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살아남기2016. 6. 26. 01:49

처음 인턴을 했을때도... 처음 정직원으로 회사를 들어갔을때도...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지금 회사를 들어왔을때도...


항상 들어왔던 말이 있다.



입사한 후 3년차... 6년차... 9년차... 가 가장 고비다.


우선 고비라는 말 자체에 동의가 가지는 않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3,6,9년차에 퇴사 혹은 이직을 생각하나보다.


그러니까 저런 말이 나왔겠지.



누가 만든 말인지 몰라도,


참으로 잘 만든 말인거 같다.



저 말은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마법의 말이다.


힘듭니다. 이건 좀 아닌거 같습니다.


라고 말을 해도,


원래 3년차때는 그런 생각 들어. 나도 그랬지.


라고 하면 끝이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런 생각이 든다. 자기도 그랬다.


하지만 난 그걸 이겨내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끝.



더이상의 대화는 진행할수 없다.


여기서 더 불평불만을 늘어놔봤자 선배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대학생이 바라보는 사춘기 중학생의 모습일 뿐이다.


나도 너처럼 그랬어.


나도 그랬어.


내가 너때는 더 심했어.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



뭐가 지나가고 뭐가 괜찮아진다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수는 없지만, 이해했다고 말할수 밖에 없다.


왜냐면 난 월급쟁이니까.



요즘 들어 많은 생각이 든다.


유럽인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나를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번듯한 회사도 때려쳤고,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털어서 세계일주도 다녀왔다.



그 결과,


난 그렇게 살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더 넓었고, 세상에는 내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난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 저 사람들도 다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고, 자기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잖아.


나도 할수 있어.


예전처럼 그렇게 주구장창 야근, 주말출근만 하면서 살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난 어느새 토종 한국 회사원이 되어있었다.


무의미한 야근. 왜 하는지도 모르는 주말출근.


야근수당, 주말수당은 당연히 없다.


돈을 준다고 해도 하기 싫은 일을 돈도 안 받고 하고 있다.



이거에 대해 불평... 불평도 아니지, 아닌 것을 아니다 라고 말을 하면 항상 돌아오는 말은,


나때는 더 심했어.


옛날에는 말이야.


넌 왜 이렇게 삐딱하냐.


회사에서 시키면 해야지.



왜 꼭 주말에 이 일을 해야 되지?


왜 하루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데 면바지에 와이셔츠를 입고 다녀야 할까?


왜 야근수당은 안 주는거지?


왜 이 일은 이렇게 할수밖에 없는거지?


라고 진심으로 물어봐도, 진심으로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원래 그러해왔으니까.


특별한 이유도 없다.


원래. 그랬으니까. 옛날에는 더 심했지만 지금은 나아진거야.


(그러니까 불평불만하지 말고 다녀.)



내가 대놓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회사는 바뀌지 않는다.


괜히 중간에 낀 선배사원들만 힘들어질뿐이다.


자기도 짜증나는데 밑에놈이 자꾸 태클을 걸어대면 나같아도 짜증나겠지.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나와 해어지던 누군가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뭘 하든지간에 처음에 너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그것들. 그걸 꼭 잊지 말고 고쳐나가.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서 못 고치게 되니까.'



그 당시에는,


'아.. 내가 맡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걸 알면서도 안 고친거 가지고 뭐라 하시는건가...'


라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심오한 말이었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당하다고 느꼈던 수많은 것들.


난 어느새 그것들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것도 어찌보면 마지막 발버둥일수도 있다.


나도 몇년이 흐르고 나면,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신입사원에게 똑같이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 나때는 말이야.


지금은 양반이야. 옛날에는 더 심했어.




그게 제일 무섭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게 무서운게 아니다.


아닌 것을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이 오는게 너무 무섭다.


난 이렇게 살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온게 아니었는데...


난 왜 이렇게 용기가 없을까.



Posted by v멍군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