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아이아에 도착하여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본 일은, 개썰매를 타는 거였다.


여름에는 비글 해협때문에 성수기고, 겨울에는 스키장 때문에 성수기인 이 동네에서,


개썰매를 타는 방법을 찾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부분의 개썰매는 우수아이아 투어의 일부분일 뿐이고, 개썰매 하나만 체험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별로 정보가 없어서, 우린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우수아이아의 시내풍경이다.


눈덮힌 설산을 배경으로 항구가 보이고, 그 뒤쪽으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언덕이 있다.


시내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서 30분정도 걷다보면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갈수 있다.


우수아이아에 도착하면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전반적인 설명을 듣는 것이 매우 좋다.


큰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투어를 하려면 어디로 가야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준다.





우수아이아의 랜드마크. 세상의 끝 표지판이다.


fin del mundo. 우리나라 말로 치면 세상의 끝 이다.


우수아이아는 이 타이틀 하나로 엄청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실 진짜 끝도 아니면서.ㅋㅋㅋ


저 왼쪽의 의자는 원래 앞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누가 돌려놨는지 항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앉아서 사진 찍으면 나름 운치 있게 잘 나옴.ㅎ





개썰매장 입구다.


우수아이아에는 개썰매를 탈수 있는곳이 어림잡아 10군데 정도 되는데...


개인적으로 컨택하는 방법은 전화밖에 없다.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하고 가서 타야 되는데... 스페인어가 안되는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타기로 했다.



비글해협 투어를 하는 항구에 가보면, 바로 앞쪽에 Regular Bus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개썰매 타는 곳까지 태워달라 그러면 가격을 정하고 태워다 준다.


원래 80페소 불렀는데, 깎아달라고 했더니 70페소까지 깎아줬다.


왕복 비용인데, 돌아오는 시간은 마음대로 정할수가 있다.


말이 레귤라르 버스지... 그냥 지 내킬때 타고 내릴수 있다.


레미니스? 뭐 그렇게 부르는 콜택시는 120페소라고 했다. 참고 바람.



아니면 그냥 동네 투어회사에서 쇼부 쳐서 다녀올수도 있다.


우리가 알아본 투어로는, 4X4 차량을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그 중에 액티비티의 일환으로 개썰매를 타는 투어가 있었고,


또 다른 걸로는, 개썰매를 타고 3.5키로정도 간 다음에, 라켓을 신고 1시간 반정도 트래킹을 하는 투어가 있었다.


라켓은 눈 위를 걸을 수 있게 만든 신발에 장착하는 도구다.



가격은 첫번째것이, 600페소? 그쯤했고, 두번째 개썰매만 타고 트래킹 하는건 350페소쯤 했다.


우린 다 필요없고 그냥 개썰매만 타보면 되니까 그냥 직접 갔다.





10개가 넘는 개썰매장중에 가장 유명한 개썰매장이다.


그냥 가장 가깝고, 투어회사들을 많이 끼고 있어서 유명한거 같다..;;;


저 왼쪽에 있는 스노우모빌 같은 차량도 개썰매랑 동일한 가격을 받고 대여해준다.


개썰매 가격은 10분정도 타는데 160페소정도 한다. 시간에 비하면 엄청 비싸지만 그래도 한번정도 타볼만 하다.


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투어를 끼고 온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지, 주인장이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봤었다.ㅎ





우리를 이끌어준 개님들이다.


원래 현역으로 뛰던 개들인데, 지금은 은퇴하거나 부상을 당해서 관광객 용으로 변신한 상태다.


다른 개썰매장에는, 엄청나게 유명한... 우리나라 경마장으로 치면 쾌도난마급의 개가 끌어주는 썰매도 있는데...


보통 그렇게 챔피언을 먹고 난 개가 끄는 썰매는 가격이 꽤 비싸다.


우리가 탄건, 말 그대로 쭈그리들을 모아놓은 관광용 개썰매다.





개썰매는 그냥 가서 말만 하면 바로 태워준다. 기다리고 할 필요도 없다.


10마리 정도 되는 개가 우리를 끌어주는데, 생각보다 느리다.


예전에 에이트빌로우라는 개썰매 영화를 본적이 있어서, 그정도로 달리나 싶었는데...


이건 뭐 그냥 빨리 달리는 수준의 속도다.


그래도 개썰매를 언제 타보겠나. 이럴때나 한번 타보는거지.ㅎㅎㅎ





우리가 개썰매를 탈때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나랑 진희가 앞뒤로 포개앉고, 개썰매를 조종하는 전문가가 뒤에 서서 개를 명령한다.


신기한건, 개가 말을 알아듣고 달리고 멈추고 빨리 달리고 한다는 점이다.


타기 전까지만 해도, 채찍이나 그런걸로 조종하는줄 알았는데, 그냥 말 한마디만 개가 미친듯이 달린다.





근데 요놈들이 요령이 생겼는지, 생각보다 열심히 안 달린다.ㅎㅎ


그냥 눈앞에 보이는, 가장 마지막에 있는 개 두마리만 미친듯이 달리고,


앞쪽에 있는 개일수록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달리다가 지네끼리 자꾸 싸워댄다.ㅋㅋㅋ


속도가 좀 느리고, 눈발이 날려서 시야확보가 안되는 점이 안 좋긴 했지만,


토실토실한 개 엉덩이가 실룩실룩 거리는걸 보고 있으면 웃음만 나온다. 개들이 엄청 귀여움.





