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에는 3대 트래킹 코스라 불리우는 것들이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유명한 트래킹 코스라고 할 수 있겠지.


중국의 호도협, 뉴질랜드의 밀포드 그리고 페루의 마추픽추 잉카트레일.


으잌? 


근데 간혹... 어떤 사람들이 마추픽추 잉카트레일을 빼고 토레스 델 파이네를 넣기도 한다.


왜냐고? 잉카트레일은 하루에 입장객수를 500명으로 제한하는 바람에(가이드, 포터 다 포함해서...),


왠만한 사람들이 잘 못가니까... 그냥 아무나 쉽게 가는 토레스 델 파이네 다녀온 다음에 자랑스럽게 은근슬쩍 밀어넣은듯...


참고로 난 둘다 못갔음.ㅎ





뿌에르또 나탈레스에 오는 여행객의 목적은 99%가 토레스 델 파이네를 보기 위해서다.


성수기때 왔으면, 산장에서 자거나 텐트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일주일 가까이 이 산 주변을 돌아다닐텐데...


지금은 비수기라서 산장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텐트 치고 밖에서 자다간 얼어 죽던가 퓨마한테 물려 죽을꺼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당일치기 투어에 참가해서 다녀왔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이것마저 여의치 않음. 우린 같이 나비막에 탄 사람들을 모아서 갔음.)





비수기라 그런지 가이드가 2명이 붙었다. ㅡ_ㅡ


어제 여행사에서 사장님인것처럼 행세하던 아저씨는 알고보니 운전수 아저씨였고...


영어를 잘 못하는 것처럼 행세하던 아저씨는 영어 완전 잘한다.


여하튼 그렇게 2명이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다들 내려서 하늘을 보란다.


하늘을 봤더니, 엄청나게 큰 새가 날아다니고 있다.


저게 바로 콘돌. 파타고니아에는 콘돌이 많아서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참고로 네덜란드 커플은 콘돌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계곡이라는 꼴까 캐년에 갔다왔는데... 딱 한마리만 봤단다..;;;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콘돌 보고 싶으면 파타고니아로 오라고 얘기 좀 해달란다.


여러분. 콘돌을 보고 싶으시면 파타고니아로 가시면 되고, 바다사자를 보고 싶으시면 발디비아로 가면 됩니다.


아저씨한테 쥐어터지던 바다사자는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토레스 델 파이네는 하나의 큰 국립공원이다.


에콰도르의 까하스 국립공원이랑 어느게 더 큰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전부 다 돌아보려면 둘다 일주일 이상 텐트 짊어지고 다녀야 한단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진희랑 나는... 춥고 비싸도 상관 없으니 3박4일 코스를 돌자!!! 라고 얘기했으나,


파타고니아의 미칠듯한 바람을 직접 겪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따뜻한 투어차량 안에서 풍경을 감상하기로....





저 멀리 토레스 델 파이네의 가장 유명한 삼봉이 보인다.


토레스 델 파이네 (얘네 말로 파란 봉우리라는 뜻이란다.)는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원래 이건 차에서는 잘 안보이고, 트래킹을 해서 걸어들어간 다음에 봐야되는데...


우린 하늘이 도와서 차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는데, 아래 보다보면 잘 보이는 사진 있다.





왼쪽부터 프랑스 젊은커플, 노부부, 네덜란드 커플, 멕시코 아가씨, 우리, 가이드 아저씨 다.


사진 찍을때마다 계속 뛰라고 해서, 5번은 뛴거 같다.


보통 이렇게 일주일 가까이 같이 다니면 예의상이라도 페북교환도 하고 연락처도 주고받고 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우린 양키가 싫었고, 양키는 원숭이가 싫어서 협상은 결렬됐다.


근데 얘네나 우리나 루트가 비슷해서, 아마 조만간 만날거 같다.





차를 타고가다보면 이렇게 구아나코 라고 불리우는 라마들이 보인다.


여기서 볼수 있는 대표적인 동물이 구아나코, 냔두 라는 동물이다.


구아나코는 라마 사촌격인 동물이고, 냔두는 에뮤라고 알려진 그 동물이다.


운이 좋으면 회색여우, 퓨마도 볼수 있다는데... 퓨마를 보려면 밤에 와야 된단다. 대신 퓨마 입속을 구경하게 되겠지.





저기 산과 산 사이에 구름 뒤로 살짝 보이는게 토레스 삼봉이다.


원래 이름은 따로 있는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냥 삼봉이라 부른다.


파타고니아 지방은 날씨도 급변하는데다가, 저 부분은 항상 구름이 껴있어서 직접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그러더니,


오늘은 운이 좋단다.


