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아침 해가 밝아올때부터 이 글을 써야지 했는데 1년이 거의 다 지나서야 글을 쓴다.
이 글은 오늘이 아니면 더이상 쓸수 없기에,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것 같다.
나는 누나와 3살차이가 난다.
어릴때 나는 생각했다.
4년 후면 내가 오빠가 되는거구나.
그렇다, 타고난건지 5살 이전에 뭔가를 잘못 먹었는지 어릴적부터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을뿐 주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이를 먹지만 누나는 평생 그 나이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2024년부로 나는 한국나이로 40살이 됐다. 이제 법이 바뀌어서 39세지만, 난 여전히 40살이라고 말하는게 편하다.
내가 어릴적 누군가 아버지의 나이를 물어보면 항상 40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39살. 할머니는 60살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아버지의 칠순 기념으로 온가족이 베트남에 다녀왔으니, 아버지의 나이는 어느덧 70살이 되었다.
하지만, 앞에 말한것처럼 난 주변사람의 나이듦에 무감각한지라 내 맘속의 아버지는 여전히 40살이다.
난 어느새 아빠와 동갑이 된것이다.
내 기억속 40살의 아빠는 자동차 정비를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날 정비를 하던중 사고가 나서 귀 한쪽이 엄청나게 찢어진 상태로 집에 오셨던게 기억난다.
간호사인 엄마가 약을 발라주면서 뭐라뭐라 했지만 아빠는 그냥 괜찮다고만 했던 기억이 난다.
난 40살이 되면 응당 그렇게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40살이 된 지금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때부터 죽는소리를 시작해서 침대에 누울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얼마전 의자를 밟고 올라가 천장의 전구를 갈아끼운 적이 있다.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야하는데, 1미터도 안되는 그 높이에서 곰곰히 생각했다.
여기서 뛰어내려도 되나?
20년 전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단층 건물 옥상에서 전선을 설치하고나서 다시 내려가야되는데, 후임 한명이 그냥 옥상에서 뛰어내리더니 나한테 얘기했다.
전병장님~ 바쁘니까 그냥 뛰어내리십시오~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집에 갈날도 몇일 남지도 않았는데 괜히 다치기 싫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긴 했다.
다만, 장담컨데 그때 옥상에서 뛰어내렸어도 전혀 다치지 않고 잘 착지했을거다.
그런데 이제 고작 의자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것조차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대시절의 내 모습에 비해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비루하여 그냥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렸다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도 좀 그렇다. 그냥 내려갔다.
그리고는 몸이 둔해져서 날렵하지 못하다는 증거의 소리로 바닥이 쿵하고 울렸다.
40살이 된 지금의 나는 20살의 나와 전혀 다를게 없다.
가끔 거울을 볼때 왜 이리 초췌하지.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건 그냥 전날 있던 회식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가끔 초점이 안 맞아 지하철 노선도가 안 보일때가 있지만, 그건 그냥 지하철이 흔들려서 그런거라 생각하고 넘어간다.
가끔 띠동갑인 회사사람을 만나기도 하긴 하지만, 그건 그냥 그분의 능력이 출중하여 빠르게 입사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때면 25년전 중정에서 하던 헛소리를 그대로 하고 있다.
벌써 10년은 훌쩍 넘은 신입사원 시절에 비해 지금의 내가 딱히 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지내온 회사생활보다 남은 회사생활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이 지루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재밌는 시간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는 날들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생각은 종종 하곤 한다.
나는 내가 80살 이상 살거라곤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렇게 따져보면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어진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삶의 반환점을 막 돈 지금, 혹은 돈지 조금 더 된 지금이다.
그래도 항상 드는 생각은, 40년동안 참 재미있게 살아왔고 후회는 별로 남지 않는 다이나믹한 시간이었다.
내 남은 40년은 더 재밌게 살고 싶다. 여러가지 생각은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야 잃을게 너무 많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손에 쥔것들로 저글링만 돌리고 있지만.
이것들을 어느정도 놓아도 전혀 상관 없을때 즈음에는, 더 재미있게 살거다. 그럴거다.
이게 40살이 된 지금의 내 생각이다.