코스 자체가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눈 내리는 풍경 자체가 환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개들이 달리는게 너무 웃겨서 그것만 바라보다가, 조금 지나자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말 그대로 한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었다.


검은 나무들과 흰 눈이 섞이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사이를 개썰매를 타고 가자니 정말 동화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똑같은 개가 계속해서 썰매를 끄는건 아니고, 이렇게 수십마리의 개중에서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개를 따로 배치한다.


어림잡아 50마리쯤은 되보이는 개들이 이렇게 묶여 있다.


개썰매를 끄는 개들을 보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개썰매를 운전하는 사람이 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정말 개를 아끼고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둘다 가벼우니 개한테 별로 안 미안했음.ㅎ





요렇게 개썰매를 타는 사람이 없으면, 개들은 눈밭에서 자빠져 있거나, 눈을 먹고 있다.


힘들어서 그런지 자꾸 눈을 파먹더라.


개인적으로 개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여기 있는 개들이 예뻐보였던 걸로 봐서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정말 만족할만한 체험인거 같다.


사람은 안 무니까, 가까이 다가가서 만지고 쓰다듬어도 전혀 문제 없음.





사진으로만 보면 되게 불쌍해보이네...;;;


근데 실제로 보면 눈 맞는걸 즐기고 있는듯한 분위기다.


주인들한테 재롱도 부리고, 지네들끼리 장난도 치고....


청계천에 있는 마차 끄는 말을 보면 항상 가슴이 아프고 불쌍해 보이고 그랬는데...


여기 있는 개들은 전혀 안 불쌍해보인다.


어찌보면 달리는 걸 좋아하는 개들이라서, 우리가 돈 받고 타야 될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 썰매를 끄는 개들은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그런 간지 나는 개들이었는데...


묶여 있는 개들중에는, 이게 개인지 곰인지 분간이 안가는 이런 놈들도 있었다.


사람을 엄청 잘 따르고, 온순한 성격의 개들이다.


개를 좋아라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세요.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요로코롬 생긴 개들이 썰매를 끌어준다.


눈빛은 좀 사납긴 해도, 짖지도 않고 덤비지도 않는 착한 개들이다.


개썰매는 10분정도면 끝나는데, 사실 2분정도 지나면 그만타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른 개썰매장 같은 경우, 1박2일동안 개썰매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투어도 있었는데... 


그런건 가격도 가격인데다, 약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인장들이 개를 만지면 알아서 재롱을 부린다.


이게 썰매에 묶여있던 개들을 우리로 데려가려고 하는 모습인데,


우리가 싫은건지, 썰매를 더 끌고 싶은건지 모르겠다만, 여하튼 개들이 자꾸 저렇게 뒤집어져서 안 가려고 재롱을 부린다.


버스 타고 오면서 본건데,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사람은 개 두마리 정도만 데리고도 썰매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개썰매 끄는 사람이 만져도 안 문다고 만져보라 그래서 만져본건데...


내가 지금까지 28년 살아오면서 자기 개가 무니까 조심하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기 개는 무조건 안 물고 착하대...


여하튼 용기내서 손끝 한번 갖다대봤다.


원래는 부둥켜 안고서 목을 손으로 휘감은채 사진 찍어보고 싶었건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ㅎㅎㅎ





개썰매장 안에 있는 롯지의 모습이다.


개들이 받은 각종 상부터 트로피로 장식되어 있는데...


최근 받은 트로피가 1991년인걸로 봐서는, 그냥 관광객 전용 개썰매장인거 같았다.


대충 여기 있는 잡지 같은걸 읽어보니, 개썰매 경주를 위해서 알래스카까지 개들을 데려가는거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 4000키로정도 경주를 하는거 같았는데...;;; 


그래도 뭐... 남극에서 죽을 고생하면서 썰매를 끄는 친구들보다는 나아보였다.





돌아오는 길은 말 그대로 폭설이었다.


원래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한 차는 오후 3시차였는데... 개썰매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 바람에,


주인장한테 얘기해서 버스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장이 여차저차 말을 했더니, 30분도 안되서 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ㅎㅎ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눈길을 해치면서 시내로 돌아왔다.


가끔 전진으로 못 지나가는 길은, 후진으로 길을 만들면서 돌아왔다. 운전사 아저씨가 완전 상남자였음.




비록 10분정도 밖에 안되는 개썰매 투어였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미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해볼수 없는 경험인데다, 눈이 무릎까지 오는 곳에서 타는 개썰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여름에 눈이 없을때는 썰매 대신, 바퀴 달린 수레같은데 타서 한바퀴 돈다 그러던데...


여하튼 10마리의 개들이 우리를 위해서 미친듯이 달려대는 경험은 다신 해볼수 없겠지.


다음에 그린란드에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그곳에 가서도 개썰매를 타게 된다면 여기랑 거기랑 어디가 더 좋은지 알려주겠음.ㅎ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