아... 내 원래 목표인 삼봉을 봤으니, 이제 투어가 끝날때까지 아무런 욕심이 없다.ㅎ





중간중간 이렇게 멋진 곳들에 계속해서 세워준다.


여긴 빙하가 녹은듯한 색깔의 물들이 만들어낸 폭포다.


저기 뒤에 멀리 보이는 산이 아까 삼봉이 있던 그 산이다. 지금은 구름 뒤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힘들게 힘들게 트래킹을 해서 직접 봤다면 더욱 감동적이었겠지만,


겨울의 파타고니아에서는 그냥 걸어다니는거 자체가 감동이다. 


엄청난 바람 때문에 내가 대자연이랑 맞서도 꿀리지 않는다는 감동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시금 보이는 삼봉.


저기 꼭대기에도 올라갈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장비만 있고 암벽만 탈줄 알면 올라갈 수 있단다.


흐음.. 암벽타기 같은것도 좀 배워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안나푸르나 꼭대기에 올라가보는게 소원인데, 거기 가려면 암벽등반 같은게 필요한가?


아니요. 그냥 5천만원~1억 정도만 있으면 상업등반대가 엎어서라도 꼭대기로 모셔다 준단다.ㅎ





여기도 멋진 뷰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진짜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한국에서 태풍 왔을때 느끼던, 그 우산 뒤집혀 지는 그런 강풍. 간판 떨어지는 그런 강풍.


그게 계속해서 불어댄다.


어느 정도였냐면, 프랑스 젊은여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10미터정도 바람에 밀려가더니 말 그대로 땅에 내동댕이 쳐졌다.


나도 5미터정도 밀리다가 겨우겨우 멈췄는데... 그 여자는 작아서 그런지 진짜 땅에 막 구르더라...


웃으면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나와 진희는 빵 터지는 바람에 깔깔 대다가 그 여자 남자친구가 나타나서 웃음을 멈췄다.


다행히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둘다 우리가 웃은지 모르더라.;;;





아. 정말 미칠듯한 바람이다.


난 챙모자도 아니고 아래 사진에도 있지만, 비니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모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진짜 바람이 너무 쎄서 비니같은 모자도 벗겨져버린거다.


우와앙... 다행히도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에, 돌에 걸려있는 모자를 발견했다.ㅎ


진짜. 진짜 바람이 쎘다.





다들 바람에 감탄하고 있으니까, 가이드 아저씨가 잠바를 벗고는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해줬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영 별로다. 너무 바람이 쎄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저기 빨간옷 입은 여자가 아까 내동댕이 쳐졌던 프랑스 사람이고.


그 옆에는, 가이드 아저씨가 웃겨서 사진 찍는데 자기 찍는지 알고 포즈 취하고 있는 진희다.





이 망할 가이드 아저씨가 점프하라 시켜놓고 요상한 포즈를 찍어놨네?


여하튼 여기는 소뿔 이라고 불리우는 봉우리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줌렌즈가 없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잘 보면 산의 왼쪽 봉우리들 색깔이 요상하다.


가장 위는 검은색인데 그 아래는 갑자기 갈색으로 변한다.


소의 뿔(우리나라 소 말고, 얘네 나라 소)처럼 끝에만 까맣고 아래는 갈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어떻게 이런 봉우리가 생겼는지 살펴보자.




 


지구과학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이정도 그림은 이해할 수 있겠지?


난 문과생이라 지구과학을 안 들었으니 넘어가자.


뭐 대충 마그마가 뭐 올라오다가 뭐 원래 있던 땅을 밀어올렸다가 뭐 어쩌고 하다가 저렇게 생겼단다.


아. 참으로 신기한 과학교실이군요.





조금 멀리서 다시 찍은 소뿔 봉우리들.


왼쪽에 있는 것들은 햇빛을 받거나 구름때문에 색이 이상해 보이는게 아니고, 원래 저렇게 생겼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삼봉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봉우리란다.


난 개인적으로 삼봉이 더 멋졌다.





여기도 뭔가 멋진 호수다.


물 색깔로 보아하니 여기도 뭔가 빙하가 녹아서 흘러들어온 물이 만든 호수인거 같다.


이렇게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호수위에 있는 저 그림 같은 섬에 있는 만화 같은 집은.


하룻밤에 20만원쯤 하는 산장이란다.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진데, 이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서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혔다.





원래 장갑이나 모자나 이런거 거추장스럽고 귀찮아서 잘 안하는 성격인데,


이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어쩔 수 없이 중무장을 하고 돌아다녔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양반이었다..


주변에 산도 있고, 차로 이동하다보니 잠깐잠깐만 바람을 참으면 됐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제 일일투어의 하이라이트. 유빙을 보러 갈 시간이다.


트래킹을 하자니 3박4일은 너무 길고... 춥고... 배고프고... 산장에서 잘만한 돈은 없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이 좋은 토레스 델 파이네를 그냥 차에서만 보기는 아깝고... 


