금 아르헨티나 대통령 남편이 저곳 땅부자라서 엄청나게 개발을 해댄다는 루머도 있다..;;;





센트로의 고풍적인 건물들과는 다르게, 약간은 신식 건물들이 주변을 채우고 있다.


약간 칠레의 산티아고 같은 느낌?


센트로에서 10분정도만 걸으면 나타나는 곳인데도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니...


정릉이 구로같고 구로가 가산같고 가산이 낙성대 같은 서울에 사는 나로써는 참 신기한 일이다.



사실 별로 신기하진 않았음. 그냥 그렇구나 했음.ㅋㅋ





사람이라면, 배고프면 먹고싶고 배부르면 자고 싶은게 인지상정.


우리는 부풀어 오른 배를 부여잡고 오침을 취했다.


남미에서는 이렇게 낮잠 자는걸 씨에스타 라고 부른다. 공식인지 비공식인진 모르겠다만 여하튼 다들 잘 지키는 편이다.


다른거나 좀 잘 지키지. 낮잠 자는걸 잘 지키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게 한숨 자고 났는데도 배가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저녁을 안 먹었다간, 분명히 새벽 1시쯤 되서 배고프다고 둘이서 파스타나 해먹을까? 이러고 있을게 분명하므로,


간단한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탱고의 도시답게, 이렇게 곳곳에 탱고춤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탱고춤을 추는 밀롱가 라는 곳도 있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강추하는 곳이란다.



나랑 진희는 둘다 몸치인데다 별 관심 없어서 패스하긴 했지만... 조금 아쉽기는 하다.


여행하다가 내가 모르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수도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지...





국회 의사당 건물이다.


남미 남쪽으로 내려올 수록 안전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대도시면서 시내 중앙이라 안전한 면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에콰도르보다는 백만배 안전해 보인다.


거기서는 오후 4시만 되면 숙소로 되돌아 오느라 정신 없었는데...


그것도 벌써 3개월은 지난 일이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집 떠나온지 5개월이 다 되간다.


세계일주 하겠다고 나와놓고는 아메리카에서만 5개월을 보내고 있다...ㅡ_ㅡ


아무리 생각해도 1년내에 세계일주 하는건 힘들다고 본다.


그렇다고 다 때려치고 취업도 안하고 세계일주 하는건 더 힘들다고 본다.





원래 저녁을 먹기로 한 곳은 아니었지만, 지나가다가 유명한 곳이라서 한번 들어가봤다.


La Americana였나... 뭐 여튼 저런 식의 이름을 가진 엠빠나다 집이었는데..


가이드북에서 극찬을 하길래 하나 사먹어봤다.



흠... 분명 이 가이드북 쓴 사람은 아타카마 마을에 있는 엠빠나다를 안 먹어본게 분명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기대하고 먹어봤는데, 별로 맛 없었다.





여기가 우리가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 피자집. 


Guerrin이라는 매우매우 유명한 피자집이다.


꽤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도 남미답게, 계산 따로 음식 따로다...


계산부터 하고 그 영수증을 음식 주는 사람한테 주면 음식을 준다.



이 정도는 양반이지. 예전에 어디지.. 산티아고였나...


화장품을 사러 들어갔는데... 


1. 줄 서서 점원에게 뒤편에 있는 화장품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2. 점원이 뭔가 영수증 같은 걸 준다.


3. 그걸 가지고 계산대로 가서 다시 줄을 서서 돈을 내면, 영수증에 도장을 찍어준다.


4. 도장 찍힌 영수증을 가지고 점원에게 되돌아 가면, 해당되는 물건을 준다.



더럽게 합리적이고 빠르고 쾌적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아.. 이 얘기 하려는건 아니었고, 남미 남쪽으로 내려올 수록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모두 먹고 살만해서 그런진 몰라도


동양인을 좀 깔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이렇게 외국인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스페인어 못하는 동양인을 좀 귀찮게 여긴다고 해야되나...


뭐 바빠 죽겠는데 어버버 하고 있는 손님 받는거 짜증나는건 알겠지만...



망할 종업원이 주문 받는데 인상을 내내 쓰고 있다...


망할놈. 씨티은행에서 돈을 왕창 뽑아다가 면상에 뿌려버리고 싶었으나... 그냥 그러고만 싶었음. 할 생각은 없었음.





결국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먹게 된 양파피자.


이게 무슨 피자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피자빵 위에 양파만 올라가 있다.


토마토 소스라든지... 뭐 치즈라든지... 그런거 아무것도 없다.


그냥 빵 위에 양파만 올라가 있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된다. 스페인어 못하니까 남미 와서 저딴 알수 없는 이름의 피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빵조가리나 먹게 되는거다.



근데 생각외로 맛있었음. 먹을 만 했음.


물론 진희가 먹은 치즈가 왕창 올라간 모짜렐라 피자가 더 맛있긴 했지만...





그리고는 다시 부풀어 오른 배를 잡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를 걷다보면 항상 보이는 오벨리스크다.


모든 큰 도로가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뚫려 있다 보니까...


분명 오른쪽에 있던 오벨리스크가 좀 걷다보면 왼쪽에도 보이고.. 갑자기 앞에도 보이고 그런다.




포스팅 하면서 느낀건데, 이날은 참으로 포식한 날이었다.


빠리쟈부터 시작해서 피자까지...


소고기가 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르헨티나는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근데 문제는, 내가 소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는 거...


우수아이아에서부터 소고기를 먹으면 50%의 확률로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있다.


근데 또 문제는, 이게 빈대 때문인지 소고기 때문인지 모르겠다는거...


여하튼 내일은 탱고춤에 관한 글을 쓰겠음.


왜냐면 내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여행한 기간이 탱고 페스티발 기간이었거든요.ㅎㅎ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