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파테에서 맞는 2일째 아침.


우리가 묵고 있는 곳은 일본인 아저씨와 한국인 아주머님께서 운영하시는 후지여관이다.


원래 일본인이랑 한국인만 받아준다는데, 요즘은 비수기라 그런지 다른나라 사람들도 받아준다.


한국인을 리필하기 위하여 찾은 곳인데, 우리가 6일만에 온 손님이란다.ㅠ


비수기의 파나고니아는 한국인은 커녕, 여행객을 보기도 힘든 곳인거 같다.


다들 어디가있는거지... 빨랑 한국인을 리필해야지 밥도 제대로 먹고 좀더 편하게 다닐텐데...





우리가 묵고 있는 후지민박의 모습이다.


비수기라서 4인용 도미토리 2개만 운영중인데, 손님은 우리밖에 없다.


4월부터 지금까지 일본인 아주머님 한분이 매니저처럼 주인장 부부 대신 손님을 받고 계신다.


주인장 부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2달동안 휴가를 가셨다고 한다.


크흥...


덕분에 그냥 우리집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다.


이 숙소의 좋은 점은, 한국말이 잘 통하고(일본인 매니저 아주머님도 한국말을 잘하신다... 10년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하셨단다.)


엄청나게 따뜻하다.


여행중에 이렇게 따뜻한 숙소는 처음이다. 따뜻함을 넘어서서 덥다.


밖은 영하의 온도인데 숙소 내부는 엄청나게 더워서 밤마다 반바지만 입고 자는데도 땀이 날 지경이다.


게다가 15페소(대충 4천원)를 더 내면, 저녁을 주시는데... 이 저녁이 환상적이다.


일본인 매니저분께서 직접 해주시는건데, 매우 맛난다. 특히 직접 면을 뽑아서 만들어주신 칼국수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단 하나의 단점은, 센트로에서 좀 멀다.. 한 20분정도 걸어가야지 센트로가 나온다.




 


일본인 매니저 아주머님께서 직접 쓰신 우리 이름.


안녕하세요. 징희랑 같이 여행중인 명수입니다.




 


요건 아주머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김밥이다.


비록 내용물이 부실하긴 하지만, 여행 떠나고 나서 처음 먹은 김밥이라 그런지 맛나게 먹었다.




 


요게 바로 직접 뽑은 면으로 만든 칼국수다.


약간은 우동이랑 비슷하지만, 그래도 맛 하나는 끝내준다.


저 왼쪽위에 유부처럼 생긴건 두부 비슷한건데... 여기서 직접 만들어 드신다고 했다.


게다가 양배추로 만든 김치도 있었는데... 젓갈이 없는 관계로 그냥 멸치 절인것을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만드신단다.


대단하다. 


우리도 이런것들 좀 배워가야지 유럽 가서 음식 해먹을텐데... 큰일이네.


이러다간 유럽 가서도 맨날 파스타만 해먹게 생겼다.





이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환전소와 투어사를 찾아 돌아다녔다.


암달러상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동네 자체가 비수기라 그런지 암달러상이 안 보인다.


게다가 환전소도 하루에 5~6시간정도밖에 문을 안 연다.


뭐 이런 천국이 다있냐. 다들 일 안하고 뭐로 밥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투어사 역시 대부분 문을 닫고, 메인 투어사 2곳만 문을 열었는데...


우리는 엘 찰튼 + 모레노 빙하를 해주는 Car-Tur 투어사를 선택했다. 


모레노 빙하 왕복 버스 + 엘 찰튼 왕복 버스 + 엘 찰튼에서 1박 = 290페소(대충 7만원)


비수기라 그런지 엄청나게 싸게 끊은 셈이다.ㅎㅎㅎ


좀 많이 돌아다닐꺼 같아서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렸는데, 아주머님이 힘들꺼라고 괜찮겠냐고 여쭤보신다.


까짓꺼 자전거가 힘들면 뭐 얼마나 힘들겠어요. 라고 하면서 빌렸는데,


앞에 장바구니가 달린 기어 없는 자전거다...


게다가 도로 곳곳이 얼음이라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LADE항공 갈때는 자전거를 길에 세워두고 걸어올라갔다.


이날 LADE항공에서 우슈아이아-부에노스 아이레스 티켓을 230달러에 끊었다.


비록 직항도 아닌 중간에 4번인가 5번인가 경유해서 가는거지만, 그래도 싸니까 뭐.ㅎㅎㅎ




엘 칼라파테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가는 곳. 모레노 빙하.


파타고니아 지방에는 수많은 빙하가 있지만,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중 하나가 바로 이 모레노 빙하다.


예뻐고 커서 그런건지, 아니면 빙하가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다만, 여하튼 유명하단다.


참고로 사진은 올릴게 없어서 올린 개사진이다. 지금 이 동네에는 사람보다 개가 더 많이 보인다.



파타고니아에 와서 계속해서 운이 좋다.


비수기라 숙소들도 저렴하고, 투어도 저렴하고, 다 좋다.




망할 우슈아이아 비행기 날짜 때문에, 예기치 않게 칼라파테에서 좀 오래 있게 되었다.


진희랑 같이 다녀서 다행이다. 혼자 다녔으면 이렇게 심심한 동네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맨날 책 읽다가 게임 하다가 인터넷 하다가 혼자 술 한잔 하고 잠자는게 전부였겠지.


부부가 여행을 하는건 참으로 좋은 일인거 같다.


많은 얘기를 나눌수 있다. 


2박3일 경포대 여행이 아닌 그 이상의 여행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겠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여행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가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상황이 나쁠때는 싸우기도 한다.


그래서 친한 친구랑도 여행은 가지 말라는 얘기가 나온거 같다.



지금까지 진희랑 여행하는 4개월 남짓동안도 수십번 수백번 다투고 싸운거 같다.


그때마다 둘다 삐져서 말도 안하든가 아니면 해결책을 찾든가 상대방을 설득하든가 열심히도 풀어왔던거 같다.


이렇게 지내온 모든 시간들이, 훗날 수십년을 같이 살게 되면서 생기는 안 좋은 상황에서 빛을 발할거라고 믿는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