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빙하라고 불리우는 걸 보러 가게 됐다.


정확히 빙하가 뭔지 잘 몰라서 위키백과를 찾아봤더니,


빙하(氷河)는 천천히 움직이는 커다란 얼음덩이로 중력과 높은 압력으로 천천히 흘러내린 으로부터 형성된 것을 말한다.


커다란 얼음덩이란다. 꽤나 오랜시간동안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빙하.


남극에 가야지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빙하를 나는 파타고니아에서 볼 수 있었다.





이 동네는 도대체 뭐하는 동네인가 싶을 정도로 항상 사람이 없다.


다들 휴가 떠난건가? 


가이드북에서 얼핏 보기론, 성수기랑 비수기에는 인구 자체에 차이가 좀 있단다.


다들 집이 두개씩 있나봐.





깔끔한 엘 칼라파테의 버스 터미널이다.


메인 투어사는 두개가 있는데, 티비 왼쪽에 있는 찰튼트래블이랑, 티비 아래 살짝 보이는 까르뚜르. 


우리는 까르뚜르를 이용해서 모레노 빙하 투어를 떠났다.


그냥 말이 투어지, 왕복 교통편만 제공해주는 간단한 투어다.





칼라파테에서 모레노 빙하까지는 대충 1시간 반정도 걸린다.


열심히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모두들 내리라고 해서 봤더니, 저 멀리 빙하가 보인다.


우왕... 멋있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너무 추워서 그냥 이거 한장 찍고 차로 들어와 버렸다.


아저씨가 5분의 시간을 준다고 그랬는데, 다들 추워서 그런지 5초만에 보고 차로 들어와버렸다.





모레노 빙하는 100페소(대충 2만5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지만 볼 수 있다.


꽤나 큰 돈이지만, 그래도 빙하를 보는 거에 비하면 전혀 비싼 돈이 아니므로 쿨하게 내버렸다.


모레노 빙하를 볼수 있는 전망대에는 이렇게 건물 하나만 달랑 있는데,


외부음식물은 반입금지다.ㅠ 기껏 빵쪼가리 몇개 싸들고 갔다가 밖에서 덜덜 떨면서 먹었다.


야박한 놈들.





이게 바로 빙하다.


일찍 도착한 바람에, 아직 해가 전부 비추지는 않고 있다.


저 멀리서부터 햇빛이 점점 다가와서, 11시? 12시?쯤 되니까 빙하 전체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사진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만, 잘 보면 빙하의 시작지점은 전부 눈이다.


계곡같이 생긴 곳에서 눈들이 밀려내려와서 만들어진게 빙하란다.


이 엄청나게 큰 빙하가 하루에 2미터씩 전진하고 있단다.... 헐....





사진으로 보면 빙하가 작아보이지만, (실제로 봐도 작아보인다.)


사실 저 빙하의 높이는 50~60미터쯤 된단다..;;; 왠만한 아파트보다 높은 높이다.


가끔 운이 좋으면 아파트 한동쯤 되는 빙하가 부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이날 일산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들 정도쯤 되는 빙하가 부숴지는 모습을 봐버렸다.


럭키가이.


일본인 매니저분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일본인 매니저분께서 우리에게


'오... 그래요? 당신들은 행복자 입니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난 오늘부터 행복자.





하루에 2미터씩 땅쪽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빙하의 모습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생각보다 더러웠다.


중간중간 저렇게 검은색 줄무늬가 보였는데... 뭔진 모르겠다.


검은색 줄무늬 있는 부분이 부숴지고 나면, 그 안의 속살은 캔디바 색깔이다.





빙하가 붕괴되고 있는 모습이다.


잘 보면 가운데 물보라가 일어나는게 보이는데...


원래 저 지점은 얼음으로 된 다리가 있던 지점이였다.


물보라 왼쪽의 얼음들과 오른쪽의 빙하 본체랑 얼음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언젠진 모르겠다만 여하튼 지금은 다 부숴지고 저렇게 양쪽 끝만 남아있다.





빙하가 떨어지고 나면 잔잔한 물보라가 생기는데...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잔잔한 물보라다.


그리고 빙하가 떨어지는 소리는, 정말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빙하가 떨어지면 그 소리가 빙벽에 부딪혀서 우리에게 전부 반사되므로, 조금만 떨어져도 큰 소리가 들린다.





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보정 따윈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빙하다.