이런 여행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2시간짜리 트래킹 체험판이다.


여기서부터 왕복 2시간정도 산책하면서 유빙도 보고 빙하도 보고 하는 코스다.


어차피 이 투어는 나비막 사람들 9명이서 만든거라서, 그냥 하루종일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갑자기 서고 싶으면 세워달라 하면 되고, 자고 싶으면 자도 되고... 걷고 싶으면 걸어도 되고...





숲길을 좀 걷다보니 백사장? 모래사장? 비스무리한게 나온다.


그리고 앞에는 호수가 펼쳐져 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그레이 빙하가 있는 호수다.


여기까지는 저 앞에 있는 산이 막아줘서 몰랐는데... 이 산을 벗어나자마자 미칠듯한 바람이 다시 우리를 덮친다.


투어 예약할때, 운이 좋으면 유빙을 볼수도 있을거라 그랬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저 멀리 유빙이 보인다.


오!!! 1억년전 둘리가 타고 내려온 그 유빙이다.


태어나서 유빙은 처음 본거라서 너무너무 신기했다.


암바사 색깔의 얼음이 저렇게 둥둥 떠있다니... 오....


별로 멀어보이지 않아서 한번 가까이서 보기로 했다.





망할. 그런데 엄청나게 멀다.


20분은 넘게 걸어간거 같다. 걸어도 걸어도 유빙이 가까워지질 않는다.


사진에서 내가 비스듬히 있는 이유는,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저렇게 몸을 뒤로 눕혀도 넘어지질 않는다...


배기팬츠라도 입고 왔으면 공중에서 날아갈 수 있을것 같은 바람이었다.





이게 가까이서 본 유빙이다.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캔디바 색깔이다.


한입 베어물면 소다맛이 날것 같은 색깔이다.


칠레 넘어오면서부터는 아이스크림이 비싸서 못 먹고 있어서 그런지, 더 맛나게 보였다.





저기 멀리 있는 유빙은 못 가져오니까, 가까이에 부숴진 얼음을 한입 깨물어봤다.


뭐... 그냥 얼음맛이다.


사진으로 보니까 좀 귀엽네. 귀척 좀 쩌는듯.





이렇게 호수 멀리에 있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유빙이 호숫가에 와있다.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댔는데...


망할 바람+빗방울 때문에 렌즈에 물이 묻어서 제대로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뭐 빙하랑 유빙은 몇일뒤 칼라파테에 가서 질리도록 볼테니 그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의 숲은 대충 이런 분위기의 숲이다.


칼라파테의 숲도 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겨울이라 그런지 앙상한 나무들과 자잘한 숲들과 이끼들...


난 남미의 성수기가 여름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겨울에 와도 충분히 멋진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어찌보면 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본다.





신나는 점심시간.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모두들 신나게 도시락을 먹는다.


사진으로 보면 잘 모르겠는데... 바람은 불고 추워 죽겠는데, 


차가 더러워질까봐 그러는건지, 우리의 친목도모를 위해서 그러는건지, 여기서 밥을 먹으란다.


나랑 진희랑 멕시코 아가씨는 간단하게 과일과 빵쪼가리를 뜯어먹고 있는데,


이 망할 프랑스 놈들이 무슨 부페를 열고 앉아있다.


대충 빵이랑 음료수 마시면 될것을, 빵에다가 이것저것 바르고 얹고 만들고 아주 그냥 빵 하나 먹는데 한나절 걸리더니,


다 먹고나서는 떠먹는 요구르트도 먹고 귤도 까먹고 있다...


아!! 춥다고!! 빨랑 먹으라고!!! 를 불어로 할줄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가이드들과 우리는 일찌감치 다 먹고 일어나서 눈치를 주는데도 이 망할 프랑스놈들은 꿈쩍도 안한다.


더럽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나라다. 아니면 눈치가 없던지.





그렇게 일일투어를 끝마치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멋진 풍경들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미칠듯한 대자연에 맞서 싸웠더니,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돌아오는 내내 잠만 잔거 같다.




남미 와서는 대부분의 여행을 트래킹으로 하는거 같다.


앞으로 빙하에 관련된 트래킹도 몇개 더 남았는데... 기대가 되는구만.


정말 여행와서 이렇게 많이 걷고 움직이고 밥도 거지같이 먹고 다니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는게 진희와 나의 자체평가다.


저번에 발디비아의 숙소에 체중계가 있어서 둘다 재봤는데... 둘다 서울에서 출국할때 몸무게 그대로다.


어찌 된거지.


둘다 여행체질이던가, 아니면 밥 먹는 양이 무식하게 늘어났던가 둘중 하나인거 같다.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