직접 보면 좀더 예쁘긴 하지만, 파워블로거들의 사진처럼 그렇게 컨트라스트 강한 색깔은 아니다.


딱 저정도 색깔, 그리고 딱 저정도의 모습이다.





2배줌밖에 안되는 슬픈 우리 카메라로 찍은 최상의 컷이다.


저 높이가 50~60미터라니... 엄청나게 큰 빙하다.


멀리서만 보다보니 빙하가 작아보이고, 별로 그렇게 와닿지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유는 아래에 있다.





가까이 볼라고 담넘어 가지 말란다.


1968년부터 88년까지, 20년동안 32명이 떨어지는 빙하에 맞아 돌아가셨단다.


저게 조금씩 떨어질때는 그냥 얼음 몇덩이 튀고 물보라 좀 일고 하는게 끝이지만,


큰 빙하가 떨어지면, 엄청난 얼음들이 사방으로 튄다. (얼음이라고 쓰고 돌덩이라고 부른다.)


스쳐도 사망이라는 얘기는 그럴때 쓰는거겠지.





이날 10시 반쯤 도착해서, 오후 3시 반까지 이 광경만 보고 있었다.


돌아가는 버스시간은 정해져있고, 할건 없고... 들어가 있을곳도 없고..ㅠㅠ


그래서 그런지 빙하 떨어지는 모습을 꽤나 많이 봤다. 만족스럽다.


빙하가 직접 떨어지는 모습은 10분에 한번? 이 정도로 보이는데...


저 빙하 안쪽에서 떨어지느라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만 들리는건 1분에 한번꼴로 자주 들린다.





요건 빙하의 왼쪽 모습이다.


90페소(대충 2만3천원)을 내면 유람선을 타고 저 왼쪽부분을 가까이서 볼수 있는데,


뭐 그렇게까지 빙하에 관심이 많은건 아니라서 패스했다.


그리고 정확히 이날, 8월 1일부터는 빙하 미니 트래킹 투어가 재개됐다.


칼라파테에서 단 한곳의 여행사(Hielo 어쩌고 하는 여행사)만 이 투어를 가지고 있는데...


저 빙하 위를 걸어보는 투어란다.


대신 가격은 640페소(대충 15만원?)....


그냥 난 나중에 뉴질랜드 가서 걸어볼래요.





빙하가 부숴지는건, 햇빛을 받고 난 이후에 자주 일어나므로,


만약 성수기에 이곳을 온다면, 오후 1시차를 타고 오는게 여러모로 좋을거 같다.


6시간동안 빙하만 보고 있자니, 눈이 시릴 정도였다.


그냥 1~2시간정도 바싹 보고 돌아가는데 좋을듯.


이날은 참 날씨도 좋고, 빙하도 많이 부숴지고 좋았다.





티비나 인터넷에서 빙하가 붕괴되는 모습을 볼때면,


'아...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구나.. 저 오랫동안 생성된 빙하가 부숴지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하루에 2미터씩 앞으로 오는데다가, 그냥 마구마구 부숴진다.


옛날부터 그랬단다. 그냥 계속해서 부숴지고 새로 만들어지고 부숴지고 새로 만들어지고를 반복중이다.


물론 예전보다 생성되는 속도가 부숴지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모레노 빙하만큼은 그 비율이 잘 유지되고 있는거 같다.





파노라마로 찍은 빙하 전체의 풍경이다.


오른쪽 끝부터 왼쪽 끝까지 다 볼수 있도록 전망대도 매우 잘 만들어놨다.


거의 산 한쪽면을 다 타고 다니면서 본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오른쪽 전망대는 임시 폐쇄 됐다.)





일산아파트에 있는 아파트들만큼의 빙하가 떨어지는 장면.


처음에 떨어질때 너무 놀라서 입만 벌리고 있다가, 뒤늦게 몇장 찍은걸 gif로 만들었다.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럴 생각도 못할만큼 엄청났다. 그저 입만 벌리고 우와우와 거리고 있었다.




내가 꿈에도 그리던 남극. 거기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자꾸 눈에 띈다.


발디비아에서 쥐어터지던 바다사자도 그렇고, 칼라파테의 빙하도 그렇고... 유빙도 그렇고...


나비막에서 고래만 봤어도 전부 다 본건데 아쉽구만.


여하튼 남극은 못 가는대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다른 곳에서 만족하고 있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